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0년3월27일(토요일)
어디:덕룡산(432.9m)
위치:전라남도 강진
코스:소석문 - 동봉 - 서봉 - 472봉 - 수양관광농원(7.5KM , 약5시간)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그 소박한 자유를 가지고 오늘도 작은 행복을 느낀다
덕룡산!!
추억이란 이름으로 그리움의 잔영이 한조각 한조각 몰려와 내 마음에서 울려퍼진다
봄햇살 간지러움에 봄꽃처럼 피어나는 그 그리움은 봄만되면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내 안에서 허우적 거린다
오지마라해도~~아무리 밀어내려해도 산에 대한 그리움은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꿈적거리 질 않는다
귀 기울이지 않아도 봄의 소리는 맥박처럼 들려온다
봄이란 교향곡은 언제나 내 마음에서부터 울려퍼진다 이런 마음의 흔들림이 참 좋다
마음에 창문을 열고 자연의 신비를 담아 본다
사랑의 아름다움도 담아 본다
매일 같이 산으로 가는 꿈만 꾸던 지난 시간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것은 주님을 만난 것이고 그 다음을 꼽으라고 하면 산행을 꼽는다고 말 할 것이다
봄이 오면 소녀가 되고 싶어진다
작은 풀꽃이 피어난 것에 기뻐하고 새들의 재잘거림에 행복해 하며 봄이 되면 소녀의 감성을 갖고 싶어진다
봄을 조금이라도 먼저 만나고 싶어 어둠을 깨고 먼길 달려 달려 도착한 덕룡산 들머리...
완연한 봄기운이 감도는 계곡의 조잘거림이 정겹다
수줍은 듯 피어난 분홍빛 진달래가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우릴반긴다
5개월의 긴 침묵을 깨고 오르는 덕룡산!!
발목 부상으로 5개월이란 긴 시간을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고 오늘 내가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그져 새삼스럽고 행복하기만 하다.
때론 절망의 벼랑과 좌절의 계곡을 지나 지금은 희망의 언덕에 선듯하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름다운 시간들이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이 행복한 그리움으로 남아 더 좋은 것 같다.
오름길의 숨가쁨은 그간 나의 정체성을 밝히기라도 하듯 헉헉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고르지 못한 산길은 긴장감을 깔아 놓고 한눈 팔 시간도 허락치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연인 것 같다
호남의 작은 공룡능선이란 이름에 걸맞게 아기자기한 암릉이 열두폭 병풍속 산수화 처럼 아름답다.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드넓은 푸르름으로 채워진 보리밭....강진만의 풍경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산자락 끝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들 조차 오래된 어울림 처럼 평화롭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넘나드는 작은 움직임들이 한편의 서정시 처럼 구성지다.
대자연의 장엄함에 한동안 넋을 잃고 가슴속 일렁이는 감동과 환희를 느낀다
흘러간 세월을 되돌려버린 계절의 발걸음마다 새순이 돋아나고 이름모를 들풀들이 여린입술 파르르 떨며 봄을 마중하고 있다.
바위틈에 작은 들꽃들이 수줍은 산골 처녀 마냥 고개를 숙이고 청초하게 피어있다.
요란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빛나는 그림이 된다
오르면 오를 수록 진달래의 모습은 입을 꼭 다물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왔을 때는 제법 많이 피었었는데 올해는 그곳에도 봄이 늦게 오나보다
봄의 예고편은 그럴싸 했건만 3월의 봄은 쌀쌀맛게 연둣빛 선율을 더디게 한다
궂이 진달래의 화음이 아닐지라도 마음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기기절묘한 암릉들의 몸짓에 넋 잃어가며 군데 군데 노오란 산수유처럼 보이는 생강나무꽃 춤사위는 향기를 날아다 준다
양지바른 길목에 야생화들이 발목을 잡으며 걸음을 더디게 한다
그곳에서 나는 들꽃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며 엎드려서 인사도 나누고 입맞춤도 하고 검불도 치워가며 고운 모습 담고 있노라면
어느결에 겨우내 언마음은 녹아내리고 은은한 봄향기는 내 안으로 들어와 가득 채운다
산새들의 지저귐도~~ 우리들의 재잘거림도 마치 오케스트라라의 화음 같이 정겹다
사진 한 번 찍고나면 저만치 떨어져서 헐레벌덕 뛰어가는 나의 몸짓은 언제나 천진난만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가만 보면 힘들고 지칠법도 한데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기에 그 자체도 기쁨으로 다가온다
산 위에 억새 평원이 드리워져 있다
지난 가을 그 아름다움은 바람에 모두 실어보내고 빈 가지만이 억새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참 평온해 보인다
그간의 힘듬을 이곳에서 쉬어가라고 펼쳐 놓은 평원 같다
덕룡산의 두 얼굴을 가진 모습이다
육산이 가져다 주는 이 편안함...
처음부터 육산으로 된 길이었다면 이 편안함 조차도 몰랐을텐데 암릉길이 주었던 그 까탈스러운 험로가 지금의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언제나 행복도 그렇고 불행을 맞보고서야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바람과 구름..
어깨 넘어 걸려있는 천혜의 비경을 내려다 보는 봉우리 주작산...
덕룡산과 이웃하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굽이 굽이 봉우리들이 눈길을 끌어드린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산이다
멀리 있으면 채념을 한다 하지만 바로 곁에다 두고 오는 걸음은 무겁게만 느껴진다
푸른 나래 끝에 바람에 실려 여기 까지 날아와 그리움 한자락 바람에 실어 보내고 봄향기 가득 안고 가는 걸음에는 앙큼스런 힘이 실려있다
우리네의 삶은 채워 가는것이 아니라 비워가는 것이라 했고, 우리네 인생은 소유 하는것이 아니라 누리는 자의 것이라 했다
호사스러운 시간 여행은 아닐지라도 가슴 한 켠에 소박한 행복이라는 그림을 그려 넣은 오늘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오던 길 되돌아 보며 여유도 즐겨 보며 유유자적 한가로운 시간을 가지며 내 안의 나를 들여다 보기도 한다
지난 겨울 병원에 있으면서 함박눈이 몹씨 내리던 날...
내마음은 온통 설산의 그리움으로 가득했었다
왜 하필이면 올해따라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리는 걸까?..
안달하며 산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그 때를 들여다 본다
그때만해도 이제 다시는 산에 못오를 것 같았었는데 오늘 이렇게 산행을 한다는 것이 마치 꿈만 같다
잠깐의 그 시간 속 여행은 나에게는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고 세월이 약이라는 말과 같이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멀쩡하게 산길을 걷고 있다
산행 내내 주님께 감사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렇게 많이 힘들어 했었는데 전혀 미끼지도 않을 만큼 그 후유증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가 없다
내가 무엇이건데 어디에 쓰시려고 그렇게 사랑을 주시는건지 하늘 아버지의 사랑은 눈물이 날 만큼 감격스럽기만 하다
주님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님께 드리게 하시고, 주님께서 나를 필요로 하실 때 언제든지 주님께로 달려가는 자녀이기를 바래봅니다.
오늘도 남쪽의 끝자락에서 그리움 날려 보내고 집사님, 권사님들과의 하루가 3월에 가장 행복했던 날로 자리를 잡는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찬양과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들꽃향기..
행복한 3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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