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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한라산에서 띄우는 편지

by 풀꽃* 2011. 6. 8.

언제:2011년 5월27일(금요일)   날씨:해,구름,안개비(살짝)

어디:한라산(1950m)

위치:제주도 서귀포시

코스:성판악-사라오름-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 정상-삼각봉 대피소-관음사(유유자적 9시간)

누구와:나 혼자

 

<들어가기 전> 

 

원래의 계획대로 하면 첫째날 선발대 7명은 한라산 산행을하고 둘째날은 나중에 도착한 일행들과 합류하여 영실 철쭉산행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찌된 것이 나만 빼고는 선발대 모두가 한라산은 포기하고 올레길을 간다기에 나 혼자 한라산 등반길에 나섰다.

 

한라산이야 쭉 올라갔다 길 따라서 쭉 내려오면 되는 산행이어서 어려움은 없지만

낯선 곳에가서 나 혼자 성판악까지 찾아가는게 좀 걱정이 됐다.

대장님께 대충 설명을 듣곤 숙소를 나서본다.

혼자 떠나는 길이 걱정도 될법 한데 바라볼 것 다 바라보며 여유가 생기는 것은 왠지?..ㅎ

물어물어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드디어 성판악에 도착하자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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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판악 휴계소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숙소를 나올 땐 눈이 부시도록 화창한 날씨였는데 성판악에 도착하자 뿌연 안개와 함께 안개비가 살짝 내린다.

비옷도 준비했는데 화창한 날씨에 설마 비가 오리라고는 생각지 않고 숙소에다 놓고 왔기에

비옷을 사서 입고 들머리로 들어선다.(살짝 내리는 안개비)

안개비에 촉촉히 젖은 연둣빛 이파리들은 오월의 향취를 한껏 더해주고 바람결에 실려 온

제주의 맑은 공기 내음은 신선함을 토해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새순 돋아난 연한 이파리들의 언어가 마치 어린아이가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위해 더듬대는 모습처럼 들리는 듯 하다.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초록의 성숙한 이파리로 거듭나겠지...

 

한라산 오름길은 양옆으로 빗물 머금한 연둣빛 이파리들이 풋풋하고 싱그럽기가 그지 없다. 
어디선가 스미는 풋풋한 내음, 비온 뒤에 밀려오는 산내음이다

 

하늘을 뒤덮은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가끔은 하늘창 열어 놓고 그 안으로 새들의 재잘거림이 울려퍼진다.

 

바람이 향기를 전해 주기 전에 가슴으로 먼저 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산이 쏱아내는 풋내음에 비릿한 맛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물들어 사는 세상이 이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우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가져 본다

누가 볼 때는 혼자서 산길을 걷고 있는게 한심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자연에 머물러 있는한 세상은 온통 자연의 향기로 가득하다.

눈안에 들어온 그 모든것들이 자기들만의 독특한 향기로 말을 걸어온다.

모두가 싱그런 사랑의 향기가 가득 배어있는 자연의 다과상이다.

 

눈이 먼저 만나고 마음이 먼저가서 자리한 한라산이기에 눈앞에 펼쳐진 잔칫상이 푸짐하다는 것을 알기에 오르기도 전에 마음이 벅차다.

 

100m마다 표지석이 마련돼 있어 지루하지도 않고 오른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사라오름을 조금 앞두고 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낮설은 곳에 와서 혼자 떠난 길이 많이 궁금하셨나 보다.

잘하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인사를 하고 다시 산길을 걷는다.

사라오름으로 가는 길

5년전 왔을 때는 그냥 무심코 걸어선지 사라오름을 못보고 그냥 스쳤는데

대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시간도 넉넉하니 이번에는 꼭 사라오름을 둘러보라 하시기에 그 길로 들어선다.

그리 먼거리도 아니고 제주의 오름치고는 풍광 또한 아름다운 곳이다.

산 위에 이렇게 아름답고 넓은 분화구가 있다니 산의 신비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정적이 감도는 숲 속의 호수는 쪽빛처럼 고운 물빛을 띠며 침묵 속에 말이 없고, 잔잔하고 고요한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회색빛을 띄운 잿빛하늘과, 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숲속의 호수,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연록의 봄숲을 바라보노라니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 모두 훼손되지 않도록 아끼고 보호를 해야겠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들을 생각한다면, 단지 그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그져 안타깝기만 하다.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오월의 숲, 저 아름답고 청순한 오월의 숲을 바라보노라면 내가 살아 있고, 또한 숲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음에 무한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산안개가 너울너울 춤을 추듯 운치 또한 사색에 잠기게 한다.

 산행이든 여행이든 혼자서 하는 낭만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 같다.

누구한테 구속받을 일도 없고 시간의 쫓기지 않아도 되니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더 좋은 듯 하다.

