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 10월 17,18일(16일 밤 무궁화열차로 출발 ,화요일 ) 날씨:맑음
어디:지리산(1915m)
위치:전남 구례,전북 남원,경남 함양,산청,하동(3개 도, 5개 군)
코스:세석대피소(03시15분 출발)-연하봉-장터목재피소-제석봉-천왕봉-써레봉-치밭목산장-유평리(15시 40분 도착)-대원사주차장(16시40분 도착)
산행시간:8시간30분(휴식시간 포함해서 유유자적)
누구와:첫째날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는 대원 4명이 함께 산행하고 대원 중 여자대원이 무릎에 무리가 와서 벽소령에서 119의 도움으로 대장님을 포함해서 대원 3명은 벽소령에서 하산하고 벽소령부터는 나 혼자서 산행을 했다.
집만 떠나면 잠못드는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해간다/ 어젯밤 잠은 안 오고 밤새도록 새벽에 떠날게 걱정이 되었는데/ 새벽3시 여자등산객이 배낭을 들고 살금살금 산장 방을 나가는 것을 보곤 살며시 뒤따라 나가 어느 곳으로 가냐고 물으니까/ 천왕봉으로 간다기에 나도 짐을 들고나와 그들과 함께 세석대피소의 별빛 환송(歡送)을 받으며 장터목을 향하여 걷는다/ 그런데 그들은 천왕봉 일출을 보려고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기에 촛대봉에서 그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까만밤 해드렌턴의 불빛을 받아가며 혼자서 천천히 장터목을 향하여 걷는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가 어렵듯이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제석봉의 아름다운 풍경을 어둠속에 가둬둬야 하기에/ 나는 천왕봉의 일출을 포기하고 제석봉의 풍광을 선택한 것이다
어젯밤 세석대피소 밤하늘 별들이 너무 아름다워 그 모습을 다시금 보고 싶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젯밤 보다는 못하지만 아직도 뭇별들이 하늘을 빼곡히 수놓고 있었다/ 몸은 가는데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몸뚱이로 세석을 떠나온다/ 늘 그리운 세석이기에 그곳을 떠나 오면서도 어둠에 갇혀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도 연실 그곳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내려 놓는다./ 날이 밝으면 촛대봉에 올라 조망도 가늠하고 촛대봉에서 바라보는 세석대피소의 모습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는데~모든 걸 어둠 속에 묻어 놓고 세석을 떠나 온다.
까만밤 별빛과 해드랜턴의 불빛만이 세상을 밝힌다./ 어제처럼 바람이 많이 불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포근하다./어젯밤까지만 해도 혼자서는 어두운 밤길을 전혀 못갈 것 같았는데~이렇게 막상 나서보니 무서움도 없고 까만밤 지리 산길을 걷는게 그져 행복하기만 하다.
산행 중에 야간산행은 풍경을 볼 수 없고 걷는 연습에 불과하기에 정말 싫어하는데 종주를 하게 되면 이 구간은 꼭 어둠속에 걷게 된다./ 그리고 이 구간은 작은 바위들로 되어 있는 곳도 많고 자일도 늘어져 있으므로 조심해서 가야하기에 서두름보다는 천천히 조심해서 가는게 좋기에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내가 이 어두운 밤에 혼자서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정말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밤길이어서 인지 지루한지도 모르고 목적지까지 거리가 좁혀지는 것 같다. 여름에 지리산 종주를 하다 보면 삼신봉을 조금 앞두고 일출을 만나곤 했었는데 오늘은 아마도 장터목대피소에서 일출을 볼 것 같다.
삼신봉.. 얼마 안 가서 삼신봉에 도착했다/. 종주를 할 때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늘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며 한참의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앞으로는 연하봉이 올려다 보이고 연하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길게 띠를어어 놓은 것처럼 보이곤 했는데/ 오늘은 모든 걸 어둠 속에 묻어 놓고 가려니까 아쉽기가 그지 없다
연하평전..연하선경이란 煙(연기 연)霞(놀 하) 仙(신선 선) 境(지경 경)운무가 연기처럼 노는 듯한 풍경이라 하여 지리 10경 중에 속한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실루엣의 모습이 뛰어나 지리 10경 중에 손꼽고 있다./ 고색 창연하게 이끼 낀 연하봉의 기암괴석 사이로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홀연히 흘러가고 온갖 향기 높은 기화요초와 이름 모를 풀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지리산과 어우러져 형형색색 피어나는 선경으로 이곳을 지나칠 때면 마음마져 향기롭게 한다.
