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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꿈에 그리던 지리산 종주(첫째날)

by 풀꽃* 2011. 11. 11.

언제:2011년 10월 17,18일(16일 밤 무궁화열차로 출발 ,화요일 ) 날씨:맑음

어디:지리산(1915m)

위치:전남 구례,전북 남원,경남 함양,산청,하동(3개 도, 5개 군)

코스:성삼재-노고단-돼지평전-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총각샘터-연하천대피소-벽소령-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1박)

산행시간:14시간(휴식시간 포함해서 유유자적)

누구와:첫째날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는 대원 4명이 함께 산행하고 대원 중 여자대원이 무릎에 무리가 와서 벽소령에서 119의 도움으로 대장님을 포함해서 대원 3명은 벽소령에서 하산하고 벽소령부터는 나 혼자서 산행을 했다.(첫째날은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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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

국립공원 제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그 범위가 3개 도,5개 군,15개 면에 걸쳐있으며 4백 84㎢ (1억3천만평)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이러한 지리산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활처럼 굽은 25.5㎞의 주능선은

노고단, 반야봉, 토끼봉, 칠선봉, 촛대봉, 천왕봉 등 1천5백m 이상의 봉우리만도 16개나 이어진다. 이 주능선 산행을 지리산 종주라 한다.

등정, 하산거리까지 합치면 보통 50km - 60km가 넘으며 2박 3일에 20- 25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지리산종주는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게는 "진짜 산꾼"의 경지에 올라서는 관문 같은 코스이다.

 

평소 내가 자주가는 등산용품 전문점 사장님께서 지난 여름 화대종주(화엄사~대원사)를 하셨다기에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으면 함께 동행 하겠다고 부탁을 드렸더니 가을 지리산 종주를 주선해 주셨다

일요일밤 영등포역에서 9시33분 차로 떠나는데 떠나기전 하루 전에 대원들이 모여 예비모임을 갖고 종주에 대한 설명을 전해 들었다.

나야 지리산 종주를 여러번 했었기에 안 들어도 되지만 인사도 할겸 참석했다.

 

4년전까지만 해도 매년 여름이면 으례히 지리산 종주를 했었는데 2007년을 마지막으로 하고 4년만에 갖는 종주이기에 기대도 크고 설레임 또한 크다.

"지리산 종주" 하면 배낭의 무게에 눌려 출발하기도 전에 질려버릴 것만 같다.
짐 때문에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가져 가겠다고 선언했을까?..

그런데 막상 짐을 꾸리려면 욕심이 앞선다.
여러가지  밑반찬을 해놓고도 짐이 겁이나 넣다 뺐다 하기를 여러번...결국은 서너가지만 챙긴다.

 

햇살 만큼이나 따뜻하고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지리산!!

이제까지 네 번의 종주를 했었지만 네 번 모두 여름에만 했었기에 이번 가을 지리산  종주는 설레임도 크고 기대도 두 배로 크다..

 

지리산 종주  날을 받아 놓곤 마치 어린 시절 소풍날 기다리 듯 달력을 바라보며 손꼽아 기다렸었다.

이번에는 대원 모두가 완주를 해야 할텐데...걱정스런 부채질을  해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리산 종주는 긴 거리이기에 떠날 때는 모두가 설레임과 부푼꿈을 안고 떠나지만 걷다 보면 체력에 한계를 느껴 늘 이산가족의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 경험으로 봐서는...

 

가을빛이 고와 가을 지리산은 또 내게 어떤 그리움과 설레임을 줄까? 생각하니깐 떠나가도 전에 설렘으로 가득하다.

살아 숨쉬는 동안 마음껏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가 다 있겠지만 그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행복은 각자 마음 줄기에 달려 있겠지만 나에게는 산행이 작고도 소박한 행복이기에 내 삶이 조금은 행복한 것 같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도 아니기에 나에게는 적절한 취미이기도 하다.

