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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아쉬움을 남긴 사량도 지리망산

by 풀꽃* 2011. 3. 18.

언제:2011년3월12일 (토요일) 날씨:봄향기 가득한 날

어디:사량도 지리망산

위치:경남 통영

코스:상족암 선착장-돈지항-지리망산(정상)-불모산-가마봉-연지봉-옥녀봉-대항

누구와:교회 등산부 회원75명

 

늘 떠나고 싶었다

그리움이 묻어 있는 쪽빛바다 사량도로...

차를 타고 가면서도 지난 그림들이 아름답고 맑은 향기로 다가와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고픈 마음이다

가슴 한켠에 조각조각 모아 놓은 사량도의 풍경은 누구를 기다리는 춤일까?

두 번을 다녀온 곳이긴 하지만.. 늘 생각만 해도 설레임이고 그리움이다

 

먼 밤길 가르며 달려간 상족암 선착장..

이른 새벽 어둠이 우리를 맞는다

미리 준비한 찰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곤 선착장으로 내려가 배에 승선한다

아직 어둠의 끝자락이 남아 어스름한 바다를 가르며 사량도로 향한다

 

멀리서 보면 바다 가운데 떠있는 듯한 사량도..

옥녀봉의 전설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약 25분간의 이동시간을 거쳐 돈지항에 도착해 산행이 시작된다 

맑은물, 맑은 공기..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지..

심호흡을 크게 하며 사량도의 맑은 공기 한줌으로 도심에서 찌든 내 안을 정화시킨다 

오름의 가파름도 사량도가 가져다 주는 기운으로 가쁜하게 접수하고 능선에 접어 든다

시계가 조금은 희뿌옇게 내려 앉은 사량도..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사량도는 올망졸망 마주하고 있는 오색빛깔의 지붕들이 사량도를 더 빛내주고 있다 

항상 오르기에만 급급하던 산에 존재를 오늘은 여유있는 몸짓으로 산에 내 마음을 맡기려고 다짐해 본다

가스가 뿌옇게 내려 앉은걸 보면 날씨마져도 우리를 시샘하는가 보다

사방을 둘러 봐도 눈을~맘을~ 평온하게 한다

산 능선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쪽빛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눈을~맘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마음이 분주하다

이럴 땐 눈이 세 개면 좋지 않을까?ㅎ

사량도에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손꼽으라고 하면 나는 이곳을 꼽고 싶다

        위의 있는 바위봉과 같은 곳인데 위에있는 풍경처럼 전면을 담아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단면만.. ㅠ

 

 

위험구간이라 줄을 띄워 놓고 오르지 말라고 표시까지 해놨는데도 그 길로 접어 들어 이 멋진 바위봉으로 내려 왔으니 산소녀의 이름값을 하는 듯 했다.ㅋㅋ

 

산에만 들면 생전 산구경 못한 사람처럼 산에 푹 빠져 누가 가는지~오는지도 모른체 산과 하나 되어

나 또한 사량도의 점 하나가 되어 본다

스치고 스치는 사람들 속에 또하나의 풍경을 이루고..이런 모습이 수없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 나도 모르게 산에 푹 빠져들었다

 

이제는 가파름의 힘든 구간도 없이 능선의 편안한 길을 따라 가다 보니 높은 바위봉을 지나 흐릿한 길이 이어진다

아마도 길을 잘못들어선 듯하다

가다 보면 탈출구가 있겠지 하고 길따라 걸어보지만 걸어도 걸어도 거리만 멀어지고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오던 길 뒤돌아 보며 가늠을 해보지만 아마도 한 시간은 족히 온듯 싶다

인적도 뚝 끊기고 고요하다

오던길 잠시 멈추고 길을 가늠해 본다

그런데 이게 왠일 가야할 능선은 한참을 지나왔다

뒤돌아 서서 우측으로 바위 암릉의 능선길이 길에 이어져 있다

여기까지 오기를 가슴조이며 숨가쁘게 달려 왔는데 되돌아 갈길이 막막하다

흐릿한 길에 가시덤불을 수없이 스치며 사량도의 미아가 되어 오던길 되돌아서며 위원장님께 3명의 일행들과 길을 잘못 들었다고 연락을 하곤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말을 맺는다.