어둠속으로 희미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 모습 조차도 정겨워 눈길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린다. 연하평전의 모습도 예전 같지 않아 고사목도 한 그루 한 그루 쓰러져가 휭한 바람만이 마실다닌다.
여름 종주를 할 때 이곳에도 야생화들이 흐드러게 피어 있었는데~그 모습이 그리워 오늘도 해드랜턴의 불빛을 비쳐가며 그때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들은 기다리다 지쳐 모두 떠나가고 갈색의 앙상한 흔적만이 남아 휑한 가을을 맞고 있다./안 그렇고 예전처럼 그 모습이었더라면 아마 나는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를 못했을 게다./ 지금은 한없이 쓸쓸한 모습이지만 내가 참 많이 좋아하는 구간이기도 하다./연하봉 오르는 길도 익숙한 길이어서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이제는 지리산 종주길이 내 집앞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니 그래서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날이 밝으면 지금 연하봉에는 운무의 향연이 수묵화처럼 펼쳐질텐데~그 모습을 마음으로 펼쳐보면서 그 길을 걷고 있다./ 연하봉에서 세석으로 가는 등로에도 철쭉나무가 이어져 있는데~철죽이 피는 봄날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이제는 산행을 오래 하다 보니까 지금의 풍경만 보는게 아니라 사계의 풍경을 모두 감상하며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조금은 성숙된 산악인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장터목대피소..세석에서 출발해 2시간 만에 장터목에 도착했다./장터목대피소는 옛날 산청군 사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 팔던 곳에서 유래가 된 곳이다.어떻게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물건을 시고 팔았을까? 란 생각이 안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아직은 어둠이 걷히지 않고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등산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시간상으로 봐서 천왕봉 일출을 볼 수도 있었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듯이 일출을 보면 제석봉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게 돼서 일출을 포기하고 장터목대피소에 들어가 통로에 담요를 깔고 행동식으로 아침을 먹으면서 제석봉의 풍광을 보려고 날 밝기만을 기다렸다./6시 20분 날이 서서히 밝아온다./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천왕봉 일출을 보러 떠나고 몇몇 등산객들만이 장터목대피소 앞에서 일츨을 담고 있다.
꼭 천왕봉 일출이 아니면 어떠냐는 나의 고집이어선지 장터목에서 보는 일출 또한 아름답고 경이롭기 그지 없다./똑딱이로 담아내는 기술이 역부족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해 하며 나만의 기쁨과 행복감에 젖어 장터목에서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노고단 운해만은 못하지만 엷게 운해도 펼쳐지고 까만밤 지리길에 묻어둔 그리움과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주는 듯 하다./운해가 너울 너울 춤을추 듯 내 마음도 감동의 물결리 일렁인다...
이곳이 하늘 아래 첫번째 우채통이다./지리산 종주를 하고부터는 이 우체통을 보면서 다음에 올 때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편지를 써서 이 우체통에 넣어 부치고 싶었는데 잊고 있다가 이곳에 와서 저 우체통만 보면 생각이 난다.
제석봉..장터목대피소를 뒤로하고 지리산 종주 두째날 어둠이 걷히고 여명이 밝아오면서 첫발을 딛는 걸음이 가쁜하다./경사가 급한 오름이지만 이른 아침이라 몸도 마음도 가쁜하고 상쾌하다.제석봉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푼 마음에 걸음을 서두른다./이제까지 이 구간을 오르면서 오늘처럼 가볍게 올라본 적은 없는 것 같다./매번 천근만근 지쳐서 오르곤 했는데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제석봉의 풍경이 열리기 시작한다./제석봉 일대 약 33만㎡의 완만한 비탈은 고사목으로 뒤덮여 있으며, 나무 없이 초원만 펼쳐져 있다./ 한국전쟁 후까지만 해도 아름드리 전나무 잣나무 구상나무로 숲이 울창하였으나 자유당 말기에 권력자의 친척이 제석단에 제재소를 차리고 거목들을 무단으로 베어냈고,/ 이 도벌사건이 문제가 되자 그 증거를 없애려고 이곳에 불을 질러 모든 나무가 죽어 현재의 고사목 군락이 생겼다고 한다.
