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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여름의 끝자락 북한산에서

by 풀꽃* 2011. 9. 28.

언제:2011년 9월3일(토요일)  날씨:초가을의 청명한 날씨

어디:북한산(주능선.의상능선)

위치:서울 도봉,은평,경기,고양시

코스:독바위역-주능선(족두리봉-향로봉-비봉-문수봉)-의상능선(나한봉-나월봉-증취봉-용혈봉-용출봉-의상봉) 산행시간( 8시간)

누구와:나홀로

대지를 삼켜버린 어둠이 물러간 자리엔 시리도록 파란하늘이 가을임을 알린다.

그 길을 따라 걷는 마음 또한 파란 마음으로 물들 것만 같다.

 

아침이 머물다 간 자리 흘러간 세월을 되돌려 버린 갈피에서 보았던 하얀물봉선과 노랑물봉선이  여린 입술을 파르르 떨며 길섶에서 가을을 마중하고 있다.

시간이 시간을 밟고 지나가 듯 긴 장마가 던저 놓고 간 것은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해 주려고 그랬나 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내모습을 보면서 나이는 들었어도 마음은 아직 동심임을 느낀다.

시계가 맑아 멀리 한강과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들어 온다.

여름 내내 안개와 가스로 조망이 꽉 막혔었는데 이렇게 맑은 조망을 보기란 참 오래인 듯 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산행계획이 없었는데 이번주에 산에 안 가면 다음주는 추석연휴라 2주를 연이어 쉬게 될 것 같아 준비도 없이 떠난 산행길이다.

올 한해를 뒤돌아 보면 참 열심히 산에 오른 듯 하다.

지난해만 해도 혼자서는 뒷산밖에 못갔었는데~이제는 길만 알면 혼자하는 산행의 맛을 알기에

시간이 되고 기회만 되면 혼자서도 서슴없이 산행길에 나선다.

 

누가 볼 때는 혼자 오르는 산행이 따분하고 외로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즐기고 있는 산행의 맛을 저들이 안다면 아마 저들도 따라 나서지 않을까?..

정말 좋은 날씨다.

하늘이 맑고 시계가 맑으니 눈이 바빠진다.

태풍의 영향인지 바람까지 동반해 산행을 하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아마 이런 날 산에 안 오고 집에 있었더라면 마음은 하루 종일 산에 가 있었을거다.

여느 때 같았으면 족두리봉까지 올랐으면 주체할 수 없을만큼 땀을 흘렸을텐데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니 거뜬하게 올랐다.

조금은 이른 시간인지 몇몇 등산객들만 올라 있고 한적하다.

혼자서 갖는 여유로움에 벌써부터 마음이 풍요롭다.

마치 자유의 날개를 달고 날으는 기분이다.

북한산을 다 품안에 안은 느낌이다.

 

같은 길이라도 가던길을 되돌아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새로운 길을 걷는 듯 하다.

족두리봉을 바로 앞에서 봤을 땐 이런 멋진 몸매를 볼 수 없었는데 향로봉을 향해 오다 뒤돌아 보니 이렇게 멋진 몸매를 하고 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주능선으로해서 칼바위로 하산하려고 했었는데 이곳에 오니 또 의상능선으로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산에서 주능선과 의상능선은 북한산의 백미이자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의상능선은 난이도가 조금 높기는 하지만 오르락 내리락 산행의 묘미도 있어 짜랏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향로봉 능선길..

내가 향로봉을 처음 오를 때는 통제구간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통제를 하고 있다.

그래도 그냥 스치는게 아쉬워 향로봉 끝구간만 살짝 올라 조망을 감상하고 비봉으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위험한 코스도 아닌데 이곳에서 사고가 잦아 통제를 하는 것 같다.

 

주말과 휴일엔 항상 붐비는 북한산인데 벌초할 시즌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 보다 덜 붐빈다.

비봉..

향로봉을 거쳐 비봉에 올라 또 한번의 긴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긴 휴식을 즐기는 것도 혼자이기에 가능하다.

