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의 향기

긴 터널을 빠져나와 행복했던 날(가리왕산)

by 풀꽃* 2009. 8. 17.

언제:2009년8월15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가리왕산(1561m)

위치:강원도 정선

코스:장구목이-계곡-삼거리-가리왕산(정상)-마황재-장전계곡-장전리(산행시간 5시간)

 

 

 

긴터널을 빠져나와 행복한 날...

기쁨 보다는 두려움이 더 언습해온다

지난해 10월 설악산 산행에서 뜻하지 않은 다리 부상으로 그렇게도 좋아하는 산행을 접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워 몹씨 힘들어 했었다

그간 산은 오르지 못하였어도 산으로 떠나는 마음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마음의 산길을 걸었었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길들여진다더니 ....

마음이 앞서니까 몸은 자연히 뒤따라 온다

 

언제나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피터팬 처럼 뛰고,날고,주저 앉아도 세월과 함께 잠재워진 유년의 기억은 기억속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선 비록 건장한 장정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버텨가며 산을 오르는 오늘이 있었기에 내 삶이 조금은 윤택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언제나 산에만 들면 고삐 풀린 망아지 처럼 함께한 일행들도 난몰라하고 오직 자연에만 동화되어 그들과 하나 되는 내 모습이 나도 이해하기가 힘들 만큼 강하다

세미한 음성까지도 함께 하고픈 생각에 지나치는 눈인사도 때론 보지 못 하고 그 속으로 푹 빠져든다. 

 

옅은 안개가 낮게 드리운게 오늘도 따가운 햇살일 듯 싶다

여름 깊은 날.. 이 세상에서 가장 이쁜 색깔로 물들인 이끼가 낀 계곡!!

그들은 오늘의 보석임이 틀림없다

크고 작은 돌맹이를 마치 융단을 덮어 쒸운 듯..초록의 빛깔로 수놓은 길을 12폭 은빛폭포들이 광음을 내며 쏟아붓는 소리는 이마에 흘린 땀 까지 오싹하게 한다.

긴 오름길의 힘듬도 아름다운 풍광에 넋 잃다 보니 2시간 30분의 시간도 그리 지루한지 모르고 능선에 다다랐다 

 

건강한 삶을 위한 10가지 지침서 중에서 ..

우선 생각과  마음이 첫번째이고 다음을 말하라면 산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들머리로 들어서자 숲그늘의 풋풋한 행내들이 소리없이 익어가는 여름을 이야기 하고 이끼낀 너스레가 시작된다

이끼낀 계곡을 바라보는 시선은 호사로 여겨지고 내마음은 벌써 행복을 노래한다.

여기저기서 시작된 여름서곡에는 풀벌레 울음소리와 광음을 토해내는 이끼낀 계곡의 물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화음 같다

 

계곡의 물 흐름은 깊어진 여름을 알리고 발자국 옮길 때마다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이다

수줍게 매달린 이름모를 열매들이 미소를 짓는가 하면 아직은 풋풋한 가래들이 땅위를 뒹글며 가슴아파 한다

 

수만가지 표정들로 들끓는 도심을 벗어나 두 계절이 공전하는 산책 길

생각의 셔터를 1분만 기다렸다가 누르면 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소리와 찬공기는 메말렀던 나를 살찌우게 한다

 

행복주식회사.. 가리왕산!!

가출 것 다 갖추고 내줄 것 다 내주는 넉넉함에 마음이 풍요롭다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보내고 맞는 산과 들, 대자연 속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자신이 선 자리를 아름답게 물들이다 간다

순한 산길 밟는 걸음들이 가볍다

친절한 안내목들이 여기저기..

 

 

산의신비님(산친구)

 

사람이 살아가면서 제일 큰 축복이 만남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들...오다가다 산길에서 만난 우리들이지만 생각이 같고 교감이 같은 우리이기에 마음도 모두 하나다

언제나 사랑이 있는 풍경은 아름답다

 

 

둥근이질풀

 

동자꽃

노랑물봉선

막바지 여름을 이야기 하는 날..

