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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외출 첫째 날(덕유산)

by 풀꽃* 2009. 7. 31.

7일간 외출 첫째 날(덕유산)

 

언제:2009년7월22일(수요일) 날씨:하늘이 예쁘게 그림을 그리던 날
어디:덕유산(1614m)
위치:전라북도 무주
코스:무주리조트(곤도라 이용)-설천봉-향적봉-중봉

 


지난해부터 꿈꾸어 왔던 덕유산 계획!!
오래전부터 청주에 사는 여동생이 놀러 오라는 성화에도 꾹 참었던 것은 야무진 속셈이 있었기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산악회에 몸을 실어 덕유산을 갈 수도 있지만...
한 번 다리를 부상한 후로는 겁부터 나고 선뜻 따라나서기가 두렵다.

원추리가 필 무렵 내려가겠다고 약속을 하곤 매일매일 "한국의 산하" 사이트에 집중을 했다
7월20일 쯤이면 원추리가 만개 될텐데 덕유산 산행기가 올라오지를 않는다

7월21일(화요일) 이른아침 검색을 해보니 덕유산의 노오란 원추리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에 내려가기로 약속을 하곤 언제나 하는 아침산행길에 오른다
청심환이라도 먹어야 가라앉을 것만 같은 설레임...
마치 어린아이가 소풍날 받아 놓은 것 같이 마음이 설렌다.

여느 때와 같이 권사님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눠가며 걷는 마음 한 켠에는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몸은 이곳에 있고 마음은 벌써 덕유평전을 떠올리며 덕유의 능선을 넘나들고 있다.
해외 등반을 할 때도 이렇지가 않았는데...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드니 그래서 일까?..ㅎㅎ

그런데 이게 웬일?..
산에서 돌아오니 집에 커다란 공사가 벌어졌다.
지난번 장마 때 아래층으로 물이 스며들어 베란다의 타일 교체 작업이 벌어진 것이다.
이럴 땐 어떻해야 되는 건지?..
하는 수 없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보류를 시켜놨다.

얼마 후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이 하는 말!! 왜 준비 안 하고 그러고 있냐고 기가 막힌 말을 한다.
여자가 있어도 크게 도움도 안 되는데 그냥 다녀오란다.
선뜻 나서기도 그렇고, 내일 간다고 하니까 내가 신경 쓸테니까 마음 편하게 다녀오란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치 않음은 누구나 같는 본능일께다.

언제나 여행길에 나의 복장은 "등산복장이다."
교회 갈 때 입을 평상복 한 벌에다 모두 등산복장이다.

7일이나 되는 휴가의 화려함에 군침이 꿀꺽 목울대를 자극한다.
긴 휴가의 쓰임새를 놓고 산에도 가고,오지에 있는 교회도 탐방하고,벗님도 만나고...갖가지 종합선물세트에 끼워팔기를 하듯...몰아주기를 하듯 분위기 몰고 나선 몸짓이 날아갈 듯 가볍다.
구속된 일상도 아니건만 이런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일상이 행복한 날.....
화려한 외출은 아니지만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 것도 필요한 듯 하다.
예전엔 종종 2년차 되는 친구같은 동생네 집으로 가벼운 짐보따리 들고 자주 여행길에 올랐었는데 그 시간속 이야기는 벌써 오랜 추억으로 자릴한다.

첫째날은 늦으막한 시간에 도착한 관계로 해후를 풀고 동생 내외와 그간의 있었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지금 생각하면 산과의 인연도 제부의 영향이 크다.
산이 좋아 청주에서 목회를 하게된 제부의 권면으로 이산 저산 발을 딛게 되면서 산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은 두 사람이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산이야기로 삼매경에 빠진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행복한 날...

지난해 10월 설악산 산행 후 처음 같는 산행이다.

조금은 오래 걸을 수 있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곤도라를 이용한다.

덕유산 산행을 수없이 했어도 곤도라 타고 하는 산행은 처음이다.
산행이라기 보다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행길이다.
무주 리조트의 풍경은 평일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은 별로 없고 방학을 이용한 초등학생들의 단체 관람이다.
15분간의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는 풍경속엔 장마가 가져다준 계곡의 물 흐름이다.
스키장의 풍경도 간 곳 없고 모두가 초록의 벌판들이다. 경사면을 보고야 스키장을 가늠하지 그렇지 않고는 리푸트를 보고서야 가늠이 간다.

순백의 덕유산을 떠올리며 설천봉의 모습도..스키장의 모습도 모두 하얗게 그려본다.
5년전 송구 영신예배를 드리고 곧바로 덕유종주길에 나섰던 그때의 모습도 펼쳐보았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 육십령에서 시작해 하얀 눈길을 원없이 걸었던 아름다운 추억...
아름다운 추억이라기 보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나의 덕유산 종주이기도 하다.
무박 산행으로 산장 예약도 없이 떠난 덕유산 종주!!
하마터면 실종의 위기까지도 갈 뻔했던 위기의 덕유산 종주였다.
겨울에 해가 짧아 중봉에 다달았을 무렵 어둠은 밀려 오고 중봉의 칼바람은 몸을 지탱하기 조차 힘들 만큼 거세었다.
행동식이 있어도 손이 시려워 장갑을 벗기 조차 힘들었던 순간들...허기가 도니까 체온은 더 떨어지고...
그 순간 스처가는 생각이 "실종"이란 단어였다.

