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9년11월7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선운산(336m)
위치:전라북도 고창
코스:
연한 순 같은 연둣 빛 유년을 지나 바람 따라 가을 낙엽이 휭하니 내 머리 위에 맴돌다 떨어진다
가을이 가려나보다
가을이 깊어가 듯 낙엽색깔이 점점 짙어진다. 가는 가을을 따라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간다
자고나면 저만치 달아나 버리는 단풍의 물결!!
마음 같아선 가지마라 매달리고 싶은데...
그렇치 않으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고 얼르고 싶은데...
야속하게도 그들은 잠시도 머물지 못하는 변덕스러움에 제몸 치장하느라 뒤도 안돌아 보고 떠나간다.
진력나도록 머물다 가는 구차한 손님이 아니란 걸 알기에 어쩔수 없이 쫓아 다닐수 밖에 없는 궁한 사람이 되어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쁜 일상속에...작은 몸뚱아리 나부대는 소리만 요란하다.
총동원을 끝낸 뿌듯함과 산으로 향하는 마음이 설렌다
이제 내 자리를 찾아온 느낌이다
나는 난데 내가 아닌 다른 누구로 살아간다는 느낌은 곧 슬픔이고 죽음일 것이다
지난 여름 푸른 빛으로 젊음을 노래하던 단풍이 찾아온 가을에 마음을 주고 받은 듯 오색빛 유희를 즐긴다
아름답고 고운 예쁜 물감으로 옷을 입는다
얼마전 한파로 인해 단풍이 다 떨어지지나 않았을까 염려도 했었는데 가을을 떠내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고운 단풍을 펼쳐놓는다.
선운산의 가을은 단풍의 연주로 시작된다
곱게 내려앉은 오색단풍에 넋을 잃고 일행들도 떠내보내고 눈도 바쁘고 마음도 바쁜 분답스러운 속에 사진담기에 바쁘다
여름이 뜨겁게 머물다간 자리에 단풍은 영혼의 목소리로 노래하며 춤을춘다
가을아!
불러도 불러도 정겨운 가을아?..
푸르던 산에는 나무들이 저마다 색동옷을 입었다
사람손이 닿지 않는 감나무 꼭대기엔 잎새 모두 떨군 감이 먹이 찾으러 오는 까치를 기다리려는지 고운 햇살 세례 받아가면서 풍요로운 가을을 이야기 한다
눈길 돌리는 곳마다 가을의 흔적들이 나의 발길을 잡는다
가을과 함께 어울림하고 있는 모든 풍경에는 추색의 고운빛이 담겨있다.
단풍의 고운빛들이 모두의 얼굴에 실려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단풍이 곱게 물든 산길을 따라 오색바람이 실어다준 오색향기에 젖어 행복의 비명을 지른다
늘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함께 오지 못한 님들이 생각나 아쉬움이 가득하다
언제나 함께 하는 산행길은 즐겁다
고만고만한 동네 뒷산 같은 선운산! 단풍의 행렬은 한참 이어진다
두터운 옷차림이 가져다주는 땀방울에 온 몸은 땀 범벅이다
처음 산을 오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리석게 복장을 했는지?.....다 벗고 이제는 벗을게 없다
원숭이도 높은 가지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 이런걸 보고 말하나 보다
산에도 감나무가 있다
벌써 낙엽 떨어진 앙상한 가지엔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시선을 끈다
가을은 생각이 많은 풍요로운 계절이다.
세상엔 지지 않는 꽃은 없다고 했다
산야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스러지는 가을의 빛과 소리가 쓸쓸하다
지난해 봄 이곳을 거닐면서 가을이 되면 꼭 너와의 만남을 갖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 이렇게 산길을 걷고 있으니 그져 행복하기만 하다
배맨바위!!
가까이에서 본 배맨바위 (계선암)
배가 물에서 떠내려가지 못하게 매여두었다하여 맬계 (繫) 배선 (船) 바위암 (岩) 계선암이라 부르며 그 근거로는 바위를 한바뀌 돌면서 자세이 보면 밑부분에 굴껍데기가 지금까지 다문 다문 붙어있는것을 볼수가 있으니 아득한 옛날에는 이지역이 바다였구나 하는 근거로 추정하여 배맨 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 서쪽 방향에서 보면 애기업은 모양 같다하여 애기업은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배맨바위를 지나가고 있을 무렵 무전기로 연락이 왔다
일행들이 모두 이곳을 경유하지 않고 도설암으로 하산을 하였다는 소식이다.
