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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병풍속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청량산

by 풀꽃* 2008. 9. 30.

언제:2008년9월27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청량산
위치:경상북도 봉화
코스:입석-어풍대-경일봉-자소봉-탁필봉-하늘다리-장인봉-전망대-청량폭포

♣12봉
장인봉, 외장인봉,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금탑봉, 축륭봉
♣12대 : 어풍대, 밀성대, 풍형대, 학소대, 금가대, 원효대, 반야대, 만월대, 자비대, 청풍대, 송풍대, 의상대
♣8굴 : 김생굴, 금강굴,원효굴,의상굴,반야굴,방장굴,고운굴


9월의 세상은 가을빛이 얕게 내려앉은 풍요로움이 가득한 풍경이다.
도시냄새가 나는 커피보다 고향냄새가 나는 감잎차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 추진의 힘듬도 사랑하는 장로님,집사님,권사님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 녹듯이 녹아내린다.
주님안에서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산하를 믿음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산행할 수 있음이 큰 축복이다.

청량산은 낙동강이 감아도는 봉화군 명호면의 남쪽에 있는 산이다.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의 명산이다.
2년전 다녀오긴 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 다시 보고파 찾은 청량산!!
차를 타고 가면서도 상상속의 풍경화를 그린다.
가을이 얕게 내려앉은 그림도 그려보고 ~ ~ 바위틈에 뿌리내린 하얀구절초와 보라빛 쑥부쟁이도 그려 보았다.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시간들을 생각하니 벌써 기쁨이 가득하다.

오랜 시간 달려 도착한 들머리 입석.....
예전엔 입석 바로 앞까지 차가 올랐었는데 혼잡해서 인지 10분쯤 임도를 따라 걷는다.
조용하던 숲속 세상은 전국에서 몰려든 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고요를 깨운다.
노송이 우거진 산길로 접어드니 풍요는 가을 들녁에만 있는 것도 아닌듯 눈길 가득 널린 풍요를 즐긴다.

여기 툭!! 저기 툭 떨구어 놓은 듯한 바위봉들은 그 틈에 뿌리내린 나무들과 만나 수려한 산수화를 그려 놓고 바라보기만 해도 까무라치게 아름다운 풍광을 던져 놓는다.
같은 꽃일지라도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암릉 곳곳에 피어있다.

자연이 그려내는 이 아름다운 산수화 한폭에 세상에서 찌들었던 감성이 녹아내려 천상을 유람하는 신선의 세계에 몰입하는 행복을 누린다.

기암과 들꽃들의 조화로운 향연...
절벽위에 간신이 매달려 있는 분재같은 나무들과 함초롬히 피어있는 갖가지 야생화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과 마음이 행복해 진다.
한번 오기엔 먼 거리라서 오래도록 기억에 새겨두고 싶어 한참을 넋놓고 바라본다.
불어오는 바람속에 가을의 향기가 한층 짙게 배여 있는 것 같다.
아직은 푸르름이 더 강한 나뭇잎들 사이로 간간히 단풍이 옅게 물이 들고 있다.
저 초록의 터널에도 가을 빛이 들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단풍진 모습으로 변해질 것이다. 아직 단풍의 모습은 수즙은 미소를 날리고 있다.

산길을 걷다 잎이 말라 떨어지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단풍이 들기도 전에 이파리들이 마르고 또한 그 끝이 말리고 타들어 속절없이 이쁜 색도 만들지 못하고 낙엽이 되어버리는 허망함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심신을 쉬게 해주는 작은 안식이다.
내 자신을 대자연 속에 드러내 보였을때 언제나 변함없는 산은 커다란 기쁨으로 다가온다.


산정에서 아름다운 성찬...
자연이 주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전망 좋은 스카이라운지에서 마주하는 릭셔리한 성찬이다.
산정의 시원한 바람과 격렬한 체력소모가 미각을 돋우어 오감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준비해 주었다.

늦게까지 참견하던 여름 더위도 가을이라는 신무기 앞에서 넋을 잃었다.
그래도 낮에는 따갑게 내리쬐는 볕이 눈을 시리게 하지만 여름 햇살과는 그 느낌이 달랐다.
산행의 묘미는 오르락 내리락 큰 어려움도 없이 순하게 진행된다.

하늘 배경으로 우뚝 솟은 자소봉...
자소봉을 오르기전 높은 바위봉을 지난번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기필코 오르고 말았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자소봉의 풍광이 병풍속의 산수화 처럼 인간의 솜씨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하나님 만의 조각품이다.
아름다운 향기 같은게 내 속으로 기어들어와 삶의 일부로 자릴잡는다.

땀 흘린뒤 바람결에 널어 놓은 얼굴엔 뿌듯한 행복이 가득하다.
그냥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보면 흘러가는 우리 인생도 참 아름답고 소중하다.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세상이 보여주는 최상의 것을 배우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지나온 풍광과 앞으로 보여지는 풍광들을 마음속 깊이 담는다.


하늘다리...

다리가 설치되기전 협곡의내림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급한 경사와 너덜지대로 로프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많은 인원이 아니어도 정체구간 중 한곳 이었다.
이런 곳에는 구름다리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다들 입을 모았었는데 지난 봄 하늘다리가 설치되었다.
그로 인해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등산객들도 더 많아졌다.

장인봉 가는길...
높게 설치된 철계단은 마치 천국의 계단인지... 하늘문인지...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장인봉 정상에도 예전에는 작은 돌탑과 자그마한 표지석이 전부였는데 전에 있던 돌탑은 옆으로 옮겨 놓고 잘생긴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마지막 구간인 전망대...
앞으로 ( )봉이 우뚝 솟아 있고 아까 들머리에서 올려다 보이던 지도 모양의 그림이 펼쳐진다.
이젠 하산길이다.
장인봉을 향하여 되 돌아와 청량폭포 방향으로 하산길이다.
이곳도 예전에 없던 작은 통나무 계단이 설치되었다.
이왕 설치하려면 발 딛기 편리하게 하면 좋으련만 간격도 좁고 흙이 움푹 들어가 발 딛기가 영 불편하다. 마치 지옥문으로 내려가는 계단 같다.
하산길에선 늘 다리가 힘들다고 시위를 벌인다.
살 ~ ~ 살 ~ ~ 달래보기도 하고 ~ ~ 밧줄을 잡고 뒤돌아서 걸어보기도 하고 ~ ~ 휴식을 가지며 쉬어주기도 한다.
자랄땐 내림길이 하나도 안 힘들었는데...세월이 말해주는 것 같다.

날씨도 ~ ~ 풍광도 ~ ~ 만찬도 ~ ~ 함께한 모든 분들도 ~ ~ 모두가 좋았더랬던 청량산...
이제 가는 여름의 녹음을 걷어내려는 흔들림과 추색 물들임이 시작되는 두 계절이 서로 공존하는 청량산에서의 하루가 그져 행복하기만 하다.

함께 한 모든 분들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9월29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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