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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772

싯다르타 위대한 싯다르타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으며,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자신은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하였으며 스스로에게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지도 못하였다. 모두가 사랑한 싯다르타, 한 사회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싯다르타는 스승이 가르쳐 주는 자기 초탈의 수련법을 마치고 난 후에도 여전히 갈증을 느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화해하는 그 평범하지만 숭고한 생의 온기를 그리워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갈망 또한 느끼기 시작한다. 아직 한 번도 여성과 육체적 관계를 맺어본 일이 없는 싯다르타는 아름다운 여인 카밀라를 만난 후 이성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을 .. 2024. 3. 3.
2月 2月 / 풀꽃 봄을 찾아 나서 보니 봄도 아닌 겨울도 아닌 어중간하더라. 어디쯤엔 봄인 듯하더니 얼음도 보이고 계절이 오고 가고 그러더라. 봄이 온 듯한데 손끝 시리고 나서 보니 자연의 시계는 그러더라. 눈앞에 보이는 게 그렇고 피부에 와닿은 바람이 그러더라. 겨울인 듯, 봄인 듯 길을 나서 보니 아직은 그러더라. -2024, 2, 27 적바림 하다- I Had A Dream - Giovanni Marradi 2024. 2. 28.
설 단상 숙제처럼 다가오는 설(洩)이 해가 거듭될수록 마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설을 앞두고 계획을 세워보지만 마음만 앞서고 열심히 해도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아 일이 뒤처진다. 일을 즐겨하는 편이라 설이 돌아오면 길든 습관대로 카펫과 소파 덮개, 침구류를 세탁하는데 카펫은 윗면이 면사로 된 아이보리색이라 세탁기에 돌리면 깨끗이 세탁이 안 될 것 같아 매번 솔로 문질러가며 세탁을 하는데, 지난 추석에 세탁을 한 카펫은 깨끗해서 세탁을 안 해도 되는데 명절 때면 매번 세탁을 해서 그냥 있으려니 마음이 개운치 않아 이번에는 솔로 문지르지 않고 세제에 담갔다가 발로 밟아 빠니까 한결 수월하다. 카펫만 손세탁을 한 게 아니고 침구류도 모두 세제에 담갔다 발로 밟아 빨았다. 카펫과 침구류만 세탁해도 명절 준비 30%는 끝난.. 2024. 2. 16.
새해 단상 해가 거듭 될수록 새해를 맞이하는 게 기쁘기보다는 초초해지는 느낌이다. 유년 시절엔 나이 먹는 게 그렇게도 좋더니 이제는 나이를 더함에 따라 반갑기보다는 쿵하는 울림이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울림은 더할 테니 생각을 바꿔 내년에는 내가 얼마나 성숙되어 있고, 변해 있을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숲 속의 나무들이 한 계절의 주기를 넘기면 나이테가 하나 더 늘어 봄을 맞이하듯 말이다.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새해 계획을 세우듯이 나 또한 올해도 하나님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남은 시간이 짧기에 정말 하나님 말씀대로 잘 살아야 한다. 송구영신예배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쉼 없이 흘러 1월도 절반이 흘렀다 하루를 시작할 때 힘 있고 기운찬 일을 먼.. 2024. 1. 19.
추석 단상 ↑추석 다음날 저녁 식단(메밀 비빔면)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추석은 공휴일까지 이어져 6일간의 황금연휴가 주어져 많은 이들이 여행 계획을 세웠듯이 우리 가족도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뜻하지 않게 남편이 지난 8월 1일 척추 인대재건수술을 하게 되어 여행 계획이 무산되었다. 유년 시절엔 명절이나 추석이 돌아오면 미리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결혼하고부터는 명절이 돌아오면 기쁘기보다는 명절이라는 명제(命題)를 놓고 주부들은 미리부터 명절증후군을 앓게 된다. 요즘이야 명절이 돌아와도 예전에 비하면 크게 신경 쓸 것도 없는데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맞는 명절이기에 신경을 안 쓸래 안 쓸 수가 없다. 명절이 돌아오면 보름 전부터 "명절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먼저 침구류를 세탁하고 .. 2023. 10. 2.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여름내 폭염으로 이어지는 날씨가 견디기 어렵지만 모든 건 끝이 있고 언젠가는 가을이 올 것을 확신하기에 한가닥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견뎌 보지만 끈질긴 더위는 터를 잡고 주인 행세를 하며 당당하게 맞선다. 어디 더위가 사람에게만 있겠냐 마는 뜨거운 태양을 받고 있는 소나무와 길가 가로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투정 없이 늠름하게 키를 키워 나가는 것을 보면 가장 연약한 게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어스름 새벽 입추가 지났다고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는 제 자리 찾으려고 어린아이 옹알이 하듯 나지막한 음률로 새벽을 연다. 미명의 시간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주범은 잠을 설치게 한 폭염이었다. 전날 종일 지치게 해 놓고도 새벽잠마저 설치게 한 폭염은 이른 새벽부터 고개를 드니 야속하기만 하다. .. 2023. 8. 25.
1박 2일(에필로그) 지난해 이맘때 전남 고흥 쑥섬 수국 출사로 시작된 여행이 자리매김되어 이번에도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길에 들었다. 남편이 몇 년 전 매트와 침낭을 가져오더니 차박 할 때 사용할 거라고 하기에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차박은 절대로 못한다고 했는데 지난해 고흥 나르도항에서 차박을 해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편해서 이번 여행도 차박을 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차박 할 때는 6월이 춥지도 덥지도 않아 짐도 줄일 수 있고 1박 2일 정도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여행 중에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 돼서 시간 절약을 위해 1박 2일 식사 대용이 될 만한 것을 준비했다. 아이스박스에 과일을 준비하고 식사가 될 만한 것을 준비해 이번에도 밖에서는 한 끼 정도 먹고 모두 손수 준비한 것으로 해결했다. 그.. 2023. 8. 23.
개망초 개망초 / 헤세드 가천대 약초원 개망초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영롱한 빛으로 허리춤에 닿을 듯한 춤사위로 밤새 내린 이슬을 머금고 찬란한 아침 햇살에 샤워를 한다. 개망초의 아름다움에 여름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넋을 잃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망부석이 되었다. -2023, 7, 20 적바림 하다.- Bandari - Morning Air 2023. 7. 21.
반달 반달 / 헤세드 이월 스무나흘 어스름 새벽 남쪽 하늘에 걸린 달이 첫사랑의 기억처럼 선명하다. 춘월(春月) 계절의 간이역에서 달은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었을까? 반으로 잘라져 나간 달 속엔 많은 이의 희로애락(喜怒愛樂)이 그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바라 건데 남은 반쪽엔 춘월(春月)의 향기처럼 희망의 빛이 쏟아지길. -이월 스무나흘 새벽녘 적바림 하다.- 2023.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