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8년8월30일(토요일) 날시:맑음
어디:육백산(이끼폭포)
위치:강원도 삼척
코스:도계면 무건리 이끼폭포(원점산행 여유있게 4시간)
이끼계곡...이끼폭포!!
아주 오래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지리산 뱀사골 이끼폭포의 미련이 가신 듯 하다가도 매년 장마가 끝난 여름만 되면 그 병은 다시 도진다.
휴식년제로 수 년간 굳게 문이 닫혀 있는 곳...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잘 알려진 무건리 이끼폭포!!
기회는 찬스라던가?
모 산악회에 이끼폭포의 일정이 잡혀있어 이날만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꼭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릴적 소풍날 기다리듯 ~ ~ 때때옷 입으려고 설날 기다리듯 ~ ~ 하루,이틀,사흘 손꼽아 기다리는 그리움의 시간들.....그 시간들 조차도 정겹게 느껴진다.
이른 시간부터 몰려든 벌초객들의 행렬로 도로는 빽빽히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그로 인해 찻길에서 보낸시간이 장장 6시간...
산행보담두 길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던 과정이지만 짝지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6시간의 시간도 지루하지 만은 않았다.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무건리...주변은 석회석 광산으로 희뿌옇게 사열을 이루고 세멘트 길을 따라 들꽃들의 호의를 받아가며 걸음을 옮긴다.
처서가 지난 햇살이지만 내리쬐는 한낮 태양의 빛은 금새 얼굴에 땀을 가져다 준다.
물봉선 군락지 사이에 고추잠자리 맴돌고 나폴거리며 날으는 나비의 날갯짓이 사랑스럽다.
이름이 예쁜 이끼계곡엔 물빛도 무지개빛일것 같은 느낌이 든다.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제자리 찾은 듯 두둥실 떠 있고 철 지난 매미는 목청 높여 울어댄다.
임도길을 벗어나 얼른 산 길로 들고 싶은데 한참을 지나 이번에는 시멘트 길이 아닌 흙으로된 임도길을 던져놓는다.
가을의 알림이 억새도 그새 새순이 올라오고 아직 풋풋한 밤송이도 따가운 햇살속에 영글어 가고 있다.
언제 비가 내렸는지 임도길엔 질적질적 진흙탕길 드러눕고...깔끔떠느라 조심조심 길 건네는 몸짓이 조금은 긴장이 된다.
간간히 분홍빛 칡꽃들이 제 몸 떨구어 꽃길 수놓고 오고가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흥을 돋는다.
이곳을 오면서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하늘이 키우신 많은 들꽃들을 보고 싶었었는데.....시간이 지나도 몇몇 들꽃들만이 눈에 보일 뿐 잡초만이 가득하다.
이곳에선 분홍색 물봉선이 주연이고~ ~ 노랑색 달맞이꽃이 조연인 셈이다.
임도를 벗어나 이끼폭포 가는 길목에는 자그마한 하얀 널판지에 "이끼폭포"란 표시기가 쓰여져 있다.
좁은 등로로 접어들자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계곡이 가까이 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등로 옆 드넓은 벌판엔 들꽃들이 많이 피어있을 법도 한데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리를 메꾸고 몇몇가지의 꽃들만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좁은 등로는 질퍽임도 없이 몹씨 미끄럽다. 토질이 진흙토질인지 마치 눈길을 걷듯 한발한발 ~ ~ 조심조심 ~ ~ 긴장을 잔뜩하고 걸어야만 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20여분 가니 이끼폭포의 모습과 광음이 숲속을 채운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숲그늘에 갇힌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비경이 숨어있을 줄이야... 마치 딴세상에 온 느낌이다.
모두는 너도나도 작가인 듯 사진담기에 바쁘다.
실비단길 깔아 놓은 이끼계곡 이끼폭포....너른 바위에 초록빛 융단 덮어씌우고 그 위로 청아하게 흘러내리는 잔잔한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말도 잊는 듯 ~ ~ 숨도 멎는 듯 ~ ~ 자연에 동화되어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자연에 속해 있는 듯 하다.
각기 다른 3개의 폭포는 저마다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나긴 세월의 역사를 말해주듯 묵묵히 물줄기만 흘러 내리고 있다.
작은 바위에 이끼가 다칠까봐 발딛음이 조심스럽다.
상단의 이끼폭포를 보기위해선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한발 한발 발을 옮길때마다 다리가 후들후들 십년은 감수한 듯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협곡사이로 흐르는 물을 건너고 미끄러운 바위자락을 통과하면 무건리 최고의 비경인 용소와 이끼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며 광음을 토해낸다.
이끼바위를 타고 흐르는 비경은 한폭의 산수화다.
시원한 냉기가 감도는 골안,땀이 쏙 들어가고 한기마져 감돈다.
수 십년의 세월이 빚어낸 이끼계곡 이끼폭포...수량도 적당하고 아직은 세상때가 적게 묻어 살아 숨쉬는 태고적 신비함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다.
그들이 아파하지 않게 아니온듯 다녀가야 하는데...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조금은 훼손되어 가고 있다.
짧은 듯한 산행이 좀 아쉽기는 하나...언제 기회가 되면 때묻지 않은 오지산행 성황골계곡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8월31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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