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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싯다르타

by 풀꽃* 2024. 3. 3.

 

위대한 싯다르타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으며,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자신은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하였으며

스스로에게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지도 못하였다.
모두가 사랑한 싯다르타, 한 사회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싯다르타는 스승이 가르쳐 주는 자기 초탈의 수련법을 마치고 

난 후에도 여전히 갈증을 느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화해하는  

그 평범하지만  숭고한 생의 온기를 그리워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갈망 또한 느끼기 시작한다.
아직 한 번도 여성과 육체적 관계를 맺어본 일이 없는 싯다르타는 

아름다운 여인 카밀라를 만난 후 이성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싯다르타는 

카밀라를 "사랑의 대상"이라가 보다는 "배움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장안의 유명한 기생이었던 카밀라에게 "사랑의 기술"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세상 온갖 공부에 목마른 그에게는 사랑의 기술마저 배우고 깨달아야 할 

지혜의 일종으로 비쳤다.
카밀라는 거지와 다를 바 없는 초라한 행색의 남자가 다짜고짜 자신에게 

"스승이 되어달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동시에 호기심도 생겼다.
그녀를 찾아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육체를 욕망의 대상으로 여겼다.
금은보화로 그녀의 환심을 사서 결국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흔해빠진 남자들의 유혹 방식이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카말라를 완전한 인격체로 대접했다.
모두가 유혹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그녀를 

배움의 대상으로 우러러보며 스승으로 삼고자 한다.
이런 싯다르타의 진솔한 모습에 내심 감동한 카밀라는 그에게 진심으로 충고한다.
자신을 찾아오는 남자들은 아름다운 옷을 입고, 멋진 신발을 신고, 

지갑에는 돈을 두둑이 넣어 가지고 온다고.  
당신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몸뿐인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그러자 싯다르타는 순진하게도 카말라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느냐고.
그러자 카말라는 "할 줄 아는 일"이 뭐냐고 되묻는다.
이에 대한 싯다르타의 대답이 참으로 해맑기 그지없다.
"나는 사색할 줄을 아오. 나는 기다릴 줄을 아오.
나는 단식할 줄을 아오"
사색하기, 기다리기, 단식하기, 끊임없이 자신의 욕망을 미루고, 

끊어내고, 부정함으로써 그는 세상을 향한 집착에서 해방되는 법을 배웠다.
그는 그렇게 세상과 멀어졌으며, 

세상을 멀리서 관조하는 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단련해 왔다.
하지만 그런 지혜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조차 모른다.
"돈을 벌어야 한다 한다"는 생각조차 완전히 잊고 살았던 것이다.
기가 막힌 카밀라는 싯다르타에게 묻는다.
정말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느냐고.
그러자 싯다르타는 말한다.
"시를 지을 줄은 안다고. 자신이 아름다운 시를 지어준다면 입맞춤을 해줄 수 있느냐고. 
카멜라는 "시가 마음에 든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싯다르타의 꾸밈없는 마음이 빚어낸 아름다운 사랑의 즉흥시는 

기어이 그녀를 감동시키고, 그녀의 입맞춤은 한 번도 여자와 키스를 해본 적 없는 

순진한 싯다르타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고 만다.
가족과 친구 외에, 그리고 배움의 수행 외에 처음으로 애착의 대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랑이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번뇌의 근원이라는 것을 

순진한 싯다르타는 아직 몰랐던 것일까?
그는 투우사에게 돌진하는 소처럼 그렇게 사랑을 향해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 돌진한다 

사랑에는 아직도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한 그에게 맹목적이고도 물릴 줄을 모른 채 

마치 바닥이 없는 심연 속으로 뛰어들 듯  쾌락의 늪 속으로 뛰어드는 그에게

그녀는 근본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르쳐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쾌락을 주지 않고서는 받을 수 없으며, 

몸짓 하나하나, 어루만짐 하나하나, 접촉 하나하나, 눈길 하나하나가 

모두 제각기 비밀을 지니고 있으며 인체의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각기 나름대로 비밀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은 자극받아 깨어나면 그 비밀을 아는 사람에게 아무 때라도 

행복감을 안겨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름이나 외모처럼 겉으로 보이는 차이가 아니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내면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다움"을 만들어내는 실체를 향해 

한 발 다가서는 것이 인생의 여정임을 깨달아야 한다.
싯다르타 또한 나와 너무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자신을 두려움 없이

내던짐으로써 나다운 어떤 것을 찾아갔다. 
 카밀라에게 "사랑의 기술"을 배웠다면, 

그녀에게 "사랑의 수업료"로 바칠 돈을 벌기 위해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기술, 경쟁의 기술, 인생의 기술을 배운다.

<중략>
<헤세로 가는 길 /싯다르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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