조금은 갈색빛을 띤 초록의 관목들도 좋았지만 쪼르르 마중을 나와서 꽃길을 열어준 둥근이질풀과 동자꽃의 몸짓들이 참 사랑스럽다 

 개미취

나는 산길을 거닐면서 하늘대는 보라빛 쑥부쟁이와 가을 들꽃처럼 변치 않는 향기를 지닌 구절초를 만나고 싶었다

너무 성급한 생각이었나...그들의 모습은 나의 머릿속에서만 그려지고 보이질 않는다

 계절의 여름 끄트머리에서 마지막 휘날래를 장식하는 둥근이질풀과 동자꽃의 너스레에 나의 마음을 모두 빼앗기며 걷는 그 길이 행복하기만 하다

 

능선길을 따라 한낮의 더운김을 등에 지고 오른 가리왕산 정상...

늘 그러하 듯...조망이 시원하게 열린 이런 곳에 서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생각에 선뜻 돌아서지를 못 한다.

드넓은 평원에 서서 오늘 같은 날 추억 여행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추억여행을 그린다

언제나 나는 이 평원처럼 넉넉한 마음이고 싶다.

그곳에서 나는 행복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곳에 서서 바라보는 산하는 그 어떤 언어적 유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되고 환희가 되는 시간들이다.

그 기쁨과 감동을 밝고 지나가는 발길이 그져 감사할 뿐이다.

가을은 벌써 내 마음을 파고드는데 내 삶의 나이테는 자꾸 늘어가고 있으니 예전 같지 않은 나의 체력이 조금은 걱정도 되지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상을 뒤로 하고 살며시 돌아서는 발걸음엔 초록바람이 실어다준 향기가 폴~폴~폴 난다

한 번의 된 홍역을 치러설까?.. 편한 내림길에도 조심스레 발을 딛는다

모두에게 몸은 거느려야 할 대상이 아닌 얼르고 달래며 오랜 세월 함께 가야할 동지 같은 것이기에......

 

점점 멀어지는 하늘과 점점 가까와지는 아랫세상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걷는 길엔 숲속의 보물들로 가득하다

숲속 나무들 사이로 파랗게 올라다 보이는 파아란 하늘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아직 여물지 않은 가을이지만 가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내림길의 들꽃정원..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나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충분하다

보라빛 이름모를 들꽃들의 향연과 막바지 산딸기의 재롱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고목에 이끼를 휘감고 피어낸 고운 버섯들과 자생식물들이 하산길의 벗이 되어 여름날의 갈증을 풀어준다.

 

햇살이 좋은 8월의 광복절 날...

그곳에서 나는 마음이 해방이 되었다.

발길 가는대로~~마음이 시키는 대로 산길을 걷고있다

가을이 조금씩 물들고 있는 산길..

산들대는 바람이 능선 숲을 스치는 날...파아란 하늘과 하얀 솜털구름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고 ...

자고나면 이만치 달려오는 가을 바람은 나의 마음을 이미 가을로 물들여 놓았다

 

긴 여정의 숲길을 빠져 나왔을 때...

오후의 따가운 햇살은 조금 풀이 꺽인 듯 하지만 그래도 여름 열기는 임도길을 달구고 있었다

오늘이라는 시간속에 갇힌 우리들의 모습들은 누가 뭐래지 않아도 행복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더이상의 행복을 꿈꾼다면 그것은 아마도 사치일 것이다

한결 차분하고 한결 넉넉한 마음으로....

 

짜디짠 땀에 묻어난 일상을 장전리 계곡물에 흘려 보내고 가슴 넓은 가리왕산의 그림들로 내 마음을 가득채우고 돌아오는 길이 그져 행복하기만 하다 

오랜 세월이 그려낸 이끼낀 계곡의 수려한 풍광과 아름드리 주목들과 하늘대는 들꽃들의 향연에 노닐다온 느낌으로 행복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리라

육신의 피로는 시간이 가면 풀리지만 마음에 남은 감회는 두고두고 영원히 자릴할께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또 함께 산길을 걸을 수 있는 벗님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

 

     

 

 

 

'숲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이 그린 가을 풍경화  (0) 2009.10.09
부활의 기쁨(지리산)  (0) 2009.09.30
가을빛이 물든 설악에서...  (0) 2008.10.07
병풍속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청량산  (0) 2008.09.30
7일간의 외출(허굴산)  (0) 2008.09.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