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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추석 단상

by 풀꽃* 2023. 10. 2.

↑추석 다음날 저녁 식단(메밀 비빔면)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추석은 공휴일까지 이어져 6일간의 황금연휴가 주어져

많은 이들이 여행 계획을 세웠듯이 우리 가족도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뜻하지 않게 남편이 지난 8월 1일 척추 인대재건수술을 하게 되어 여행 계획이 무산되었다.

 

유년 시절엔 명절이나 추석이 돌아오면 미리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결혼하고부터는 명절이 돌아오면 기쁘기보다는 명절이라는 명제(命題)를 놓고 

주부들은 미리부터 명절증후군을 앓게 된다.

요즘이야 명절이 돌아와도 예전에 비하면 크게 신경 쓸 것도 없는데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맞는 명절이기에 신경을 안 쓸래 안 쓸 수가 없다.

 

명절이 돌아오면 보름 전부터 "명절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먼저 침구류를 세탁하고 카펫을 빨고 그다음으로 한 주 전 김치 담그고

추석음식 메뉴 선정하고, 요일 별로 스케줄을 짜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자녀들은 힘든데 음식 많이 하지 말라고 하지만, 항상 나의 방식대로 하고 있다. 

 

딸들은 명절을 시댁에서 보내고 명절 다음날 오고

며느리는 명절 전날 오는데, 이번에는 아이들 학원 보강 수업이 있어 저녁 무렵에 왔다.   

스케줄을 세워서 하니까 거의 준비를 끝내고 마무리만 며느리와 함께 했다. 

이번 추석엔 음식 메뉴를 대폭 줄이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걸로 몇 가지만 준비했다.

사위들이 식혜는 장모님 식혜가 최고라고 하기에

식혜는 기본이고 송편대신 약식을 하고,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새우장과 토란국,

양장피, 코다리구이. 청포묵무침, 샐러드, 떡갈비,  

모둠전은 사돈(며느리 친정엄마)께서 만들어 보내 주셨다. 

음식을 다 준비했어도 상차림 할 때는 즉석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기에 

며느리는 보조 역할을 하고 음식을 접시에 담는 것도 항상 내가 하고 있어

이제는 자녀들이 으레 접시에 음식 담는 건 엄마가 하는 거로 알고 있어

자녀들은 옆에서 엄마 지시대로 거들고 있다.

이번 추석에 가장 힘들었던 건 토란 껍질 벗기는 건데, 

남편이 척추 인대재건수술을 하고 혼자 토란 4kg을 혼자 껍질 벗기느라 몹시 힘들었다.

  

추석 전날 음식을 다 준비했기에 추석 당일 날은 아들 가족하고만 보내기에 

시간의 여유가 있어 며느리와 담소를 나누며 한가롭게 보내고

추석 다음날은 가족이 모두 모이기에 화기애애하게 명절 분위기이다.

음식을 준비할 땐 힘들었어도 가족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 힘들었냐며 뿌듯한 마음이다.

 

명절이 돌아오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돼서 여행도 가보고 , 밖에서 외식도 해 봤지만 

명절 부위가 나질 않아 힘은 들어도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화기애애하게 보내는 게

아이들에게 명절 문화도 전수하고 명절 때 아니면 사촌들과 만날 기회도 없고  

우리 자랄 때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듯이 아이들 또한 명절을 앞두고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6일간의 연휴 중에 4일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이틀은 특별함이 없어도 좋을 만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안식을 취할 생각이다.

추석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 결에 새벽녘 손끝이 시릴 만큼 가을이 와 있었다. 

야호!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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