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8월15일 (광복절) 날씨:흐림,안개비 살짝, 햇살도 살짝 빼꼼이
어디:관악산
위치:
코스:과천청사-문원폭포-마당바위-6봉-관악산 정상-서울대 공학관-서울대 캠퍼스-낙성대역
누구와:나홀로 산행시간:6시간
중독이라 했다.
산행이야 말로 건강을 위한 최고의 중독이라 했다.
그렇다면 나또한 건강의 한가지 방법으로 산을 선택하려는 것이었을까?
주말에 산행을 해서 광복절인 오늘은 산행을 쉬려고 했는데 광복절 아침 남편이 하는 말이 오늘 과천청사 테니스코트에서 약속이 있는데 관악산 갈려면 얼른 준비를 하란다.그럴 것 같으면 어제쯤 얘기해 줬으면 미리 준비라도 할 것을 아무 준비도 없이 속수무책이다
한 시간의 시간을 주니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구워먹 듯 정신없이 준비를 했다.
물도 안 얼리고 가지고 갈 것이라곤 과일밖에 없다.
물대신 수박을 넉넉히 썰어 넣고 차를 타고 가다가 떡을 좀 샀다.
혼자 먹을 떡인데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반은 안 되냐고 했더니 반은 안 된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양의 떡을 그냥 샀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은 아픈 몸도 일으켜 세우는가 보다
그 유혹에 끌려 또다시 배낭을 메고 나선다
산에 대한 열정은 마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내 속에서 뿜어져 나온다.
아마도 산에 가야할 팔자인가 보다ㅋㅋ
산을 오르고부터는 남편이 테니스를 처도 구경 한 번을 못갔던 것 같다.
아이들 어릴 때는 아이들까지 데리고 잘도 따라 다녔는데 아이들도 다 성장하고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각자 취미를 갖다 보니 늘 따로국밥이다.
산을 다니기 전에는 남편과 같이 테니스를 하려고 몇개월 동안 렛슨도 받아 보았지만 운동신경이 둔해선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취미는 각각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해 주고 협력해 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제는 주말과 공휴일엔 으래 산행을 하는 줄 알고 전날이면 내일은 어느 산에 갈거냐며 물어 온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오늘은 산행을 하지 말고 남편 테니스 치는거나 구경할까? 그런 생각도 스쳤다.
과천청사 테니스코트는 바로 관악산 6봉 가는 길목에 있기에 관악산 가기엔 안성맞춤이다.
지난번 손목을 다친 후 부터는 많이 염려스러운지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말을 누차 수없이 한다.
산행길 초입부터 산기슭 어디에선가 발원되었을지 모를 물 줄기는 계곡을 타고 내려와 광음을 토해내며 고요를 깨운다.
가쁜한 걸음으로 조금 오르니까 휴일 산을 오른 등산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갈 수록 등산객들은 더 많이 눈에 띄인다.
이렇게 가스가 꽉 찼는데도 모두가 나같은 마음인가 보다
지난번에는 길을 잘못들어 6봉을 못갔지만 이번만은 자신이 있다.
시간이 먼저보다 늦어설까?
계곡에는 많은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문원폭포에는 지난번 왔을 때보다 물의 양이 늘어나 물줄기가 더 세차게 흐르고 있다.
마당바위를 지나 이번에는 확실히 6봉쪽으로 들어섰다.
조금 가니까 지난해에 봤던 이름모를 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붓고 있었다.
꼭 지리산 종주를 하다 보면 대원사 계곡에 있는 무제치기폭포 같다.
많은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터를 잡고 있다.
오늘은 가스가 자욱하게 끼어서 암릉산행을 하기엔 힘들 것 같다.
능선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까 암릉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가스가 가득한데도 암벽산행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 클라이머들도 눈에 띄인다.
첫번째 바위를 오르곤 갈증이나 바위에 앉아 물대신 수박으로 갈증을 해소시키는데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나도 이 바위만 오르고 모두 우회로 접어 들었다.
산은 어디 안 가고 늘 그 자리에 있기에 이런 날에는 궃이 욕심 부릴 필요가 없다.
하기야 오늘은 생각지도 않던 보너스 산행인데 그냥 워킹 삼아 가볍게 히려고 한다.
하산길도 지난 1월에 왔던 서울대 공학관쪽으로 가려고 한다.
혹시나 길을 또 잃을까봐 물어가면서 관악산 정상을 향해 걷는다
공학관 쪽은 관악산 정상석 방향에서 가까이 있기에 정상만 찾아가면 된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도 바위능선으로 되어 있어서 내가 즐기는 코스이기도 하다.
집채만한 커다란 바위보다는 오히려 이런 암릉길이 더 재미있고 좋은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연주암이 언제 보아도 장관이다.
그런데 왜 관악산 정상석을 산 맨 위에다 세우질 않고 바위 사면에다 세워났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올 때마다 의문으로 남는다.
이제 서울대 공학관쪽 하산길로 내려선다.
