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지리산 천왕봉(1915m)
위치:경남 산청
코스:중산리-로타리대피소-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벽천계곡-중산리(무박산행 12시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나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우리가 산에 가는 이유다..
산은 그만큼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사랑스롭게 하나보다.
이른 새벽 중산리의 출발로 접어드는 지리산 길은 해드랜턴의 불빛과 시원한 지리의 바람과 산새들의 재잘거림이 전부다
바람에 부닥이는 나뭇잎소리가 어떤 언어로도 흉내낼 수 없는 소리로 귀를 통해 가슴에 와닿는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말과 같이 오르는 자만이 그 기쁨을 알 수 있고~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매일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찾아서 떠나봄도
삶을 조금은 지루하지 않게 하는 방법일게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도 찾아주는 이가 없다면 그 가치는 무용지물일것이다.
수만가지 표정들로 들끓는 도심을 벗어나 이곳으로 발을 딛고 있음이 어쩜 가장 잘한일이 아닐까?.
산길을 밟는 걸음들이 사뿐하다.
벌써 마음은 가을을 닮은 넉넉한 마음이고 싶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길들여진다더니 이 길을 다시 걸을 줄은 꿈에도 상상못할 일이다
두 번의 중산리 길을 걷고는..내가 다시는 이 길을 걷나 봐라..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오늘~ 아니 그것도 지난 밤부터 밤잠도 못자가며 이렇게 또다시 지리길을 걷고 있다.
마음이 앞서니까 몸은 자연히 뒤따라 온다.
높이 날르는 새가 멀리 볼 수 있고 낮게 날르는 새는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먹이를 많이 먹는다.
잠못자고 달려온 만큼 그 가치를 얻는 듯 하다
안 그러면 늦은 시간에 오르다보면 긴 오름길이 지루하기도 하고 더운 열기로 지칠법도 한데 이렇게 미명의 시간에 산으로 향하니 더없이 맑은 기분으로 상쾌함을 가져다 준다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보내고 맞는 것이 자연인 듯 싶다.
중산리를 지나 산속으로 파고들자 지난 장맛비가 가져다 준 여파로 계곡에는 흐르는 물소리가 쏴아 소리를 내며 광음을 토해낸다.
같은 길을 걸어도 오름과 내림이 이렇게 다를 수가.. 긴 여정의 오름길이라 더 힘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지루함도~ 힘듬도 없이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같은 길이지만 풍경도 다른 모습으로 들어온다.
이쪽~저쪽 풍광을 마음에 담느라 조금은 마음이 부산스럽다.
초록의 숲을 떠돌며 찬란한 지리의 고운 햇살이 바람에 밀려 빼꼼히 밀고 들어온다
초록빛 유희를 즐기던 고운 햇살은 지리에서 만난 햇살이라 그런지 더 곱게 느껴지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여름의 끝자락에 매달린 더위는 지리의 바람이 실어다 주는 시원함에~상큼함에 오간데 없고 초록의 싱그러움만이 가득하다
초록의 아파리 사이로 하늘은 파랗게 저 멀리 올라가 있고 아직 여물지 않은 가을을 마음으로 담아 낸다
초록은 언제나 우리의 갈증을 풀어 준다.
두 시간이 조금 지날 무렵 첫번째 대피소인 로타리산장에 아침상을 차린다
나무로된 야외 테이블에 정성껏 준비한 만찬을 펼쳐놓고 지리의 맑은 공기와 함께 에너지를 공급한다.
오랫만에 제대로인 식사인 것 같다 정말 오랫만이다.
매번 배낭의 짐을 줄이기 위해 준비한 반찬을 벗님들한테 나눠 넣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격었었는데 오늘은 무거운 배낭이 실어다 준 기쁨을 맛보는 듯 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의 거리가 5.4km인데 3.4km를 올랐으니 이젠2km만 오르면 천왕봉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전혀 힘들다고 느끼지를 못했으니 앞으로의 길도 그럴 듯한 느낌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식사를 하고 오름길을 걸으면 힘이 들텐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은 걸 보니 최상의 컨디션이 틀림없다
이곳부터 심심잖게 야생화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행길이 지루하지 않음은 들꽃들이 하나 둘 등장하며 친구해주기 때문이다.
꽃분홍의 며느리밥풀이 눈길을 빼앗아 간다
옛날 어느 가난한 집에 갓 시집 온 새악시가 있었단다.
어느 날 저녁밥을 하다가 불이 시원치 않아 밥이 잘 익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솥두껑을 열고 밥알 하나를 집어 입에 막 넣으려는 순간, 하필이면 그때 독살스러운 시어머니가 그걸 보아버렸단다. 아니 밥을 하다 밥을 다 혼자 훔쳐먹다니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그 길로 쫓아내버렸다 한다.