내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할 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봉 정상석 뒤에 준비한 간식으로 소박한 점심상을 차리고 휴식을 취한다

간식을 먹으면서도 시선은 족두리봉과 향로봉에서 떠날 줄 모른다.

 

혼자서 산행할 때 가장 불편한게 있다면 사진 담는 것인데 이제는 카메라만 들고 서있으면 벌써 눈치를 채고는 말을 안 해도 먼저 와서 찍어 준다.

비봉에서 바라보는 향로봉 능선..

마치 살아 움직이는 공룡의 등줄기 같다.

지나온 족두리봉인데 비봉에서 바라보니 족두리봉과 우측으로 향로봉 능선줄기가..

주능선이기에 북한산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암벽등반을 하는 아주 멋진 등산객..

내 나이가 10년만 젊었어도 저런 복장을하고 북한산을 누비며 다닐텐데...

부러운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비봉에서 내려오다 보면 동물모양을 한 바위인데 언제나 이곳에 오면 꼭 올라 사진을 찍곤한다.

분명 이름이 있을텐데 다음에 갈때는 꼭 이름을 알아 봐야겠다.

 

사모바위를 지날 때면 늘 멀리서 바라보고만 스쳤는데 오늘은 바위 사면을 기어 올라가 사모바위 위까지 올라갔다.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음도 혼자이기에 가능하다.

 

혼자 누릴 수 있는 기쁨의 특권이다.

일상에서도 빠듯한 생활보다는 여유로움을 좋아해서 인지 혼자 걷는 산행길이 여유로워 뿌듯함이 감돈다.

바라볼 것 다 바라보고 참견할 것 다 참견하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풍경을 즐기느라 한참의 시간을 할애한다.

 

문수봉 오름길도 오늘은 일행들이 없으니 여우있게 올라간다

문수봉 정상

전망이 좋은 곳에서는 사방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풍광을 여유롭게 즐긴다.

북한산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답고 웅장하다.

서울에 이렇게 아름다운 명산이 있다는게 그져 감사할 뿐이다.

 

이제 주능선에서 의상능선으로 접어든다.

의상능선을 거닐다 보면 좌측으로는 이제까지 걸어온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우측으로는 백운대와 인수봉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여러번 다녀간 곳이지만 늘 새로운 길을 가는 것 처럼 진지하다.

 

주능선을 걸어오면서 들꽃들을 거의 못만났는데 의상능선으로 접어드니 벼랑 끝에서 쑥부쟁이가 환영이라도 하듯 보라빛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안 그래도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들꽃들이 그리웠는데 아마도 내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듯 하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조각품 창조주 만의 예술품인 인수봉과 노적봉이 방금 세수를 마친 듯 멋진 몸매를 드러내고 있다.

이젠 눈감고도 훤하게 그려지는 의상능선길이다.

의상능선길은 여러번 간 길인데도 질리지 않고 갈 때마다 스릴을 느끼며 산행을 하게 된다.

 

북한산에도 머지 않아 가을이 우르르 쏟아내릴 것만 같다.

성미 급한 이파리들은 벌써 가을을 물들이며 서두른다.

가을은 벌써 가슴을 파고드는데 내 삶의 나이테는 자꾸 늘어나고 있으니 예전과 같지 않은 체력에 마음은 자꾸만 움추러 든다.

그래도 나이를 잊고 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데 가끔은 나이 앞에 무너질 때가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올해는 산행을 자주 하는데도 하면 할 수록 산이 그립고 아무리 햝아 먹어도 줄어들 줄 모르는 마법에 걸린 달콤한 솜사탕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연인 듯 하다

조각가도 흉내낼 수 없는 바위군들..

웅장하고 장엄하고 이 세상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북한산의 실루엣이다.

이쪽저쪽으로 조망되는 풍경들이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내 듯 살아 움직이는 파노라마가 되어 내 안으로 스며든다.

