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08년11월8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백암산 백양사 단풍
위치:전라남도 장성
자고나면 저만치 달아나 버리는 단풍의 물결!!
마음 같아선 가지마라 매달리고 싶은데...
그렇치 않으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고 얼르고 싶은데...
야속하게도 그들은 잠시도 머물지 못하는 변덕스러움에
제몸 치장하느라 뒤도 안돌아 보고 떠나간다.
진력나도록 머물다 가는 구차한 손님이 아니란 걸 알기에
어쩔수 없이 쫓아 다닐수 밖에 없는 궁한 사람이 되어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쁜 일상속에...
작은 몸뚱아리 나부대는 소리만 요란하다.
벌써 높은 산에는 눈 소식이 전해지고...겨울을 향한 채비가 다 된것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가을을 가두워 둔채 남으로 남으로 가을을 잡으러 따라간다.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맞이하는 산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자신이 선 자리를 아름답게 물들이다 간다.
수만가지 표정들로 들끓는 도심을 벗어나...가을의 끝자락으로 가는 통로에서 발그레 홍조띤 너스레가 시작되는 백양사 단풍!!소리없이 익어가는 오색향기로 가득하다. 마음이 들떠있는 아이같은 마음이다.
빛 고운 물감으로 채색하듯 ...제 각각의 형상으로 수를 놓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마치 가을 동화 속 풍경같다.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예쁜 천사인 단풍!!
단풍이 제 빛을 드러내기 위해선 비도 적당하게 와야되고 그에 따라 적당하게 기온도 떨어져야 하고 하늘도 푸르러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 널뛰기 하는 기온탓에 단풍이 곱게 내려앉은 백양사 단풍!!
오늘도 백양사 단풍은 늘 푸른 소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조심스런 새악시의 발걸음을 닮은 듯...살포시 내려앉은 단풍은 이곳 백양사 뜨락까지 내려앉았다.
하늘도 ~ ~ 바람도 ~ ~ 구름도 풍경이 되는 곳...이곳에선 사람도 풍경같다.
이 많은 사람들중에는 가을이 저만치 가는줄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도 있을것이고,사는것이 무엇인지 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도록 삶에 노예가 되어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답고, 눈부신 가을 속으로 녹아든 하루는 그 모든것이 다 아름다워 보이리라...
아주 편한 마음으로 가을빛 쏟아지는 가을길을 거니는 마음은 이미 이곳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형형색색의 단풍...그리고 기암절벽이 병풍을 치듯 올려다 보이고 단풍사이로 들어오는 파아란 하늘과 하얀 조각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높이 날으는 새가 멀리 볼 수 있고, 낮게 날으는 새는 더 자세히 볼 수 있듯이...그곳에서 나는 오색빛 유희를 즐긴다.
유유자적 걸으며 행복을 노래하고 싶었고 가을을 닮은 넉넉한 마음이고 싶었다.
아름다운 단풍과 어우러진 백학봉의 모습과 쌍계루의 연못 물빛속에 담겨진 가을풍경의 모습이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제 마음대로 버려두어도 하늘이 키우시니 저토록 아름답다.
하늘이 아니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풍경...산책길 같은 오붓함에 걸음들이 가붓하고 몸도 마음도 곱게 오색단풍으로 물들인
그 시간이 그져 행복 할 뿐이다.
옹골진 계곡 한 모퉁이에 계절의 순환기의 끄트머리에서 하늘거리는 구절초가 게으름을 떨며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야위어가는 구절초의 뒷모습이 마냥 쓸쓸해 보인다.할말 못하고 떠나는 꽃처럼...
비록 산은 오르지 못했지만...산으로 떠나는 마음만 있으면 행복하다.
아직 가을과 할 얘기도 많은데...가을은 성큼 성큼 우리곁을 떠나려 한다.
이 아름다운 단풍의 행렬도 며칠 후면 제 빛을 잃고 낙엽이 되어 땅 위를 딩굴게 될 것이다.
이제 내어줄 것 다 내어주는 나무는 넉넉한 가을을 맞이하여 다시 자기를 비우고 자기의 공을 내세우지도 않고, 백양사의 가을단풍은 잘 가라고 손을 흔든다.
오늘 하루도 아름다운 오색단풍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음이 그져 행복 할 뿐이다.
백암산!! 백양사의 가을이 오래 오래 내 가슴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11월10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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