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의 향기

남덕유산 그 푸르른 숲으로

by 풀꽃* 2011. 6. 28.

언제:2011년 5월11일(토요일) 날씨:파란하늘에 하얀 구름이 예쁜 날

어디:남덕유산

위치:경남 거창과 함양

코스:황점마을-삿갓재 대피소-능선길-삿갓봉-서봉-남덕유산 정상-제2철계단-제1철계단-능선안부-영각사  (산행시간: 8시간 30분 서봉까지 갔었기에)

누구와:등산부 회원 28명

전날까지만 해도 그쪽 지방에 비소식이 있어 대장님께서 산행지를 바꿀 생각까지 했는데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고 멀쩡한 날씨다.

 

이제 자연의 섭리대로 봄은 슬며시 과거로 저물어 가고 여름을 던져 놓는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이 우리는 또 다른 세월을 맞이하면서 그만큼 성숙해 지는지 모른다.

파란 도화지 위에 줄을 긋듯 들머리로 들어서자 전원의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하얀 찔레꽃 내음이 은은하면서도 향기로움으로 다가온다.

초록빛 바람이 실어다준 초록향기가 폴폴나는 길을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초록빛 안위가 평안을 가져다 준다.

도심에는 거의 저가는 찔레꽃인데 이곳은 열일곱 청순한 얼굴처럼 풋풋하고 향기로움으로 아름다움을 피어내고 있다.

 

이처럼 푸르름의 숲이 있어선지 남덕유산은 여름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낮 기온은 열기로 가득한데 숲그늘의 시원한 내음과 만나 상쾌함을 가져다 준다.

 

신록 우거진 계곡을 따라 이제 연둣빛 이파리는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숲그늘을 깔아 놓는다. 

몸도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숲살 촘촘한 유월의 길은 간간이 드러나는 하늘빛 여백과의 눈맞춤 속에 여름날의 깊이를 더해간다.

 

자연이 주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아가며 숲그늘로 접어드는 등로엔 푸르름으로 가득 채워 놓고 가끔은 그 숲속 사이로 하늘창을 열어 놓는다.

푸르른 신록의 가짓잎을 보노라면 마음뿐만 아니라 인생의 계절도 이처럼 푸르름으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초록 웃음 짓고 있는 푸르름의 이파리들이 내 젊은날을 말해 주는 듯 하다.

나에게도 이처럼 푸르름의 젊음이 있었을텐데 그 젊음을 흠처간 것은 시간이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펼치는 것은 창조주의 몫이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 바쁜 일상에서 산으로 떠나는 것을 주님 다음으로 손꼽고 있다.

 

아주 긴 오름길은 아니어도 오르다보니 등즐기에 땀이 흐르고 얼굴에도 소금기가 묻어난다

올들어 가장 많이 흘리는 땀인 듯 하다.

산행이 가져다 주는 땀이어서인지  그 땀마져 상쾌함을 갖게 한다.

 

산빛이 초록이면 마음도 산빛따라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언제나 산을 닮아가는 넉넉한 마음이고 싶다.

시간은 강물과 같아서, 막을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기에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와 사랑으로 엮어가며 살아가려 한다.

깍아지른 긴 계단의 오름길도 한 걸음, 한 걸음 포개다 보니 샘물이 있는 쉼터에 다달았다.

삿갓재 대피소는 그늘진 곳이 없기에 이곳에서 쉬면서 일행들을 기다린다.

언제나처럼 아래를 내려다 보는 시선은 쾌감을 가져다 준다.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승리자의 기쁨을 맛보는 것 같아 가끔 힘들 때면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 보는 행위가 나에게는 몸에 배여있다.

저 멀리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것을 보니 삿갓재 대피소가 멀지 않았다.

 

삿갓재의 풍경이 아래서 볼 때는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올라와서 보니 대피소 공사로 인해 어수선함과 화장실에서 뿜아져 나오는 쾌쾌한 냄새가 잠시도 머물 수 없을 정도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

 

우측으로는 북덕유산인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려있고 좌측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이다.

산행 시작을 영각사 방향에서 시작 했더라면 능선길이 내림길로 편안했을텐데 계속 오름을 깔아 놓는다.

한창 푸르름을 더해가는 나뭇잎들은 긴몸 늘여뜨려 숲그늘 만들어 놓고 오고가는이에게 아늑한 산책길을 만들어준다.

여기까지 오면서 인색했던 야생화들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옅은 잉크빛의 산골무꽃으로 시작해서 꽃길을 열어준다.

 

 

이제까지 수많은 산에 발을 딛었지만 이곳에서 "큰앵초" 꽃을 처음 만났다.

첫만남 이어서인지 말할 수 없을 만치 환희의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냥 그곳에 놓고 오기가 아쉬워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몸뚱아리로 돌아선다.

 

지난번 한라산 산행 때 처음으로 "설앵초"를 만나 넋이 나갔는데 오늘 이곳에서는 "큰앵초"에 또 한 번 넋이 나갈 것만 같다.