 

누구나 자기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 겸손해 지고 사색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낯선 길 찾아 떠나는 개척자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고 이런저런 잔삭다리 생각들도 막상 접하고 보니 어떻게 되겠지..하는 아줌마 특유의 두둑한 배짱도 따라 나선다

 

혼자가 아니고 일행들이 있음이 한켠으로는 위안이 되지만 발이 맞질 않아 더딘 걸음을 깔아 놓는다

나 혼자라면 날쌘돌이처럼 날아들텐데~시간은 흐르고 진땀이 난다

 

그런 가운데도 가시철망 너머로 귀한 노루귀를 만난 기쁨에 여유를 부리며 잠시 기쁨을 누려 본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이 내려 앉는다

기쁨도 잠시 가야 할 길이 막막하다

조급한 마음에 한참을 달린 후에는 뒤에 오는 일행들을 살피느라 넋빠지게 기다려야 하고~그런 횟수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간은 거의 두 시간이 흐리고 있다.

 

하늘에서 헬기가 날아든다

등산객의 부주위로 또 부상자가 생겼나 보다

우리 일행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램하면서 부상자를 생각하기 앞서 이리로 와서 우리를 구출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가시덤불 속으로 헤매였는데도 참 신기한 것은

옅은 노랑색의 자켓에 먼지 하나 묻지 않고 너무나도 멀쩡하다.

그만큼 공기가 맑아 먼지가 없다는 얘기다.

 

거의 능선으로 접어들 때쯤 반대 방향에서 일행들 4명이 오고 있는게 아닌가?...

이리 늦은 시간에 우리와 같이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일행들을 만나자 기뻐하면 안 되는데

왜 그리 기쁜지...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그런 기쁨이다.ㅎ

이유인즉 함께 오던 권사님께서 바위에서 내려오면서 발목을 겹찔려서 헬기를 요청하고 안전하게 헬기로 이동시키느라 시간이 정체되었다고 한다(병원에 가서 x레이 결과 골절로 나와 그곳 병원에서 응급 조치로 반기부스만 하고 함께 올라와 이곳 병원에 와서 수술을 하였음)

제발 우리 일행이 아니기를 그렇게 바랬었는데...그런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일행들이 셋에서 일곱으로 늘어났다...

굼뜬 걸음은 여기서도 이어진다 ㅠ

답답한 내 마음을 헤아렸는지 집사님께서 일행들을 책임진다며 먼저 가라는 말이 어찌 그리 반가움으로 들려 오는지...

이제 걸리는게 없으니 있는 힘~없는 힘을 다해 날쌘 달람쥐가 되어 능선길을 가쁜하게 넘나든다

 

사량도의 풍경들은 힘겨워 걷고 있는 나에게 기운내라고 고운 미소 지으며 힘을 불어 넣어 준다

날쌘 다람쥐처럼 종창역을 향하여 달려가지만 이미 정답에도 나와 있듯이 5시간이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마음의 날갯짓은 이미 옥녀봉을 넘나들고 있지만 몸 따로~마음 따로~ 줄을 긋듯 한치도 거를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마음만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얼마나 빠르게 달려왔는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완주를 못한 아픔도 그려져 있다)

 

완주를 한다는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풍광을 조금이라도 더 볼 욕심에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으며 걸어보지만 한계에 부딛쳐 쉼표를 찍으며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위원장님께 전화를 걸어 산행시간을 1시간만 더 주면 안 되냐고 통사장을 해보지만 내 맘 아는지 모르는지~한마디로 거절하는 그 순간 이제는 안 되겠구나 하며 얼른 완주의 꿈을 접곤 내리막 길로 접어든다

 

바람이 낙엽에 흩날리 듯 그렇게 감정의 조각들이 마음 곳곳을 떠돌다 깊숙히 깊숙히 가라앉는다

늪처럼 그렇게 허우적거릴 수록 더욱 깊숙한 곳으로 빠져드는 감정을 구름에~ 자연에~감정들을 매달아 본다

 

마음은 길을 따라 마지막 유서같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아픈데 내 맘 아는지 하늘에서 이름모를 세 한 마리 목청 높혀 지져긴다

하늘이 보내 준 천사가 아닐까?

