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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여름 단상

by 풀꽃* 2021. 8. 20.

 

여름의 끝은 어디일까?

입추와 말복이 지났어도 무심한 수은주 불기둥은 내려갈 줄 모르고

제자리에 멈춰 열기만 흩뿌린다.

이쯤에서 계절의 사잇길에 가을이 끼어든들 누가 뭐랄까?

열기라는 열기는 다 동원한 듯 코로나의 열기와 올림픽의 열기까지 더해

난데없는 최악의 여름이었다.

 

폭염으로 밤잠을 설치는 나날이었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덥다고 푸념하기보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지내다 보니 더위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을 생각해서 칼슘 흡수율을 높여주기 위해 

산책하기 좋은 그늘의 산책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햇볕을 받고 운동하면서

비타민 D가 내 몸에 형성된다고 생각하니까 더위를 불평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하루하루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더위마저 적응이 되어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살아 숨 쉬는 것은 모두 더위에 허덕이는 줄만 알았더니

계절은 숨어서 온다는 것을 대추나무에 통통하게 영글어 가는 대추를 보고 알았다.

폭염 속에서도 대추나무는 대견스럽게 키를 키우며 밤톨만 한 대추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알알이 영글어 가는 대추를 보니 추석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여름내 밤낮을 구분 못 하고 귀가 따갑게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도

나직하게 잦아든 걸 보면 짝짓기도 어느 정도는 된 것 같다.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이 공존하는 요즘

새벽녘 먼저 터를 잡은 매미는 계절을 찾아온 풀벌레와 합주를 하며

가을의 오케스트라 연주로 새벽을 열어간다.

생명이 있는 것은 이렇게 때를 찾아오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날이 가면 갈수록 확진자가 더 늘고 있으니 코로나바이러스의 끝은 언제가 될까?

 

한낮의 열기로 봐서는 여름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더니,

며칠 사이 새벽녘 서늘한 기운은 홑이불을 끌어다 덮어도 될 만큼 가을 향기가 전해져

잠 못 자던 여름밤을 보상이라도 하듯 단잠을 청하게 된다.

가을은 이렇게 시나브로 찾아와 아침햇살을 타고 불어오는 청아한 바람이

얼마나 청량하고 상큼한지 올여름 지쳤던 더위마저 가시는 듯하다.

 

올여름 불볕더위에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당도가 높은 여름 과일의 맛은 꿀맛이지만

폭염으로 농작물의 가격이 폭등해 추석 물가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 같다.

모든 건 때가 있음으로 이 또한 때가 되면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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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그 얻은 자에게 생명 나무라

지혜를 지킨 자는 복되도다.

-잠언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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