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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이 겨울이 가기전에 걸어 본 눈꽃산행....

by 풀꽃* 2008. 4. 9.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올 겨울.....
2년 전 다친 발목의 부상이 재발돼 긴 고통의 시간을 가졌었다.
짧은 시간의 이 고통을 기지고도 많이 힘들어 하는 내 자신을 보며,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우들을 생각 해 보았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밝게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이 천사같이 아름답게 보이나 그 속에는 많은 아픔도 있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해 보았다.
또한 육신의 고통으로 인해 마음이 더 힘들다는 것도 또 다시 깨닫게 되었다.

유난히도 산을 좋아하는 나 이지만......심한 통증이 연속되다 보니 산의 대한 그리움 보다는 이 고통속에서 하루 빨리 벗어 났으면 하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릴하였다.

4개월이란 시간속에서.....주님의 더 깊은 은혜와 감사를 깨닫게 되었고, 완치는 안됐지만 이렇게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 전 지리산 산행에서도 아직 덜 아문 발목 때문에 많은 두려움을 갖고 떠났지만 거뜬히 하산 할 수 있음을 주님께 감사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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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눈꽃산행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주님께서는 이 겨울이 가기전에 그 아름다운 눈꽃세계를 펼쳐주셨다.
눈 내린 새벽 운동장에서의 감동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베란다에 나가 창 밖으로 산을 올려다 보니 하얗게 눈 덮인 산하가 너무도 아름답다.
권사님,집사님들에게 전화를 하여 약속을 하고 아침 산으로 향한다.
지난번 지리산에서 맛있게 먹은 커피가 생각나 보온병에 끓인 물을 준비하고,아이젠과 디카도 챙긴다.
내린 눈이 녹을까봐 시간을 서두른다.

이 설렘이 얼마만에 갖아 보는 것 인가?
언제나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산 입구에 도착하자 아름다운 그림들이 펼쳐진다.
잎을 모두 떠나보낸 나목들의 잔살가지에 사푼히 올라 앉은 하얀 눈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땅 한 번 처다보고 ~ ~ 하늘 한 번 처다보고 ~ ~병아리가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처다보고 ~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처다 보듯이.....생전 눈 구경도 못한 사람처럼 눈 놀림이 바빠진다.

오름길을 오를 땐 한 걸음 내 딛으면 두 걸음씩 미끌어지는 그 모습이 어찌나 재미나던지.....

가던길 멈추고 뒤돌아 보면 내가 남긴 발 자욱들이 나를 따라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만나기로 약속 한 것 처럼 반가운 님도 만나고....우린 그져 입에서 나오는 소리로는 아름답다는 감탄사 뿐이다.
그간 지나온 시간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뒷산에서 제일 경사가 급한 된비알길을 만난다.
아이젠은 준비했지만 미끄러지는 재미에 착용을 안하고 그냥 오른다.
눈이 오면 이 구간이 가장 위험하지만......미끄러지는 재미에 그 만큼 흥미도 느낀다.

저 멀리 원적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쪽은 해가 많이 들어 벌써 가지에 쌓인 눈이 다 녹고 나무 아래로 쌓인 눈이 희끗희끗 눈에 들어온다.
모처럼 만에 하는 산행인데 왜 이리 만나는 님들이 많은지.....
하나님께서 나에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 보여 주신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잠시 스치고 지나쳤지만 반가움의 여운은 오랜 시간 자릴 한다.
하얀 설경이 아름다운 곳에서는 한참의 시간을 요구한다.
우린 우리가 18세 소녀라도 된 듯이 낭만에도 젖어보고~ ~가던 길 멈추고 풍경도 담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시간이 10분이나 지각이다.
집에서 출발 할 때는 시간에 맞추어 출발했는데.....아름다운 설경에 넋이 나가 시간이 늦어졌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권사님,집사님들과 얼마만에 함께 하는 산행인가?
주일 날 잠깐 얼굴은 스치지만 그간 마음 안에 있는 많은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으며 하얗게 눈이 내린 산길을 걷는다.
왜 이렇게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건지?
긴 공백의 시간이 흘렀는데도......그 만큼 내가 산에 머문 시간이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다.
같은 길을 걸어도 좋은 님들과 함께 하니 즐거움이 배가 된다.

지난 해 새로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
이곳을 지날 땐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뒷산 갖지가 않고 지리산 삼도봉을 지나 만나는 나무계단 같이 느껴진다.

벌써 양지바른 곳에는 눈이 녹기 시작 하는 곳도 있다.
편안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버릇처럼 다시 오름 길로 오른다.
이 오름길이 끝나고 나면 다시 제일 험한 구간이 시작되는데....
험하긴 해도 미끄러지며 내려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조금 위험하긴 해도 왜 이렇게 스릴이 있고 재미가 나는지.....눈 산행에서 이런 구간이 없으면 밋밋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걸어도 ~ ~ 걸어도 ~ ~ 지루하지 않음은 아름다운 설경과, 만나면 반가운.....또 기분 좋아지는 님들이 옆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주님이 펼쳐 놓으신 아름다운 산하를 걸으며 마냥 행복해 하며.......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2월26일 들꽃향기.......



2008-02-26 16:20:13 / 61.47.20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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