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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또 하나의 산을 넘어서(북한산 숨은벽)

by 풀꽃* 2011. 6. 23.

 

어제:2011년 6월6일(현충일) 날씨:조금은 덥게 느껴지는 초여름의 날씨

어디:북한산 숨은벽~백운대

위치:서울도봉,은평,경기,고양시

코스:사기막골-숨은벽 능선-백운대-위문-산성매표소

누구와 :쉴만한 물가 집사님(부부) 그리고 나

산행시간:유유자적 6시간 30분

 

후기글이 바쁜 관계로 지각이네요.

산행하기는 하나도 힘이 안 든데 이제는 후기글 쓰기가 살살 꾀가 나네요. 

그래도 이 다음에 기력 없어 산에 못갈 때 읽으려고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후기글이 쉽게 말하면 저에게는 노후 준비거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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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이다.

해는 어제와 같이 떠오르지만 햇빛은 어제의 그 햇빛이 아니고 꽃은 한 나무에서 피지만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

꽃이 피고  잎이 지는 것과 같이 세월의 책장을 넘기 듯 겹겹이 쌓인 세월의 부피도 있을 법 한데 무게조차 없는 듯 하다.

인생이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많아지면서 부터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았는지 인식하게 된다.

계절의 갈피에서 꽃이 피고 지듯 인생의 갈피에서도 후회와 연민과 반성과 행복의 깨달음이 피어나는 것 같다. 

 

앞뒤로 빨간글씨 통통했던 황금연휴..

첫째날은 시은이 동생 "시우"(손자) 돌찬치로 보람있는 날을 보내고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 산으로 가고픈 그리움이 파고들어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집사님께 산행 요청을 했다.

직장인도 아닌데 연휴를 그냥 보내는 것은 왠지 아쉽게 느껴진다.

집사님께서 학원을 경영하시기에 오전에는 수업이 있어 늦은 시간 약속을 하고

오후 1시 사기막골을 시작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북한산 숨은벽 코스..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집사님께 그곳으로 안내를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사기막골로 시작으로 둘레길이 시작되는 편안한 길로 접어든다.

한낯 숲으로 우거진 등로엔 아카시아꽃이 아직도 꽃내음을 피우고 있다.

 

언제나 산으로 향하는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산 숨은벽 구간은 암벽으로 되어있기에 더 기대가 된다.

편편한 길이 끝나고 밤골에서 올라오는 길이 합쳐지면서 오름길이 이어진다.

시간이 늦어선지 산길엔 우리가 전부다.

바깥세상은 한낯 열기로 뜨거울텐데 숲속은 신록이 우거져 시원함을 깔아 놓는다. 

숲에 들면 싱그러운 녹음이 있어 좋고 산새들의 지저귐이 있어 좋고 자연과 함께 하나됨이 참 좋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오늘 하루가 지나 내일이 되듯이 우리는 오늘이란 시간 속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 나선다.

집사님 부부와는 믿음안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산을 사랑하는 공통분모를 가졌기에

그런 만남이어서 더더욱 좋다.

그래서 그런지 만나면 그냥 오랜지기 만남처럼 그냥 편안하다.

 

나뭇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영향이어서 인지 맑고 상쾌함이 뼈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그맛에 산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엔 홍조띤 그림을 그려 놓는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지만 위로 올라갈 수록 등산객들이 전망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쉬고 있다.

조붓한 등로에는 산 라일락꽃(정향나무)의 향기가 코끝을 향기롭게 한다.

들꽃들이 그리워 눈을 씻고 사방을 두리번거려도 들꽃들의 인색함은 나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외면을 한다.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해골바위다.

생김새에 걸맞게 이름 또한 그럴 듯 하다.

해골바위에서 집사님과 함께..

멀리 도봉산 오봉이 한눈에 들어 온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도심 한 복판에 한 줄기로 연결되어 있어 도심에 살고 있는 등산객들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해골바위를 지나 우회로 접어들자 이름모를 노오란 꽃이 반겨주었다.

