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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지장산에서 가을을 줍다.

by 풀꽃* 2008. 8. 28.

언제:2008년8월23일(토요일) 날씨:아주 맑음
어디:지장산
위치:경기도 포천
코스:주차장-관인봉-잘루맥이고개-지장산(정상)-삼형제봉-주차장
산행시간:여유있게 7시간

지난밤 거센 바람과 동반한 빗줄기가 한바탕 너스레를 풀고 가더니 새벽까지 내리던 얕은비는 리듬을 멈춘지 오래고...
누군 알람소리만 믿고 늦잠에 허둥이와 지둥이 다독거리고~ ~ 누군 아예 모습도 안 보이고~ ~ 누군 전화기마져도 꺼놓고 ~ ~
이래저래 단촐하게 나서게된 산행길...
지장골로 접어들자 공기 맛이 다르다. 콸콸콸 쏟아져 내리는 계곡의 물소리와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우리를 반긴다.
엊그제만 해도 덥다 더워 노래를 했건만 그새 바람도 ~ ~햇살도 ~ ~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가을이 담겨져있다.
세상은 저마다의 색깔들로 채워지는 총천연색 화판속의 그림이 오늘은 무슨색으로 채워질지 마음이 설렌다.

하늘마저 파랗게 물든 날.....
예쁜 색깔들로 화판을 가득 채울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군가 그랬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고......
산에 머무는 동안 만이라도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껏 자연을 느껴보고 싶다.
들머리로 접어들자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며 발걸음도 가볍다.
전날 빗방울에 갇힌 세상이 가져다준 지장골의 풍경은 한층 높아진 파란 하늘에 하얀구름 모셔놓고 하늘이 내려준 빗방울들이 모여 계곡을 가득 채우고 힘찬 물살이 들려주는 폭포음은 지나간 여름 더위마져도 씻겨주듯 시원하다 못해 선뜻함까지 느끼게 한다.
햇살은 따가와도 짙은 녹음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가을향기가 느껴진다.
조금은 길게 느껴진 임도길도 지루하지만은 않다.
푸른 숲의 기운이 그랬고,콸콸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그리고 물의 빛깔과 포말,길섶의 들꽃들이 그랬다.
물소리,매미들의 울음소리,바람소리,나뭇잎들의 부닥거림이 전부인 숲속세상의 하루는 이렇게 열어간다.

<분홍 물봉선>
빠져버린 이빨 사이로 새어드는 시려움도 시간이 가면 그려려니 적응이 된다 하던데.....아름다운 들꽃들만 보기만 해도 선듯선듯 지리종주의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계곡의 물이 흘러 넘처 임도길도 계곡인듯 어릴적 시냇물 건너듯 징검다리 건네는 몸짓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임도를 벗어나 산 속으로 접어들자 가파른 오름길을 던져놓는다.
촉촉한 등로의 오름길이 예전 같으면 무섭게 다가오겠지만 내림길의 고통을 생각하니 즐겁게 맞아진다.
어제 내린 비로 등로는 촉촉하며 숲의 향이 너무 좋다.
누군 오름길이...누구에겐 내림길이 공포의 길로 보여지지만 피해갈 수 없는 길이기에 인내가 필요하다.

여름철이면 매번 산을 오르면서 궁금한게 있었다.
왜 큰산에는 매미가 없는 것일까? 란 생각으로 궁금했었는데...
이곳 지장산에는 정상을 오르도록 매미들의 울음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이중주가 되어 멋진 화음을 잇는다.
능선에 오르자 우측으로 금학산,고대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저 멀리 북한땅까지 조망이 들어온다.