아쉬운게 있다면 부부가 같은 길을 걸어가면 더 좋겠지만 남편과 취미가 달라 늘 따로국밥이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함은 각자 취미가 있기에 서로가 상대의 취미를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남편도 테니스를 치면서 원정을 자주 떠나 봐서 인지 여느 때 같으면 늦게까지 운동하고 늦은 시간에나 귀가 할텐데 그날은 내가 떠날 시간에 맞춰서 집에 들어와 만남의 장소까지 차로 함께 동행해 주었다.

 

 지리산 종주를 떠나기 위해 일요일 밤 매장에서 7시30분에 모이기로 했는데 대원들 중에는 남자는 대장님 한 분이고 여자대원이 셋이라 조금은 염려도 된다.

지리산 종주를 하려면 짐이 많기에 남자 대원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남자라곤 대장님 혼자이시니...

그래서 인지 사모님께서는 예비모임 때부터 걱정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사모님께서는 출벌하기전 대원들에게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홍삼엑기스를 챙겨주시는 센스까지 보이신다.(대원들이 체력이 떨어지면 대장님이 고생하시니까ㅎ ..감사x 센스x100)

 

얼마만에 떠나는 지리산 종주인가..

배낭 속 가득 입을 것,먹을 것,찍어 바를 것,가득 채우고 그리움 가득 안고 떠나는게 생각해도 꿈만 같다.

산행도 즐겁지만 산행에 이르기까지 과정 또한 설레임이고 즐거움이다.

영등포역에 도착해 파이팅을 외치고 열차를 기다리는 도중 시간이 지루해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하마터면 열차를 놓칠번 했었다.ㅋㅋ(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여름휴가 때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심야 열차를 타면 거의가 차안을 등산객들로 가득 메웠는데 이번에는 등산객들이라곤 달랑 우리 대원들 뿐이다.

그것도 산행일이 평일이라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이상하게 평소에는 차만 타면 곧잘 졸음이 쏟아지는데 매번 장거리 산행을 할 때는 마음이 설레여서 인지 잠은 안 오고 눈만 말똥거린다...

 

구례구역에 도착시간은 01시 47분인데 그곳에 가까이 사시는  잔잔한 시냇가님께서 내가 지리산종주 하는 것을 전해 들으시고 그 꼭두새벽에 구례구역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잔잔한 시냇가님께서 오래 전부터 언제 지리산에 오게 될 기회가 있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셨는데..그냥 살짝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아시게 되면 서운해 하실 것 같아 연락처를 알려 주시면 지리산에 가서 전화로라도  인사를 드리고 오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우리가 가는 열차 시간을 아시고 그 꼭두새벽에 마중을 나오셨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만나 뵈어 얼마나 많이 반갑고 감사했던지 대원들 모두에게 꼬리곰탕까지 대접해 주셨다.(정성X감사)

시간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좀더 긴시간을 갖았을텐데~가야 할 여정이 멀기에 아쉽지만 짧은 만남을 갖고 헤어졌다.

 

성삼재 가는길

03시 20분 성삼재에 도착해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날씨가 생각 보다는 포근하다.

모자이크 처럼 돌들로 박혀있는 길의 흐름이 경쾌한 행진곡 처럼 따라나선다.
여름 지리종주 땐 먼 길 달려온 새벽 하늘엔 별들이 빼곡히 수놓고 실계천에 물흐르는 소리와 지리산의 산새들이 재잘대며 반갑게 맞아주곤 했었는데 오늘은 잿빛 하늘만이 우릴반긴다.

그래도 4 년 만에 찾은 지리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반가움으로 반겨주고 이 시간 지리의 품 속에 안겨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늘도 아름다운 그림들이 펼쳐질거라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지리 주능선을 넘나들고 있다.

 

산행을 하면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있다면 야간산행이다.

야간산행은 풍광을 전혀 볼 수 없고 걷는 연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고단..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의 절경은 지리 10경 중에 제 1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파도처럼 밀려갔다 밀려오며 능선을 휘감아 돌다 하얀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펼쳐지는 운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잠시 인간 세계를 벗어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신비롭기 그지 없다.

마치 수묵화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천상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듯 하다.