몇걸음 지나자 또다시 큰앵초 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까지 산행을 하면서 본 야생화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쁜 것 같다.

아마 능선 오름길이 앵초꽃이 아니었더라면 조금은 더 힘들고 지루했겠지만 앵초꽃과 사랑놀음을 하다 보니 어느 결에 삿갓봉에 다달았다.

하늘을 마주하는 삿갓봉에 서니 덕유산의 광활한 산그리메가 한눈에 들어 온다.

초록의 이파리 위로 하얀 구름도 산책을 나온 듯 하얀 미소를 짓는다.

지금으로부터 6년전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고 곧바로 덕유산 종주길에 나섰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 새록 다가 온다.

육십령에서 시작된 산행은 남덕유산을 지나 삿갓봉에 올라 광활한 덕유산의 산그리메를 바라보며 그곳에 섰던 추억이 아련하게 스쳐 간다.

그때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고 추워서 달랑 사진 한 장 남기곤 하산길로 들어섰는데

오늘은 사방을 둘러보며 여유를 부려본다.

우측으로는 북덕유산의 마루금이 길게 이어져 있고 좌측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남덕유산이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다.

저렇게 먼 거리인데 바라볼 때는 질려버릴 것만 같지만~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언제 왔냐는 듯 볼 때와는 달리 금새다

 

조붓한 숲길엔 새들의 지저귐과 나뭇잎 팔랑거리는 소리와 조화를 이뤄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이루고 들꽃들은 한껏 유희를 즐긴다.

산길을 걸으며 풀들이 아프지 않게, 새들이 놀라지 않게, 자연이 소란스럽지 않게 걸으며 자연에 속한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이곳 병꽃은 유난히도 색깔이 짙다.

품종이 달라서인지 아님 지역상 기후의 변화 때문인지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초록의 숲이 마치 하늘을 이고 있는 듯 하다.

유유히 흐르는 구름의 춤사위가 자유로히 소풍나온 모습처럼 평화롭다

하얀 구름이 저 산 위에 오르면 손에 잡힐 듯 하다

 

시간으로 봐서는 점심 먹을 때가 되었는데 여럿이 먹을 너른 터가 없다.

아마도 월성재까지 가야 될듯 싶다.

~

오르락 내리락 들꽃들과 눈맞춤하면서 싱그러운 숲속의 잔치는 마음도 초록으로 물들어 초록노래 부른다.♪♬~♪♬~

값비싼 보석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연이 베푸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보석과도 같으니까...

아무렇게나 생긴 돌이라도 산과 어루어져 조화를 이루니 보석 같이 보이고 사람이든 모든 피조물들은 함께 공존할 때 더 빛이나고 아름다워 보이는 듯 하다.

 

긴 능선길도 한 걸음 한 걸음 포개다보니 월성재에 닿았다.

앞에가던 일행들이 월성재에 점심상을 차렸다.

사람의 마음은 길들여지는 대로 움직인다더니 지난 겨울 무등산 산행 때 얼마나 추웠는지

준비해간 도시락을 손이시려 쩔절매고 먹고는 그 후로는 도시락 대신 빵과 단호박으로 대신하다 보니 이제는 그것에 길들여져 도시락 준비하기가 살살 꾀가 난다.

 

욕심이 앞서선가...

원래의 계획대로 하면 남덕유산에서 영각사로 하산이지만 서봉의 풍광이 보고 싶어 권사님 두 분과 안수집사님 한 분과 이렇게 넷이서 서봉을 가기 위해 먼저 출발한다.

덕유의 긴 이음줄은 지리함을 깔아 놓지만 산에만 들면 급한 것이 없이 여유로워짐은 산을 닮아가는 마음일까?..

들꽃들만 만나면 생선 꽃구경 못한 사람처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사랑놀음을 하며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과 함께 움직이는 풍경화가 되어 덕유의 한점이 되어본다.

나는 그 길을 걸으면서 6년전 새해 첫날 덕유산 종주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눈덮인 길을 꽁꽁 언 움추린 몸으로 뽀드득~뽀드득~걸어가던 그때를 생각하며 더위를 내려 놓는다.

이 또한 더위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때 종주를 통해 겨울철에는 절대로 종주를 해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기도 했다.

 

이제까지 많은 산행을 해오면서 추워서  힘든 적도 있었고~억수같이 내리는 비로 인해 힘든 적도 있었고~긴 산행시간으로 인해 힘든 적도 있었고~길을 잘못 들어 힘든 적도 있었고~하산길에 무릎이 아파 힘든 적도 있었고~시간을 교차하면서 힘들 때가 많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추운 겨울 손이시려웠던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같다.

 

누군 혼자 하는 산행은 죽음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어찌된게 혼자하는 산행을 즐기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자연에서는 혼자할 때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쩜 그래서 혼자 산행하는 것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산이 거기 있고 내가 살아 있는한 나는 산과 하나 되어 산의 일부로 내 안에 산을 그려 놓고 즐길 것이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고 서봉을 고집했는지도 모른다

이곳까지 오지 않아도 긴 산행길인데 박박 우겨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딘 걸음이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이곳에 서니 승리자의 기쁨을 맞보는 듯 하다.

