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5월14일 (토요일) 날씨:하늘 맑고 바람불어 좋은 날
어디:계룡산(847m)
위치:충남 공주
코스:갑사-연천봉-문필봉-관음봉-자연성릉-삼불봉-남매탑-동학사-주차장(6시간)
누구와:교회 등산부 회원18명
그땅, 그 하늘, 그 나무가 내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져 올려다 보는 그 여유로운 마음 한자락이면 족합니다.
갑사로 향하는 봄 풍경은 사람사는 세상과는 다르게 조용히 봄을 맞고 있다.
나무마다 새순은 봄의 노래를 부르고 봄의 향연에 참가한 종달새는 한껏 목쳥 높혀 노래를 부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산하는 색채 매직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연인 것 같다.
아마도 이맘 때가 산의 빛깔이 가장 예쁠 때가 아닌가 싶다.
푸르름이 좋아 나서본 산행길~ ~
막연하게 어딘가 있을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어린 아이들 처럼 달뜬 설레임과 즐거움이 함께 한다
차창밖의 풍경도 온통 신록으로 색채의 매직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감 뚝뚝 떨어지는 붓자국이 지나간 뒤의 군더더기 없는 수채화 처럼 은은하면서도 화사한 그림이 펼쳐진다.
햇살 가득한 계룡산 뜨락..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보내고 있다.
아른아른 아지랭이가 먼 산과 들에 피어나는 이 봄날 나는 그곳으로 마음을 열었다
나는 그곳에서 푸른 대지의 고마음을 알게 되었고 나뭇잎사이로 파고 들어오는 봄햇살 한 줌에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계룡산을 찾았을 때 두 번의 만남도 그러했었고.....세 번의 만남도 그러했다.
연록의 빛깔로 곱게 물들어가는 계룡산 뜨락.....
잔잔한 평화가 그려진다.
물감든 수채화 화구를 배낭에 넣고 그림그리러 가는 기분같다.
파릇파릇 새살 돋는 숲길엔 연두빛 물감들의 놀이터.....
바라만 보아도 눈이 부셔 눈도 마음도 모두 연두빛으로 물들 것만 같다.
그냥 여기서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다.
새어드는 햇살은 꽃이 되고 파고드는 바람은 잎이 되는지 봄을 맞이하는 산하는 싱그럽기만 하다.
연둣빛 화장을 마친 산빛은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져 주체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가슴을 파고들어 초록향기를 토해낸다.
계곡을 깨우는 물소리도~ 살랑대며 불어오는 연둣빛 바람도 나뭇잎들이 펼치는 유희도
한 하모니를 이뤄 봄의 연가를 부른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인데도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을 만치 예쁜 그림들이 펼쳐져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가 않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붓한 오름길에 만난 조록싸리..
갓 세수를 마친 것 처럼 풋풋하면서도 싱그럽고 빛깔이 참 곱다
열여덟 새악시의 마음이 이러할까?..
조금은 수줍은 듯 그 숨결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자랄 때 꿈 많던 시절이 이러할까?..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분명 있었을텐데~ ~
언제나 그리운 산은 내겐 모든걸 치유해주는 사랑의 에너지 같다.
그렇게 자연은 참 아름답고 감사한 벗이며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힘겨울적에는 위안이 되어주는 그런 지란지교의 참사랑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늘이 예쁜 한낮..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조차도 사랑스럽다.
아무 볼 것이 없으면 된 비알길이 숨이 턱가지 차올라 힘들겠지만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산빛에 도취 되어 굼뜬걸음이 되다 보니 힘듬도 잊고 그 물결 속에 한 점이 되어 간다
연둣빛 숲향과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피부 깊숙히 파고 들어 내 영혼을 살찌우게 한다.
산빛이 고우면 물빛은 덩달아 맑은 빛을 띄운다
물빛에 얼굴을 대면 마치 거울을 보는 듯 하다
바위 틈새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 촘촘한 이끼, 하늘거리는 연둣빛 나무잎새 사이로 비치는 반짝이는 햇살, 사그락 사그락 부대끼는 잎새들의 입맞춤은 황홀 그 자체이다
자연은 이렇 듯 아름답고 신비롭고 그 어떤 것 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경이롭다.
이미 정답에도 나와 있듯이 계룡산의 푸르른 신록은 어지러운 세상과의 작은 소통도 원하지 않는다
고사리과에 속한 연둣빛 이파리..