오늘도 이런 행운을 만났으면 좋으련만 깜깜한 어둠이어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매번 지리산 종주를 할 때마다 노고단 돌탑에서 기념사진을 찍곤 했었는데 오늘은 이른 시간이라 이렇게 돌탑이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욕심 같아서는 이곳에서 일출도 보고 멋진 운해도 보고 싶은데 오늘은 아무 것도 못보고 그냥 등로로 내려선다......이렇게 허무할 수가...

마음은 노고단에 묻어 두고 빈 껍데기로 노고단을 내려 선다.

그래도 다른 것은 몰라도 노고단에서 일츨만은 봤어야 하는데 못내 아쉽다.

그러기에 지리산 종주는 해가 긴 여름에 많이들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리산 종주 네 번을 하고 나니 이제는 지리산 종주길이 내집앞 같이 훤하게 내다 보인다.

불빛으로 들어오는 등로에는 나무들이 그새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이 쓸쓸한 가을을 맞고 있다.

매번 종주를 할 때마다 이 길을 걸을 때는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는데 이렇게 황량할 수가...

그래도 그 길을 걸으며 앙상한 가지에 내려 앉을 雪花도 그려보고 돼지평전에 곱게 피어 있을 진달래도 그려보고 5월 끝자락에 피어 있을 연분홍 철쭉도 그려보면서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입가엔 고운 단풍빛 보다 더 고운 미소가 번져온다.

 

지리의 새벽바람이 날을 세우지만 지리산의 바람이라고 생각하니 그 바람마져도 훈풍으로 다가와 언 마음을 녹인다.....그만큼 지리의 사랑이 커서일게다.

 

아마 이 이른새벽에 잠 못자고 누가 시켜서 하는거라면 투덜대기라도 하겠지만 내가 원하고 좋아서 하는 짓이기에 고생도 낙으로 생각하고 기쁨이 가득하다...

어둠에 갇혀 있는 풍경을 못보는게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내가 그토록 걷고 싶은 지리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운 마음 또한 눈녹 듯이 사라진다.

 

 

임걸령샘터..

어느덧 돼지령을 지나 임걸령샘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옛날에 의적이나 도적들의 은거지였던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의적 임걸의 본거지였다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 종주를 할 때마다 이곳에서 쉬어가던 곳이기도 하다.

매번 종주를 할 때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간식도 먹고 여름이라 등로 아래 빨갛게 익은 산딸기도 따서 먹곤 했는데 ~오늘은 샘터에서 물만 마시고 곧바로 출발을 한다.

여름에는 이곳까지 오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는 듯 한데 오늘은 눈 깜빡할 새 온듯하다.

 

지리산 종주는 짐과의 싸움이다.

매번 종주를 할 때마다 짐이 무거워 얼마나 고생이 되었는지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가지고 간다하면서도 이번에도 줄이고 줄인 것이 10kg이 넘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많이 준비한 것도 아닌데 배낭의 무게에 몸이 눌려 질려버릴 것만 같다..

요즘 새로 나오는 배낭은 무게도 가볍고 많은 짐을 넣어도 편한데 내 배낭은 10년전에 구입한 것이기에 무게감이 있다.

내가 5년만 더 젊었어도 멋진 배낭을 구입할텐데~일년에 한 번 갈까 말까한 종주 산행을 위해 지금 배낭을 구입한다는 것도 좀 그런 것 같다..

남편한테 그 말을 했더니 자녀들을 산으로 내 몰라고 한다.ㅎ

여름에 종주를 할 때는 노루목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조금 가다 보니까 어느새 노루목에 다달았다.

노루목..

반야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반야봉은 해발 1732m로 노고단에서 바라보면 마치 여인네의 젖가슴처럼 봉긋~솟아 있는 봉우리다.

반야봉에 오르는 기쁨은 낙조의 장관에서 찾는다.

지리산의 낮과 밤이 화려하게 교차하는 황금 빛 낙조..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고 어둠이 더해 갈 때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리산도 편히 눕는다...

멀리서 보면 마치 아낙네의 탐스런 엉덩이처럼 넉넉해 보인다고 한다.

해발 1500m의 노루목은 반야봉에서 내려지르는 산줄기가 산중턱에서 잠깐 멈추어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천연의 암두가 전망대를 이루고 있어 부르게 된 이름이다.

