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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1박 2일(에필로그)

by 풀꽃* 2023. 8. 23.

 

 

지난해 이맘때 전남 고흥 쑥섬 수국 출사로 시작된 여행이 자리매김되어

이번에도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길에 들었다.

남편이 몇 년 전 매트와 침낭을 가져오더니 차박 할 때 사용할 거라고 하기에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차박은 절대로 못한다고 했는데

지난해 고흥 나르도항에서 차박을 해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편해서 

이번 여행도 차박을 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차박 할 때는 6월이 춥지도 덥지도 않아 짐도 줄일 수 있고 

1박 2일 정도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여행 중에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 돼서

시간 절약을 위해 1박 2일 식사 대용이 될 만한 것을 준비했다. 

아이스박스에 과일을 준비하고 식사가 될 만한 것을 준비해 

이번에도 밖에서는 한 끼 정도 먹고 모두 손수 준비한 것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하니까 시간이 절약돼 여러 곳을 관람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이번에도 여러 곳을 관람할 수 있었다.

 

남편이 평소에는 여느 남편과 다를 바 없지만

출사 여행만큼은 완전 나를 위한 여행으로 VIP 대접을 받는다.

교회 갈 때나 남편과 어디를 갈 때면 남편이 하는 멘트가 있는데

"안전하게 잘 모시겠습니다."

남편이 이렇게 말할 때면 나는 왕비가 된 느낌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남편은 잠시 둘러보고

차에서 휴식을 갖거나 자유의 시간을 갖고 나는 나대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사진을 담고 아무리 늦게 와도 늦게 왔다고 하기보다는 

좋은 사진 많이 찍었냐고 묻곤 한다.

이렇게 말하는 건 평소에 출사를 다녀와도 똑같은 말을 한다.  

 

여행할 때 지방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이번처럼 생각지도 않은 득템을 만날 때가 있는데

저만치 지나와 말을 해도 귀찮은 기색없이 지나온 길로 다시 돌아가 

목적지에 내려주며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아마 남편은 내가 원한다면 없는 길도 만들어 내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고

하늘의 별이라도 내가 원한다면 따다 줄 그런 마음이다.

남편이 마음이 좋아서라기보다 본인이 취미 생활을 하다 보니 

상대의 취미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나의 삶이 대리석 궁전의 꿈은 아니어도 

남편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게 꿈이었는데

비록 남편과 같은 취미는 아니어도 상대의 취미를 존중해 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그저 감사하다. 

1박 2일 출사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나에게 맞춰 준 남편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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