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9년9월26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지리산(1915m)
위치: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함양, 산청, 하동(3개 도, 다섯개 군)
코스:거림-세석평전-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백무동
산행시간:8시간 휴식포함(거림-세석(2시간30분) 장터목-백무동(2시간30분)
꼭두새벽 달콤한 눈맞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몸을 일으킨다
아직 세상은 어둠의 베일에 갇혀있지만 마음은 밝은 등불을 밝힌 것처럼 다가온다
어쩌면 그것은 부활을 위한 몸짓이었는지 모른다.
늘 떠나고 싶었다
내게 산은 언제나 설레임이고 그리움이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일상이 행복한 날...
언제나 산으로 떠나는 발길은 가볍다.
한 일년 딴세상을 다녀온 느낌이랄까?..
1년 내내 산으로 떠나는 꿈만 꾸던 날....때론 희망과 절망이 수없이 교차하던 그 시간을 보내고 산으로 향하는 마음이 희망의 언덕에 선 듯하다
산행은 단지 산줄기 짚어가는 행위만은 아니기에 어떤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음식을 나누고 그 춤사위들이 있어 산행은 언제나 기다려 진다
그날이 그날 같은 시간 속에서도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소중한 시간 속에 나의 잔상들이 꽤 여러개 들어있었던 것 같다
그 중의 하나 떠올리면 산행이란 두 글자가 선뜻 생각나는 것은 왠지?..
그 만큼 산에 대한 나의 사랑이 커서일께다
자연을 통해 배우고 내 자신이 조금씩 성숙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함을 느낀다
사람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자연앞에선 비교가 되질 않는다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함께 할 때 그 가치는 더 의미가 있고 산행을 많이 하므로서 얻어지는 것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가?..
그 상처에 마음 잃지 않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수 많은 기쁨과 추억을 쌓아가고 상처와 고통을 잊을 수 있는건 시간이다.
그런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고 오늘 내가 지리로 향하고 있음은 커다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당영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내일이 없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떠올리면 값없이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어떻하면 더 값진 삶을 살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얼마남지 않은 한가위를 맞이하기 위한 번잡스런 마음놀림 속으로 끼어든 지리산행이 내 삶의 우선 순위에 넣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토록 산으로 향하게 하는지 명쾌한 답은 죽을때가지 얻지 못하는 부지기수이지만 마음이 가는대로 몸이 따라가주는 순한 이치에 마음속 채워지는 포만감은 현실을 살아갈 에너지가 되고 의미가 되는 것이기에 산행이란 이름표를 달았는지도 모른다
적당히 나잇살이 묻어나는 모습이지만 마음만은 소풍나온 어린아이들 처럼 재잘댄다
어디쯤 왔을까?
새 아침에게 자리를 물려준 어둠이 더 이상 보이질 않는다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가을들녁의 풍경을 보면서 어느 갈피에 끼어져 있는지 모를 낭만이 떠오른다.
한 발짝만 나서면 들녁엔 온통 가을빛이 가득하다.
알알이 익어가는 풍요가 넘실거리는 들녁엔 가을이 풍덩 내려앉았다
삶에 텃밭에서 따낸 풋풋한 향기의 넉넉함이 내 속으로 마구 들어온다
지리의 산줄기 만큼이나 긴 통행시간....
차에서 내리니 공기부터가 다르다
긴 하루동안 보태어진 등의 무게감은 생각도 못 하고 배낭 짊어지니 한뼘이나 내려앉는 무게감은 산을 오르기도 전에 지칠 것만 같다
아직 별다른 풍광은 없지만 1년만에 찾은 지리산은 변함없이 반겨주고 그 속에 내가 안겨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몇발작 움직이지 않아서부터 보여주는 등로는 징검돌 건너 듯 바윗돌 넘나드는 분답스런 움직임 속에 초입부터 알알이 익은 도토리는 낮은 자릴 권하며 우리의 마음을 흠쳐간다
언제나 사람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없듯이...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보라는 말과 같이 도토리 보기를 돌같이 봐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여기서 툭~~ 저기서 툭~~도토리 세례 받아가며 오르는 몸짓이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아직은 푸르름이 더 강한 나뭇잎들 사이로 간간히 붉그스레 은은히 물이 들고 있다
여름 내내 초록의 향연을 베풀었던 활엽수들이 추색 단장을 준비한다
얼마쯤 올랐을까? 계곡 한 켠에 곱게 가을옷을 입은 단풍이 수줍은 듯 초록의 나무 뒤로 화사하게 미소를 날린다
지리에서 만나는 첫번째 단풍이다. 첫 데이트의 만남이 이처럼 설레일까?..너무도 곱다
정해진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초록과 어우러져 더 돋보이는 9월이 선물하는 가을 풍경화다
자연이 만든 아름답고 향기로운 가을옷....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연인 듯 싶다
모처럼의 함께 하는 산행인지라 모두 함께 하고 싶었는데 A코스로 가고푼 생각이 아쉬움이 가득하다
아마 지리의 산길을 몰랐더라면 함께 호호~~깔깔~~하며 느긋하게 올랐겠지만 내집 앞 정원 같이 훤히 내다보이는 지리 길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오름길엔 능숙하게 단련된 체력이라 별 힘듬없이 오르는 나이지만 선두팀의 두 권사님은 힘드심이 역력해 보인다.