 

이곳에만 오면 매번 종주를 할 때 생각이 난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반야봉을 오르는게 힘들어 일행 중 한 사람이 이곳에서 배낭지킴이로 있고 나머지 일행들은 가뿐이 올랐던 생각이 스쳐간가.

이곳에서 왕복 한 시간이면 반야봉을 다녀올 수 있는데 함께한 대원들이 그냥 가지고 한다.

4번의 종주에서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올랐었는데 오늘은 시간은 넉넉하지만 여름 같지 않고 추워서 이곳에서 배낭킴이를 하는 것도 무리가 될것 같아 아쉽지만 그냥 지나친다...

시간으로 봐서는 반야봉에 오르면 환상적인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곳에서도 마음은 반야봉에 두고 몸만 떠난다...

바람도 어찌나 날을 세우는지 잠시 쉬고선 삼도봉을 향하여 걷는다

아침을 든든히 먹긴 했지만 바람이 부는 새벽길을 걸어선지 냉기가 느껴져 삼도봉을 조금 앞두고 커피타임을 갖는다.

아마도 오늘처럼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삼도봉 정성엔 바람이 더 많이 불 것 같아 삼도봉을 조금 못미친 곳에 터를 잡는다.

그때서야 어둠이 걷히고 날이 조금씩 밝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가을날 지리산에서 버너에 불을 짚히고 산상에서 끓여마시는 커피야 말로 그야말로 여느 커피솝에서 마시는 커피에 비교가 될지..

지리의 가을향과 아침 기운을 타서 마시는 커피야 말로 환상의 맛이다.

이 다음 시간이 흐른 뒤에 한얘기 또하고 또하는 그런 추억이 될듯 싶다.

떡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단감을 꺼내 간식도 곁들인다.

지리산 종주 때면 늘 노고단대피소에 휴식을 갖으면서 서로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서로가 인심 공세에 들어갔었는데 이번엔 내가 그 찬스를 노린다.

삼도봉 정상..

생각했던 것 보다 바람이 잔잔하다.

삼도봉 정상 우측 단풍의 행렬이 환상적인 풍광이다.

늦가을 새벽녘 몽환적인 풍경이다.

지리산이 내뿜는 마치 어머니의 품같이 은은하면서도 포근한 오색빛깔 호흡이다.

이 아름다운 가을빛에 누군들 매혹되지 않으리...

깊어져 가는 가을을 어쩔줄 모르는 자신을 사리고 있는 지금 아름답기로 소문난 전설의 문턱, 아침숲  언저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오색빛 실루엣의 그림자가 나를 덮치고 아무도 없는 아침 숲에 안겨 친구의 마음까지도 물들여 주고 싶어 폰을 꺼내 전화를 하지만 밧데리가 방전되어 지리산의 이 황홀하고 찬란한 아름다움을 맛만 보여주곤 아쉬움을 갖게 한다. 

단풍의 빛과 밀려오는 옅은 안개와 빛의 조화가 함께 어우러져 펼쳐지는 풍광이 수채화 같기도 하고 유화 같기도 하고 환상적인 풍광에 넋을 잃고 풍경을 연실 담아내며 발이 땅에 달라 붙을 정도로 움직임도 없이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지리산의 속살을 타고 찬란하게 물들고 있는 삼도봉 자락 가을빛은 찰라의 순간이었지만 혼을 다 빼앗기리 만큼 황홀하고 찬란 했었다...

대원들이 모두 같은 마음 되어 기쁨을 즐겼으면 하는 바램인데~여자 대원 둘은 컨디션이 안 좋은지 잠시 수박 겉햝기 식으로 바라보곤 저만치 앉아서 기다린다...

사람의 마음이 다 같을순 없지만 기뻐할 때 함께 기뻐하고~슬퍼할 때 함께 슬퍼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데 대장님과 나는 같은 감성인지 그곳에서 마냥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었다.

 

날이 밝아오면서 지리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하나 둘 펼쳐지기 시작한다.