새내기 시절 금학산에서는 우중산행으로..... 고대산에서는 가파른 오름길과 정상을 앞두고 뙤악볕을 받아가며 오르던 고생담이 스쳐간다.
비온후의 초록빛 숲이 시리도록 눈부시고 그 사이로 불어오는 초록의 바람의 향이 싱그럽다.
이제 자연의 섭리대로 여름은 슬며시 과거로 저물어 가고 가을을 던져 놓는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여름의 한 복판에서 서있었는데 시나브로 가을향이 느껴진다.
등로엔 벌써 누렇게 익은 도토리들이 주인을 기다리듯 하나,둘 떨어져 가며 여름을 밀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연인것 같다. 시시각각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옷으로 치장을 하고는 우리 앞에 다가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것들이 세월을 말해주는 자연의 법칙같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 갈 날이 짧은 시간이기에 보다 많은 것을 ~ ~ 보다 여유있게 ~ ~ 풍류를 즐기며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만남을 통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은 얼마나 될지?...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만큼은 마음과 생각이 통하여 작은 것들에 감사와 행복을 엮어나가며 소중한 사람들과 자연을 만나니 오늘 하루가 아름다운 선물이다.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을 거쳐 오른 지장산 정상!!
작은 돌탑과 잘생긴 표지석...사방이 확 트인 시원스런 조망권은 막혀있던 가슴도 뻥 뚤릴 만큼 시원스럽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났음은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세상은 나를 위해 열어 놓은 듯 막힘이 없다.
하늘 턱에 걸린 구름의 향연도 환상적이다.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글로 묘사 하기에는 어떤 언어를 다 쓴다해도 이 모습을 표현 할 수 있을지?.....
빙둘러 산으로 울타리 처진 한 복판에 지장산이 우뚝 서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방에서 파도가 밀려들어 금방이라도 물속에 갇힐것만 같은 느낌이다.
산그리메가 너울너울 치마에 주름 잡듯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사방이 겹겹이 산으로 둘러 쌓였는데도 누군 이북에 있는 산을 바라보며 그곳까지 넘본다.ㅋㅋ
한쪽의 아랫세상에서는 철원평야의 가을이 익어가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오늘 점심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든에서의 만찬이다. 산속에서의 이만한 메뉴이면 최고의 사치다.
준비해온 음식에 기쁨이와 행복이 그리고 햇살이와 바람이도 한몫 거든다.
오늘 초원에서의 만찬은 신선들도 부러워 한다는 전설이 남겨질 것이다.
속도 든든하게 채우고 마음도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둘러메는 하산길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산은 있어서 아름답고 산을 찾는 이는 산이 있어서 아름답다.
예쁘고, 아름답고,사랑스런 풍경들...더러는 그들과 이별을 하고 앞으로 펼쳐질 삼형제봉을 향하여 하산에 들어간다.
능선도 걷고 바위벽도 오르고 자일구간도 만나고 어제 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몹씨 미끄럽다.

누군 자일만 보면 무서워서 벌벌 떠는가 하면 누군 그럴때마다 돕는 손길이 되어주고 또 누군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놀려대기 바쁘다.
그래도 오르는 바위벽은 견딜만 한데 끝도 없이 이어지는 내림길의 긴 자일구간은 얼마나 길고 또 얼마나 많은지.....ㅠㅠ
미끄러워 설설기고 긴장감의 연속이다.

누군 쐐기도 쏘이더니 이번에는 벌침 맞아가며 벌에게 헌혈까지.....나는 알지요.~ ~누가 쐐기와 벌로 둔갑을해 공격을했는지.....ㅋㅋ
그로 인해 멀쩡한 길을 나두고 미끄러지고 설설기며 극기훈련까지 강행하느라 수고가 한아름였어라...
산행이 짧든 길든 힘들어 하는 모습은 나의 모습이 그들의 모습이고 그글의 모습이 나의 모습일께다.
좋은 사람들과 산행을 같이 할때 그 가치는 더 의미가 있고 산행을 많이 하므로서 얻어지는 것은 곧 마음의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먼 훗날...아주 먼 훗날 한얘기 또하고 한얘기 또 하는 추억여행길.....
같은 생각을 하고 머물렀던 순간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벗들이 많으면 경제적인 부자보다도 더 성공한 사람이라는데.....
먼 훗날 오늘을 생각하며 인생을 연주하는 음악을 후회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늘......

그리고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마침표는 돌아오는 길에 썩썩 비며먹은 비빔밥과 토속적인 향기가 묻어나는 순두부와의 입맞춤이었다.
하늘 한바가지 ~ ~ 바람 한바가지 ~ ~ 구름 한바가지 ~ ~ 덤으로 웃음 한바가지 썩썩 비벼서 행복으로 도배를 하였던 지장산의 하루가 다시 그리워진다.

♣함께한이들:노승묵,곽연근,이인호,주명숙.박춘영,윤은숙,장옥순,산소녀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8월25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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