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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설악에 그린 가을 풍경화

by 풀꽃* 2011. 11. 4.

언제:2011년 10월8일 (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설악산(서북능선)

위치:강원도 속초,인제,양양

코스:한계령-한계령 삼거리-귀떼기청봉-대승령-장수대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32명(흘림골~오색(17명) 대청봉(14명)서북능선(나홀로)

산행시간:서북능선(유유자적 8시간 30분)

 

늘 이맘때 쯤이면 설악의 한자락이 그리움으로 다가서게 된다. .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아쉬움이 많은 설악이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8년 이맘때(10월5일) 서북능 산행을 하다 다리의 부상으로 인해 많은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것은 주님을 만난 것이고 그 다음을 꼽으라고 하면 산행을 꼽는다고 말 할 것이다

내 인생의 삶을 살아가면서 어제를 후회하거나 내일을 염려하기 보다는 주어진 오늘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32명이 출발해 17명은 흘림골로 가고 15명은 대청봉을 향해 오른다.

늘 이맘 때면 서북능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기에 나는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청봉이 아닌 장수대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설악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모르기에 그쪽 길을 택한다고 했더니 혼자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모두가 말리고 야단들이다...

설악산의 최고봉 대청봉을 안 오른 사람들이라면 꼭 대청봉을 올라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대청봉을 한 번 쯤 오른 사람이라면 대청봉 보다는 장수대 방향을 권면하고 싶었다.

대청봉 방향보다는 장수대 서북능 방향이 풍경도 아름답고 단풍도 더 곱기 때문이다.

순한 길은 힘이 안 들어서 좋고~계단길은 하늘과 가까워져서 좋다.

 

여러 사람 모두가 대청봉으로 함께 가자고 하지만 이미 마음에 확신이 섰기에 누가 뭐래도 그 마음은 움직이지가 않는다.

 

누가 보면 혼자 가는 길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안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처럼 나 또한 그들이 그렇게 보인다...

풍광도 그렇지만 대청봉에서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이 오르내림도 없이 장장 3시간 정도를  내려간다고 생각하니까 생각만해도 질려버릴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장수대에서 서북능 종주를 하고 오색으로 하산을 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까만밤 해드랜턴 불빛을 밝히고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적막을 깨우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오색의 내림길..

얼마나 지루했으면 걸으면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생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로는 될 수 있으면 야간산행은 피하려고 한다.

 

지금 내가 설악의 길을 다시 걷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지난 가을날 펼쳤던 아름다움이 머릿속에서 수없이 스쳐간다.

지금 서북능에는 아름다운 연주가 펼쳐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쁨이 가득하다.

설악의 맑은 공기와 오색빛 단풍과  숲의 바람소리..그리고  새들의 지저귐이 한 풍경을 이루고 나를 맞이 할 것이다.

 

오늘이라는 하루 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마음은 벌써 부푼 꿈에 행복을 노래 한다.

수많은 평범한 날들을 기쁨과 감동이 가득한 축제의 나날로 만들어 가는 것은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달린 것이다.

 

설악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도 밤잠 설쳐가며 새벽을 가르며 달려왔을 것이다..

조용히 새벽을 타고 온 안개가 오늘도 화창한 날씨를 던져 놓는다.

막연하게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 처럼 들뜬 설레임을 안고 가슴으로 달려드는 한계령의 바람소리도 기꺼이 포옹하면서 높아진 가을 하늘처럼 커진 마음으로 한계령 오름길을 오른다..

초입부터 신선한 공기에 큰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건조해진 마음 숲과 함께 물을 들이니 금새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그냥 멀리서 바라볼 땐 여느 산과 다름이 없었지만 설악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수 차례 이곳에 발을 딛었건만 어느 한 번 설레이지 않을 때가 없었다.

파아란 가을 하늘빛이 얼마나 고운지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나무들마져 행복해 보이고 그 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도 행복한 마음이다

1시간 30 여분 만에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일행들과 헤어져야 하는데 혼자서 반대 방향인 장수대 서북능으로 간다고 하니까 일행들 모두가 말리고 야단들이다...

일행들이 아무리 말린다고 돌아설 내가 아니기에 일행들과 헤어져 계획대로 서북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청봉으로 가는 등산객들은 많은데 내가 가고 있는 장수대 방향에는 등산객들이 뜸하다

평일도 아니고 주말인데다 서북능 단풍이 지금 한창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나로서는 등산객이 많지 않아 한적해서 더 좋지만 등산객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없으니까 이상한 생각마져 든다.