묵묵함으로 쓰러져 있는 고사목들은 아픈 마음을 토해내며 늦가을의 편지를 쓰고 있다./지리 종주길을 걸어오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연하봉과 제석봉 그리고 천왕봉을 오르는 구간에 지금쯤은 어떤 야생화들이 있을까? 란 생각으로 가득 했었는데 단 한 그루의 야생화도 눈에 띄지 않는다./이렇게 황량할 수가...그래도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제석봉의 아름다움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으며 순한 길을 걷는다.
그제서야 천왕봉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하나, 둘 내려오기 시작한다./이곳을 다 지나도록 사람들이 없으면 어떻하나 했는데~마치 기다렸 듯이 인증샷을 하는 여유를 부린다./혼자하는 산행이 이렇게 여유있고 좋을 수가 없다./여럿이 하는 산행도 나름대로 즐겁지만 일행들이 있어 발 맞출 필요도 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음에 자유의 날개를 단 것 같다.
천왕봉 오름길..천왕봉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의 얼굴엔 여명의 일출을 봐서인지 하나 같이 얼굴에 화색이 돈다./천왕봉에서 바라 보는 일출이 얼마나 아름답길래 청왕봉 일출 보다 더 고운빛의 얼굴들을 하고 있다.
이곳도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구간인데 단 한 송이의 야생화도 보이지 않고 삶의 끝자락을 살고 있는 백발 노인처럼 하얀 바람꽃이 쓸쓸한 가을을 맞고 있다.
곧게 뻗은 구상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파란 창공을 향해 우뚝 서있다./우리네 삶도 이 구상나무처럼 곧게 살아가야 하는데 어지러운 세상 속에 한 점이 된 나부터라도 그러하기를 바래 본다.
하늘로 문이 통했다 하며 통천문이라 한다./지리산행을 하면서 이곳을 지나칠 때면 생각나는게 있다./오래전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 카메라를 떨어트려 카메라가 망가져 수리도 안 되고 해서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나로서는 첫번째 갖게 된 카메라여서 인지 더 가슴이 아팠다.
이곳만 오르면 천왕봉이 올려다 보인다./천왕봉엔 항상 등산객들로 북적거리는데 오늘은 일출을 보고 다 내려가서 천왕봉 정상석만이 우뚝 서있는 듯 하다./한켠으로는 인증샷을 못할까봐 조금은 염려도 된다.
천왕봉..천왕봉은 지난해 지리산 산행을 할 때 올랐었기에 낯설지가 않다./아무도 없으면 어떻하나 했는데 그때 중산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 두 명이 천왕봉에 도착했다./이렇게 반가울 수가...이제까지 지리종주를 하면서 가장 이른 시간에 천왕봉을 오른 것 같다./양지바른 곳에 앉아 잠시 휴식을 갖고 대원사로 출발을 한다./천왕봉에서 중산리는 5.4km이고 내가 가고자 하는 대원사는 11.7km이다./그래서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거리가 가까운 중산리로 하산을 하지 대원사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은 별로 흔치 않다./사람의 마음은 각자 느끼는 것이 다르지만 나는 대원사로 하산하는게 사람들도 없고 한적해서 좋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 거리여서 인지 지루하다고 중산리로 하산을 하고 있다./8시30분 천왕봉을 뒤로하고 대원사로 접어 든다...
중봉으로 가는 길..내림길이 응달이어선지 등로 양옆으로 서릿발이 돋아 있다./참 오랫만에 밟아보는 서릿발이다./서걱서걱 소리가 아주 어렸을 때 밟아보곤 처음 밟아 보기에 마치 동심의 세계에 와있는 듯 하다.../4년만에 걷는 길이기에 감회가 새롭다./대원사계곡의 앞으로 펼쳐질 풍경은 또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 벌써부터 잔잔한 감동이 내 안을 환이의 기쁨으로 물들이고 있다.