아마 이곳을 안 왔더라면 두고 두고 후회하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든다.

조붓한 저 길로 들어서면 육십령으로 가는 길이다.

저 길을 지나 한참 가다 보면 할미봉이 나오고 육십령으로 접어드는데 시간만 허락된다면 그길로 가고 싶었다.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등로와 함께 바위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쾌하고 넉넉한 덕유의 품이다.

덕유의 품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이고 싶다.

서봉에 서니 사방으로 확 뚫린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우리가 되돌아 가야할 남덕유산 정상이 까마득히 올려다 보인다.

여기서 볼 때는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지만 산의 거리는 걷다보면 보는 것 보다 한결 가깝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은 가볍다.

 

이곳까지 오면서 육신은 조금 힘들었지만 서봉에 서서 확트인 광활한 덕유산의 웅장함을 보니 뿌뜻함이~ 나의 대한 대견스러움이 이곳까지 온 보람이 있다.

언제나 되짚어가는 길은 조금은 지루하고  신비함도 없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가야할 길이기에 어딘가에 있을 보물을 찾아 걷는다.

산길을 걷다 때론 멈추고 싶을 때도 있다.

신갈나무의 모습 속에서도 오랜 세월의 역사와 함께 넉넉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자연이다.

그곳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며 숲이 우리에게 베푸는 만큼 나도 베품의 마음이고 싶다.

 

서봉에서 바라볼 때는 그렇게 높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바늘이 되고 실이 되어 한 땀 한 땀 꿰다 보니 거짓말 답게 남덕유산 정상에 도착했다.

대장님으로부터 서봉까지 갔다 남덕유산 정상까지 돌아오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한 시간 반은 걸린 듯 하다

남덕유산 정상..

참 넉넉한 덕유의 품이다.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후미대장을 맡고 계신 집사님께서 우리가 도착할 때가지 기다리고 계시다.

얼마나 감사했던지..

6년 전 겨울 새해 첫날  뎍유산 종주를 했을 때 이곳에 섰을 땐 칼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불었던지 발도장만 찍고 바로 하산 길로 들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여유를 부려 본다.

사방이 막힘없이 확트여 눈길을 어디에다 둘지 모를 정도로 광활한 덕유의 품이다.

길게 띠를 이은 북덕유산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우리가 올랐던 서봉 방향으로 육십령의 마루금도 눈에 들어 온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 철계단에 일행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철계단의 모습은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참 떨어졌는 줄 알았는데 불과 20분의 거리다.

 

이곳에서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덕유산 품도 지리산 만큼이나 넉넉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철계단이 장관이다.

그래서 남덕유산이 더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이제 하산길로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계속 내림길이다.

오름은 오르기에 힘들고 내리막 길은 지루함이 있어서 힘든 것 같다.

 

조금은 철이 지난 듯한 분홍빛 철쭉이 분홍 미소를 날리고 있다.

갓 시집온 새악시의 미소 같다.

단 며칠간의 사랑을 위해 긴날을 건너온 분홍빛 철쭉이 나폴대다가 툭! 힘없이 떨어져 땅위를 뒹굴다 아쉬움이 남았는지 바람따라 이리 뒤척~저리 뒤척 멍든몸 돌아 눕는다. 

 

 

하산길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함인가?

산목련이 여름을 노래하며 순백의 고귀함을 보여준다

산 목련의 행렬은 산을 다 내려가도록 이어지면서 혼자가는 나에게 친구해준다.

시간으로 봐서는 아직인데 숲이 우거져 어둑하다

 

지난번 북한산에서 만났던 때죽나무꽃과 비슷한 꽃이 이곳에서도  꽃길을 열어 준다.

때죽나무꽃과 비슷하긴 한데 꽃모양도 조금 다르고 나무에 달려있는 모습도 마치 아카시꽃처럼 뭉쳐져 달려있다.

영각사를 조금 앞두고 먼저 가던 일행들이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물의 수량은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흘린 땀을 씻기엔 충분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보통 6시간이면 충분한데 8시간이 넘게 소요됐으니 이 모든 것이 덕유의 품 만큼이나 넉넉한 우리들의 마음의 여유인 것 같다. 

 

영각사 날머리를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 그때서야 때죽나무가 아니고 "쪽동백"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짜디짠 땀을 흘리며 덕유의 품에서 많은 것을 얻은 하루였다.

침묵하는 모든 것이 감동이고, 묵상하는 모든 것이 명상이고, 교훈이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큰앵초"와의 만남 이었고 수고의 땀으로 얻은 서봉과의 만남도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산행이 주는 여유는 삶의 속도를 늦추는 낭비가 절대로 아니다.

여유롭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키워주는 듯 하다.

 

산에 오르며 내 마음에 커다란 산 하나를 세우고 얼굴마져 산을 닮아가고푼 마음이다.

 

주님이 계서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6월 11일................산소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