가족산행을 하는 한 가족을 만났다.
지리종주를 하다 보면 가족산행을 하는 모습을 종종본다
오늘도 한 가족을 만났다. 두 아들과 함께 오르는 가족이다(11살, 7살)
긴 오름길도 바늘이 되고 실이 되어 한땀한땀 꿰어가니 어느덧 세석평전이 올려다 보인다.
세석평전..
지리산을 찾을 때마다 그곳을 스칠 때마다 항상 흠모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물들어 가는 세석은 색채 매직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아름답기 그지 없다
어머니의 품같은 넉넉함이 가득하다
언제나 이곳에 서면 지리를 닮고 싶은 넉넉한 마음이고 싶다.
내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바람도 쉬어가고 햇빛도 통하게 하고 여유로운 생각도 쌓아 놓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아 놓고 삶의 지혜와 슬기로움도 담아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창을 갖고 싶다.
드넓은 9월의 세석평전은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꽃잔디 깔아 놓고 오가는 사람에게 낮은 자리를 권한다.
군데군데 묵은 세월이 묻어나는 주목까지 한몫 거들어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대피소 테이불에 식탁을 펼친다. 시간의 여유가 있었으면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며 뒤의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싶었다
세석평전을 올려다 보며 이른새벽 정성된 마음으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바빠진다
이곳에서 일행들과 헤어져야 한다 B코스는 바로 한신계곡을 내려가야 하기에 이산가족의 아품을 느껴야만 한다
주능선으로 함께 가고푼 생각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정해진 시간이기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많은 분들이 초행길이라 마음이 쓰인다
앞으로 남은 산행길이 잘 차려진 밥상처럼 보일지 아님 불편스럽고 부담스러운 밥상처럼 보일지 그것은 각자 마음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차려진 밥상이기를 바랜다.
오늘도 이곳에서 나의 마음은 변함없이 세석을 떠나보내지 않고 싶은 생각이다.
촛대봉..
언제나 우리들편인 날씨조차 고맙기 그지없다
종주를 할 때마다 새벽4시 어둡던 길을 오르던 촛대봉을 향하여 오른다
촛대봉 오르는 길이 마치 천상에 이르는 길인양 싶다
오름길의 양 옆으로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오르고 올라도 연이어지는 들꽃들의 행렬이지만 멈추고 싶은 나의 마음은 가라앉지를 않는다
매번 어둠속에서 맞이하던 촛대봉도 오늘은 우람한 몸짓으로 어서오라고 손짓한다
촛대봉에 오르자 넓고 평온한 세석평전이 바로 아래로 펼쳐진다
시시각각 구름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연습에 감탄만 터져나온다
찬란한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 내가 서있다
자연의 아름다운 성찬 지리의 한 자락에 서서 세상의 한 점이 되어 본다.
능선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지리의 주능선...
잠 못 자고 찾아간 지극함이 갸륵했던지 예기치 않은 환상적인 단풍도 볼 수 있었고 청명한 가을하늘을 맴도는 구름도 볼 수 있었고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세번의 종주길에 어둠속으로 묻어논 풍광을 오늘에서야 꺼내 본다.
조심스런 새악시의 발걸음을 닮은 듯 살포시 내려 앉은 단풍이 시작된 지리산.....
아침 저녁으로 널뛰기 하는 기온 탓에 단풍이 곱게 내려 앉은 능선길이다
발그레 홍조띤 단풍의 너스레가 시작된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 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가을의 정취에 흠뻑젖는다
삼신봉
이곳을 보기 위해 긴 거리지만 A코스를 택한 것이다
풍광이 아름다워 언제나 지리종주를 하면서 한참 쉬어가는 곳이다
그곳에선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사람도 풍경이 되는 곳이다.
시계가 맑아 제석봉, 천왕봉의 단풍까지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산하는 그 어떤 언어적 유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되고 환희가 되는 시간들이다
형형색색의 단풍 그리고 기암절벽이 병풍을 치듯 늘어서고 파아란 하늘과 하얀 뭉개구름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고 그곳의 단풍은 장중한 오케스트라의 화음 같다
먼훗날 오늘을 생각하며 인생을 연주하는 음악을 후회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늘 그렇게.....
생을 다하고 영원한 집으로 돌아갈 때 저 단풍같이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렇게 넓지는 않더라도 한 뼘 주변만이라도.....
인고의 세월 속에 그 넓은 지리의 마음 언제쯤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수만번을 당신의 품에 안겨도 헤아리지 못할것이다.