어렵게 향적봉대피소에 몸을 맡기고 예약도 없이 남녀 구분도 없이 앉아서 밤을 지세웠던 추억들....
하루종일 몸이 한기에 배어 몇날 몇일을 한기로 얼얼했던 그 추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겨울철이면 바글바글 시끌벅적하던 설천하우스에도 몇몇 사람들만 눈에 뛸 뿐 한가롭다.



산행 같았으면 걷기에 바빴을텐데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여유를 누리며 유유자적 사방을 둘러 보며 덕유의 맑은 공기를 내 안에 가득 채운다.

하늘이 이쁘게 그림을 그린 날...
파아란 하늘에 하아얀 솜털구름 수 놓고 초록의 카펫 위에 노오란 원추리의 춤사위가 하늘댄다.
지난번 장맛비로 인해 잔뜩 물을 머금고 고개를 푹 숙인채 외면하려 든다.
고도가 높은 곳엔 바람에 휩쓸려 마치 폭탄을 맞은 것 같기도 하고...
사면을 아래로 내려 가면 그나마 그곳엔 마치 기다려라도 준 듯이 예쁜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꽃이든 꽃의 모습이 아름다우려면 비도 적당히 내려야 하고, 기온도 적절해야 하고,햇빛도 적절해야 한다.

천상의 화원..덕유산 원추리를 보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다리고 기다렸건만...덕유평원의 노오란 원추리는 기다리다 지쳐 머리를 땅으로 숙이고 떠나려 한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지 않던가?..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경사진 사면을 미끄러지며 내가 꽃인 듯..꽃이 나인 듯 꽃과 하나되어 덕유의 품속에서 마냥 행복한 소녀가 되어본다.
마치 보물을 얻은 듯...안 먹어도 배 부르 듯 마음이 뿌듯하다.
그곳에서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이리 훨훨 ~~저리 훨훨 ~ ~덕유평원을 나르고 싶었다.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내려간 주지 스님이 쌓인 눈 때문에 오지 못하자 스님을 기다리다 추위와 굶주림에 앉은 채로 얼어 죽었다는 동자스님의 슬픈 전설을 안은 동자꽃...
원추리 만큼 군락을 이루진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눈에 띄인다.
꿩대신 닭이라 했던가?..
원추리는 장맛비로 인해 잔뜩 물을 머금고 고개를 푹 숙인채 외면하려 들지만 고운 자태를 들어낸 동자꽃은 너무도 곱다.
휑한 마음을 동자꽃이 위안을 가져다 준다.





해가 거듭할 수록 마음이 여유로와 진다.
예전엔 산행을 하면 빨리 가기에 급급했었는데 요즘은 어느 하나 놓칠세라 모든 걸 꼼꼼히 담는다.
길게 뻗은 동엽령을 바라다만 보고 중봉까지만 오른다.
마음 같아선 덕유의 능선길을 끝까지 걷고 싶지만...마음여행으로만 하고 되돌아선다.

아까 오를때 날을 세우던 향적봉 정상 바람도 풀기를 잃고 고요한 가운데 고추잠자리들의 천국이다.
함께 동행한 동생 내외는 이미 내려간지 오래다.
설천하우스로 향하는 길은 숲속터널로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모두가 여행길에 나선 사람들은 나 뿐이 아니라 마음들이 여유롭다.
유유자적 풍광도 담아가며 담소도 나누며 삼삼오오 거니는 모습들이 참 평온해 보인다.

설천하우스 테이블에 점심상을 차리고 덕유의 맑은 공기와 하늘이 그린 예쁜 구름과 초록의 실루엣이 가져다 주는 정기를 담아 먹는 점심상은 누가 뭐라해도 진수성찬의 비길바가 아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2009년7월22일   들꽃향기.....

 

 

 

 

화려한 외출은 아니지만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

가족의 둥지를 떠나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서로가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고

일상에서의 탈출이라는 해방감 하나 만으로도

기쁨을 맛볼 수 있게된다.

 

2년차 되는 친구 같은 동생네 머무르면서

산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제부로부터

매일같이 산행 접대를 받아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옴이

그져 행복하기만하다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블로그 친구님들이

많이 보고팠지만

이 들꽃 대견스럽게 꾹 참아가며

일주일이란 시간을 잘 견뎌왔습니다.

 

이제 그간의 있었던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친구님들 한테 풀어 놓을께요.

 

화려한 외출은 아니니까

크게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동안도 들꽃을 사랑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 모두를...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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