중봉에서 바라 보는 천왕봉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마치 팔을 쭉 뻗으면 손에 잡힐 것만 같다./지난번에 이곳을 지나갈 때는 MBC방송국에서 천왕봉 풍경을 찍으려고 이곳에 탠트를 치고 비박을 하고 있던 추억이 떠오른다.
중봉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가을빛이 참 곱다/계곡과 어우러진 풍경이 눈을 맘을 다 빼앗아 간다./그곳에서 바라보는 써리봉 풍경도 참 아름다웠는데 그곳은 벌써 가을옷을 다 벗은 듯 하다./지리산의 단풍은 이제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 하는 것 같다./지리산 종주 네 번을 했었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유유자적 걸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혼자하는 산행의 맛이 이렇게 여유롭고 달콤할까?..그래서 내가 혼자하는 산행을 즐기는지도 모른다...써리봉으로 내려서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쓸쓸하다고 말하는 것 보다 조금은 황량하기까지 하다./가지마다 나뭇잎들은 모두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들만 늦은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이곳까지 오면서 내가 그린 대원사로 가는 풍경은 화폭에 그린 아름다운 풍경처럼 생각 했었는데 너무나 실망이 크다...조금 가면 나아질까 생각했지만 걸어도 걸어도 그 풍경이 반복 된다.그곳까지 가면서 단 한 명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혼자이기에 서두를 필요도 전혀 없고 고요하면서 한가로워 너무나 좋다..
써리봉을 조금 앞두고 뒤에서 등산객이 오는지 조금은 먼 거리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안 그래도 써리봉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마치 내 마음을 헤아리기도 한듯 하다.
써리봉..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것을 한 것처럼 기분 좋은 일도 없는 듯 하다./그곳에서 사진도 담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담소도 나눴다.두 분의 남자 등산객인데 진주에서 오셨다고 한다./아랫쪽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곳이 궁금해 그곳이 어디냐고 물으니까 그곳이 바로 중산리라고 한다./지리산 단풍은 이제 산 아래로 내려가 물들이기에 한창이다./이제 사진도 찍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풍경을 담고 놀아가며 천천히 가겠다고 의사표시를 하고 그 분들을 먼저 떠나 보냈다.
푸른 창공에 늦가을을 수놓고 있는 빨간 마가목...높은 곳에서 마가목이 산객을 내려다 본다./인적이 뜸한 곳이긴 하지만 마가목이 가지마다 빼곡히 매달려 있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가지에 달려 있어 사람들의 손길로서는 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게요./그렇지 않고 얕은 곳에 있었으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을텐데...여름에 종주를 하다 보면 이곳엔 유난히도 보라빛 산수국과 비비추가 군락을 이루고 있던 곳인데 단 한 그루의 야생화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나 오기 만을 기린목 되어 기다리다 모두들 떠나갔나 보다.
벌써 이파리들이 다 떨어져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다./낙엽 쌓여있는 길을 바스락 바스락 밟아가며 걷는 기분 또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것 같아 참 새롭다./이 길 위에서 난 가을을 배웅하며 돌아오는 봄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다짐해 본다./아직 멀은 줄만 알았는데 아래로 치밭목산장이 내려다 보인다.
이제까지는 희끗희끗 늦가을의 풍경이었는데 치밭목산장 있는 곳은 은은한 가을빛이다...
치밭목산장..치밭목산장 주변에는 가을빛이 곱게 내려 앉았다./개인이 운영하는 산장인데 자그마한 산장이 언제나 보면 등산객들도 많지 않고 고요하고 조용해서 참 좋다...