귀를 쫑긋 세워 반가움으로 화답해 본다

 

속끓여 봤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마음을 추스리며 내 안의 평안을 찾아 나선다

이제까지 왔던 길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그냥 스치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겠지만 옥녀봉에 못오른 아픔을 이곳에서 채워 보려고 걸음을 옮긴다

 

얼기 설기 잡목들로 뒤엉킨 내림길은 가파름을 깔아 놓고 자칫 잘못하다간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양지바른 길목에 봄내음이 가득하다

파릇파릇한 초록의 식물들이 앞다투어 돋아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 듯이 자연을 닮아가는 듯 하다

어느 결에 아픈 마음도 녹아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 나듯 봄내음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자연이 참 좋은가 보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오늘 이 길이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모든게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옥녀봉을 떠올리면 지난 그림들이 물릴 듯이 몰려오고 있다

지우려 하면 그리움으로 더 또렷또렷한 모습으로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대자연의 기운은 꼭 옥녀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라는 이름으로 가지마다 걸려있는 봄은 여기에 다 모여 있는 듯 하다

 

추운 고통에 다 떠났다가 다시 새 계절이 오니 떨구다만 잎새 한 장 작은 흔들림에도 봄은 이렇게 내려 앉았다

생강나무의 그윽한 향이 마치 마약과도 같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노오란 산내음으로 산길을 막는다

제아무리 아픈 마음의 상처라도 이 향기에 치유되지 않는다면 그건 죽음으로 가는 길일게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와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산의 마지막 구간은 날아갈 듯한 느낌과 동시에 늘 아쉬움이 함께 한다

 

 

 

아쉬운 마음에 사방을 둘러 보는데 이게 왠 보물...

낙엽 속 낙엽을 이불 삼아 곤하게 자고 일어난 아기 같이 보라빛 노루귀가 고운 얼굴 내밀며 살포시 보라빛 미소를 보내 온다

노루귀가 눈길 주지 않는다고 뾰루통 사색 한 모금 부여잡고 잔뜩 톨아져 있는 듯 하다

겨우네 새하얀 백설에 잠들어 꽁공 언 대지 위에 기지개 켜고 한 떨기 눈꽃송이 살폿 내려 접을 듯..

함초롬히 피어 있는 노루귀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눈물겹도록 반가웠다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선물인 듯 싶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기도~저기도~노루귀가 지천에 펼쳐져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이제까지 산행을 해오면서 노루귀를 봐오긴 했지만 오늘 같이 제대로된 노루귀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행운도 이런 행운이...

일부러 먼길 찾아 야생화 찍으려고 여행도 떠나는데 오늘 나에게 주어진 커다란 선물인 듯 싶다

준비 없는 마음에 기쁨의 눈물로 답례하고 그들과의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걸음이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몸둥아리만 나부끼며 따라나선다.

멀리 선착장이 눈에 들어 온다

마음은 급하지만 여기저기서 발목을 잡는 것은 왜그리 많은지..

환하게 하얀 웃음지으며 손사래를 흔드는 매화의 유혹에 또 넘어가고 만다.

예약된 배시간이 조금은 늦었는데도 할짓 다해가며 걸어가는 내 모습에 배시시 환한 웃음 지어 본다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산행이라면 몇날 며칠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빠른 걸음에 민가의 담을 살짝 흠쳐본 풍경은 파릇파릇한 봄내음으로 가득하다

호젓하고 한적한 어촌의 시골길은 안정감에 내 마음 또한 평온함으로 내려 앉는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내편이 되어 주셔서 완주를 못한 아픔을 치유해 주시기 위해 귀한 노루귀 군락지를 펼쳐 주심으로 기쁨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1년 3월 12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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