이제까지 수없이 이곳 서북능 산행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사람이 없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더 설악의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산행을 오래하다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다..

귀떼기청봉을 앞두고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작은 바위만한 커다란 돌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어 걸음을 옮기기는 좀 불편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참 아름답다.

설악의 수많은 연봉들..

내설악 쪽으로는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이 이웃하여 웅장하게 펼쳐지고 외설악 쪽으로는 남설악인 가리봉산이 웅장하게 들어 온다

언제 보아도 거대하고 웅장한 설악이다...

한낯 설악의 고요함이 내려 앉은 귀떼기청 오름길에서 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한가롭게 여유를 즐길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자연과 하나 되어 설악의 한 점이 되어 본다.

빨갛게 익어가는 마가목 열매가 단풍과 함께 가을놀이를 한다.

혼자이기에 누구와 발 맞출 염려도 없고 유유자적 원없이 설악의 풍경에 푹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여유로움이 있어서 내가 혼자하는 산행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달콤한지도 모른다.

아무리 빨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한 사탕처럼 이 시간 설악의 풍경이 그렇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다워도 한곳에 머무를 수는 없기에 귀떼기청봉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사방이 모두 눈에 익은 풍경들이지만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은 풍경들이다.

 

풍경도~그리고 단풍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등산객들이 뜸한게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몇몇 사람들만이 즐긴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순간적으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사진을 담고 싶어도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안타깝던지...ㅠ

 

귀떼기청봉 정상이다.

올려다 본 세상에 담기는 것은 하늘이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이 성쿰성큼 다가와 내 마음에 감동이 인다.

 

 

능선 반대 방향인 장수대 방향에서 집채만한 배낭을 짊어진 멋진 두 분의 등산객이 오고 있었다.

멀리 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 어느 결에 나 있는 곳으로 가까히 오고 있어 나도 모르게 다가가.. "너무 멋지세요. 부부신가봐요. 제가 사진 하나 찍어도 될까요?" 하니까  산악인 부부는 반가운 모습으로 흥쾌히 받아 주시면서 포즈를 취해 주셨다. 포즈라기 보다 그냥 두 분이서 자연스럽게 나란히 서 계셨는데 너무나도 멋진 포즈였다.

힘든 여정에서 기분 좋은  말 한 마디는 보약과도 같다.

그러나 제몫의 힘겨움은 누구에게 나눌 수 없는 것이기에 인내할 수 밖에 없다.

 

산에서 스치는 인연들은 유난히 반갑다.

내가 산을 좋아해서 인지 그런 분들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오랜지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마 그 분께서도 나와 같은 생각이셨는지 사진 담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알려주셔서 집에 돌아와 연락을 드렸더니 블로그에 들어오셔서 사진을 보시곤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처음부터 알았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렇해서 또 하나늬 인연이 이어져 가끔 전화도 주시고~문자로 기분 좋은 메세지를 전해 주시곤 한다...

내가 봐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부부가 아닌가 생각된다...

방향이 같았으면 함께 산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텐데 조금은 아쉽다.

멋진 산악인부부를 떠나 보내고 바로 그곳 서북능에서 가장 조망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서북능에는 점심 먹을 장소가 적합치 않은데 능선 가장 가운데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 편편한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짐작건데 비박을 할 때 텐트를 치는 곳 같다...

그곳에 도착하니 성남에서 오셨다는 젊은 부부가 점심으로 라면을 끓이고 계셨다.

한켠에 자리를 깔고 나만의 걸팡진 점심상을 차린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점심상인 듯 싶다.

앞이 탁 트이고 앞으로는 가리봉산이 내려다 보이고 바로 아래는 설악의 오색단풍의 물들임이 한창이다.

이런 곳에선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맛있을 듯 싶다.

3년전 이곳에서 산행을 하다 겉으로 돌출된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무릎부상을 입어 고생했던 지난날의 가슴 아픈 추억이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다시는 산에 발을 딛을 수 없을 것만 같았었는데 이렇게 또 다시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죽음의 계곡에서 다시 희망의 언덕에 선 듯하다.

  

설악 서북능선길에서 싱그럽게 활보하는 오색바람이 지친 내 영혼을 살찌우게 한다.

내가 볼 때는 이곳 풍경이 서북능 산행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 같다.

오색빛 실루엣 그림자가 나를 덮치고 아무도 없는 비밀의 숲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바람이 되고 새가 되어 설악의 창공을 날러 본다.

