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 5월21일 (토요일) 날씨:흐리고 오후에 살짝 비)
어디:도봉산(740m)
위치:서울특별시 도봉구,경기 양주시,의정부시.경기 고양시.
코스:송추유원지-여성봉-오봉-오봉샘-옥녀봉-주봉-자운봉-신선봉-흘림길-송추계곡-송추유원지
누구와:마루금님(암벽대장님), 조대장님, 산의신비님, 나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욕심도 벗어 놓고 상념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바로 우리가 산에가는 이유다...
비온 뒤 바람에 실려오는 오월의 향기는 싱그럽고 풋풋함이 가득하다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산빛은 더욱 선명하게 푸르름의 빛을 띄며 우리를 반긴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어 알 수 없는 진한 그리움을 토해낸다.
어느새 산빛따라 마음도 푸르름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여린 잎새 하늘거리는 계곡길을 따라 산길로 접어 든다
전날 비에 젖은 쇠뜨기가 물기를 머금고 발목을 잡는다
그냥 지나치기엔 그곳에 마음이 마냥 머물 것 같기에 주저 없이 다가가
그들과 눈맞춤 하며 모습을 담아가며 행복한 마음을 갖아 본다
오늘의 기분 좋은 첫만남이다.
어디선가 스미는 풋풋한 내음, 비온 뒤에 밀려오는 흙내음과 조화를 이뤄 내 안에는 벌써 알수 없는 평온함이 내려 앉는다.
고즈넉한 산자락.
너무나 조용해 발소리를 내는 것 마져 조심스럽다.
걸음을 뗄 때마다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이 하나씩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듯 했다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접하는 것은 축복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란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얻는 것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머리로 계산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내가 먼저 상대를 마음에 담아 그에게 내 마음의 소리를 들려줌으로 인해 마음의 소통이 이뤄지는 것 같다.
만남이란 누구와의 어떤 만남이든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남은 또하나의 행복을 가져올 수도 있고 원치 않는 불행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아마도 우리의 만남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이미 마음과 생각이 하나된 느낌이다.
궂이 말하지 않아도 따져보지 않아도 모두의 마음에는 아마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인생은 기차 여행이다.
별이 빛나는 것은 그것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밤하늘을 수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별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이 별이 환한 자태를 뽐내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
그것은 바로 어둠이다.
이렇듯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이가 있어야만 더 빛이 날 것이다.
산행도 이렇 듯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고 즐거움이고 감사함이다.
인생의 조각 하나하나가 맞춰지고 점들이 모두 연결되면 우리 인생의 멋진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오늘도 인생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하얀 도화지를 준비해 본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림이 펼쳐질 듯 하다.
순한 오름길인데도 땀이 솟는다.
아마 힘든일 하고 흘린 땀이라면 짜증도 나고 하겠지만 내가 좋아서 자청한 짓이기에 그 땀 마져도 소중하게 생각되고 기분 좋은 적심으로 물들임 된다.
오름길의 힘듬도 힘겹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내 안에 산 사랑이 가득해서 일게다.
빨아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한 솜사탕처럼 먹으면 먹을 수록 더 먹고 싶듯이~
산도 오르면 오를 수록 산의 대한 사랑은 더 크게 자릴한다.
멀게만 보여졌던 여성봉이 어느 결에 눈앞에 펼쳐진다.
인터넷에서 수없이 그림으로 봐왔던 곳이기에 머릿속에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벌써 내안에는 여성봉을 만날 설레임에 콩닥콩닥 심장의 박동소리가 들려온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그 소리는 더해진다.
오래전부터 그림으로 봐왔던 것이라 궂이 누가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다.
작품은 창조주께서 만드셨지만 이름까지는 지어주질 않았을텐데~
어쩜 걸맞게 이름을 붙였을까...
그것도 웅장한 바위 위에 버젖이 내보이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얼굴이 붉어질 듯 수치스러움이 느껴진다.
집채만한 바위 위에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수천년을 한결 같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리함이
우리 민족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연봉들이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 하다
산에만 들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이런 것들이 아마 산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일게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가야할 길이 있기에 오래 머무를수 만은 없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민큼 싱그러운 숲속으로 파고든다.
전날 비온 뒤의 풋풋하고 싱그러움이 그대로 배어들어 내 안에는 초록의 향기로 가득하다.
산길을 걸으며 아~좋다 좋아를 반복하면서 나도 모르게 잔소리로 들려질 만큼 입에서 새어 나온다
하늘을 봐도~사방을 둘러 봐도 연둣빛 신록으로 둘러 쌓였다.
내가 사는 세상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으며 되지도 않을 법한 상상의 꿈을 가져 본다.
누가 왜 산에 가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런 맛에 간다고...
연두빛 새싹들이 돋아나고 새들이 날아들고 가끔은 엷은 안개도 내리고 음악과 함께 펼쳐진 풍경은 그림이 되고,음악이 되고,시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인생에 가장 어려운 시험이 있다면 행복을 찾는 시험일게다.
인생이라는 시험은 감독관도 수험생도 채점자도 나 자신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험을 치는 것이 인생이다.
결국 인생이란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곱하기도 하고, 한꺼번에 나누기도 하는 희로애락의 종합선물세트이다.
자연이 그려내는 예술이야 말로 감탄이 절로 난다.
구름이 몰려와 하늘바다를 펼쳐 놓고 숨이 멎을 듯 바위봉을 가둔다
행복의 그림을 그리는 사이 멀게만 느껴졌던 오봉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웅장하면서도 올망졸망한 다섯개의 바위봉이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냥 바라볼 때는 굴러 떨어질법도 한데 수천년의 역사속을 지내오면서도 끄떡 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사로 잡는다.