이곳에서 만나는 첫만남이었다.

숨은벽 왼쪽에 위치한  인수봉이다.

속살까지 드러난 능선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쪽 저쪽 광활한 산수화를 연출한 듯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와 느림표를 붙여 준다.

녹음의 함성이 소리없이 힘이 넘친다.

신록의 향기는 걸음을 가볍게 하고 싱그럽고 경이로운 풍경이다.

초록의 물감이 온몸에 배어 나올것만 같다.

 

인수봉의 뒷면은 앞에서 보는거와는 달리 길게 꼬리를 달고 있는 듯 하다.

사람도 앞면과 뒤면의 모습이 다르 듯 바의도 마찬가지다.  

산 라일락(정향나무)의 향기로 가득한 숨은벽 능선엔 숨은벽 암릉 스릴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즐비하지만 위험구간이 시작되는 곳 부터는 공원지킴이가 지키고 있어 안전장비를 갖춘 등산객들만 통과 시킨다.

바위 사면을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나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안전지킴이가 지키고 있으니 아쉽지만 접을 수 밖에...ㅠ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몸뚱이만 우회인 계곡길로 접어든다.

바위를 넘나들어야 재미가 있고 스릴도 있는데 계곡으로 들어서니 조망도 닫혀있고

계곡의 상류이다 보니 물도 없고 된 비알길을 깔아 놓는다.

숲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지난번 북한산 진관사 계곡에서 만난 야생화가 생각나 혹시나 야생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사방을 살펴보지만 이곳에도 야생화의 인색함은 내내 마찬가지다.

어디쯤에선가 집사님께서 진관사 계곡에서 만났던 처녀치마를 발견하셨다.

꽃잎은 모두 떨구고 초록의 이파리에 훤칠한 꽃대만이 휭하니 숨은벽 계곡을 지키고 있다.

마치 집사님의 모습처럼...ㅎ

 

어딘가에서 은은한 향기가 전해져 온다.

위를 바라보니 산 목련이 곱게 피어있었다.

숨은벽의 멋진 암릉을 꿈꾸어 왔었는데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이렇게 아름다운 산 목련이 펼쳐지면서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위로차 받은 자연의 선물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기도~저기도~산 목련이 군데 군데 수를 놓고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산 목련을 찍을 때면 나무의 높이가 높아 늘 안타깝다.

집사님께서 가지를 끌어다가 사진 담기 좋게 해주신다.

지난번 진관사 계곡에서도 야생화를 담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집사님께서 마치 저의 도움이로 따라나서신 것 처럼 마음을 써주신다.

얼마나 감사했던지...

 

가파른 계곡길에 산 목련이 없었더라면 지루하고 조금은 힘들었을텐데...

산 목련과 사랑놀음을 하다 보니 하늘이 맞다은 능선에 다달았다.

 

능선에서 곧바로 북한산 정상 백운대 방향으로 곧바로 가도 되지만 숨은벽의 미련이 남아

다시 숨은벽쪽으로 향한다.

숨은벽 꼭대기에 서니 숨은벽 저 아래 높은 봉우리에 멋진 클라이머들이 바위봉을 알록달록 수 놓으며 스릴을 즐기고 있다.

나도 저 바위봉을 올랐어야 하는데 보면 볼 수록 아쉽기만 하다.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곳인데...ㅠ

하지만 욕심의 끝은 더 좋은 천상의 낙원이라는 진리를 되새기며 발길을 돌린다.

숨은벽 옆쪽으로 높게 솟은 인수봉엔 암벽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이 암벽의 스릴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고 스릴이 느껴진다.
깍아지른 절벽과 바위 사면에서 낭만을 즐기고 있는 클라이머들은 그들만의 알수 있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숨은벽의 암벽은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인수봉은 바라 보고만 있어도 오금이 저려온다.