사라오름을 내려와 다시 한라산 오름길로 들어선다.

사라오름이 1200m에서 올랐으니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가려면 300m가 남은셈이다.

자연은 보고 느끼는 사람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

비오는 날의 풍경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이것 또한 자연의 신비가 아닐까...

나는 늘 자연을 아름답게 느끼고 있으니 나에게는 오늘도 잘 차려진 잔칫상이다.

바람과 나뭇잎들이 내는 미세한 소리와 야생화들의 숨결까지 들을 수 있으니 나 또한 자연의 일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내게 자연은 친구이자 생활의 터전이고 삶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 매력에 말려들면 사람에 대한 정보다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싱그런 오월의 바람에 행복이 실려오는 듯 하다.

오월의 숲은 찬물에 갓 세수한 청순한 스물 한살 여인의 모습 같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여린 나뭇잎은 귀여운 아기의 손처럼 앙증스럽기만 하고, 싱그럽고 풋풋한 숲의 향기는 상쾌하기 이를 때 없다.
연록의 나뭇잎들이 가득한 숲길을 거닐면 아름다운 숲속의 요정이 나타나 나를 어디론가 데려갈 것만 같고, 요정들이 부르는 맑고 고운 오월의 합창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그냥 무심코 걸으면 이 길이 지루 하겠지만 어느 하나 놓칠세라 눈도 맘도 바쁘게 움직인다.

오월의 숲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숲이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득 어디선가 숲의 침묵을 깨뜨리고 까마귀가 날아든다.

숲속에 크고 작은 새들의 어룰림이 각기 저마다의 언어로 지저귐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나 또한 자연에 한 점이 되어 한 풍경을 이룬다.

 

마음이 연둣빛으로 물들즈음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점심시간 이어서인지 대피소 뜨락은 발딛을 틈도 없이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웅성인다.

대피소 앞뜰 한켠에 자리를 잡고 소박한 점심상을 차린다.

지난 겨울 북한산에서 길을 잃어 일행들과 헤어져 혼자 점심을 먹던 가슴 아픈 생각이 스쳐 간다.

블로그를 하면서부터는 언제나 사진찍는 버릇이 생겨 정갈하게 차려 놓고 주변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뺑 둘러서서 하는 말이 차례상을 차리냐고 한다.ㅎ

 

소박한 점심을  먹고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이곳부터는 구상나무와 주목나무의 군락지로 되어있다.

이제까지 지나온 풍경하고는 또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주목나무를 수없이 많이 봐왔지만 주목나무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지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자연이 피어내는 아름다움은 그 어떤 설명으로도 계산이 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한라산의 기운을 받고 자라선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등로 양옆으로 펼쳐진 군락지에는 고목으로된 진달래와 어우러져 자꾸만 걸음을 더디게 한다.

지금쯤은 진달래가 다 졌으리라고 생각 했었는데 고도가 높아지므로 인해 진달래의 자태가 도 곱게 피어있다.

고도가 높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움이 펼쳐지니 그맛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 같다.

발아래 펼쳐진 풍경 속엔 오밀조밀 야생화들이 관심 좀 갖아달라고 잉크빛 눈물을 흘린다.

함초롬히 피어있는 잉크빛 각시붓꽃이 한라산의 기운을 받아선지 더 앙증맞게 피어있다.

그런걸 보면 자연이 키워내는 힘이 참 대단한 것 같다.

겨우네 그 추운 칼바람과 눈속에서도 얼어죽지 않고 생명을 존재했다는 것이 신비스러울 따름이다. 

 

하늘이 키우셔서 인지 화원의 여느 꽃보다도 아름다운 것 같다

누가 산에 왜 가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맛에 간다고...

그들과 눈맞춤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행복의 시간을 갖노라니 세상 속 풍경은 까마득히 잊혀진다.

산이 가르쳐주는 것은 느림의 미학인 듯 싶다.

늦게 온다고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니기에 마냥 유유자적 여유를 부리면서 들꽃들과 사랑놀음을

즐긴다.

더딘 걸음이지만 긴 오름길도 바늘이 되고 실이 되어 한땀한땀 꿰어가니  웅성웅성 소리와 함께 정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욱한 안개로 인해 아예 백록담 볼 생각은 처음부터 포기했기에 아쉬움 조차도 없는 듯 하다.

한라산 정성표지석을 볼 때면 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나라 남한의 최고봉인데 정상석 하나쯤은 멋지게 해놓는게 예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안개는 자욱하지만 비도 그치고 바람도 잔잔하다.

날씨가 맑은 날에도 한라산 정상은 구름이 몰려와 안개로 백록담을 볼 수 없는 날들이 잦다.

이제 다시 주목군락지를 거쳐 하산길로 접어든다.

