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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외출 세째 날(낙가산,것대산,상당산성,우암산)청주시가지 산행종주

by 풀꽃* 2009. 8. 3.

언제:2009년7월24

어디:낙가산(482m)-것대산(484m)-상당산성(491.5m)-우암산(331m)

위치:충북 청주

코스:용암동(한신 빌리지)-낙가산(정상)-것대산-출렁다리-상당산성-우암산(5시간 소요)

 

 

 

집을 나서면 바로 낙가산으로 접어든다.

동생 내외와 목적지를 낙가산 정상으로 정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동생은 우편물 올게 있어 정상을 못 미쳐 되돌아오고 제부와 나는 정상으로 향한다

이곳 낙가산은 능선이 길게 이어져 정상까지 부지런히 올라야 1시간40분이 소요된다.

매일 운동삼아 하는 산행코스로는 좀 무리인 듯 싶다.

 

산을 오르다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은 낙가산을 거쳐 상당산성까지 가신다고 우리도 함께 동행하잖다.

바람이 시원한게 산행하기 딱 적합한 날씨다.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한 번 가고 싶었던 코스인데 잘됐다 싶어 흥쾌히 대답을 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전화를 받으시더니 복날이라고 친구분께서 보신탕을 함께 드시자고 약속을 하신 모양이다.

어르신과 제부는 곧바로 하산을 하고 나는 어르신께 길을 안내 받고 혼자 출발을 한다.

 

 

것대산에 설치된 봉화대

 

인적이 뜸한 길이지만 산이기에 마음을 놓고 산길을 따라 걷는다.

등로엔 들꽃들이 모습을 보이며 친구하잖다. 유유자적 그들과 벗하며 사진도 담아주고 간간히 만나는 버섯들의 눈인사 건네며 걷는 길이 마냥 즐겁다.

 

  

 

  

출발을 한지 5분도 안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달랑 500m물 한 병이 전분데...

우산도 비옷도...아무 것도 준비가 안 돼있다.

비닐 봉지라도 있었으면 걱정이 덜 될턴데 디카와 휴대폰이 걱정된다.

일기예보로는 남부지방에만 비소식이 있었는데 마음이 무거워진다.

여름엔 많은 양의 비만 아니면 비 맞고 산행하는 것도 괜찮은데 디카와 휴대폰이 문제다.

 

그래도 마음이 조급 할 법도 한데 왜 그렇게 여유가 있는건지...볼거 다 보고 참견 할거 다 참견하고 여유롭다.

 

 

 

길은 오름길도 없이 능선 길과 내림길로 이어진다.

산길을 걷다 딸기도 따 먹어가며 편안한 들판도 만나고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인다.

 

 

 

오름길도 아니고 편안한 능선길인데 비문이 새겨진 검은색의 비문석과 함께 슬프고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간 고 박주만씨...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생의 마감을 꿈꾸지만 쉽지가 않다. 생을 마치면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연인을 원하기 때문이다.

12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간 "고 박주만"씨...뇌출혈로 생을 마감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 청년이었다.

육체는 세상에 남아 아름다움을 수놓고 혼은 하늘로 올라가 고통 없는 곳에서 못 다한 꿈을 이뤘으면 한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글귀가 마음을 가라앉힌다.

 

얼마를 지나자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국립공원에나 있을법한 다리다.  요즘 설치된 다리들은 진동이 없어 마치 육교를 걷는 듯한 느낌인데 이 출렁다리는 예전의 모습처럼 걸을 때마다 출렁출렁 진동을 가져다 준다. 

 

 

능선길로 조금가니 산성으로 접어든다. 어제 섰던 곳에 다시 서게 된다. 내리는 비의 양은 산행하기에 알맞을 정도로 옷도 적시지 않을 정도다

산성에서 가는 길은 계속 내림길이다.

비가 내려서인지 숲향이 더 짙게 느껴진다. 숲속으로 거닐다 보면 비가 오는 것 조차 느껴지질 않는다.

어제 오르던 길을 오늘은 내림길이다. 얼음골을 지나 팔각정에 다달을 무렵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내가 청주에 머물러 있을 때 함께 산행을 하던 선배님이 사모님과 함께 팔각정 정자에 앉아 쉬고 계셨다.

그렇지 않아도 뵙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고 잠시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움의 시간을 보냈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들...다시는 못 만나리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좋은 관계속에 만났으니 다행이지 만일 좋지 않은 관계에서 만났더라면 얼마나 당황을 할까?..

그런 생각도 스쳐간다.

짦은 만남 긴 여운이 한참 이어진다.

 

 

걸음을 재촉한다. 숲속길이라 비는 피해서 갈 수가 있다.

우암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제와 반대로 된비알길의 오름길이다.

오름길이 조금 힘은 들지만, 하고 싶었던 4개 산을 종주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기쁨이 솟는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을 갖았을 때 그 기쁨이다.

 

언제나 갖는 생각이지만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내가 오르고 싶을 때 오를 수 있는 산이 있고, 그리고 모든 여건이 따라 주는 것에 오늘도 감사한 생각을 갖는다.

 

요즘에 자주 갖는 생각이지만...

다시는 산에 발을 딛지 못 할 것만 같았었는데...이렇게 산길을 걷고 있는 것이 꿈만 같고, 그것도 4개산을 종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자신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다리 부상 후 생활에 장애까지 있어 다리를 굽히지 못하고 다리미질을 할 때면 식탁에다 다리미판을 올려 놓고 하고, 화장대가 좌탁이라 화장을 할 때면 의자를 같다 놓고 앉아서 하곤 했었다.

 

흠 많고 부족한 저를 어디다 쓰시려고 그 큰 사랑을 베푸시며 건강으로 바꿔 놓으셨는지?...

언제나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앞을 가린다.

지금의 마음같아선 주님이 부르시면 어디라도 따라 가겠노라고 다짐해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런 마음도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생각하며, 지금의 나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빗줄기가 굵어진다.

우암산 정상에서 하산 길은 약 30분이면 족할 것 같다.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어디냐고 묻기에 산이라고 말하고는 남편이 걱정할까봐 긴 시간 종주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곳은 비가 온다고 하니까 그곳은 날씨가 너무 좋단다.

우리나라가 좁다고들 말은 하지만 그런걸 보면 우리나라도 넓긴 넓은가보다.

 

남편이 하는 말이 집안 공사도 다 끝나고 했으니 집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편하게 잘 있다 오라고 한다.

 

화려한 외출은 아니지만 가족이란 둥지에서 가끔은 이렇게 빈자리를 통해서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더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비가 와서 마음이 급해서인지 단숨에 산을 다 내려왔다.

산속을 빠져나오니 내리던 비도 그치고 해맑은 햇살이 수줍은 듯 미소를 짓고 나를 반긴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선지 긴 시간의 산행을 했어도 배고품도 잊고 뿌듯함과 환희의 기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여행 세째 날 산행을 마무리 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2009년7월24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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