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 8월11일(목요일) 날씨:맑음
어디:호봉산,선포산,원적산
위치:인천(서구,부평구)
코스:제물포중학교-호봉산정상-배드민턴장-숲속길-선포산능선-부평도서관 뒤 잣나무숲-선포산 둘레길-호봉산 둘레길-원적산
누구와:뒷산 지킴이 벗님들 4명과 나
불과 며칠사인데 손목의 불편함으로 컴을 못하니 하루의 시간이 무료함까지 느껴지지 시작한다
블로그를 할 때는 하루의 시간이 짧은 듯 한데 하루의 시간이 왜 이리 긴지..
처음 하루 이틀은 오랫만에 여유있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니까 딴세상을 만난 것처럼 또다른 행복함까지 느껴지더니 시간이 갈수록 무료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독서를 해도 눈이 아파 오래 할 수가 없고 음악을 듣는 시간도 처음에는 그렇게 좋더니
이제까지 길들여진 일상이 다시 그리워진다.
블로그를 하고부터는 시간 관계상 운동도 집앞 공원에서 하게 되고 바로 지척에 있는 뒷산도 매일 눈으로만 바라만 보고 분기별로 한 번씩 밖에 못 찾게 되는 것 같다.
10년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던 산인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외면하는 것 같아 산에게도 그리고 산친구님들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산 친구들이라야 교회 권사님 집사님들인데 교회에서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산에오라고 그렇게 하는데도 그게 쉽지가 않다.
언제나 마음만 먹고 달려가면 그곳에는 반갑게 맞아주는 벗님들이 있는데 기회는 찬스라 했던가..
전날 미리 계획을 세우고 늦은시간 벗님들과 먹을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잘 되던 빵이 제빵기가 말썽을 부려 빵이 절반밖에 안 부풀렀다.ㅠ
오랫만에 찾는 산인데 그래도 맹숭맹숭 얼굴만 보는 것 보다는 뭔가 먹거리를 준비해 정을 나누고 싶었었는데 준비하려고 했던 성찬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가기엔 마음이 허락질 않아 한참을 생각하다 냉동실을 여니까 지난번 동생네서 가지고 온 찐옥수수가 있어 잘됐다 싶어 다시 쪄가지고는 산으로 산으로 달려갔다.
사람이 아파보니까 평범한 일상이 감사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것도 오른손이 아니고 왼손이라 감사하고 또 발이 아닌 손이라서 감사했다.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스틱도 하나만 짚고 큰 배낭이 아닌 가벼운 쌕을 메고 나서는 걸음이 가쁜하다.
안 그래도 산으로 나서는 마음이 즐거운데 집을 나서 공원으로 접어들자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자연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흥을 돋아준다.
이렇게 좋은데 왜 그리도 뜸을 들였을까..
마음만 먹고 시간을 내면 되는데 왜 그렇게 주츰했을까?
산길로 접어들자 아는 분을 만났다.
오랜 동안 산을 다녀선가 그동안 산을 안 찾은지도 어언 5년이 된듯한데 몇걸음 안 가서 또 아는분을 만났다.
아침이슬이 내리고 숲에서 품어져나오는 산내음이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며칠전 태풍 **의 영향으로 등로에는 나뭇이파리들이 떨어지고 등로가 패이고 나무가 쓰러지고 태풍의 흔적이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벗님들과 시간 약속을 하고 시간이 촉박한데도 마음은 왜 이리도 여유로운지...
볼 것 다보고 즐길 것 다 즐겨가며 걸음을 옮긴다.
모두가 낯익은 풍경들인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간의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안타까운 것은 자연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연만큼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니온 듯 다녀가야 하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혼자여도 산에만 들면 전혀 심심하지가 않다.
산과 하나 되어 함께하기 때문이다.
산은 나의 친구이자 동료이다.
산은 하루 종일 혼자여도 심심치가 않다.
