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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이 또한 지나가리라.

by 풀꽃* 2023. 8. 25.

 

 

여름내 폭염으로 이어지는 날씨가 견디기 어렵지만

모든 건 끝이 있고 언젠가는 가을이 올 것을 확신하기에

한가닥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견뎌 보지만

끈질긴 더위는 터를 잡고 주인 행세를 하며 당당하게 맞선다.

 

어디 더위가 사람에게만 있겠냐 마는 뜨거운 태양을 받고 있는 

소나무와 길가 가로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투정 없이

늠름하게 키를 키워 나가는 것을 보면 가장 연약한 게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어스름 새벽 입추가 지났다고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는

제 자리 찾으려고 어린아이 옹알이 하듯 나지막한 음률로 새벽을 연다.

미명의 시간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주범은 잠을 설치게 한 폭염이었다.

전날 종일 지치게 해 놓고도 새벽잠마저 설치게 한 폭염은

이른 새벽부터 고개를 드니 야속하기만 하다. 

 

매화가 혹한의 시기를 겪었기에 향기롭듯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결국 더위를 잊는 길이라 생각하고

평소에 자주 읽던 책을 펼쳐 들었다.

헤세는 기나긴 여름날 숲과 호수의 손님이 되기 위해 집을 떠났다.

그리고 울타리 너머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삶을 꿈꾸는 이는 많지만 생각에 그치고 사는 사람이 도시인이다.

누구나 책이나 영화에서 감흥을 받으면 그것에서 끝나지 말고 

실천해야 하는데 나부터도 생각으로만 그치게 된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처서가 지났어도 더위는 여름 한복판에 놓여 있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가을 풀벌레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가 하면 

여름내 터를 지키며 울어 대는 매미는 아직도 귀가 따갑도록 목청 높여 울아댄다.

그럼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가을을 내다본다. 

가을 풀벌레와 매미의 울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숲 속의 작은 오케스트라가 열리는 아침이다. 

야호! 가을이다.

어제 교구 목사님께서 구역장 단톡방에 준비물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따뜻한 눈빛과 아름다운 미소 준비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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