산장앞 테이블에는 점심을 준비하는 등산객들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한 팀은 아까 써리봉에서 만난 등산객이고 다른 한 팀은 아침에 장터목대피소에서 만난 어르신들이다./내가 테이블 가까이 다가가니까 나를 행해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다./그러더니 아까 정터목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는 것 보다 대원사로 하산하는게 약 2시간 더 걸린다고 하지 않았냐고 언성 높은 목소리로 말씀을 하신다/나는 정확하게 계산도 안 하고서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한 말인데 그 어르신들은 내 말을 믿으시고 천왕봉에서 대원사 길로 들어서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까지 오면서 여름같지 않고 단풍도 별로 없고 나도 실망을 했었는데 긴 산행을 하시면서 나를 얼마나 원망 하셨을까?...처음에는 그렇게 말씀에 날을 세우시더니 시간이 지나자 금새 훈훈한 말씀을 건네 오신다./어르신들이 그래서 이 길을 가보시지 안 그러면 평생 이 길을 가보실거냐고 웃으면서 말씀을 드렸더니 그렇기도 하다면서 빙그레 미소를 보내오신다./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라면과 햇반으로 점심을 먹었다/마음 같아서는 그곳에서 좀더 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가야할 길이 멀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각 12시에 치밭목산장을 출발한다.
계단을 내려와 계곡으로 들어서는 길부터는 가을빛이 참 곱다./단풍의 행렬이 하나 둘 이어져 간다./대원사계곡으로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단풍을 이제부터는 마치 천상의 길을 걷고 있는 듯 하다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담아도 돌아서면 또 발목을 잡는다./가을빛이 곱게 물든 청량한 숲길이다./ 자연에만 들면 함께 가던 일행들도 잊고 자연에 푹 빠지는 나의 본능은 오늘도 벗어나질 못한다./바로 이런 걸 보고 행복이라고 하나 보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볼 것 다 봐가며 즐길 것 다 즐겨가며 유유자적 계곡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이 곧 행복이다./단풍이 가을 가뭄으로 말라 베틀어질법도 한데 이렇게 고운 빛을 띄고 있는게 감사하다.
무제치기폭포..얼마쯤 가서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고 할 만큼 웅장하고 거대한 무제치기폭포 있는 곳에 다달았다./예전에는 이곳에 무제치기폭포라고 이정표가 있었는데 등산객들의 잦은 사고로 이정표를 떼어냈다../등로에서 약 10분 정도를 걸어 내려가면 있는데 지금은 이정표가 없으니 모르는 등산객들은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배낭을 내려 놓고 경사진 곳을 내려서서 폭포 있는 곳로 내려 선다./계곡도 살아 있고 나무도 살아있는데 가을 가뭄에 폭포에 물이 말라 있다./ 장마가 끝나고 나서 오면 정말 한국의 나아아가라폭포라 할만큼 웅장하고 거대한데 가을 가뭄으로 물이 말라 소량의 물줄기만 흐르고 있었다.
빨아 먹어도~ 빨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한 사탕처럼 단풍의 행렬이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길게 이어진다./여전히 시간의 강은 흘러 만추의 아름다운 단풍의 길을 열어 놓는다./강은 멈추지 않는 시간과도 같다./ 강은 과거, 현제, 미래를 연결해주는 시간의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강은 쉽없이 흐르면서 나약하지만 현실과 순리를 추구하고 있다./ 오색빛깔을 활보하는 단풍이 이 가을 지친 영혼을 살찌우게 한다/지리산의 명성에 맞게 단풍이 한몫을 한다./나는 그곳에서 시선이 멈춘채 가을을 사색한다./ 단풍철을 찾아 떠난 지리종주도 아닌데 안성 맞춤 단풍산행이 되었다./이렇게 아름다운데 대원들 모두가 함께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반복하면서 단풍이 곱게 물든 계곡길을 따라 걷는다./이제까지 오면서 건조해진 마음에 오색물을 들이니 내 마음에도 단풍이 든듯 하다.
계곡길을 걷다 물이 고인 소에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물 위를 덮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리시스처럼 호수에 비친 자기 미모에 반한 나머지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는 그 말이 스쳐 간다./나무에 곱게 물든 단풍도 아름답지만 물위에 떨어진 단풍이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지....곱게 물든 몸 땅으로 낙하하면 말라 비틀어지는게 두려워 물 속으로 띄어 든 것 같다./누가 보면 별 걸 다 아름답다고 할지 모르지만 난 이런 풍경을 참 좋아한다...