아기 피부 같이 연하디 연한 이파리가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발목을 잡는다
그곳으로 다가가 검불도 치워주고 먼지도 털어주고 목도 추켜 세워주고 마치 새악시 분장단 하듯 곱게 단장시키고 모습을 담아 준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냥 지나쳤으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이 힘든 길을 아마 누가 시켜서 한거라면 모두의 얼굴에는 불만스런 표정들로 가득하겠지만 내가 좋아서 선택한 짓이기에 힘듬도 즐거움으로 받아 들이고 산행 내내 호호~깔깔~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어느 것이든 저절로 주어지는 기쁨은 하나도 없는 듯 하다
힘든 만큼 주어진 댓가이기에..
힘들게 오른 만큼 아름다운 조망도 선사한다. 이쪽 저쪽으로 조망되는 아름다운 연봉들이 따스한 햇살의 세레를 받는다.
저 멀리 천황봉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지금은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그곳에도 발 딛을 날이 오겠지...
연천봉 가는 길
능선에 오르자 권사님 한 분이 오름길이 힘들었는지 잽싸게 계산하고는 왕복 400m의 연천봉을 안 가고 길목에서 쉬고 계신다고 해서 그곳에다 배낭들을 모두 내려 놓고 연천봉을 오른다.
그 모습을 보니까 지리산종주 때 노루목이 생각난다.
반야봉을 가기 위해 노루목에다 배낭들을 모두 내려 놓고 지킴이 하던 장권사님이 떠오른다.
오를 때의 그 힘듬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 만큼 모두의 얼굴엔 승리자의 화색이 돈다.
이 기쁨이 있기에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쭉 펼쳐진다.
그 연한 빛깔로 막 피어나는 이파리들 속에 붉은 피를 토해내고 끝자락에 흐르는 핏자국처럼 마지막 사랑의 연서라도 남기 듯 풀기 잃은 철쭉의 춤사위가 조금은 애달프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능선길에 펼쳐진 녹음의 함성이 소리없이 힘이 넘친다.
산등성 가득 빨래널 듯 펼쳐진 초록의 파노라마가 초록바람에 더 눈이 부시다.
머리꼭대기에 걸린 햇살을 이고 점심 성찬을 차린다
단촐한 산행이다 보니 가족적인 분위기다.
5월의 푸르름과 함께 풍성한 웃음과 푸짐한 먹거리가 함께 하니 꿀맛 같은 성찬이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산에 오면 운동량도 많지만 운동량 만큼 식욕 또한 왕성해 체중은 산 높이 만큼이나 올라가는 듯 하다.
언제부턴가 도시락 안 싸는 게으름이 나에게도 찾아온 듯 싶다.
지난 1월 무등산 산행 때 한파로 얼마나 춥던지 싸사지고 간 도시락을 못먹을 정도로 추위를 느끼곤 겨울 내내 도시락 싸는게 두렵더니 그 버릇이 계속 꼬리를 문다.ㅎ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황사 소식이 있더니만 능선길에 거센 바람이 길동무를 자청해 온다.
아찔한 능선길이 다리가 후들거릴법도 한데~모두는 날쌘 노루들 같이 위험한 바윗길도 잘도 넘나든다.
능선에 서니 연한 녹색이 짙푸러 가는 진녹색으로 옷갈아 입고 버젓이 초록웃음을 짓고 있다.
관음봉을 지나 계룡산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자연성릉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마치 천지 창조의 신비함을 말해주 듯 자연스런 성곽의 능선이 마치 닭의 벼슬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계룡산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협소한 길목이 자주 나타난다
몸도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오월의 계룡산의 풍경은 때론 멈추고 싶을 때도 있고 아무런 내색 없이 지나치기엔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그 초록빛 안위가 그리워 보고 또 보고 연둣빛 색깔로 칠한 후 또 덧칠을 하듯 초록 물감을 입힌다.
세상의 아름다운 색깔들의 집결체인 색채미..하얀 도화지가 어느 사이에 초록으로 물들어 있는 듯 하다.
나는 이 아름다운 능선길을 더디더디 걸으며 계룡산의 한 점이 되어 본다.
자연성릉이 끝나가는게 왠지 모를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밋밋한 산길보다는 이런 산길을 좋아해서 인가 보다.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가던길 멈추고 되돌아 보는 풍경도 또다른 풍경으로 들어 온다.
멀리 내가 걸어온 길이 한눈에 펼쳐진다
지나온 길의 절벽 같은 계단길이 대견스럽게 뿌듯함으로 자리한다
초록빛 바람이 실어다 준 초록의 향기가 폴~폴~난다
꽃잎이 내리고 연초록으로 산들이 물들어 가는 계절 오월..
