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북한산(칼바위능선)
위치:서울 도봉,은평,경기,고양시
코스:북한산 주능선(독바위역-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문수봉-대남문-대성문-보국문-칼바위능선-정릉 (산행시간 유유자적 8시간)
누구와:나홀로
이른 새벽 잠에서 깬 남편이 하는 말..
연휴 마지막 날인데 산에 안 가냐고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다
사실은 마음 잡고 그동안 밀린 산행후기 쓰려고 했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산에 가고푼 생각이 밀려온다
몸도 마음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를 굴린다
이른 시간이라 누구한테 함께 가자고 전화도 할 수 없고 6시20분 신비님한테 조심스레 문자를 날리지만 7시가 다되도록 연락이 없다
준비하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북한산 계획을 세우고 혼자서 집을 나선다.
산에 길들여지면 약도 없다는데 이젠 주말이면 으례 배낭을 챙기게 된다.
3일이라는 연휴의 화려함에 군침이 꿀꺽 목울대를 자극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그 3일이라는 연휴가 주일이 가운데 끼었기에 따지고 보면 징검다리 연휴가 되고 만다...
그런데 북한산 족두리봉을 오르는 도중 신비님한테 전화가 왔다
문자를 이제서야 봤다고ㅠㅠ..
그런데 이게 왠일..신비님은 6시에 집을 나와 벌써 삼성산 정상이란다
신비님이 문자만 바로 봤으면 함께 갈 수도 있었는데
서로가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초록의 숲이었는데 산빛이 서서히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다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맞는 자연이기에 풀 한 포기,꽃 한 송이도 자신이 선 자리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청초롬한 가을 들꽃처럼 변치않는 향기를 지닌 구절초..그새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어 제 각각 가을을 물들이고 있다.
구절초의 청초함이 발길을 떨어지지 않게 한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구절초가 나부끼는 기슭에 빼꼼히 고개들고 미소 한 번 띄워주던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리움으로 자리할게다.
양지바른 곳엔 벌써 발그레 홍조띤 단풍의 너스레가 시작되고 있다.
소리없이 익어가는 가을향기가 곳곳에 널려 있다.
가을빛이 완연한 산빛을 보면서 이제는 가을이라고 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자고나면 저만치서 단풍의 물결이 조금씩 밀려올 듯 싶다.
지난번에 왔을 땐 족두리봉도 한가하더니 오늘은 발딛을 틈도 없이 등산객들로 가득 메우고 있다
산악인이라면 이런 예의만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상석 같은 곳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인데 전세라도 낸듯 마냥 눌러 앉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산의 주인은 자연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산의 대한 예의만은 지켜 아니온 듯 조용히 다녀가야 하는데 시끌벅쩍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자연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람들이 많으면 자연에 온 것 같지가 않아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족두리봉을 빠져나온다.
북한산 주능선은 주능선답게 언제나 등산객들이 붐빈다.
이젠 나에게도 주능선은 눈 감고도 훤히 내다보이는 능선길이다.
그리고 매번 와도 질리지 않은 그런 길이기에 늘 찾게 된다.
사람의 냄새는 상큼함도 향긋함도 있지만 매콤함도 시큼함도 그리고 꾸리꾸리함도 있듯이 수만가지 표정들로 산길을 메운다.
능선은 산책길 같은 오롯함에 걸음들이 가붓하고 아름다운 자연 만큼 모두의 얼굴에서도 화사한 빛이 역역하다.
그만큼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고 기쁘게 하는 것 같다.
능선길을 걸으며 오늘은 어느 코스로 갈까 망설이게 된다.
의상능선길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한 번쯤은 다른 코스를 택하는 것도 좋은 듯 싶어 오늘은 칼바위능선으로 갈까 생각중이다.
그러는 사이 향로봉 능선이 끝나가고 있었다
통제구간이긴 하지만 언제나 처럼 능선 입구까지는 올랐다 가기에 그곳으로 들어선다.
그곳에 들어서면 바위밑 그늘 아래 언제나 쉬어가는 곳에 자리를 잡으니 눈아래 펼쳐진 곳에 산부추 군락지가 눈길을 끈다.
벼랑끝이긴 하지만 한걸음에 달려가 위험도 무릅쓰고 정신없이 사진을 담기 시작한다.
내겐 그런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는지 죽어도 이런 곳에서 죽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산행을 하다 가끔은 산부추를 보긴 하지만 오늘처럼 산부추 군락지를 만난 건 처음이다.
건너편 능선에서 내가 바위 절벽에 매달려 사진 담는 것을 보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조였다고 한다..
하기야 나도 사진을 담으면서 위험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가슴을 조인 것 같다.
향로봉 바위 위에 올라 바라보니 앞으로 가야할 능선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든듯 등산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니 신선이 따로 없다.
말간 햇살 쏟아지는 능선길을 따라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어울려 북한산의 한 점이 되어본다.
