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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친다는 치악산

by 풀꽃* 2011. 9. 23.
 

언제:2011년 8월 27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치악산

위치:강원도 원주

코스:황골-입석사-안부-주능선-비로봉(정상)-사다리병창-구룡사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10명 (번개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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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지 전> 

8월 정기산행지인 치악산..

그날은 그곳에 비소식이 있어 산행지를 구미에 있는 금오산으로 변경해 산행을 다녀왔다.

9월 정기산행은 추석연휴기간과 이어져 있어 4째주로 옮기고 나니  그때까지 기다리는게 너무 긴 시간이어서 치악산으로 번개산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도 12인승 승합차를 랜트해서 10명이 산행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에 랜트한 차도 새차였는데 이번에는 출고한지 3일밖에 안 되는 임시 번호판을 달은 새차다.

그것도 우리가 처음 사용하는 것으로 안전벨트로 깊숙히 들어가 있어 어떻게 빼서 사용하는지 몰라 한참 실갱이를 했다.ㅋㅋ

단촐하니 떠나는 산행이어서 차 안에서도 마치 달리는 웅접실 같다.

아침 이른시간부터 뭐가 그리도 재미나는지 차 안은 호호~깔깔이다.

 

추석을 앞두고 성묘길에 나선 성묘객들로 도로도 정체 되고 휴계소엔 발 딛을 틈조차 없이 바글바글이다.

치악산 하면 오래전 어느 겨울날 종주길에 나섰던 추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초가을의 치악산은 또 어떤 빛의 실루엣을 입고 있을까?..

지난날의 치악산은 조금은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산행의 즐거움은 꼭 산을 오르는데만 있는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고 어떤 대화를 주고 받는데 있는 것 같다

이제 나를 위해 산을 오르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산악인이 되고 싶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즐거워 하고 기뻐한다면 그보다 더 값진 삶은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달려 들머리인 황골에 도착했다.

가을햇살이 내리쬐는 조용한 곳에 차를 주차 시켜 놓고 산행을 시작한다

가을이 이만치 마중나온 8월의 끝자락 한낯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산자락으로 접어 든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임도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고 긴 오름을 깔아 놓는다.

 

성미 급한 일행들 모두 사라져 버리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물봉선과 사랑놀음을 하며 조금은 여유롭게 도로를 걷는다

물봉선과 사랑놀음을 하노라면 입가엔 어느새 환한 미소가 번져 자연이 주는 또하나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나무,꽃,풀한포기,바람마져도 그곳에선 모두가 내겐 친구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묻혀 사는 들꽃들이야 말로 때묻지 않은 자연 속 보물이 아닐까?

수많은 들꽃들의 호위속에 나 또한 세상의 한 점이 되어 여름날의 풍경이 되어 본다.

꽃보다 푸르름의 가짓잎을 보노라면 마음도 푸르러져 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자연에서 얻은 마음 자연으로 돌려줄 수 있는 너그러움과 여유로움이 함께 한다면 그보다 감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은 아마도 멀리 떠나와 비로소 바라볼 수 있는 산과 함께 하는 것일게다.

살랑이는 바람과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들의 재잘대는 지저귐에 그새 산품에 안겨있는 느낌이다.

새들도 산에 숨결에 하나가 되어 변함없는 생명력으로 우리를 축복해 주고 있는 듯 하다.

긴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가파르려면 길이나 좋던지~ 안 그러면 가파르지나 말던지..이런 길은 정말 죽음의 길같다.

올려다만 봐도 숨이 막히고 질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우리의 인내심을 테스트라도 하는 듯 하다.

 

오래전 종주길에 상원사로 오늘 땐 주능선을 타고 올라서 그런지 이렇게 험하질 않았는데

가야할 길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찌나 길이 험한지 자연에 눈 둘 겨를이 없을 정도다.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은 무게를 더해가지만 그래도 가끔씩 들꽃들이 마중나와 그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이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누굴 탓도 못하고 그렇다고 물건도 아니기에 다시 물릴 수도 없고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이다.