어둠속을 걸을 때는 그냥 걷는 연습에 불과했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니 눈이~맘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그냥 생각만해도 설레이는 지리산인데 지금 그곳을 걷고 있으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있을까...

그곳에서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만난 듯 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했던지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려 드렸다...

미쳐 까무리칠 정도로 행복했기에...

 

 

삼도봉을 지나 550 계단을 지날 때면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계단을 내려가는게 아니고 만일 반대 방향에서 이곳을 오른다면 얼마나 힘이들까....매번 갖는 생각이다.

계단에서 바라보는 가을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러고 보면 지리산의 단풍의 행렬은 능선을 타고 중간쯤 내려 온 듯 하다.

 

 

 

 

화개재.

옛날에 뱀사골 쪽 사람들이 화개장을 보기위해 넘던 고개라 한다.

지리종주를 하다 이곳에서 긴 휴식을 취하던 곳이기도 하다.

아래로 펼치지는 풍광도 아름답지만 앞으로 가야할 풍경 또한 가을빛이 곱게 내려 앉아 풍광을 담고 또 담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의 여유만 있으면 이곳에서 마냥 눌러 있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다워도 마냥 머무를 수는 없기에 화개재를 떠나 토끼봉을 향하여 오른다.

지리종주는 능선 산행이라 이제까지는 길이 부드러웠는데 토끼봉 오르는 길은 온 길에 비하면 오름을 깔아 놓는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지리산 종주길에 이곳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긴 시간과 배낭의 짐에 눌려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리 긴 오름이 아닌데...각자 느끼는 크기가 모두 다른 것 같다.

 

토기봉정상..대장님께서 지도를 펼쳐 놓으시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설명해 주신다.나는 훤희 다 알고 있기에...ㅎㅎ

 

토끼봉..

토끼봉 정상엔 토끼는 없고 넓은 헬기장이 터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간식타임을 갖는다.

나야 지리산 종주를 네번 하고 나니 지리산 종주길이 내집앞 처럼 훤히 내다 보이지만 함께한 대원 두 명에게 대장님께서 지도를 펼쳐 놓고 가야할 길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이제까지 오면서 가장 긴 휴식시간을 보낸 듯 싶다.

함께한 여자대원 통영님이 무릎이 많이 아픈가 보다.

종주를 떠나기 이틀전 넘어졌는데 아마도 그 영향인 것 같다.

그리고 갈매기님도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아 종주를 끝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지난해 여름에도 종주길에 나섰다가 많은 비가 내려 통제를 했기에 종주를 실패하고 연하천에서 음정으로 하산했었는데 이번만은 종주를 무사히 끝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명선봉을 향해 오른다.

여름에 지리산 종주를 할 때에는 등로를 따라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곳까지 오도록 한 송이의 꽃도 못 보다가 노란 꽃 한 송이를 만났다.

얼마나 반갑던지...지리산의 야생화들이 기다림에 지쳐 다 떠나가고 노란꽃 한 송이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명선봉...

명선봉으로 가는 길에 마치 카펫을 말아 놓은 듯 쓰러진 고목에 고운빛의 이끼가 서식하고 있었다.

창조주의 멋진 예술품이자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지리산의 귀한 보물임이 틀림 없다.

빛과 이끼의  조화로움이 더해 한층 더 돋보인다.

그리 굴곡이 있는 길은 아니지만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지리의 아름다운 가을빛을 가슴에 담으며

편안한 산책길 같은 등로를  넘나든다.

 

총각샘터...

산삼을 캐던 심마니 노총각이 발견했다 하여 총각샘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표지석이 없는 이곳은 무심코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등로에서 50m정도 내려서면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이 수량은 적지만 물맛은 무척 시원한 곳이다.

 

총각샘터를 지나 연하천을 앞두고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나는 이곳이 가장 힘든 구간으로 생각되는데  무릎이 아픈 통영님이 이곳에서 스프레이를  뿌려가면서 한참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번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듯 하다.

총각샘터에서 연하천대피소는 그리 멀지 멀지 않은데 통영님이 무릎이 많이 아픈지 몹씨 힘들어하는 것 같다.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뒤로 돌아서 내려갈까...