길을 걷다 보면 중간 중간에 아까 치밭목산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을 마주치곤 한다/그럴 때마다 이곳으로 오신게 어떠세요? 하고 여쭈니 그때서야 참 잘 온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지으신다./일행분이 네 분인데 한 분이 무릎이 많이 아프신지 걸음이 처지신다./그럴 때는 아프신 분을 앞에 세우시고 그 분의 걸음에 맞게 걸으시라고 일러드리곤 앞으로 추월을 했다.
대원사계곡이 다 끝나가도록 단풍빛이 곱다 /한참을 내려와 전망 좋은 바위에서 지나온 길을 올려다 보니 멀리 치밭목산장이 올려다 보인다./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수체화를 보는 듯 했다.
아래로 내려올 수록 나무들이 푸른빛을 띄고 있다./단풍이 다음 주면 계곡 아래까지 내려올 것 같다.
초록의 산죽길이 이어진 등로를 따라 유평리계곡으로 들어선다./이곳은 초록의 빛을 띄운 딴세상을 온 듯 하다./긴 시간을 단풍만 봐오다가 초록빛을 보니까 눈이 시원하다./이렇 듯이 초록은 눈의 시야를 시원하고 밝게 해주는게 틀림없다./긴 시간 다른 세상을 여행하고 온듯하다./지리하게 긴 대원사계곡 길인데 단풍의 행렬에 몸도 마음도 빼앗기다 보니 눈 깜빡할 사이에 유평리계곡길로 들어선 것 같다./예전에 있던 통나무계단이 없어지고 새로 나무계단이 들어섰다./가을 가뭄으로 유평리계곡에도 물이 말라 붙었다./그리고 한참 내려 가니 지난해 여름 장마로 계곡 곳곳이 유실되어 있었다.
여름에 종주를 마치고는 유평리계곡 깊은 소에 들어가 이틀간의 흘린 땀을 씻곤 했었는데 그 소는 온데간데 없고 유실된 계곡만이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유평리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내 키보다도 더 큰 산죽나무가 등로 영옆으로 되어 있어 마치 터널을 지나어는 듯 하다./혼자 걸어 온 긴 길이 지루할법도 한데 지루하지도 않고 몸의 컨디션도 최상이다..유평리 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3시40분이다.
그렇게 천천히 단풍을 즐기면서 유유자적 걸었는데도 3시 40분에 유평리마을에 도착했다./마을 주민이 마가목을 따서 말리고 있다./그렇게 높은 곳에 달려 있는 마가목을 어떻게 땄을지 궁금하다.../이제 이곳에서 버스를 타려면 대원사 주차장까지 걸어야 하는데 약 1시간은 걸어가야 하기에 걸음을 서두른다./산행길도 길지만 주차장으로 가는 길도 참 길다/그곳에 도착했을 때 4시40분 이었는데 도착하기 전 5분 전에 바로 앞차가 떠나고 다음차가 5시35분에 있기에 그 차로 원지까지 가서 원지에서 6시50분 막차로 인천으로 귀가 했다...
꿈에 그리산 지리산 종주..나는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행복을 맛보았고 지리산의 또다른 모습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가면 갈수록 그리움을 안겨주고 달콤함을 안겨주는 지리산../ 산을 얼마나 올라야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내어줄 것 다 내어 주는 그 넉넉한 산을 닮은 마음이 될까?..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리하게 긴 지리산 종주라고 말들하지만 혼자하는 지리산 종주였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유유자적 행복한 지리산 종주였습니다./ 네 번의 지리산 종주는 모두 여름에 진행했는데 가을 지리산 종주는 한결 힘도 덜들고 가볍게 마쳤습니다.이번 지리산 종주를 끝내고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았는데 이제는 무릎에 적신호가 와서 이번 지리산 종주가 마지막 종주가 될 것 같습니다.ㅠ 올해 가장 뜻깊은 것을 꼽으라면 지리산 종주가 될 것 같습니다.
지리산 종주 한지가 한달 보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올려 봅니다
글을 써 놓은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창고 속에서 저장 해놓은 글들이 서로 먼저 나가갔다고
야단이어서 양보하다 보니 이제서야 세상구경 하게 되네요ㅎ
역시 지리산 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이지요.
그런데 글을 수정하는 가운데 뭘~잘못 건드렸는지 줄바꿈이 안돼 이렇게 밖에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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