너무도 안타깝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이것만은 꼭 보여주고 싶었었는데...
선운산에서 가장 인상에 남을만한 목표물인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후미대장님 부부와 달랑 세명만이 이 길을 걷고 있다.
길도 능선길이라 순탄한데 이 멋진 바위를 우리만 볼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아쉽다
세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배맨바위...뒷면의 모습과 앞면의 모습과 그리고 옆면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
거북모양의 모습을 보려면 멀리 옆에서 보아야지만 고운 자태가 드러난다
꼭 보여주고 싶었었는데....ㅠ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힘든구간도 아닌데 정말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름다운 단풍숲이 있기에 마음이 한결 푸근하고 넉넉하다
배맨바위를 지나 능선길이 거의 끝나갈 무렵 좌측으로 하산길이 보인다
외진 산길엔 벌써 고요가 찾아든다
실오라기 같이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그 소리가 하늘까지 닿으려는가 고요속에 제법 요란하다
외진 산길은 갈색 차렵이불을 덮어 쓰고 가을잠을 잔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잠이깨 기다리고라도 있었듯이 반가움의 포웅을 한다
바람에 숨결에는 이미 이별을 예고나 하련 듯...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밀어는 이제 낙엽되어 흩어진다
일행들과 멀리 떨어져있지만 낙엽이 덮인 이 길을 나는 더디 더디 내려가고 싶었다
잠잠한 듯..안 보이던 빛바래가는 들국화의 모습도 눈에 띄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새로운 들판이 생긴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흐르는 계곡물도 문득 조용하다
점심을 짜게 먹어설까? 갈증이 난다
한 잔의 물을 따라 그 안에 가을 햇살도 넣고, 숲속의 향기도 넣는다. 그리고 가을 낙엽향도 조금 집어 넣는다
이 산길에서 가을을 마신다
이렇게 진한 가을의 소리를 하나 둘 내 가슴 깊은 곳에 저장 하고픈 것이다
가을이 떠나가는 곳에 겸허하게 나를 살짝 내려 놓는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세월 속에 나를 맡겨본다
산은 우리에게 모습 그 자체가 교훈이다
머물고 싶지만 떠나야 하는 철새의 날갯짓 처럼 가을은 헤어짐의 이야기들로 가슴 가득하다
보내야 하는 가을이지만 왜 이렇게 그리움이 가득한지...
새소리 맑게 울리는 늦은 가을 산속은 벌써 갈참나무의 겉옷과 속옷을 차례로 벗어 던지고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서 있다
봄을 맞아 끓어 넘치던 환희도, 여름의 무성하던 초록도 미련없이 떨쳐버리고 부끄러움을 잊은 양
발가벗고 선 모습에서 나는 나의 옷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가을의 아름다움은 단풍에도 있지만 앙상한 모습을 드러낸 나무에도 있다
산길에 여기저기 본연의 자태를 드러낸 나목들.....
입은 옷 훌훌 털어내고 겨울을 맞이하고 서 있다
아무런 꾸밈도 장식도 없는 나무는 나로 하여금 깊이를 알 수 없는 사색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산자락에 걸려있는 단풍의 오묘함에 취해 강한 충동을 느낀다
가끔은 혼자이고 싶을때가 있다
이런 특권 조차도 누리며 산길을 걷는다
그곳에서 나는 진한 가을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삶의 깊이를 아는 듯한 계절 가을!!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내줄 것 다 내어주었다는 홀가분함에 가을을 내린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등산도 극복해야 할 아픈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실망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 했어도 우리의 마음에 어둠이 갇혀있다면 아무소용이 없을 것이다
내뜻과 바램이 가을 하늘처럼 맑고 높게 영글어가는 이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가을!
당신은 내게 사랑으로 오셨습니다.
가을을 마중하고 배웅하면서 소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또 함께 산길을 걸을 수 있는 벗님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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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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