그냥 걷노라면 관음사까지 지리하게 긴 길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으며 그들과 숨고르기를 한다.

 

       

  산  /들꽃향기

 

 

나의 하루를 당신께 두면

나의 힘 다 바쳐도 족하기에

당신 마음 하나면

당신 곁에 다가갈 때마다

숨 죽이고

대자연의 기운 한컷 피어오르는

자연의 은은한 색체와

한폭의 그림에서 느끼는

생활의 여유처럼 넉넉한 느낌이다.

 

꿈속에서도 그대 꿈을 꾸며

달콤한 잠 자고 싶습니다.

 

그립다 말하면 더 그리워 질것 같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목군락지가 끝나갈 무렵 잔달래가 군락지가 다시 펼쳐진다

진달래꽃이 아직 피었으려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덤으로 얻은 행복이다.

낮은 자리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듯한 들꽃들의 행렬도 지리함을 달래주고

안개가 드리운 들꽃정원에서 싱그러운 오월의 풍경들이 사랑스럽고 정겹다.

 

산의 나무도 풀잎도 안개비에 누가 초록색 물감을 넣었나 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하늘의 신비와 사랑의 아름다움도 담아 본다.

 

산행길이 지루하고 심심했으면 올레길에 나선 일행들을 생각할법도 한데

일행들이 알면 조금은 섭섭할지 모르지만 내 안에는 한라산의 풍경으로 가득차 마음 쓸 시간 조차 허락질 않았던 것 같다.

삼각봉 대피소를 조금 앞두고 출렁다리를 갈 때쯤 대장님으로부터 또한 번의 전화가 걸려 온다.

혼자 떠나 보내고 걱정이 되시는지 어디쯤 가고 있냐고..

5년전에 왔을 때는 출렁다리가 없었는데 데크로 길도 만들어 놓고 한라산 내림길도 많이 보완이 되어 걷기에도 참 편리하다.

삼각봉 대피소

예전에 용진각 대피소가 태풍 나리로 인해 휩쓸려 가고 삼각봉  앞에 새로 설치된 대피소다

아마 일행이 있었더라면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가자고 했을 것이다.

특별히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친다.

아래로 내려갈 수록 연둣빛 산정이 포근하게 들어 온다.

성판악 쪽보다 나무의 키도 웃자라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새들도 연둣빛 숲이 좋은지 저마다의 음률로 산속의 작은 오케스트라를 이룬다.

푸르름이 시야를 맑게 해주고 마음에 담고 갈 만치 담고 가라고 베푸는 숲이다.

그 숲에 들면 영혼도 연둣빛으로 부자가 되는 느낌이다.

맘껏 부풀리는 요술 주머니가 있다면 부풀려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이다.

연둣빛 축제장이다.

오월의 숲은 감동적인 교향곡과 명작들이 흘러나오는 생동감 있는 작품이 연출되는 예술의 전당이다.

나의 황혼에도 저리 아름다워야 할 거야 순환 빛으로...

 

나는 오늘 이 길 위에서 푸르름을 담고 초록을 담아 나의 존재를 잃어버릴 만큼 그 속에서 흔들리면서 또하나의 행복이 나의 삶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봄이라는 이름으로 가지마다 걸려있는 푸르른 나의 친구여..

함께한 시간이 내게는 그리움을 지우는 시간이었고 다시금 그리움을 갖게 한 시간이었다.

행복했었노라고 말하면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 분량의 행복이 다 전해질지는 모르지만

행복 보다 더 큰 말은 없는지...

 

내가 살아있는한 산이 존재하기에 나는 그 산을 사랑하련다.

하늘만큼 땅만큼...

 

 

산 당신을 사랑합니다/박문성

 

산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나고 나면

몸은 피곤하여도

마음만은 편합니다. 행복합니다.

 

당신을 만날 날이 가까워 오면

마음이 설레이고

자꾸 당신이 있는 곳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모든 것을 또 생각합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날

비바람 몰아쳐도

눈이 하염없이 내려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안개가 바로 앞을 가로 막아도

천둥이 쳐도

우박이 내려도

당신과 함께 있으면

아무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깜깜한 밤길

우거진 활엽관목 숲에 온 몸이 긁혀도

능선으로 몰아치는 빗줄기 속에서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어도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행복했답니다.

 

아!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날 날이 가까워오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른 말은 아무 것도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 하나만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당신 품에 안겨 함께하는 순간순간들!

새벽 산새소리는 나를 위한 인사입니다.

이름모를 야생초는

나를 향해 미소 짓습니다.

 

솔잎 스치는 바람소리는

나를 위해 연주합니다.

먼 훗날

당신과 헤어지는 날이 와도

난 슬퍼하지 않고

당신 가까이에서

불어오는 당신의 향기를 맡으며 행복해 할 겁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5월27일 .....................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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