저 정도의 실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오랜 시간의 훈련이 있었을게다.

 

백운대 가는 길

북한산에 수없이 발을 딛었어도 백운대는 멀리서 바라만 보고 그냥 지나쳤었는데

오늘에서야 결국 발을 딛게 되는 것 같다.

마치 63빙딩 같은 웅장한 바위봉이 그 이름도 유명한 백운대 정상이다.

아래서 바라볼 때는 저 높은 바위를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 싶지만 쇠 난간과 철계단으로 안전하게 설치해 놨기에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내르고 있었다.

 

높아서 한참의 시간이 걸릴 듯 하지만 오르다 보니 단숨에 정상에 발을 딛었다.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북한산의 구석구석이 한눈에 펼쳐진다.

제일 눈에 들어오는 곳은 역시 인수봉과 만장봉이었다.

고도가 높아선지 바람 또한 장난이 아니다.

방향도 사진 담기에 역광이어서 괜시리 인증샷 하나 하고 되돌아선다.

백운대 아래 천길 낭떠러지 폭이 1m가 넘는 뜀바위를 건너갈 때는 집사님의 도움을 살짝 받고

다시 돌아올 때는 나혼자 간단하게 접수하였다.

이런 짜릿한 맛이 있기에 암벽도 즐기는 것이 아닐지...

 

이제 볼 것 다 보고 즐길 것 다 즐겼으니 하산길로 접어든다.

오래전 키나바루 전지훈련 때 도봉산으로해서 북한산을 연계해서 타고 위문에서 산성매표소로 하산한 적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하산길로 들어선다.

깍아지른 바위 더덜길이 한참을 이어진다.

그때의 힘든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되뇌이는 걸 보면 참 많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위문을 내려서자 바위 틈에 괴불주머니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얼마나 곱고 사랑스런지..

하산길로 접어든 나에게 고운 미소지으며 잘가라고 배웅의 인사를 하는 듯 하다.

 

요즘은 하산길에 무릎관절의 고통이 없어서 살 것 같다.

평소에 운동으로 평지를 걷고부터는 산행시 하산시에 무릎관절의 고통이 전혀 없어 얼마나 좋은지...

 

하산길에 넓은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의 삶은 모두 다르게 보이지만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공감대가 많다

중요한 건 나의 인생 여정이 상대를 마음으로 배려하고 내가 먼저 삶의 공통분모를 찾아 주위를 아름답게 하는 그런 삶의 여정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그 사람과 급속히 친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른다.

집사님하고도 믿음 안에서 산을 사랑하는 공통분모를 가졌기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되는 것 같다.

그곳에 앉아 짧은 시간이지만 훈훈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산빛이 맑으면 물빛도 맑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의 수량도 풍부해진다.

 

하산길에 무릎관절의 고통이 없으니 가쁜한 걸음으로 마음의 여유를 즐기며 떼죽나무꽃 같이 생긴 쪽동백의 은은한 향기와 함께 날머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라는 짧은 여정의 숲길을 나왔을 때 저녁해는 늬엿뉘엿 그만의 휴식을 위해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갇힌 우리들의 거친 숨과 짜디짠 땀에 묻어난 일상을 가슴 넓은 북한산에 다 벗어 놓고 한결 차분하고 한결 넉넉한 마음으로 가르는 귀가길이다.

시간이 지나면 산행이라는 추억의 실루엣은 그리움이 된다.

힘들고 고생스럽지만 보람있고 "의미있는 시간" 이라는 이름으로 머릿속에 자리잡아 그리움을 만들고 있다.

그가 주는 행복의 가치야 말로 돈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오늘도 자연의 선물을 한아름 안고 돌아서는 귀가길이 뿌듯함으로 자리한다.

세월이 흐르면 이 하루도 눈물겹도록 그리운 날이 되겠지...

내 하루의 행복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함께 해주신 집사님 부부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6월6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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