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추억이 되어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측 끝에 있는 두 분은 부부인데 지리산이 좋아 얼마 전 경남 산청에 전원주택을 짓고 지리산을 앞산 오르듯 오르고 계시다.
▲2013년 10월 4일 1박 2일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때 서북 능선에서 일행들과 함께
누군가가 오랫동안 나를 생각하고 배려해 준다는 것
아마 그것보다 고마운 일은 없을 것이다.
며칠 전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권사님 가을인데 설악산 가셔야지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지난 토요일 정기산행 다녀오면서 등산부 회원들이 하는 말이 등산부 회원은 전보다 많이 늘었어도 요즘 등산부에 산소녀(등산부의 나의 닉네임)가 없으니까 마치 마음 한 곳에 구멍이 난 것처럼 허전하다고 회원들 모두가 입을 모았단다.
폰을 바꾸고 나서는 한동안 등산부 밴드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는데
등산부에서 10월 연휴를 이용해 1박 2일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계획하고 밴드에 공지하니까 여기저기서 산소녀 이야기가 올라오고 지리산 종주와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때 찍은 사진이 올라오며 난리가 났는데 나보고 뭐 하고 있는 거냐며 예전의 나의 산행 파트너 권사님께 또 전화가 왔다.
그래서 10월 정기산행은 나를 초대하기 위해 케이블카가 설치된 대둔산으로 정했다고
그때는 꼭 가셔야 한다며 시간 비워 놓으라고 전화를 주셨다.
그 말씀에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흘렀다.
안 그래도 아침에 집사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들떠 집안일이 손에 걸리지 않아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권사님의 전화를 받고는 우리는 또 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에는 등산부 회원들이 모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산에 관한 이야기로 화두가 되곤 했다.
하물며 장례식장에서도 우리는 산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등산부 창립 멤버인 내가 이제는 무릎 악화로 지난 3월 용봉산 산행을 끝으로
산행을 못 하고 있으니 나를 놓고 아우성치는 게 이해가 된다.
아침에 집사님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들떠 일행들과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에 동참할까 하다가
13시간 산행이 무리일 것 같아 마음을 다스리며 공룡능선 산행은 생략하고
10월 정기산행 대둔산이나 갈까 한다.
등산부 창설된 지가 올해로 13주년이 됐는데 지난 추석 연휴에는
13주년 기념으로 중국 태항대협곡 등반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내가 없어서
많이 허전했다고 한다.
이렇듯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나를 잊지 않고 생각해 주는 게 참 고맙고 감사하다.
그날은 종일 산 그리움에 손에 일도 안 잡히고 괜스레 마음을 추슬렸다.
무릎 악화로 산을 내려놓고 사진에 취미를 갖으면서
산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 정도는 채워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마음에 울림이 있는 걸 보면
아직도 내 안에 산 그리움이 깊게 뿌리내려 있는 듯하다.
설악도 좋지만 이 가을 특히 지리산이 그립다.
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이름 하나 아! 지리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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