며느리는 죽어 길가에 꽃이 되어 밥풀을 물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며느리밥풀꽃이라는 슬픈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단다.
그런 가슴아픈 사연이 있을 줄이야....
오르고 올라도 힘든 줄을 모르겠다
도대체 이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걸까?..
아마도 지리의 아침이 실어다 주는 최상의 힘일 것이다
마치 새로 산행을 시작하는 그런 컨디션이다.
긴 오름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내 자신도 의아해 하면서 걷고 또 걷는다
어디 쯤에선가 성미 급한 구절초가 청초롬한 모습으로 눈을 흠쳐간다.
언덕배기에 몸을 맞긴 하아얀 구절초에 반한 나의 마음은 숨쉴 겨를도 없이 헐레벌떡 그리로 달려가 모습을 담으며 구절초와 고운 사랑을 나눈다
왜 넓고 넓은 곳을 나두고 가파른 양지쪽에 터를 잡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빼앗아가며 애간장을 태우는 이유는 뭘까?..
8월 여름 계절의 끄트머리에서 이렇 듯 청초롬한 구절초가 가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걸음의 셔터를 1분만 기다렸다가 눌러도 마음은 이렇게 사랑스러움으로~풍요로움으로 행복을 가져다 준다
능선길 하나 없고 긴 오름길이지만 바람이 실어가 준 힘에 전혀 힘든줄도 모르고 가쁜하게 천왕봉을 향해 오르고 있다
천왕봉에서 두 번의 이길을 걸으면서 얼마나 지루했던지 다시는 이길을 안 걷겠노라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또 이 길을 걷고 있음은 그만큼 지리의 사랑의 컷기 때문일거다.
여름 깊은 날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색깔의 꽃으로 지리산을 물들인 동자꽃은 지리의 보석이다.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내려간 주지 스님이 쌓인 눈 때문에 오지 못하자 스님을 기다리다 추위와 굶주림에 앉은 채로 얼어 죽었다는 동자스님의 슬픈 전설을 안은 꽃
그 꽃을 스님과 마을사람들은 "동자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몇번을 다녀온 곳이긴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 곳이기에 설레임이 가득하다
조심스런 새악시의 발걸음을 닮은 듯 살포시 내려 앉은 안개사이로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풍경이 되는 곳 그곳에선 사람도 풍경이 된다.
기암 절벽 사이로 날갯짓 하는 구름은 손에 잡할 듯 가갑게 느껴지고 ...
이젠 눈감고도 훤하게 그려지는 지리산 길..
시리도록 아름다운 초록의 향연은 깊은 여름을 노래를 한다.
그곳에 서서 바라보는 산하는 그 어떤 언어적 유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고 환희가 되는 시간들이다.
그 기쁨과 감동을 밟고 지나가는 발길이 그져 감사할 뿐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여름의 정취에 흠뻑 젖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풍경 좋은 곳에선 나뿐이 아니라 다른 벗님들도 같은 생각인가 보다
모습을 담기 위해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다 그런가 보다
좋은 것이 있으면 갖고 싶고~맛있는 것이 있으면 먹고 싶고~아름다운 곳에선 멈추고 싶고~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고 그것도 부족해 사진에 담고 싶은가 보다
오르면 오를수록 들꽃들은 수를 더해가며 나의 발목을 잡으며 갈길을 더디게 한다.
이제껏 보아왔던 같은 꽃들인데도 자리를 뜰 수 없음은 왜일까?...
마음이 약해서도 아니고~이어지는 길목에도 꽃이 지천인데도 걸음을 옮길수가 없으니 차라리 그곳에 눌러 앉고 싶은 마음이다.
점점 다가서는 하늘과 점점 멀어져 가는 아랫세상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내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대견스러움에 미소를 지어 본다.
청왕봉이 올려다 보인다.
천왕을 위에 두고 그 아래는 깍아지른 돌밭으로 되어있던 그 길도 새로 단장되어 데크로 나무계단이 조성되어 있었다
바라만 봐도 까무리칠 것 같이 보였었는데 이렇게 수월할 수가....
언제나처럼 천왕봉 정상석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마 산이 아니고 아랫세상이었더라면 서로 밀치고 싸움이 벌어져도 한참 벌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순서를 기다려가며 천왕이와의 만남을 기념하여 모습을 담아 본다
언제나 이곳에 서면 날아갈 듯한 바람이 체온을 내려 자켓들을 꺼내 입는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0년8월14일..............산소녀.
지리산 산행 첫번째 이야기
산행이 길어지다 보니 글도 길어져 두 번에 나눠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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