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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어진 지리산

by 풀꽃* 2007. 4. 20.
언제;2005년 5월 5일
어디;지리산
코스;백무동-하동바위-참샘-소지봉-장터목산장-제석봉-천왕봉-법계사-중산리

옅은잠 들락거리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거리를 나선다.
여늬날과 마찬가지로 파란 배낭 둘러메고 썰렁한 아침을 나서는 일은
언제나 이방인처럼 낯선 낯가림이 함께한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긴다.
차안은 조금은 낯익은 얼굴들속에 새로이 합류하게된 얼굴들까지~~
헐렁하던 차안은 빽빽함으로 채우고 우리들 마음은 든든함으로 채워진채
어둠속을 헤치고 회색빛 도로를 달린다.

지리산!! 바라보기만 할때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지금 그곳을 향하여 가고 있는것이 마치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가는것 같다.
차창 밖으로는 들판가득 풍요의 나락으로 채워진 넓은 뜰이 보이고
어제 생긴듯 그제 생긴듯 파란 지붕 선명한 공장들도 하늘 바다속 풍경이되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차안에서의 긴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9시15분 함양 백무동을 시작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완만한 경사와 함께 맨 먼저 우릴 반기는 것은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
낡은 갈잎들 흙으로 되돌아가는 한적한 오름길은 하늘길로 통하고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 다독거리고 된숨 몰아쉬며
지리의 맑은 공기로 자리바꿈한다.
항상 오르기에만 급급하던 산의 존재를 오늘은 여유있는 몸짓으로
산에 내 마음을 맡기려한다.

민들레님의 산행 솜씨가 얼마나 예쁜지!!
여유있고 가볍게 오르는 모습이 나의 눈길을 빼앗아 간다.
마치 지리의 한자락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계곡을 좌우로 번갈아 가며 오름은 계속된다.
금방이라도 후두득 빗방울 떨어질듯 하늘은 잔뜩 무게를 낮추지만
하늘을 찌를듯 연녹색의 나무들이 시야를 시원하게 해준다.
오월 하순에나 볼수있는 소백산 연분홍 철쭉을 한발 앞서 일찍 보게된다.
또 이름모를 예쁜 하얀꽃이 우리를 궁금케 하더니
조금후에는 고추나무라고 본인의 신분을 밝히기도 한다.
조금 오르니 하동바위가 잠깐만 쉬었다 가라고 우리를 붙들더니
사진까지 함께 담자고 조른다.
심술은 놀부만의 전유물이 아닌듯~~
시샘이나 하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을 좋아하는 산님들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아직은 비의 양은 많지 않아서 지금의 비는 불청객 이라기보다
땀을 식혀주는 단비로 생각된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많은 들꽃들이 조신하게 산행하려는 나의 의지에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연보라색의 매발톱은 마치 매의 발톱처럼 날카로워 보인다.

조금 오르니 수많은 산님들의 발자취가 묻어있는곳 참샘이 나왔다.
잠시 한모금의 물로 목축이며 길목을 지키며 땀을 식힌다.
참샘을 지나 조금 오르니 중간중간 통나무 계단이 계속되면서
오름이 계속된다.
여기서 부터는 안개비가 내린다. 걸음을 재촉해본다.
기온도 조금은 내려간듯 땀이 달아난다.
그러는사이 능선에 다다랐고 민들레님과 조금 거리를 두고 걷는 사이
허기가 돌기 시작했다.
'민들레님을 따라갈까?' 하다' 아냐 !!'마음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정하고
초코렛을 꺼내 허기를 달랜다.
한적한 산길과 잡목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내가 지나온 자리를
대견스레 바라보며 걷는 길에 시선을 돌린다.

그러는 사이 망바위에 도착한다.
망바위 뒤로 아름드리 노송(적송)들이 하늘을 찌를듯이 우뚝 서 있다.
바람을 맞아가며 중간중간 벼랑끝에 서서 여기저기 참견도 하면서
뒤에오는 산님들을 기다린다.
왼쪽으로 커다란 이름모를 바위도 지나치며 여유있는 발길을 옮긴다.
조금가니 내리막 길에 다다른다.조금은 섬짓한 생각이 들면서~~
시간으로 봐서는 아직 천왕봉이 멀었는데 계속 내리막 길이다.
혹시 길을 잘못 들어선건 아닌지 염려도 해본다.
뒤따라 오던 남자 한분도 같은 생각으로 휴대폰을 꺼내 확인을 하신다.
잠시후 뒤에서 이대장님 음성이 들리는듯 하면서
그 일행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대장님과 참사남님 그리고 여자분 한분~~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제 조금만 가면 장터목 대피소가 나온다 한다.