그 속살을 타고 잔잔하게 물들고 있는 이웃한 가리봉산의 현란한 모습 조차도 찰라의 순간이지만 혼을 다 빼앗기리 만큼 황홀하고 찬란하기만 하다.

모든 단풍이 아름답지만 바위와 어우러진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지날 땐 풍경에 발목이 잡혀 긴 시간을 지체했다.

단풍이 물든 설악은 그 계절만큼이나 서정적 풍경들로 풍성하다

내 인생시계도 가을의 문턱에 있기에 저 단풍처럼 곱게 물들어야 할텐데..

그러기 위해선 하루하루의 삶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아가야 될 것 같다.

단풍이 주는 아름다움에서도 자연이 베풀어 주는 인생의 교훈을 느낄 수가 있다.

 

설악의 수 많은 연봉들...

장엄하고 신비하고 태고적 신비함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들이다.

산등성 가득 빨래널 듯 은은하게 펼쳐진 오색단풍....그들의 모습은 마치 수줍은 새악시의 모습 같다.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자연스런 풍경들은 서성이는 바람에 몸을 맞긴채 오색물들이기에 바쁘다

하늘은 파랗게 저 멀리 올라가 있고 오색빛 단풍은 한 땀, 한 땀 곱게 수를 놓아 마치 화폭에 그린 가을풍경화 같다.

 

3년전 이곳에서 무릎에 심한 부상을 입었기에 더 각별히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이 시간이 행복한 건 산길을 걸으며 자연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외설악의 단풍이 수줍은 미소를 띄우듯 은은한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오색빛 미소를 짓는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숲을 떠돌던 바람도 찬란한 오색빛 유희를 즐긴다.

서북능선의 긴 산줄기를 거쳐 4시 정각에 대승령에 도착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지나온 길이 신선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없어 기념사진도 못 남기고 이정표로 대신한다.

5시까지는 장수대에 도착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대장님께 조금 늦는다고 전화를 하고 걸음을 서두른다.

힘껏 달려 간 길을 내려서는 걸음은 설악과 점점 이별을 해야 하는 아픔이 있기에 산을 내려서기도 전에 다시 그리움이 파고 든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단풍빛이 더 곱다

가을빛이 물든 청량한 숲길이나 계곡에는 맑은 가을빛이 드리워져 내뿜는 가을 서정은 더하다.

산과 숲을 오래 사귀어 본 사람들은 모든 걸 알 수가 있다.

눈을 감고도 산을 보고, 눈을 감고도 멀리 있는 숲을 한걸음에 다녀오고, 눈을 감고도 나비와 새들의 옷차림을 본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산을 볼 수 있음이 나에게는 길들여진 풍경이다.

사람 사랑하는 일이 그렇듯이, 산을 사랑하는 일은 멀고 가까움에 걸리지 않는 법이다.

 

대승령에서는 사람이 없어 사진을 못 담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은 있는데 카메라에 밧데리가 없다.ㅠ

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을 원없이 담으려고 카메라를 두 개나 가지고 갔는데 한 개는 깜빡하고 버스에다 놓고 왔다.ㅠ

다른 풍경은 몰라도 대승폭포만은 꼭 찍어야 하는데....

 

 

 

대승폭포에 도착해서 카메라 전원을 켜보니까 그동안 충전이 되었는지 사진이 찍힌다.ㅎ

대승폭포는 우리나라의 3대 폭포 중의 하나인데~극심한 가을 가뭄으로 그 요란하던 폭포음은 간데 없고 물이 말라 겨우 바닥만 적시고 고요하다.

 

 

이제까지 오면서 붉은 단풍만 보다가 초록의 단풍을 보니 눈이 시원하다.

역시 초록의 빛깔은 시야를 맑게 해준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7시간의 시간이 지루할 것 같지만 설악의 오색단풍의 유희에 마음까지 오색으로 물들어 가뿐한 걸음이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아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다면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 스스로가 선택했기에 힘겨움도 즐기며 설악의 길에 또하나의 추억과 그리움을 남기고 돌아 선다.

 

우리들은 무엇을 원할 때 "원없이"란 말을 쓴다.

원없이 걷고,원없이 즐긴 설악의 가을 풍경화..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갇힌 나의 거친 숨과 짜디짠 땀에 묻어난 일상의 어지러움 가슴 넓은 설악에 다 벗어놓고 한결 차분하고 한결 넉넉한 마음으로 가르는 귀가길이 가뿐하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10월 8일..........산소녀.

 

 

 

 

 

                 지각쟁이 후기글 이제서 인사 드립니당~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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