하나하나 쌓아올린 탑처럼 웅장하면서도 깔끔한 몸매로 터를 잡고 오고 가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사람도 앞뒤의 모습이 다르 듯 오봉도 뒤에서 보는 자태와 앞으로 돌아가서 보는 자태가 다르다.
앞에서 볼 때는 바위봉 하나가 뒤로 감추어져 네 개의 봉우리로 보인다..
사람도 닮은 사람이 있듯이 바위도 닮은꼴을 하고 있다.
마치 설악의 흔들바위와 흡사한 바위가 오봉을 올려다 보며 자리하고 있다.
산길을 샅샅이 알고 계시는 대장님께서 오봉샘 근처에 식탁을 마련해 놓으셨다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곳인지 까마귀들이 먼저 점심먹을 채비를 하듯 울어댄다
한 두가지씩만 준비해도 이렇게 훌륭한 식탁이 차려진다
오늘의 특선메뉴는 신비님 고향인 강화 주문도에서 갓잡아온 백합탕이다.
지난번 신비님이 고향에 다녀왔다고 저에게 백합을 가져다 준다고 전화를 했기에 그러지 말고 산에 올 때 끓여서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정말 보온도시락에다 이렇게 담아 왔다.
흐릿한 날씨와 백합탕의 어울림이 금상첨하다.
오늘도 산행이라곤 하지만 풍성한 먹거리로 인해 아마도 체중은 산행을 안 하니만 못할 것 같다.ㅎ
일기예보엔 늦는 시간 비소식이 있었는데 빗님이 서두른다.
많은 양의 비가 아니라서 마음은 가볍다.
산에서는 숲이 우거져 왠만큼 비가 와도 산행하는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산행은 비가 와도 좋고~눈이 와도 좋고~바람이 불어도 좋고~산이면 그져 좋다..
비는 살짝 뿌리지만 끝없이 펼쳐진 신록의 향연속으로 걷는 걸음이 가쁜하다.
좋다 좋아~어느 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해 가면서 행복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옥녀봉을 지나 도봉산의 주능선 길로 접어든다
마루금 대장님께서 우리를 주봉으로 안내하신다
고만고만한 바윗길을 올라 주봉을 바라 보니 마치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모습이다.
이곳이 마루금님의 놀이터란다.ㅎ
천길 낭떠러지인지라 그냥 바라만 봐도 오금이 저려오는데~이곳에서 바위와 놀이를 하고 계시다니...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바위벽에 뿌리를 내린 명품 소나무가 있어 더 멋진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럴 걸 보면 사람의 힘이 무긍무지하다.
그냥 올려다만 봐도 숨이 멎을듯 하다.
그곳을 떠나는 걸음이 무거움은 아마도 잘 생긴 명품 소나무가 내안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능선길을 따라 가다 보면 웅장한 자운봉과 신선봉이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 있다.
안개가 살짝 드리운 신선봉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사패능선은 다음으로 미루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오르락 내리락 어룰림의 풍경속에 산철쭉이 화사한 미소를 보내온다.
연분홍 립스틱을 바른 새악시의 수줍은 미소처럼 어느 결에 내 안에도 분홍빛 미소가 가득하다.
들꽃들의 인색함을 알아 차렸는지 분홍빛 미소를 한가득 안겨준다.
연둣빛 바탕에 분홍물감을 군더더기 없이 뚝뚝 떨어트린 수채화를 그려나간다.
산에만 들면 일행들도 아랑 곳 없이 산에 푹 빠져있는 내 본연의 모습은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자연에 취해 나만의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일행들은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다.ㅎ
대장님께서 어딘가에서 인적이 뜸한 길로 접어든다.
사람들이라곤 달랑 우리뿐이다.
마치 오지 산행을 하듯 산길도 흐릿하다.
조붓한 등로 옆으로는 산나물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미역취,단풍취,참나물,산부추 등등...
마루금 대장님은 산나물에 푹 빠지시고~나는 초록의 잎새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조대장님은 나물도 뜯다 사진도 찍는 깍두기..ㅎ
그런데 신비님은 신데렐라 처럼 룰루랄라 구경꾼~ㅎ
뜯은 나물은 신비님이 다 챙겼으니 일석이조의 기쁨이 한가득~ㅎ
길이 끝나는 곳엔 다시 길이 이어진다.
산길이 끝나가자 송추계곡으로 가는 길이 어어진다.
비는 살짝 내리지만 풋풋함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초록의 잎새에 자잘한 빗방울의 소리가 잔잔한 평안이 내려 앉는 듯 하다
조용한 숲길에서 나만이 그려내는 연초록의 생기 속에 사랑의 빛으로 다가오는 분홍빛 병꽃의 춤사위가 살긋한 오월의 사랑을 노래하 듯 아름답고 향기롭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 수록 물소리가 광음을 토해낸다,
사방에서 실핏줄 같은 물줄기들이 모여모여 한 지체가 되어 계곡의 물줄기를 이어나간다.
아직은 폭포음이 약하지만 장마가 그친 후에는 장엄한 폭포가 될듯 싶다.
산빛이 맑으면 물빛도 맑다.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 보듯 투명하다
지리하게 긴 송추 계곡길도 한 걸음 한 걸음 모아지다 보니 아랫세상이 내려다 보인다.
누가 보면 비를 맞고 하는 산행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들의 가슴 한켠에는
말로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뿌듯함이 크게 자리하고 있으니 그 어떤 행복이 부러우랴..
아마 일기예보 비소식에 산행을 포기했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았을까?..
세상이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도 봄의 노래소리는 하늘을 날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눈물 겹다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살아 숨쉬고 있는 봄의 모든 것들을...
나는 이 봄을 사랑하련다..
봄날의 비까지도..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2011년 5월21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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