이제 초록의 나뭇잎들도 머지 않아 초록의 옷을 벗을 때가 된것 같다

새봄 연하디 연한 아기 피부같은 모습으로 돋아나 초록의 노래를 부르다가 숨죽일 날도 멀지 않았다.

나에게도 이렇게 동심의 세월이 있었을텐데 이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것 같다.

그래도 마음만은 늘 초록의 새순처럼 푸르르니 내 나이가 실감이 나질않는다.

성미 급한 나뭇잎들은 벌써 가을옷을 입으려 한다.

이리 서두르지 않아도 될텐데~앞서서 가을을 맞고 싶은가 보다.

 

의상능선의 마루금은 자잘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스릴 만점으로 할짓 다하며 재롱을 떤다.

서울 근교에 이같은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 것이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꽤 여러번 걸은 의상능선길인데 길이 조금은 낯설은 듯 하다.

길을 잘못 짚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되짚어 왔을 땐 아까운 30 여분의 시간을 흘러보낸 뒤였다.

산에 도취하다 보니 가끔은 이렇게 아는 길도 잘못갈 때가 있다.

그래도 안 가 본 길을 걸었다는 뿌듯함이 자릴하니 다행이다.

혼자하는 산행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처럼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는 참 난감하다

다행이도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객을 만나서 바른 길로 들어섰다.

 

북한산의 수많은 연봉들이 있지만 아직은 햇병아리이기에 아는 길만 찾아 산행을 하다 보니

아직은 안 가본 곳이 더 많은 듯 하다.

모험으로 새로운 길로도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혼자서 새로운 길로 간다는게 쉽지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싸리꽃이다.

여름이 저만치 가고 있는데 아직 할말이 남았는지 바위틈 한켠에서 고운빛을 띄고있다.

혹시 싸리꽃을 좋아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거는 아닌지...

어느덧 계절은 바람에서 가을향기가 전해져 오는 듯 하다.

상큼한 공기가 태양의 에너지를 듬뿍 담고 가슴으로 들어온다.

산빛도 조금은 검푸른 빛을 띠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 좁은 능선길엔 수려한 소나무 길동무 해주고 주변의 산들은 나를 향해 서있다.

두 계절이 자리 다툼하는 북한산에서 공존의 철학을 배워간다면 더 큰 수확이 없을 것이다.

 

의상능선길은 풍광도 아름답지만 산행길이 스릴도 있어 내가 이 길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산행을 해도 지루한지도 모르고 즐겁게 산행을 하는 것 같다.

혼자여도 재미있게 산행을 해서인지 긴 의상능선이 어느덧 거의 다 와가는 것 같다.

축구경기에선 항상 처음 5분과 경기종료 5분전이 방심의 사각지대라 하는 것 처럼 의상능선도 마지막 구간이 까탈스럽고 위험한 곳이  있기에 늘 이곳을 지날 때면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꽤 여러번 오른 의상능선인데도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진진하게 산행을 하는 것 같아 지루함이 없어서 참 좋은 것 같다.

하늘빛이 예뻐 지나가는 등산객 부부한테 사진 부탁을 했다.

처음엔 사진 부탁하기가 어려워 무척 애를 먹었는데 이젠 아주 자연스런 일상처럼 느껴진다.

올때마다 나에게 사랑을 받는 분재같은 소나무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게 볼때마다 신기하기만 하다.

자연의 섭리란 참 묘하다.

 

자연이 빚어내는 예술품 창조주만이 만들어내는 예술품이다.

 

오늘도 긴 여정을 지내면서 언제나 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가슴 설레이는 이 순간도 세월이 흐르면 눈물겹도록 그리운 날이 될 것이다.

내 하루에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을 수 있는 행복했던 기록을 남기며 어지러운 세상속으로 발을 옮기며 감사한 마음이다.

한동안은 북한산에서 받은 기운으로 내 삶이 조금은 더 윤택하겠지...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9월 3일...........산소녀.

 

 

 

 

                                                          

                                                           9월이 가기전에 늦은 산행기 올려봅니당~ㅎ

시간은 없고 숙제는 해야하고 바쁘네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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