연하천대피소를 앞두고 긴 나무계단이 이어지는데 두 대원 모두 무릎에 무리가 오는지 뒤로 돌아서 계단을 내려선다.

연하천대피소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 얼마나 힘이들면 그럴까..

 

 

 

 

연하천대피소..

지리종주를 할 때면 늘 이곳에서 점심을 먹곤 했었다.

식수가 바로 옆에 있어서 취사를 하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다.

식단 스케줄에 이곳에서는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에 세석대피소에서 삼겹살파티를 하기로 되어 있다.

이제까지 지리산종주 내 번을 했지만 식사 때 모두가 함께 식사 준비를 했었는데~이번에는 대장님께서 출발하기 전에 각자 당번을 맞겨주셨다.

대장님과 나는 식사 담당이고 갈매기님은  설겆이 담당이고  무릎이 아픈 통영님은 쓰레기 담당이다.

이제까지 내가 해오던 종주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각각 담당이 있다는 것이다...

통영님이 무릎이 많이 아픈게 겉으로 봐도 영력하게 나타난다.

지리종주를 끝내려면 아직 절반도 못왔는데 겉으론 내색을 못해도 마음이 초조해진다...

 

산에서 먹는 라면의 맛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환상의 맛이다.

산소녀표 돌산갓김치가 함께 곁들여지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다...ㅎ

이런 걸 보고 자화자찬이라고 하던가?ㅎ

 

지난 여름 우중산행을 하면서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많은 비가 내려 통제가 되서 아쉬움을 안고 비를 맞으면서 음정으로 하산한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점심을 맛있게 먹긴 했지만 통영님이 컨디션이 안 좋으니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란 마음으로 지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에 담는다.

사람의 마음이 다 같을 순 없지만 나는 이처럼 수채화 같은 옅은 가을빛을 좋아한다.

아마도 내 성격과 같은 이치인 듯 하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은 그런 성격이기에 이런 풍경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나 힘들면 이런 표정일까?..

안 그러면 점심도 먹었겠다 재잘대며 산길을 걸을텐데~어딘가 모르게 무거움이 내려 앉은 표정들이다.

이곳에서 벽소령까지는 한참을 가야하는데 말은 안 했어도 어찌나 걱정이 되는지...

짐작건데 벽소령대피소까지 가기도 버거울 것 같다.

그래도 참아가며 얼마나 잘 가는지...

지리산 종주는 힘으로 하는게 아니라 산에 대한 열정과 인내력으로 하는 것 같다.

통영님이 지난 여름에는 화대종주(화엄사~대원사)도 거뜬히 해냈었는데~종주 이틀 전에 가볍게 넘어졌을 때 무릎에 무리가 온듯하다. 

연하천에서 벽소령을 가다보면 바위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을 지나칠 때면 꼭 중국의 황산을 보는 느낌이다.

분명 이곳에도 이름이 있을텐데 지리 종주를 그렇게 여러번 했어도 아직도 그 이름을 알아내질 못했다.

통영님이 얼마나 무릎이 아프면 이곳에서도 뒤로 돌아서 내려설까...;이곳에서 벽소령이 멀리 내려다 보이긴 하지만 벽소령까지 가려면 아직도 한참 가야하는데...정말 심각하다

그래도 아픈 무릎으로 얼마나 잘가고 있는지..

뒤쳐진다면 내가 뒤쳐지지 절대로 나보다 뒤쳐지질 않는다

벽소령대피소

긴 여정의 시간을 지나 드디어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다

테이블에 배낭을 내려 놓고 휴식을 취하지만 마음만은 편치 않다. 

 

이곳까지 오면서 들꽃들을 거의 못봤는데 벽소령대피스 우측 둔덕에 구철초가 하얀 미소를 던지고 있다.

함초롬히 피어있는 구절초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한걸음에 달려가 생전 꽃구경 못한 사람처럼 정신 없이 사진을 담아가며 즐거움의 시간을 보냈다.

하얀 구절초가 만추의 햇살을 받아가며 가을편지를 쓰고 있다.