내일 학교에 가져가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쉬는 것 조차도 편치가 않다.

쉴 새 없이 파고드는 고통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하다

산은 나를 살찌우게 하지만 이렇게 힘든데 왜~이렇게 힘든데 왜 자꾸만 산으로 발길이 가는건지..

기대와 설레임으로 떠나는 산행길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산에 대한 열정은 마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내 속에서 뿜어져 나오지만 이렇게 힘든 길을 갈 때면 다시는 안 가고 싶은 마음이 가음 속 한켠에서 도리깨질을 한다.

 

힘은 들지만 그래도 산공기가 시원해 그나마 힘이 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늘빛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니 능선이 가까워지는 것 같다.

안부에 도착하니 우측으로 치악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 했던가..

산의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더딘 걸음이었지만 더딘 움직임 끝에 맛보는 승리의 상쾌함은 날아갈 듯 가볍다

이제 험한 길은 다 끝난 것 같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길 양옆으로 꽃길을 열어준다.

가을을 마중나온 이질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람이 전하는 풀향기와 높아진 하늘에선 가을이 느껴진다.

 

조붓한 오름길에 들꽃들이 없었으면 더 지루하고 힘이 들었을텐데 그들과 눈맞춤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돌탑이 우뚝 서있다.

이곳까지 오면서 얼마나 힘들게 올랐는지 정상에 서있는 등산객들을 보니 정말 모두가 대단한 느낌마져 든다.

정상을 밟고 서서 바라보니 둔한 발걸음에 옮겨진 산하는 까마득히 멀어져 가기도 하고 성큼 다가서기도 하는 그들만의 물결을 이룬다

오래전 겨울날 이곳에 섰을 때는 살을 애이는 칼바람에 오래 머물지를 못했는데 가을을 마중나온 등산객들의 표정이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모두가 힘든 뒤에 오는 그 뿌듯함 때문일게다.

 

바위틈에 함초롬이 피어있는 쑥부쟁이를 보니 그간의 힘들었던 고뇌가 갈바람과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는 듯 하다.

그곳에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선물 받은 나는 온통 마음을 가을향으로 채웠다.

삶의 텃밭에서 따낸 풋풋한 향기로움이  내 속으로 젖어드는 마음이다.

그 속에서 나는 소박한 행복을 맛보며~그래 바로 이런 맛에 산에 오는거야..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돌틈 곳곳에서 바람에 살랑이며 가을을 연주하고 있다.

온갖 세상의 아름다움이 그 길 위에 있는 듯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꽃망울은 보일락 말락 했었는데~성숙한 가을빛으로 물들어 보라빛 미소를 짓고 잇다.

 

한낮의 무더운 햇살은 따갑게 내리 쬐지만 그 햇살은 여름의 햇살과는 그 느낌이 달랐다.

이런 것이 자연의 섭리일까?

이제 자연의 섭리대로 8월도 3일을 남겨두고 슬며시 과거로 저물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머지않아 또 다시 이 여름을 반기는 계절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사이 우리는 또 다른 세월을 맞이하면서 그만큼 성숙해 가는지도 모른다.

 

자연의 신비가 얼마나 오묘한가?

저홀로 피었다 지는 들꽃들의 순환을 보면서 신비로 가득찬 자연의 변신이 이토록 아름다운 사실을 느끼곤 먹은 것 없이 배부르고 가진 것 없이 뿌듯하다.

그냥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보면 흘러가는 우리 인생도 그러고 보면 참 소중하다.

 

정상에 높이 쌓아 올린 세 개의 돌탑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한 생각이 든다.

이 높은 곳에 이렇게 높은 돌탑이 세워지다니 볼 수록 신비스럽기만 하다.

사방이 확 트여 산그리메가 너울너울 펼쳐지며 장엄한 파노라마를 이룬다.

점심상 차릴 터가 그리 넉넉질 않다.

비좁긴 하지만 정상석 너머 조붓한 터에 옹기종기 우리들만의 걸팡진 성찬을 차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점심을 먹는다.

이제 하산길로 들어선다.

