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8년9월20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허굴산(681.8m)
위치:경남 합천
코스:송정마을-농로-산길진입(밤나무 단지)-장군바위-마당바위-귀바위-용바위-정상-어붐고개-웅동협곡-배꼽바위-막소
어제는 동생내외와 산악인 김ㅇㅇ씨가 운영하는 등산용품 매장에 들렸다.
오래전부터 제부와 친분관계가 있고 내가 2년간 청주에 머물렀을때 그 분이 운영하는 산악회에서 산악활동을 했었기에 나도 잘 아는사이다.
주로 밖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날은 마침 매장에 계셔서 반가움의 인사를 나눴다.
6년만의 만남이다.
산악인 답게 검게 그을린 피부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랜시간 앉아서 담소도 나누고 산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주고 받고 산행에 대한 이론 교육도 들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틱 사용법이다
스틱 손잡이의 고리도 나는 이제까지 위에서 아래로 끼어 잡고 걸음을 걸을때도 발의 위치보다 스틱이 먼저 앞서 나갔었는데....평지와 능선에서는 스틱이 발보다 앞에 나가면 안되고 항상 발 뒤로 자세를 취하여야 한단다. 그래야 어깨의 부담도 없고 추진력도 생기고....하산 할때도 거의 같은데 장애물이 있거나 급경사가 있을 때는 스틱을 먼저 앞에 세우지만 거의 방법은 같다.
그리고 산행시에는 호흡은 꼭 입을 다물고 코로 하고 언덕을 빨리 오를땐 코만 가지고 하기 벅차니까 그때는 코와 입을 다 사용해도 된단다.
참 중요한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함께 산행을 하면 산행에 대한 예의와 방법....그리고 차안에서의 오고 갈때 해외등반 활동을 했던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요즘도 산악회를 운영하면 그곳에서 주말산행을 하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매장만 운영하고 있었다.
살면서 만나는 잠시 스쳐가는 인연.....
원래 인연의 시작은 사소함에서 비롯된다. 아름다운 동행이라 할까? 아름다운 산행이라 할까?.....
얼마전 비슬산 산행에서 예기치 않던 만남이 있었다.
함께 동행한 일행이 없어 사진 부탁을 한것이 인연이 되었다.
어느 한 사람과의 인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 인연은 좋은 인연으로 아주 소중하게 이뤄질수도 있고 아니면 악연으로 이어질수도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 이루어진 인연은 좋은 인연으로 자리잡아 또 한번의 좋은 산행을 힐수 있었다.
산이 맺어주는 인연은 무어라 계산하지 않기에 더욱 끈끈한게 아닐런지.....
경남 합천에 올망졸망 형제처럼 다정하게 모여있는 허굴산,악견산,금성산(봉화산)을 함쳐 삼산이라고 부른다.
차가 목적지에 다달을 즈음 창밖으로 들어오는 허굴산의 모습은 바위암릉이 어우러진 아담스런 모습이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들녁을 가르며 도착한 송정마을...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땅에서 토해내는 열기가 여름날씨를 방불케 한다.
가을 들녁의 풍요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진 들머리...
밤나무 농원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나즈막한 밤나무에 매달린 밤송이를 스틱을 이용해 한 두송이씩 따는 재미가 왜 그렇게 재미가 나는지....다람쥐 한테 혼날까봐가 아니라 농장 주인한테 혼날까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이런 농장이 날머리에 있으면 마음을 푹 놓고 여유있게 즐길텐데 마음이 급하다.
밤 농장을 벗어나 산으로 오르는 길목에도 영글어 가는 밤들이 알암을 쏟아내려 질펀하게 널려있다.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이 예쁜 날.....
청주에는 비가 내린다고 전화가 걸려온다. 우리나라가 넓긴 넓은가보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산릉은 군데군데 바위들을 던져놓고 아기자기한 산행이 이어진다.
우측으로는 황매평전이 올려다 보이고 그 사이로 감암산과 부암산이 유혹을 한다.
순한 오름길에 숲이 열림과 닫힘이 반복되면서 바위암릉도 오르고 자일구간도 만난다.
산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층층으로된 다랑이논의 풍경이 정겹고 평화로워 보인다.
집채만한 바위사면을 지날때는 설악산 용아장성의 개구멍바위를 지나듯 다리가 후들 대고 설설기며 손에 땀을쥐게 한다.
산 정상을 다가도록 농촌의 풍요로운 가을 들녁이 조망된다. 아기자기한 암릉에 조망도 훤하다. 누구 말마따나 할짓 다하는 허굴산의 재롱에 넋을 잃는다.
안내산악회에 수없이 발을 딛었건만 오늘처럼 여유있게 하는 산행은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산악회를 맡고 계시는 회장님이 모든 산악회가 쫓기듯 빨리만 가서 여유있는 거북이 산행을 하기 위해 산악회를 조직하셨다 한다. 운행버스도 31인승 우등 리무진으로..... 버스도 산행도 부러울 따름이다.
매번 안내산악회에서 산행을 할때마다 눈 높이가 맞지 않는다고 ,느낌의 코드가 다르다고 늘 불평을 했었는데.....
대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아기자기한 암릉길 넘나드는 작은 움직임들이 한 편의 서정시 처럼 구성지다...
지나온 암릉길 뒷배경 삼아 사진도 찍고 마음껏 여유를 부린다.
살다보면 어느 하루도 지울 수 없는 소중한 날이 아닐 수 없다.
산길에서 예쁘게 채색된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가을이 살며시 걸려있는 나무를 보면서 마음이 설렌다.
가을엔 가을을 살짝 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등로 주변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줍어 하는 야생화의 청초함에 두 눈이 끌린다.
가끔 험로를 만날땐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회길로 돌아가지만.....기회를 만난 듯 어느 한 곳 놓칠세라 신명이나서 모두 거쳐간다.
지금까지는 가슴과 몸으로 즐거움을 느꼈다면 이제는 미각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맛있는 성찬.....같은 음식이라도 산정에서 먹는 즐거움은 또 다른 맛이다. 자연의 바람과 맑은 기운의 공기가 양념으로 추가되고 시각으로 들어오는 풍경들이 고스란히 몸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암릉구간이 끝나고 거의 육산길이다.
등로에 도토리들이 질펀하게 널려있고 산길을 걸으면서도 도토리 세례를 받아가면서 걷는다.
아까 들머리에서 밤을 주으면서 생각했던 것이 날머리에도 밤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산길을 다 내려오니 밤나무 단지가 쫙 펼쳐져 있다.
돈으로 계산하면 별것 아니지만, 그리고 먹는 재미보다는 줍는 재미에.....
몸도 마음도 갈빛으로 물들어 가는 숲살 촘촘한 9월의 산길은 자꾸만 여름날을 기억해 내려한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 보듬고 싶은 기억들...그냥 아무런 내색없이 지나치기엔 아까운 시간들이다.
내몸 부대낌의 시간들 속에 즐길 수 있었던 그 느낌...그 감동...그 환희들이 일상을 버텨갈 힘이 될것 같다.
작지만 예쁜 허굴산!! 또 다시 그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시나브로 펴 온다...
작지만 예쁜 허굴산!! 또 다시 그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시나브로 펴 온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9월25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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