 

지리산 종주를 하기 위해  꿈도 부풀고 마음도 설레고 출발은 상큼하게 시작했는데...

통영님이 더이상 못가겠는지 하산 할 의사를 표현한 것 같다.

지리 종주길에 나섰으면 누구나가 완주의 꿈을 가지고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힘겨움에 가슴 아픈 결정을 하고 대장님께서 119의 도움을 청했다.

이 길이 일행들이 하산할  길이다.

벽소령에서 음정하는 하산하는 길이다

다른 곳 같았으면 119에 구조 요청을 하면  헬기가 오는데 벽소령에서 이 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군사도로가 있기에 차를 보내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벽소령에서 바라볼 때는 이 길이 편한 길 같이 보이지만 오래전 겨울 이곳으로 하산할 때 보니까

편안한 길이 끝나는 지점이 경사가 얼마나 급하던지 눈길에 미끄러져 고생했던 고생담이 생각난다

그래도 구간이 길지 않기에 다행이다

나는 대장님께 혼자라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세석을 향해 먼저 출발을 했다.

팀산행에선 이런 경우엔 모두가 함께 행동을 해야하는데 지난해에도 지리산 종주길에 나셨다가 비가 오는 관계로 통제를 해서 종주의 꿈을 접었는데 이번에도 또 종주를 못하게 되면 큰 상처가 될 것 같아서 대장님께 양의를 구했다...

내가 이런 결정을 한 것도 내 번의 지리산 종주를 해서 종주길을 훤하게 알고 있기 때문일게다.

안 그러면 아쉬워도 함께 하산할 수 밖에 없었을텐데...

일행들과 헤어져 세석으로 떠나는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나 혼자서 가는게 서운해서기 보다 같은 길을 가기로 한 동지들인데 꿈을 못이루고 되돌아서는 그 아픔이 얼마나 클까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져 온다.

슬픈 마음은 가슴을 저려오게 하지만 가야할 긴 여정이 조금은 걱정도 되고 해도 짧은데다 혼자이다 보니 걸음을 재촉해 본다.

빠른 걸음도 잠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선 어쩔 수가 없다.

 

 

세석으로 가는 길도 가을빛이 곱게 내려 앉았다.

선비샘으로 가는 길은 양지쪽이어서 인지 들꽃들이 떠나가는 가을을 아쉬워 하며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가을빛 풀어낸 산빛이 황홀할 만치 아름답고 찬란하다

마치 화폭에 그려낸 수채화 같기도 하고 유화 같기도 하다.

단풍의 시기를 맞춘 것도 아닌데 오색빛 유희를 즐기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혼자서 타협을 하면서 조금은 착잡한 마음속에 지리의 풍경으로 희석을 하며 세석을 행해 걷는다.

선비샘..

옛날 덕평골에 화전민 이씨라는 노인이 살았다.

노인은 천대와 멸실르 받으며 살아서, 죽어서도 남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 자식들에게 자신의 묘를 상덕평봉의 샘터위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효성스런 자식들은 그의 주검을 샘터위에 묻었고, 그로부터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샘터의 물을 마시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려서 무덤으로 절을 하는 형상이 되어 죽어서 남들로부터 존경 아닌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여자 등산객을 만났는데 어제 낮11시에 덕산에서 올랐다고 한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알고보니 태극종주를 하는 분이었다

태극종주는 지리산 종주보다도 훨씬 더 긴 코스인데 이 분은 잠도 안 자고 계속 산행을 하는 분이었다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면서 종착지인 인월까지 간다고 한다

지난 밤에는 바람도 많이 불어 많이 추웠을텐데 배낭의 크기도 30리터 정도였다

지리산 종주를 해도 배낭의 크기가 40리터는 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것도 그쪽 덕산 지역의 산길은 사람도 잘 안 다니는 곳인데 여자의 몸으로 캄캄한 산길을 혼자 걷다니..

 

선비샘에서 세석대피소 가는 가는 구간이 지리산 종주를 하는 등산객들이 가장 지루하다고 하는 구간이다.