바위틈 함줌의 흙위에 자리를 잡고 피어난 구절초가 반긴다
흔한 꽃이지만 산 속에 피어 있어선지 풍경과 어우러져 여느 귀한 꽃들 못지 않게 예뻐 보인다.
산속의 들꽃들 중에서 이런 풍경을 참 좋아한다.
암벽등반을 하는 멋진 등산객..
이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오르고 싶어진다.
내 나이가 10년만 젊었어도 멋진 클레이머로 도전장을 던지고 싶다...
능선길을 걸으며 언제나 처럼 들렸다 가는 비봉으로 들어선다.
등산객이 많아선지 비봉 오름길에도 여느 때보다 붐빈다.
아래서 올려다 보니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과 비봉 정상석이 닿을 것만 같다.
자연의 아름다운 성찬..북한산의 한자락에 서서 사방을 둘러 보니 웅장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다.
나 또한 그곳에 서서 북한산의 한점이 되어 본다.
이제부터는 산을 정복하는 의미가 아닌 산의 일부가 되어 산을 바라보는 산행인이 되어가련다.
혼자이다 보니 서두름도 없이 비봉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즐긴다.
그래서 혼자하는 산행이 자유로워 좋은 것 같다.
누군가가 그랬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고...그렇다 산에 머무는 동안 만이라도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껏 자연을 느껴보리라.
한결 마음이 느긋해지고 걸음이 가벼워진다.
산을 통해 ..자연을 통해 내 자신이 그만큼 성장해 있었다는 자부심과 성취욕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을 통해 배우고 내 자신이 산을 닮아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할까?..
그만큼 성숙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사모바위 아래 1.21사태 무장공비 은신장소가 있는 것을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사모바위 밑 V자 동굴에서 청하대 습격과 정부요인 암살을 위해 무장을 점검하며 은거한 장소이다.
이제까지 이곳을 수없이 지나쳤어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문수봉 오름길도 등산객들이 많아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정체가 된다.
울긋불긋 단풍이 든것 처럼 한 풍경을 이룬다.
구름 한점 없이 시리도록 파란하늘은 저만치 올라가 있고 산빛도 점점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다.
햇살은 따가와도 스며드는 바람은 가을향기가 묻어있다.
산행이라는 추억의 실루엣은 그리움이 되는 것 같다.
힘들고 고생스럽지만 보람 있고 위미있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머릿속에 자리잡아 그리움을 만들고 있다.
칼바위능선을 가려면 성곽을 끼고 계속 가야하는데 똑같은 풍경이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가을빛이 더 완연하여 단풍도 그리고 가을꽃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가는 길목마다 하얀 미소를 날리며 길동무 해주니 그들과 눈맞춤하며 걷다 보니 긴 성곽길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다.
산행을 하다 보면 모든게 다 좋을 수만은 없다.
칼바위 능선으로 접어들기 까지는 지리하게 긴 터널 같이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그런지 등산객들의 걸음도 뜸하다.
오래전 의상능선을 거쳐 이곳 칼바위능선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다.
함께 동행했던 권사님은 겁이 많아 결국은 칼바위능선을 못오르고 오던길 되돌아갓던 생각이 스친다.
칼바위능선에도 가을빛이 곱게 내려 앉았다.
칼바위능선 가장 꼭대기에 있는 바위인데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반대 방향에서 오던 등산객 한 분이 넘어오질 못하고 짐땀을 빼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몇번을 도전하더니 결국에는 발을 받쳐달라고 도움을 청해 온다.
내가 볼 때는 그정도의 난이도는 아닌듯 한데 이렇듯 사람의 마음줄기가 모두 다르듯 판단도 다르고 담녁도 다 다른 것 같다.
칼바위능선은 능선의 길이가 짧아 조금은 아쉬운 듯 하다.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산을 접수하고 뿌듯함으로 하산길로 들어선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 속에서 바람은 바람대로 나무들은 나무들 대로 새들은 새들대로 나는 나대로 모두가 주인인 듯 제각각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는 인적이 끊긴 산길을 따라 내려서는 걸음 또한 조금은 서둘러 진다.
커다린 돌 위에 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나무가 호흡이 골란할까봐 인위적으로 돌에 구멍을 내었다.
나무의 생명력이 참 대단하다.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한참을 내려가니 뒤에서 남자 등산객 한 분이 내려오고 있다.
내려오다 갈림길이 있었기에 길을 여쭸더니 이 길이 맞는다고 하신다.
산길을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목사님이셨다
그것도 같은 방향인 부천에 살고 계시기에 같은 차를 타고 부천까지 동행을 했다.
오늘도 세상을 저어 갈 행복이라는 기둥을 마음 속에 세우고 집으로 향한다.
세상을 저어 갈 행복이라는 기둥을...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10월3일............산소녀
10월이 가기전에 늦은 후기 올려봅니다.
지나가는 10월 친구님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친구님들 새로 맞이한 11월은 더 행복하세요.
친구님들 모두를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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