그곳에 서면 마음까지 초록으로 물들어 그대로 빨려들 듯 황홀하다
이곳에 앉으니 신선이 따로 없는 듯 지나온 길이 쫙~한눈에 들어 온다
신선들이 있다면 이곳도 그들의 놀이터가 될듯 싶다.
집채만한 카메라를 한손에 들고 산길을 걸으시는 우리 대장님..
카메라 무게만 무려 3kg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손목에 관절 이상이라도 오면 어쩌시려구 그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도 잘도 걸으신다.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은 이어진다.
능선길이 끝나자 바람도 숨을 죽인다
조붓한 산길엔 분홍빛 산철쭉이 군데군데 수줍은 듯 모습을 보이며 분홍 미소를 띄운다
갓 시집온 새악시의 미소 만큼이나 수줍은 듯 하다
산행의 재미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있는 듯 하다.
능선길 좌측으로는 이제 막 봄빛이 물들고 있다.
연둣빛의 향연이 곱게 물들고 있다.
남매탑을 지나 하산길로 접어 든다
남매탑은 통일 신라시대 때 호랑이에 얽힌 전설의 탑이다.
이곳에서 남매탑을 사진에 담고 카메라를 돌에 부딪쳐 액정이 나갔는지 작동을 안한다.
그래도 예비로 준비해온 카메라가 있기에 한시름 놓여진다.
새로 구입한 디카가 이번이 딱 두 번째 사용하는 것인데 마음이 쓰인다.ㅠ
능선의 초록의 옷차림이 다시 연두색 잎으로 부활하는 푸르름이 시작되는 향연이다
자연이 만든 아름답고 향기로운 봄옷.. 숲속길은 재잘재잘 마치 어린아이들이 소풍나온 것처럼 사뿐사뿐 모두의 얼굴엔 승리자의 화색이 돈다
산행은 언제든지 애쓴만큼 행복을 누리기에 힘은 들어도 누구 하나 불평 늘어 놓는 이가 아무도 없다
숲그늘 아래 펼쳐진 길이 너무나도 평화롭다
간간히 들려오는 새소리와 나뭇잎 부닥거리는 소리와 화음을 이뤄 마치 산속의 오케스트가 울려퍼지는 듯 마음에 평안이 찾아 든다.
좋다~좋아를 반복해 가면서 그 길 위에서 온전한 기쁨이 내 안에 가득 번진다.
야생화에 인색함에 허전한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이름모를 노오란 꽃이 하늘에서 떨어진 듯 곱게 피어 마음까지도 노란 물들임을 하는 듯 하다.
정말 그곳을 떠나기가 싫었다.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몸뚱이로 산길을 걷는다.
하늘을 지붕 삼아 연둣빛 숲그늘에 군데군데 작은 창을 만들어 놓고 새소리~~ 바람 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내 발자국 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도 같게 느껴진다.
혼자 걷는 내게 산은 제 품을 열어 산의 소리를 들려주고.....가끔은 산새들이 찾아와 길동무를 자청한다.
새들도 나처럼 한적함을 좋아하는지 새들의 지저귐에 기분이 상쾌하다
연하디 연한 연록의 나뭇잎을 바라보면 눈물이 날만큼 황홀경에 빠진다.
2년전에 왔을 때는 야생화들이 참 많았는데 봄꽃들이 기다리다 지쳐 모두 떠난 듯 하다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다 그래도 애쓴만큼 기쁨은 찾아 온다
이름모를 하얀꽃이 청초롬한 모습으로 반긴다.
마치 한국 여인네의 모습을 닮은 듯 고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다.
계룡산이 가져다 준 오늘의 보석임이 틀림없다.
계룡산 끝자락에서 몇몇 그루의 들꽃들이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어 조금은 위안이 되는 듯 하다.
오늘도 유유자적 6시간의 산행이 잛은 건지~아님 내 채력이 남아도는 건지 왠지 모르게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나만 그런가?..ㅎ
오늘도 우리는 크리스천 가족의 이름으로 예수님을 조금씩 닮아가며 그 향기를 계룡산 자락에 담으며 하나님께서 펼쳐 놓으신 자연에서 세상이 주는 6시간의 짧은 행복을 맛보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가뿐하다
그리고 오늘의 마침표는 두부 두루치기로 이름짓고는 짧은 하루를 마무리 한다
세상이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도 봄의 노래소리는 하늘을 날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눈물 겹다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이 봄을 사랑하련다...
우천 관계로 산행을 못한 지난 4월 산행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나요?..ㅎ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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