칠성봉까지는 특별한 풍광도 없이 긴 길을 깔아 놓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는 속도를 내야 하기에 빠른 걸음을 서두른다.

칠선봉..

7개의 암봉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마치 일곱 선녀가 노는 모습 같다고 칠선봉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까지 오면서 등산객들이라곤 반대 방향에서 오는 세 명의 등산객 뿐이었다.

열심히 걷다 보니  앞에 가던 두 명의 젊은 등산객을 만났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등산객인데 무릎이 아파 쩔쩔매는 모습이 영력해 보였다.

힘내라고 격려의 인사를 해주고는 세석을 향해서 열심히 걸었다.

칠선봉을 오르다 보면 긴 계단을 세 개나 만나게 되는데 여름날 이곳을 지나칠 때면 몸이 천근만근 지쳐 몹씨 힘들었었는데 몸이 거뜬한 것으로 봐서 오늘은 컨디션이 최상이다.

칠선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또한 아름답다.

그렇다고 오랜시간을 보낼 수 없기에 잠시 풍경을 담곤 영신봉을 향하여 걷는다.

 

 

영신봉

이곳까지 오면 이제 세석이 코앞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엔 이곳에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는데 한 송이의 꽃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이렇게 허전하고 황량할 수가...

열심히 걸어선지 어둠이 내려 앉기 전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햇다.

시간을 보니 벽소령에서부터 이곳까지 정확히  3시간이 소요됐다.

대장님께서 궁금해 하실까봐 폰을 켜서 전화를 드렸더니 함양터미날에서 표를 예매해 놓으시고 저녁식사를 하시는 중이시란다.

119의 도움으로 음정까지만 도움울 받고 음정에서 함양까지는 버스로 이동을 하셨다고 한다.

 

세석대피소..

피 빛처럼 선연하거나 여인의 속살처럼 투명한 분홍빛의 철쭉이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정정기에는 산악인들의 물결로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하다.

세석고원은 철쭉의 요염한 자색으로 아름다우며 30만평의 드넓은 평원으로 남녘 최대의 고원이기도 하다.

마지막 봄날 평원을 수놓은 철쭉은 결코 오만하게 뿜어내거나 호사스럽지 않으며 은은하게 시야를 가득메우고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남부군의 어느 빨치산이 만발한 세석평전의 철쭉밭에서 그 아름다움에 조취되어 어쩌면 너 혼자만이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느냐?..는 탄식을 남기고 자살했다는 전설이 담겨있다.

그만큼 세석평전의 철쭉은 이국적인 풍치가 정겹기만 한 곳이다.

대피소에는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테이블이 있는 곳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 식사도 모두 취사실에서 해서 취사실이 발 딛을 틈이 없다.

취사실 안에 삼겹살 굽는 것을 보니 헤어진 일행들 생각이 더 간절하다.

우리도 저녁메뉴가 삼겹살 파티였는데 일행들과 헤어지고 나니 모든게 물거품으로 무산 되고 말았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와 가벼운 행동식으로 저녁을 요기하고 예약을 안 했기에 카운터에가서 접수를 해서 방을 배정 받았다...

 

이곳까지 꾸준히 걸으면 12시간이 소요되는데~14시간이 소요됐다.

긴 여정의 시간을 걸었는데도 전혀 힘든 줄을 모르겠다.

 

얼마만에 보는 세석의 밤하늘인가?..

어둠이 내려 앉은 까만밤...세석의 밤하늘은 빼곡히 무수한 별들이 별빛소나타의 행진곡이 울려퍼지고 있다.

그 별밤에 취해 추위도 아랑곳 없이 고개를 뒤로 떨구고 한없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아주 오래전 말레지아 키나바루산 정상을 오르면서 만난 별빛만은 못하지만 환상적인 세석의 밤하늘이었다...

세석의 밤은 이렇게 별빛소나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깊어만 가는데 집만 나오면 잠을 못자는 버릇은 아직도 고개를 들어 꼬빡 밤을 세우게 한다.

그래도 얼마나 행복하고 달콤한 밤이었는지 평생 잊혀지지 않을 밤일 것을...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10월 17일(종주 첫째날)...............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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