누가 볼 때는 심심하고 한심스럽게까지 보여질 지 모르지만 내가 느끼는 산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혼자여서 여유롭고 자연과 더 가까이 친밀해지는 것 같다.
호봉산 정상을 지나 임도길을 건너 벗님들의 베이스캠프 있는 곳을 가려면 여러개의 길이 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샘터가 있는 곳에서 바로 산등성이로 올랐겠지만 오랫만에 숲길을 걷고 싶어 그 길을 선택햇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그 길이 산책로로 가장 인기있는 길이다.
숲그늘로 길게 이어져 초록 터널을 지나는 듯한 곳이다
햇살이 아무리 내려쬐도 이곳만큼은 하루종일 숲그늘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산책로를 지나 오름을 거쳐 능선으로 접어든다.
시계가 맑아 인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 복잡한 도시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 쌓여 마치 성냥각을 쌓아 놓은 듯 하다
능선을 내려서 부평도서관 뒤에 있는 잣나무 숲으로 갔다.
벗님들은 벌써 와서 스티레칭을 하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벗님들이 이곳에 모여 스트레칭을 한다고 한다.
벗님들과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고 이곳에서 준비해 간 옥수수를 먹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눴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선포산에도 호봉산에도 둘레길이 만들어져 산책로가 새로 생겼다.
조붓한 오솔길은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정도의 오솔길이다.
둘레길이 생긴 이후 한 다섯번쯤 온 것 같다.
일행들 일부는 둘레길에서 헤어지고 셋이서 원적산까지 가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나의 날이다.
오늘따라 남편은 휴가여서 테니스 원정길에 나사서 그야말로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원적산으로 향하는 길은 그러고 보니 완전 호봉산과 선포산과는 달리 태풍의 흔적이 전혀 없다.
등로도 이곳은 마사토로 되어 있어 깨끗하다.
예전에는 원산산 오름길을 오를 땐 나무의 키가 작아 숲그늘이 없어서 여름에 오르기엔 뜨거워서 힘들었는데 그새 나무들이 자라 숲그늘을 이루고 있었다.
등로도 깨끗한데다 숲그늘을 이루고 있어 그곳으로 들어서자 마음까지 상쾌하다.
그래서 오름의 힘듬도 잊고 유유자적 벗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어느결에 능선에 다달았다.
능선에 올라 내려다 보니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은 완전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멀리 인천항도 내려다 보이고 멀리는 영정도도 흐릿하게 조망된다
그 땅 그 하늘 그 나무가 내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여유로운 마음 한자락이면 족합니다.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세상이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도 산을 사랑하는 마음의 노래소리는 하늘을 날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눈물겹다.
참 기분 좋은 길이다.
이곳은 산세가 참 아름다운 곳이다.
산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흙도 마사토로 되어 있어 토종 소나무들이 예쁘고 자라고 있고 봄이면 진달래의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인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인천에서 가장 높은 계양산도 멀리 조망된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기에 언제나 내가 찾아 나서야만 그 행복을 만날 수 있다.
행복의 크기도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생은 기차 여행이다.
별이 빛나는 것은 그것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밤하늘을 수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별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이 별이 환한 자태를 뽐내도록 도와주는 그 무엇..
그것은 바로 어둠이다.
이렇듯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이가 있어야만 더 빛이 날 것이다.
산행도 이렇 듯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고 즐거움이고 감사함이다
햇살 좋고 하늘빛 맑은 날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산에서 유유자적 벗님들과 마음을 나누며 걷던 길이 또하나의 행복을 만든 하루였다.
지금은 공사 중이지만 철마산과 원적산을 잇는 다리가 완공되면 개통 기념으로 큰산가는 기분으로 벗님들과 멀리 계양산까지 종주를 약속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벗님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8월11일...............산소녀.
손목아플 때 블로그 잠시 쉬면서 조심조심 써내려간 지나간 후기글
8월이 가기전에 올려 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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