가을은 알게 모르게 이렇게 깊히 들어와 곱게 물들이고 있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이 행복한 그리움으로 남아 더 좋은 것 같다
그가 주는 행복의 가치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가 없다
오늘도 나는 그곳에서 지난날의 추억들을 꺼내 접었다 폈다 하며 행복을 노래한다
연하봉
연하봉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연하봉...
이제 막 가을빛에 물들어가는 관목들도 좋지만 구절초와 쑥부쟁이,산오이풀이 쪼르르 마중나와 꽃길을 열어 준다
종주길에 만났던 산오이풀은 억지로 기다려준 듯 빛을 발하고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이름없는 들풀일지라도 사랑으로 보면 사랑스럽게 보인다
언제보아도 정겨운 길이다
등로 옆으로 들꽃들이 청상의 화원을 이루고 오고 가는 이들을 끌어들인다
흔한 꽃들이지만 지리의 풍경과 어우러져 여느 귀한 꽃들 못지 않게 예뻐보인다.
그곳에서 나는 햇빛 맑은 날에 빨랫줄에 널린 순백의 눈부심처럼 펄럭이는 마음이 되어본다
한참동안 행복한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뿌듯한 마음이 지친 피로를 풀어주 듯 발길이 가볍다
장터목대피소
장터목대피소
매번 지리종주 때마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던 곳이다
종주 때의 풍광보다는 한산하게 느껴진다. 물보충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늘아래 첫번째 빨간우체통이 있는 곳이다.
얼마전부터 이번 지리산행때는 사랑하는 벗님들에게 편지를 써 이곳에서 부쳐보려는 야무진 생각을 했건만 이래저래 바쁜일들로 이번에도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언젠가는 그 꿈을 꼭 이루고 싶다
집을 떠날 땐 천왕봉은 못 오르더라도 제석봉까지는 꼭 오르겠다는 야무진 생각도 이곳에 오니 시간도~~몸도~~따라주지를 않는다
이제 죽음의 길만 남은 것 같다
언제나 하산길이 약한 나 이기에 고통의 길이다.
지리한 내림길에 가끔씩 부서지는 몸짓들이 어그적 어그적 거린다
긴 내림길이 힘들고 지루하지만 한 발,한 발 모아지면 언젠가는 가겠지란 여유있는 미학을 가지고 산길을 걷는다.
누군가 그랬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고.....
그렇다 산에 머무는 동안 만이라도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껏 자연을 느껴보리라
한결 마음이 느긋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곳에서도 꼬마 등산객을 만났다
7곱살 난 남자 어린이가 새벽4시 이곳 백무동을 올라 천왕봉까지 갔다가 하산 중이다.
어른들도 오르기 힘들다는 천왕봉을 이렇게 어린 꼬마가 오르는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까와는 달리 간간이 초록 창 열어주는 숯터널의 배려 속에 잠깐잠깐 파아란 하늘 모습이 스쳐간다
지리한 내림길에 까탈스런 너덜길은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한 모두는 서서히 긴 여정의 끝이 보이는 막바지에 대한 기대는 마음을 가볍게 하지만 물먹은 솜처럼 지쳐버린 발걸음은 무거운 침묵만을 삼긴채 마법에 걸린 듯 걷고 또 걷는다.
겨울 지리를 오르던 날 하얀 솜이불을 덮어 쓰고 있던 작은 돌맹이들은 푸른 융단을 덮어 씌운 듯 계절에 순응하면서 오늘도 지리의 한 풍경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내림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는 지리함을 깔아 놓는다. 짧지나 않으려면 고르기라도 하지 거의가 돌들이 박혀 있는 너덜길이다
나른한 피곤은 온몸을 파고들지만 오늘 지리산이 던져준 선물을 보듬고 돌아서는 가슴 한 켠에는 가없는 뿌듯함이 슬며시 머물자릴 잡는다
긴 여정의 숲길을 나왔을 때 저녁해는 늬엿느엿 그만의 휴식을 위해 꼬리를 내리고 있다.
또 하루가 이렇게 찬란하게 부서지고 삶의 터전이 있는 곳으로 다시 달려가고 있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걸음은 방대한 숙제를 다한 듯한 홀가분함은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갇힌 우리들의 거친숨과 짜디짠 땀에 묻어난 일상의 어지러움...가슴 넓은 지리에 다 벗어 놓고 한결 차분하고 한결 넉넉한 마음으로 가르는 귀가길...
힘들고 고생스럽지만 보람있고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머릿속에 자리잡아 그리움을 만들고 있겠지....
어쨋든 산행은 마음이 힘들었던 육신이 힘들었던 힘듬이 있어야 추억은 오래일 것 같다
이 힘듬도 내일이면 지우개로 슥슥 지워나가며 망각의 자리에 또 다시 같은 그림을 그려갈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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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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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님들
가족과 함께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
.
추석 지나고 찾아 뵙겠습니다
그간도 행복하세요.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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