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맑고 바람 불어 좋은 날(관악산)
언제:2010년5월2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관악산(632m) 6봉능선
위치:관악구, 금천구, 경기도 안양시, 과천시 경계
코스:과천종합청사-6봉능선-8봉능선-안양유원지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는 산악인들의 마음이 이러할까?..
괴로울 때 진통제 역활을 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산은 나에게는 그만큼 커다란 기쁨이자 환희의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배고플 때 바라보는 산빛 다르고, 배부를 때 바라보는 게으른 눈빛 속의 산은 높기만 하다
산 문을 열기 전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빈 도화지를 준비하자
예전에 한 번이라도 마주 친 적이 없는 길처럼 혹은 풍경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빈 칸을 메우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좀 더 진지하게 산을 알고 배우자
시 한 편이 고스란히 남은만큼 깊은 마음으로 산을 바라 보자...
하얀 도화지에 줄을 긋듯 시작된 산행~
두 발 두 손 다 동원시켜 거북이가 아닌 거북이가 되어 바위와 친한척도 해보고, 꽃꽃하게 등줄기 세운채 구석구석 참견도 하면서 가다보니 어느 결에 내 안에는 나도 모르게 번지는 행복의 물들임 같은게 가득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연의 선율은 참 좋다
돋아나는 연둣빛 향연이 사랑스럽다.
갓 태어난 아기의 채감이 느껴지는 듯...보드럽고~ 싱그럽고 경이로운 풍경이다.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하는 산행이라 여유롭다.
해는 어제와 같이 떠오르지만 햇빛은 어제의 그 햇빛이 아니고, 꽃은 한 나무에서 피지만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
산은 언제나 같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지만 올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기쁨을 안겨 준다.
오늘도 산을 오르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본다.
두 번의 다리 부상으로 이제는 산에 발을 딛지 못할것만 갔았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또다시 산을 오르고 있으니 꿈인 듯 하다.
다리의 부상으로 산을 오르지 못하고 있을 때는.....
지나간 시간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나의 게으름이 많은 후회를 갖게 했지만...
지난 시간의 그 아쉬움은 어느 결에 솜사탕 녹아 내리 듯 녹아 내려 다시 기쁨의 시간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오늘도 산길을 걸으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감동과 환희로 가득하다
관악산의 자존심을 세우려는지 어지러운 세상과의 작은소통도 원하지 않는가 보다
산에만 서면 그냥 주고 싶고, 서슴없이 표현하고 싶고, 작은것에도 감동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에게 있는가 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처음 만나는 사람도, 산에만 서면 서로 이끌어 주고 보듬어 주고 하니 참 보기 좋은 풍경이다.
진정 이 모습이 자연을 닮은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자연은 이렇듯 사람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풍요롭게~사랑스럽게 하나보다.
막연하게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설레임과 즐거움이 함께한다.
물감 뚝뚝 떨어지는 붓자국이 지나간 뒤의 군더더기 없는 수채화처럼 은은하면서도 화사한 산벚꽃의 풍경화는 나의 마음을 사로 잡고 놓아줄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엔 홍조띤 그림을 그려 놓고, 암릉의 재롱은 세 번을 올랐든 네 번을 올라도 산에서 바라보는 감동과 환희는 항상 새로움으로 반긴다
아마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 아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다면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 스스로가 선택했기에 힘겨움도 즐기며 한 보물이었기에 더 값지고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속살까지 드러난 능선이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첫날밤 맞는 새악시의 마지막 속곳처럼 희끗희끗 걸쳐있는 바위능선을 바라보며 이쪽 저쪽 광활한 산수화를 연출한 듯한 굽이굽이 산세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능선길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냥 여기서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늘 다른 하늘빛을 바라보며 오르는 내 걸음엔 앙큼스런 춤이 섞여있다
산 그리움에 한발 한발 기운을 실으며 암릉의 몸짓에 내 마음을 맡겨 본다
벌써 떠나갔으리라 했던 진달래가 한창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여기서 방긋~ 저기서 방긋~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그곳에 서서 나는 나를 잃고 또 그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간다.
하늘 맑고 바람 좋은 날...
마음도 덩달아 맑아져서 계곡물에 비친 투명한 물빛 같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등반을 "인내의 예술" 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 말이 공감이 간다.
가파른 암릉길이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몸짓이지만 나를 그리로 끌어 들임은 그 안에는 짜릿한 스릴과 아이들이 오락에 폭 빠진 것처럼 나 또한 그런 행위가 아닌가 싶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가벼운 워킹으로 하려고 마음을 다졌건만 언제나처럼 변하는 카멜레온처럼 그 습성은 오늘도 여전하다
내가 생각해도 바위 위에만 서면 내 모습과는 달리......... 당당함이~~ 담대함이~~침착성이 돋보인다.
그런 민첩성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난이도가 높은 암릉길도 다 접수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찬사를 보낸다.
한 폭의 그림 속에 내가 서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릴 수만 있다면...표현할 수가 없어 아쉬움이 가득하다.
찾을 수 있는 산이 거기있고 또한 찾아서 떠날 수 있는 내가 있으니 더없는 행복이다
오늘도 또 하나의 산을 내 가슴에 품는다.
항상 자연에 감사하며 자연의 무궁한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낸다.
여름의 기운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게르름 피웠던 봄이 쫓겨가는 느낌이다.
하늘 맑고 바람 좋은 날...날씨까지도 우리를 축복해 주듯 화창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도 차갑지 않을 만큼 여름으로 달려가는 듯 한 날씨다.
어느 누구와 함께 할 때 그 즐거움은 배가 될 수 있다
주님안에서 주안등산부를 묶어주시고 아름다운 산하에서 자연을 벗삼으며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기쁨과 행복을 나누며 함께한 시간이 너무도 행복한 하루였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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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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