언제나 그렇지만 정상을 뒤로하고 떠나는 발길은 늘 허전함이다.

이렇게 힘들게 올랐는데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내려선다고 생각하니 참 많이 아쉽고 허전하다.

마음 같아서는 그곳에서 가을을 노래하고 있는 쑥부쟁이와 구절초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은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끼들..

그리고 그곳에 화초로 피어난 고사리과 식물들..모든 식물은 저마다의 맞는 환경에서 이렇게 자라나고 있다.

누가 가르처 주지 않아도 자연의 섭리속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숲을 향해 숨죽여 귀를 기울이면 들릴까 말까? 가을의 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오는 듯 하다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는 풀벌레 소리부터 들려오는 듯 하다

사람이 아파봐야 아픔을 알듯이 오름길을 오르면서 그렇게 힘들어 했었는데 내림길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오름길은 오르느냐고 힘들고 내림길은 또 하산의 고통이 가져다 주는 그 힘듬으로 고통스럽다.

내림길이 얼마나 험하고 힘이 들던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날개를 달고 아무데나 정말 아무데나 날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도 나이탓일가?..

오래전 겨울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이렇게 힘든 줄 몰랐었는데 한걸음 떼기가 힘이 들다.

이런 고통은 나만이 갖고 있는 고통이 아닐진데 모두가 묵묵함으로 산길을 내려서고 있다.

얼마나 힘이드는지 그곳에선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오질 않을 만큼 버겁게 느껴진다.

사다리병창이다.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 하여 치악산이라고 한다는 우스갯말은 대표적 등산로인 사다리병창 코스에서 유래했다.

치악산은 경사가 30도를 넘는 지역이 60%나 되며 사다리병창 길은 그 중에도 가장 급경사인 비로봉 북사면의 등산로다.

병창이란 절벽의 강원도 사투리이니, 곧 사다리처럼 경사가 급한 절벽길이란 뜻이다.

 

연이어지는 계단과 등로엔 돌들이 질펀하게 깔려있고 잠시 잠깐 한눈이라도 팔다간 사고라도 불러 올 것만 같다.

 

하산길에 들꽃이라도 있었으면 그들과의 사랑놀음에 그 힘듬도 조금은 잊을 수 있었을텐데

대부분의 들꽃들은 능선을 타고 피어나기에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두 줄기로 되어 있는 세렴폭포..

물의 수량은 그리 많지만 등로에서 조금만 오르면 되기에 가까이 가봤다.

불과 먼 거리도 아닌데 일행들 모두가 힘이든지 그냥 지나치고 나 혼자만이 접수했다.

이름있는 폭포치고는 너무 수량이 적어 빈약해 보인다.

가을빛은 점차 계곡 수(水)를 타고 흘러내려 소(沼)에 이르러 깊고 푸른 상념을 이룰 것이다.

여름을 담고 있던 소(沼)에 가을빛이 타고 내린다.

그것이 바로 상념의 빛이다.

불과 2주 사인데 물의 온도도 점차 차가워져 몸 담그기가 시원함 보다는 차갑게 느껴진다.

계곡에서의 물놀이도 이번을 마지막으로 내년을 기약해야 될것 같다.

8월의 계곡이 품은 속내가 이런 변화가 있을 줄이야...

 

나에게 등산은 마약보다도 더 달콤한 유혹이지만 오늘같은 이런 길은 죽음의 길과 같다.

가파르면 편편하기라도 하던가 안 그러면 가파르지나 말든지 오름도 내림길도 할짓 다하는 치악산의 몸놀림이다.

이 힘든길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내 안에 있긴 하지만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다시는 펼쳐보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될듯 싶다.

이 힘듬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우개로 쓱쓱 지운 것처럼 지워져 언제 그랬냐 듯이 또다시 산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2011년8월27일..........산소녀.

 

   

 

 

 

산행을 자주하다 보니 시간은 없고 후기글 쓴다는게 쉽지가 않네요

여름이 저만치 갔는데 여름의 끝자락 산행후기 이제서 올려 봅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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