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8년9월6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방태산
위치:강원도 인제
코스:적가리골-방태산휴양림-주억봉-구룡덕봉-개인산-침석봉-숫돌봉-생둔산장
마음은 벌써 가을로 향하는데 늦더위가 마지막 힘을 다해 여름을 붙잡으려 한다.
가을로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으려는 여름이의 앙탈!!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바람도 쉬어가고 햇빛도 통하게 하고 여유로운 생각도 쌓아놓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아 놓고 삶의 지혜와 슬기로움도 담아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창속에 가을향기도 들여 놓고 싶다.
늘 그랬던것처럼.....
또 다른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몸에 배인 산꾼의 냄새는 쾌쾌함속에서도 은은한 향이 나는걸까?
두 달여만에 나누는 반가움의 인사도 어제인듯 ~ ~ 그제인듯 ~ ~익숙하다.
잘 다듬어지지도 ~ ~ 화려하지도 ~ ~자연의 모습 그대로~ ~
숲속세상의 베일에 쌓여 파란 하늘도 속살이 보일 듯 ~ ~ 말듯한 밀림숲속을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진한 풀내음은 싱그러움을 더하고...오름길의 가파름이 예사롭지 않지만 짝지와의 발맞춤에 된비알길도 산책길 걷듯 여유롭다.
한동안 선두를 따라가고푼 충동감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늘 어려운 법....해냈다는 성취감은 있을지 몰라도 가슴 한 켠에는 또 다른 허망함이 자릴할께다.
이제는 산을 정복하는 의미가 아닌 산에 일부가 되어 산을 바라보는 산행인이 되고 싶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이 아파하면 함께 아파하는.....산과 하나가 되고 싶다.
이 시간이 행복한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틈 한줌의 흙위에 함초롬히 피어난 금강초롱꽃이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산속의 들꽃들중에서 이런 풍경을 좋아한다.
화려하지도 ~ ~ 초라하지도 않은 청초롬하고 고귀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푸른 숲속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열리고 빠알간 마가목 열매가 가을을 얹어놓는다. 햇살 만큼이나 고운 색깔로 가을을 수 놓아 가고 있다.
차츰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따가운 햇살도 제자리를 찾는다.
주억봉 정상!!
수천마리로 되어보이는 깔따기들의 천국이다. 그곳에서는 눈을 뜰수도 ~ ~ 오래 머무를수도 .....마치 마라톤 선수가 반환점을 돌고 돌아오듯 정상석끼고 사진 한 장만 남긴다.
정상석 뒤로 설악의 긴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쪽은 대청 ~ ~ 저쪽은 귀청 ~ ~ 우뚝 솟은 봉우리만 대충 가늠하고 뒤돌아선다.
난 상처는 사람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들녁에 나와보니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하지만 상처 많은 꽃잎이 가장 향기롭다.(과일도 맛있는 과일을 벌레가 먹듯이...)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내려간 주지 스님이 쌓인 눈 때문에 오지 못하자 스님을 기다리다 추위와 굶주림에 앉은 채로 얼어 죽었다는 동자스님의 슬픈 전설을 안은 동자꽃이...그 슬픔 때문인지 철이 지난 지금에도 홀로 외로히 얼굴을 내민다.
이곳을 오면서 많은 들꽃들을 생각했었다.
가을의 교향곡이 울려퍼지는 듯한 보라빛 쑥부쟁이와 하얀 구절초 그리고 분홍빛 산오이풀을 만나고 싶었다.
하늘정원이 펼쳐놓은 수 많은 꽃 가운데 그들의 모습은 듬성듬성 출석부에 결석만을 면하듯이 빼꼼 모습 보이고 대부분이 둥근이질풀이다.
구룡덕봉.....
하늘빛과 하얀 구름의 조화가 눈부시던 날.....
산등성에 걸터앉은 가을빛이 사랑스럽다.
참한 고즈넉함이 깔린 산속의 너른 쉼터에는 웅성웅성 찝차같이 생긴 산악용 오토바이가 행렬을 이룬다.
처음에는 전시용이려니 했는데 멋진 오토바이맨들이 모터쇼를 하듯 묘기를 부린다. 이 산중에서 색다른 풍경은 오늘 산행의 보너스다.
따가운 햇살속에 널어 놓은 들꽃정원!!
그곳에서 나는 날갯짓을 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이리 훨 ~ ~훨 ~ ~ 저리 훨 ~ ~ 훨 ~ ~ 날아다니며 그들과 함께 눈 맞추며 ~ ~ 입 맞추며 ~ ~ 교감을 하며 사진도 담아준다.
들꽃정원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선다.
등로길마다 무수한 멧돼지들의 흔적이 발목을 적시고...녹음에 잠긴 푸르름을 벗하며 그 안에서 발버둥치며 보물을 찾느라 눈은 눈대로 ~ ~ 걸음은 걸음대로 ~ ~ 바쁘다.
여름 내내 초록의 향연을 베풀었던 활엽수들이 추색 단장을 준비하듯 검푸른 빛깔로 물들고 있다.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듣고 싶어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거려보지만 아쉽게도 꿈적거릴 낌새를 내보이지 않는다.
산행 내내 참견하는 금강초롱꽃이 성가실법도 하고 ~ ~ 질릴법도 한데 보면 볼 수록 사랑스럽다.
그냥 지나치면 거기가 거기 같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귀 기울이면 그 속에는 숨겨진 보물들이 가득하다.
나무가지에 푸른 이끼 얹어 놓고 그 위에 자생하는 민초들...
습한 숲속이기에 그들이 자라기에는 가능하다.
오래전 키나바루 산행때...그곳에는 나무마다 이와 같은 모습들이 줄을 이었었는데 여기서는 지난해 지리종주를 하다 벽소령을 지나 선비샘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 같은 풍경을 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지리하게 긴 숲속 터널.....
바깥세상의 모습은 숲그늘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파란 하늘이 전부다.
높은 나무가지에 새집모양의 둥근 기형을 발견하곤 보물이라도 발견 한듯 마음이 색다르다.
사람으로 치면 종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는데...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이따금 열리는 햇살사이로 발갛게 가을빛이 열리고...조금씩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색채가 가을을 노래한다.
지리하게 깔아 놓은 숲속터널의 힘듬도 ...산행 내내 함께 해준 들꽃들이 있었기에 견딜 힘이 되었다.
나는 이 길에서 세월이 남기고 간 흔적들은 조금씩 조금씩 내 가슴에속에 퇴적되어 가고 또 다른 추억을 남긴다.
나른한 피곤은 온몸을 파고들지만 오늘 방태산의 초가을날이 던져준 선물을 보듬고 돌아서는 가슴 한 켠으로 가없는 뿌듯함은 슬며시 머물자릴 잡는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 9월9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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