지난해 겨울 이곳을 내려갈 때 눈이 얼어붙어서 설설기며 내려 갔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그때는 전 구간이 눈이 쌓여 있어 참 많이 힘들었었다.
지금도 눈은 없지만 자일구간도 있고 난이도가 조금은 높은 구간이기도 하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파도타기를 하듯 출렁이는 초록의 잎새들이 숲속 동화속으로 이끄는 듯 하다
온 천지가 초록으로 초록카펫 위에 내가 서있는 듯 하다.
아직은 가을이라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점점 검푸른 빛깔로 물들어가는 나무 이파리들을 보면 가을이 그리 멀지 않은 듯 하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늦여름의 정취에 흠뻑 빠졌다.
다시 찾아오는 세월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나에게도 이제 50 이 훌적 넘어버린 나이가 되었다
내가 살아 온 여백 속에서 스스로를 책망할 때도 있었지만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보면 참 대견스럽다란 생각도 든다.
5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행복하다는 감정보다는 만족스러움은 느끼며 살고 있지만 행복이란 감정을 의식적으로 어느 것이 행복이다 하고 꼭 짚어 생각해본적도 없다.
허지만 어느날 산길에서 우연히 만난 행복감이란 누가 가르쳐주지도 내가 알려고도 하지 안 했지만 가슴 깊은 밑바닥으로부터 뿌듯하게 밀려 올라오는 가슴 터질듯한 희열과 행복함은 종종 맞보게 된다.
거기에는 우리일상에 가치인 돈도 명예도 권력도 지위도 하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이렇게 명료하게 소박한 행복감을 느껴보는 것이 그져 황홀할뿐이다.
바로 오늘 같이 산길을 걸으며 갖게 되는 행복함인 것 같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내가 혼자하는 산행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참 머물렀다 가고 볼거 다 보고 참견할거 다 참견하며 자연이 주는 호사를 톡톡히 누린다.
혼자 걷는 내게 산은 제 품을 열어 산의 소리를 들려 주었다.
바람소리,물소리,나뭇잎소리,새 울음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소리..
산의 소리를 듣다 내 안의 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의 내면을 보게 되었다.
산이 주는 소박한 행복이다.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은 무게를 더해가지만 산길에서 만나는 야생화를 볼 때면 입가엔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번진다.
혼자 걷는 내게 원추리가 노란 미소를 보내 온다.
나도 혼자인데 원추리도 혼자다ㅎ
산길을 걷다가 야생화를 마나면 마치 보석을 발견한 듯 하다.
오목조목 깔려있는 바위능선과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시원한 조망 위에 올려 놓고 두 손 두 발로 기어오르는 바읫길 넘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 꿈길을 걷고 있는 듯 하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넘나드는 작은 움직임들이 한편의 서정시 처럼 구성지다.
산행을 하다 보면 여러 동물 모양을 한 바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이 일일이 깍아 만들기도 힘들텐데 창조주의 솜씨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보면 볼 수록 자연의 신비함이 신기하기만 하다
화원에서나 볼법한 사랑초가 함초롬이 산 한켠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앙상한 꽃망울을 맺고 있는 사랑초는 그곳에서 여름날을 맞고 있다.
어느 등산객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사랑초로 피어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스쳐 간다.
연약한 사랑초인데 이곳에서 자생한다는게 암만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죽어 말라 비틀어진 가냘픈 나무조차도 기꺼이 누워있는 다리가 되어주고 사소한 돌뿌리 조차도 고마운 버팀목이 되어주는 숲속의 작은 어우러짐 속에 한 점이 되어 여름날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예술품이다.
연하디 연한 아기 피부 같이 보드랍고 빛이난다.
마치 초록 융단같다.
자연의 신비란 이같이 무궁무진하다.
산행을 하다 보면 수녀님들도 산행을 하고 이렇게 스님들도 산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자연은 우리를 산으로 끌어들인다.
산이 주는 이로움은 궃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있다.
만일 오늘도 산에 안 오고 집에 있었더라면 마음은 하루 온종일 산에 가있을텐데 산에 오길 참 잘한 것 같다.
서울대가 가까워지는 걸 보니 이제 거의 다 와가는 것 같다.
흐르는 계곡물에 이제까지 흘린땀 씻어내고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가쁜하다.
산행을 많이 하므로서 얻어지는 것은 마음의 여유로움 그 자체이다.
먼훗날 오늘은 생각하며 인생을 연주하는 음악을 후회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늘 이렇게.....
행복은 선택이라고 했다.
오늘도 하얀도화지에 행복으로 줄긋기 놀이를 하며 내 안의 나를 들여다 보며 관악산의 한 점이 되어 여름날의 풍경화를 참 아름답게 그린 것 같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8월 15일 광복절 날에.............산소녀.
지나간 후기 이제서야 올려 봅니다
벌써 써 놓고도 써놓은 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창고 속에서 기린목 되어 기다렸을 듯 싶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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