예쁜 진달래가 유혹을 하지만 미련만 둘 뿐 그냥 지나친다.
잠시후 장터목 대피소와 매서운 칼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바람이 강한 위험지대라 이곳에 대피소를 설치한 모양이다.
잠시 둘러보고 사진 한컷 찍으려는데
모자가 바람에 날려 10m는 날아가 버린다.
달려가 주워 다시 쓰고 기념사진 한장 남긴다.
천왕봉을 향하여 천천히 발을 딛는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나홀로 산행이시작된다.
사방을 둘러보며 안개에 가려 멀리까지는 안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주변 환경을 꼼꼼이 마음에 담는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몰아치지만
예쁜 진달래의 유혹에 넘어가 디카를 꺼내든다.
마음에 담는걸로 부족해 사진에 담아 보련다.
고사목 지대를 지날땐 안개가 야속 하기만하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일부분만보다니~~
그래도 보이는 것에 감사하고 오르는 것에 감사하며
아쉬움과 뿌듯함으로 마음을 채운다.
눈에 들어오는 주변 경치가 수십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그런 비경이다.
안개에 가리고 거센 바람까지 동행하니 운치는 있었다.

한라산 정상 바람도 만만치 않은데 교회 등산부 가족들의 염려도 해본다.
그곳 날씨는 어떤지?
조금 오르니 천왕봉 이정표의 버팀목이 우릴 반긴다.
버팀목에서 20여미터 지나 바위를 올라가니
천왕봉 표지석이 칼바람을 맞아가며 우뚝 서 있다.
지리의 모든것이 들어오는 이곳 !!
나에게 보여주기에는 내가 부족했나 보다.
이대장님을 다시만나 정상석 끼고 사진 한컷 하고나니 매서운 칼바람은
빨리 서둘러 하산할것을 요구한다.

급경사의 너덜길이 계속된다.
이곳을 오르는 등산객의 고통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산 코스의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백무동에서 오른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운영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천왕봉을 내려오니 이곳은 남쪽나라다.
멀리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하나 마음에 담으면서 이대장님을 기다린다.
이대장님 날 보는 순간!!
천왕봉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맞아가며 날 찿았다 하신다.
어찌나 죄송한지~~

개선문에 도착하여 여유있는 모습으로 돌아가며 기념촬영을 한다.
군데군데 작은 진달래 군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제 법계사를 향하여 내려가고 있다.
군데군데 연분홍 철쭉이 눈에 띄이고 바위 자락에 예쁘게 핀 이름모를
하얀꽃은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비에 젖어 신록이 더 푸르게~~푸르게~~눈에 들어 온다.

로타리 산장에 들려 오인의 산님들 간식 챙겨먹고 하산 하려는데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우의를 꺼내입고 법계사를 지나 작은 철다리가 나타났다.
오를때 두개의 철다리의 재미가!! 이번에는 맘껏 뛰어

이제 중산리 까지는 약 30여분 거리다.
참사남님께선 지루하다고 몹씨 힘들어 하신다.
"그럴땐 땅만 보지마시고 위에 있는 파아란 나무를 처다보세요."하며
한마디 던져본다.
어느덧 칼바위를 지나 중산리에 도착했다.
먼저온 일행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식당에 들러 비빔밥을 챙겨먹고
주차장을 향하여 내려오는데 밭 언덕배기 풀숲에 머위가
또 마지막 유혹을 한다.
비를 맞아가며 한웅큼 꺾어들고 차에 올라탔다.

먼저온 산님들보기 조금은 죄송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몇분의 산님들이
계셨기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다.
지리의 모든것은 보고가지 못하지만 즐겁고 여유있고 뿌듯한 산행~~
오월이 물들어가는 싱그러운 신록을 마음속 가득 담아갑니다.
세월속의 오월은 묶어두지 못하지만~~
마음속의 오월은 영원히 영원히 묵어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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