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8년9월17일 (수요일) 날씨:맑음
어디:낙가산
위치:충청북도 청주
7일이나 되는 휴가의 화려함에 군침이 꿀꺽 목울대를 자극한다.
긴 휴가의 쓰임새를 놓고 산에도 가고,바다도 보고,음악회도 가고...갖가지 종합선물세트에 끼워팔기를 하듯...몰아주기를 하듯 분위기 몰고 나선 몸짓이 날아갈 듯 가볍다.
구속된 일상도 아니건만 이런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일상이 행복한 날.....
화려한 외출은 아니지만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 것도 필요한 듯 하다.
예전엔 종종 2년차 되는 친구같은 동생네 집으로 가벼운 짐보따리 들고 자주 여행길에 올랐었는데 그 시간속 이야기는 벌써 오랜 추억으로 자릴한다.
첫째날은 늦으막한 시간에 도착한 관계로 해후를 풀고 동생 내외와 그간의 있었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지금 생각하면 산과의 인연도 제부의 영향이 크다.
산이 좋아 청주에서 목회를 하게된 제부의 권면으로 이산 저산 발을 딛게 되면서 산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은 두 사람이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산이야기로 삼매경에 빠진다.
제부께서 내일은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가자는 권유에 그보다는 산이 더 좋을 것 같아 산으로 결정을했다.
둘째날은 집에서 가까운 낙가산 언저리에서 놀고...뒷산이라고 하기엔 장엄하다고 할까?...정상까지 왕복 3시간 30분.....
가을빛이 내려앉은 들녁을 가르며 산책길 같은 오붓함에 걸음들이 가붓하고 키를 웃도는 풀섶의 흥청거림이 마치 울타리를 처 놓은 듯 하다.
나뭇잎 사이로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과,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가을향기와 산길에서 만난 꽃분홍 불봉선,며느리밥풀, 하얀 구절초가 가을을 노래한다.
하늘을 찌를듯한 상수리나무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밤나무의 몸짓들이 풍성함을 안겨주고 그 사이로 말간 햇살 쏟아지는 바깥세상이 눈부시다.
흔한 꽃들이지만 산의 풍경과 어울어져 여느 귀한꽃들 못지않게 예뻐 보인다.
가을이 빚어낸 모습들...
높아진 하늘과 풍성한 열매들이 가을을 노래한다. 이 시간이 행복한건 풍경과 음악을 혼자만의 세상에서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생내외는 어제 정상까지 올랐다고 산 중턱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정상까지 혼자 다녀오란다.
여기까지는 능선에 불과한데 이제부터는 오름길이다.
혼자 오르는 오름길이 서둘러진다. 기다리고 있을 동생이 지루할까봐 걸음을 재촉한다.
가족이란 서로에게 짐이 되어줄 때도 있고 서로의 짐을 덜어줄 때도 있다. 그것이 가족이다.....
오래전 몸이 아파 동생네 집에서 요양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제부와 이산 저산을 오르며 주고 받았던 이야기들이 스쳐간다.
그리고 입맛이 없어 밥을 못 먹던 나에게 이것 저것으로 신경써가며 건강을 챙겨주었던 정성어린 동생의 손길이 눈물이 날만큼 사랑스럽다.
산길에서의 고요한 시간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고 온전한 자신을 만나게 해준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보다 자신의 수양에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때론 일상 탈출을 꾀하였다가 오히려 일상의 소중함을 얻게 되기도 하고.....
세상은 저마다의 색깔들로 채워지는 총천연색 화판같다...
어느덧 정상이다. 철탑이 높게 세워진 정상 한 켠엔 벤치도 설치되어 있고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도 눈에 띄인다.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엔 두둥실 솜털구름 수놓고 바람도 햇살도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가을이 담겨져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들녁의 풍경이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능선이 이어져 있어야할 곳에 파란 잔디밭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때서야 길을 잘못들었음을 알고 휴대폰으로 연락을 한다.
마음이 급하여 갈림길에서 이정표도 안 보고 걸었던 것이 그만 김수녕양궁장 방향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래도 전혀 낯선 곳이 아니라 염려가 덜 된다.
동생으로 부터 찾아가는 길을 설명 듣고 임도를 따라 걷는다.
포도밭길을 따라 가는 길목엔 밤나무가 알암이 벌어 풀섶위에 밤들이 그득하다.
길 잃은 생각도 잠시 망각한채 밤 줍는 재미에 마음은 풍성함으로 가득하다.
사람의 냄새는 상큼함도 향긋함도 있지만 충청도 고유의 억양인 푸근함이 오늘 하루도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 9월 23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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