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숲778 새해 단상 해가 거듭 될수록 새해를 맞이하는 게 기쁘기보다는 초초해지는 느낌이다. 유년 시절엔 나이 먹는 게 그렇게도 좋더니 이제는 나이를 더함에 따라 반갑기보다는 쿵하는 울림이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울림은 더할 테니 생각을 바꿔 내년에는 내가 얼마나 성숙되어 있고, 변해 있을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숲 속의 나무들이 한 계절의 주기를 넘기면 나이테가 하나 더 늘어 봄을 맞이하듯 말이다.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새해 계획을 세우듯이 나 또한 올해도 하나님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남은 시간이 짧기에 정말 하나님 말씀대로 잘 살아야 한다. 송구영신예배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쉼 없이 흘러 1월도 절반이 흘렀다 하루를 시작할 때 힘 있고 기운찬 일을 먼.. 2024. 1. 19. 추석 단상 ↑추석 다음날 저녁 식단(메밀 비빔면)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추석은 공휴일까지 이어져 6일간의 황금연휴가 주어져 많은 이들이 여행 계획을 세웠듯이 우리 가족도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뜻하지 않게 남편이 지난 8월 1일 척추 인대재건수술을 하게 되어 여행 계획이 무산되었다. 유년 시절엔 명절이나 추석이 돌아오면 미리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결혼하고부터는 명절이 돌아오면 기쁘기보다는 명절이라는 명제(命題)를 놓고 주부들은 미리부터 명절증후군을 앓게 된다. 요즘이야 명절이 돌아와도 예전에 비하면 크게 신경 쓸 것도 없는데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맞는 명절이기에 신경을 안 쓸래 안 쓸 수가 없다. 명절이 돌아오면 보름 전부터 "명절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먼저 침구류를 세탁하고 .. 2023. 10. 2.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여름내 폭염으로 이어지는 날씨가 견디기 어렵지만 모든 건 끝이 있고 언젠가는 가을이 올 것을 확신하기에 한가닥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견뎌 보지만 끈질긴 더위는 터를 잡고 주인 행세를 하며 당당하게 맞선다. 어디 더위가 사람에게만 있겠냐 마는 뜨거운 태양을 받고 있는 소나무와 길가 가로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투정 없이 늠름하게 키를 키워 나가는 것을 보면 가장 연약한 게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어스름 새벽 입추가 지났다고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는 제 자리 찾으려고 어린아이 옹알이 하듯 나지막한 음률로 새벽을 연다. 미명의 시간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주범은 잠을 설치게 한 폭염이었다. 전날 종일 지치게 해 놓고도 새벽잠마저 설치게 한 폭염은 이른 새벽부터 고개를 드니 야속하기만 하다. .. 2023. 8. 25. 1박 2일(에필로그) 지난해 이맘때 전남 고흥 쑥섬 수국 출사로 시작된 여행이 자리매김되어 이번에도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길에 들었다. 남편이 몇 년 전 매트와 침낭을 가져오더니 차박 할 때 사용할 거라고 하기에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차박은 절대로 못한다고 했는데 지난해 고흥 나르도항에서 차박을 해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편해서 이번 여행도 차박을 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차박 할 때는 6월이 춥지도 덥지도 않아 짐도 줄일 수 있고 1박 2일 정도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여행 중에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 돼서 시간 절약을 위해 1박 2일 식사 대용이 될 만한 것을 준비했다. 아이스박스에 과일을 준비하고 식사가 될 만한 것을 준비해 이번에도 밖에서는 한 끼 정도 먹고 모두 손수 준비한 것으로 해결했다. 그.. 2023. 8. 23. 개망초 개망초 / 헤세드 가천대 약초원 개망초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영롱한 빛으로 허리춤에 닿을 듯한 춤사위로 밤새 내린 이슬을 머금고 찬란한 아침 햇살에 샤워를 한다. 개망초의 아름다움에 여름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넋을 잃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망부석이 되었다. -2023, 7, 20 적바림 하다.- Bandari - Morning Air 2023. 7. 21. 반달 반달 / 헤세드 이월 스무나흘 어스름 새벽 남쪽 하늘에 걸린 달이 첫사랑의 기억처럼 선명하다. 춘월(春月) 계절의 간이역에서 달은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었을까? 반으로 잘라져 나간 달 속엔 많은 이의 희로애락(喜怒愛樂)이 그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바라 건데 남은 반쪽엔 춘월(春月)의 향기처럼 희망의 빛이 쏟아지길. -이월 스무나흘 새벽녘 적바림 하다.- 2023. 3. 23. 기다림 기다림 / 헤세드 설익은 봄 햇살이 애써 봄을 깨우려 하지만 복수초만 겨울잠을 깨고 목련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단꿈을 꾼다. 입춘이 지나자 매화는 하나둘 팝콘 터지듯 봄을 깨우지만 꽃샘추위에 머뭇거리고 풋잠이 든다. 기다림이 어디 봄뿐일까?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봄이건만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봄빛 닮은 그대가 그리워서이다. -2023, 2, 20 봄을 기다리며 적바림 하다.- 2023. 3. 6. 2月 2月 / 풀꽃 봄을 찾아 나서 보니 봄도 아닌 겨울도 아닌 어중간하더라. 어디쯤엔 봄인 듯하더니 얼음도 보이고 계절이 오고 가고 그러더라. 봄이 온 듯한데 손끝 시리고 나서 보니 자연의 시계는 그러더라. 눈앞에 보이는 게 그렇고 피부에 와닿은 바람이 그러더라. 겨울인 듯, 봄인 듯 길을 나서 보니 아직은 그러더라. -2023, 2, 15 적바림 하다- 2023. 2. 27. 작은 섬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기쁨을 안겨준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섬김은 받는 것보다 섬길 때가 더 기쁘고 행복하니까. 시작은 섬김에서 시작된 게 아니고 주님 안에서 교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같은 교구 권사님께서 올해 86세로 2년 전 남편께서 하늘나라 가시고 홀로 살고 계시는데,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고 자녀 셋을 모두 신앙 안에서 훌륭하게 키워 아들 둘은 캐나다에 살고 딸은 서울에 사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있는 게 안쓰러워 딸 집에서 한 달여간 엄마와 함께 지냈는데 권사님께서 사위가 어려워 집으로 내려오셨다. 딸이 엄마 혼자 계신 게 마음이 쓰여 하루에도 수시로 전화하고 하나서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쓰고 반찬도 만들어 퀵서비스로 보내 드리.. 2023. 1. 19. 이전 1 2 3 4 5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