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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7일간의 외출(도명산)

by 풀꽃* 2008. 9. 24.

언제:2008년9월18일(목요일) 날시:맑음
어디:도명산
위치:충청북도 괴산
코스:주차장-첨성대-정상-학소대-주차장(원점회기)



어제는 인근에 근접한 산에 오르고 저녁시간에는 예술의전당 조카 바이올린 연주회에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조금 떨어진 괴산에 있는 도명산...
사실은 낙영산과 가령산을 오르고 싶었었는데 요즘 송이버섯 철이라 작목반들이 지키고 있어 도명산으로 정하였다.
산길 굽이 굽이 돌아 들판을 지나고 계곡을 지나 화양구곡으로 접어드는 길목엔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바람에 너울너울 몸을 흔든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이삭은 무게를 가누기 힘겨워 고개를 떨구고 나락 위로 거미줄이 자유롭게 선을 긋는다.
들녁의 노란 풍경이 가을빛이 묻어난다.
파란 하늘에 펼쳐진 하얀 구름이 내 눈 모두를 잡는다.

어릴적 보물상자 안에 있던 친구가 전해준 작은 쪽지가 생각난다. 보물상자 안에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중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이는 것은 친구가 준 작은 쪽지 하나이다.
하늘색 편지지에 하얀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편지지에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가 마음을 기쁘게 했던 추억이.....지금도 파란 하늘에 흰구름만 보면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계곡을 옆에 두고 임도를 따라 오른다.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떨어지는가 하면 초록의 옷을 입은 나무도 있고 추색의 물을 곱게 들인 나무도 있다.

나무의 빛깔도 물의 빛깔도 모두 가을색으로 물들고 있다.
계곡의 너른 암반과 기암괴석의 풍경을 둘러보며 걷는 걸음이 즐겁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항상 가슴 설레고 희망적이며 진취적이다. 화양교를 사이에 두고 제부와 산길로 접어든다.
동생은 오름길이 힘들 것 같다며 임도를 따라 자연학습장을 들러 날머리로 조금만 오르겠다며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산길로 접어들자 초입부터 된비알길을 깔아 놓는다.
오름길의 가파름이 예사롭지 않지만 누가 쫓지도...그렇다고 따라가야 할 사람도 없기에 여유있게 유유자적 걷는다.
계절은 가을인데 기온은 여름이다. 높은 기온에 매미들도 눌러 앉아 늦장을 부린다.
도토리의 유혹에 참견도 하고...산 정상을 향해 한발한발 오르는 마음은 인생의 어려운 역경을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논리와 닮은 듯 하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하루가 다르게 채색되어 가는 추색의 빛깔 만큼 마음도 조급하다.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서 맑은 햇살에 얼굴을 내민다.
고요한 듯 하지만 산속은 바쁘다. 여름 내내 초록의 향연을 베풀었던 활엽수들이 추색 단장에 한창이다.
정상으로 갈수록 나무들은 추색빛으로 즐거운 연주를 하고 있다.
짙푸른 소나무 가지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은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가 되어 갈길 더디게 하지만 가파름이 심해 긴장 또한 늦출 수 없다.
자잘한 오르내림이 있는 봉을 지나 가파름은 나무도 잡고 바위도 잡고 자일도 잡으면서 자세를 낮추워도 보지만 워낙 심하다 보니 설설긴다.
다가오는 가을을 시샘하는지 늦더위가 꺽일 줄 모르고 수은주를 끌어올려 한여름의 날씨다.
송림으로 울창한 평평한 능선을 천천히 오르니 괘청한 하늘가를 맴도는 구름도 산군들의 향연도 시원스럽다.

정상에 오르니 우후죽순처럼 서있는 집채만한 바위와 정상석.....
우측으로는 바로 옆 낙영산과 저 멀리 속리산의 봉우리들이 웅장하게 사열되어 있고 앞으로는 대야산,군자산 칠보산...충북의 산군들이 나란히 어깨를 맛대고 있다.
하얀 모시적삼 사이로 살짝 내비춰진 여인의 살결처럼 소나무 사이로 거대한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암릉들을 기웃거려보고 자연이 주는 장엄함에 다시 한번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제부로부터 산군들을 설명듣고 하산에 들어간다.
마음같아선 한참 머물고 싶은데 아래서 기다릴 동생을 생각하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다.
아직 다 돌아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철계단을 내려서서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니 상수리나무 군락과도 같이 도토리가 즐비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밤과 도토리리는 제철을 만나 풍성함을 안겨준다.

얼마쯤 내려가니 너른바위 소나무 그늘 아래 동생이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옆에 다가가도 모를정도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리도록 아름답게 가을서곡은 시작되고 .....
등로길마다 무수한 가을의 흔적들이 발목을 적시고 언제나 돌아다본 길은 우리네 삶같은 굴곡을 남긴다.
하늘과 맞닿을 것만 같은 유리알처럼 투명한 하늘엔 흰구름이 자유롭게 흘러간다.
풍성한 가을은 이미 우리들 곁에 깊숙히 자리하고 먼길까지 동행해준 동생내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9월24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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