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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민주지산의 재롱잔치

by 풀꽃* 2010. 6. 29.

언제:2010년6월26일(토요일)  날씨:안개비,수줍은 햇살

어디:민주지산

위치:충북 영동

코스: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물한리계곡

 

 

 비소식에 차를 타고 가면서도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산 한 번 쳐다보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 조금은

걱정스런 부채질도 했었지만 걱정보다는 지난날의 우중산행을 떠올리며 설렘으로 가득하다

 

긴 하루동안 보태어질 등의 무게감은 생각도 못하고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배낭을 짊어지니 한뼘이나 내려 앉은 무게감은 산을 오르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만 같다.

민주지산의 두 번의 산행이 가져다 준 여유로움이 이제는 눈감고도 찾아갈 듯도 하다

슬라이드 필름이 지나가 듯 한눈에 펼쳐진다.

 

수만가지 표정들로 들끓는 도심을 벗어나 우리들의 재잘거림도 이제 자장가로 들릴 즈음에

안개비가 내리는 도마령에 도착했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아직 잠이 덜깬 아이의 모습이다.

 시시각각 구름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감탄만 나온다

 그 물결 속에 투영된 자신의 내면 세계는 산을 오르기도 전에 설렘으로 가득하다

 

푸르름이 휘감아 도는 신록의 민주지산...

첫번째 만남도 감동이었고 두 번째 만남도 눈꽃으로 감동이었다.

 

오늘 이곳으로 떠나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감동을 안겨 줄까?..란 큰 기대는 안 했지만 비온 뒤의

운해만은 욕심을 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늘 푸른 소나무처럼 흔들림없는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순한 산길 밟는 발길들이 가볍다

산릉에서 바라보는 아랫마을은 희뿌연 안개로 한치 앞도 볼 수 없다.

사랑이 있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다운가 보다

남들이 보면 안개가 끼어 먹먹함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을텐데...그 모습 조차도 아름다워 보이니 그 무엇을 말하랴~~

여름 깊은 날 이렇게 시원함으로 산행을 할 수 잇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젠 눈감고도 훤하게 그려지는 민주지산...

신록으로 물들어 있는 나무들이 비를 머금고 싱그러움을 더한다

그곳에서 6월의 푸르름을 함께 띄우며 풍성한 웃음도 함께 띄운다

그 초록빛 안위가 그리워서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촉촉한 바람이 실어다 주는 풀향기에 내 영혼은 찌든 때를 밀어내며 정화를 시킨다

 

 

 

 

많은 양의 비는 아니지만 절대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비도 우리의 마음을 읽었는지 조망 좋은 곳에

올라서니 멋진 운해가 우릴 반긴다

 

천지창조의 아름다움이 이를 두고 말하나 보다.

숨이 멎을 듯 구름바다가 펼쳐진다.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시려고 비를 뿌려 주셨나 보다

한 발자국도 옮기기 아까운 풍경이다

영혼마저 운해 속에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마음 속 한 켠에선 욕심을 버리라고 다시 다독여 준다 

 

숨겨 놓은 보물을 찾으러 이곳까지 온 듯 하다.

아마 신선들이 있다면 여기가 그들의 놀이터가 아닐까?..

한참을 머물러도 질리지 않을 그런 풍경이다.

 

마음의 비타민과도 같은 산은 이젠 나에게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내 속에 있는 어두운 것과 부정적인 것들을 하나 하나 바깥으로 내놓고 신선한 것들을 몸 안으로 

불러들인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다워도 계속 머무를수 없는게 또한 산행이다

 

초록의 숲사이로 간간이 고운 햇살도 드리웁고 안개비도 살짝 내리다가 우리를 살찌우게하는

시원한 바람도 인색함이 없이 넉넉함을 보인다.

 

모두의 걸음에는 신명나는 춤이 실려있다.

이런 날씨에 누가보면 아마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의 샘솟는 기쁨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각호산 정상

뒷면은 안개에 가려 희뿌옇고 앞으로는 아직까지 운해가 장관이다  

내림길이 자일 구간으로 되어있는 이곳은 이 산에서는 난이도가 가장 높다

서로 잡아주고 도움을 주며 무사히 통과한다

 

긴 능선을 바라 보고 있노라니 산은 이렇게 또하나의 숙제를 안긴다

눈내리는 겨울날 다시 오라고...

언제나 좀 더 진지하게 산을 읽고 배우자

시 한 편이 고스란히 남을만큼 깊은 마음으로 산을 바라보자

내가 어디를 바라보고 가고 있는지 한발짝 물러서서 보고있을 때 내 삶은 더 깊은 의미를 갇게

될것이다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서 안개 속에 얼굴을 내민다

나무들은 초록의 연주를 하는데 안개는 짖궂게 얼굴을 가린다

 

산은 언제나 나의 위대한 스승이었다

겸손함을 가르쳐 주는가 하면 인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만 꿈너머 꿈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

비록 작은 꿈이지만 내 안에서 자라나는 행복의 꿈나무는 산이다.

 

 

 돌이 좋아 돌틈에 뿌리를 내린 노오란 돌양지꽃..

다른 꽃들과는 거리를 두고 도란도란 그들만의 풍경을 이룬다

 

 

능선이 긴 민주지산..

오늘의 이음줄은 산새소리 재잘거림과 함께 안개비도 살짝 뿌렸다가~간간히 고운 햇살도 참견하며~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도 한 몫 거둔다.

그 중에서 제일 가는 멋진 운해는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갈피로 자리를할게다.

그리고 또하나 덧붙인다면  석기봉에서의 날아갈 듯한 시원한 안개 바람은

이 여름 내내 친하고 싶은 친구이기도이다

 유월의 푸르름에 흠뻑 젖은 하루였다

지금도 뿌연 안개와 초록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 초록빛 안위가 그리워 새벽잠 설치고 무거운짐 둘러메고 산으로 향하나보다

 

 

주님이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0년6월 29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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