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 9월24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내연산(711m) 향로봉(932m)
위치: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코스:보경사-문수암갈림길- 문수암-문수봉-삼지봉(내연산711m)-미결등-출렁다리-계곡-보경사(산행시간6시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20명
산! 내겐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리움의 대상이 있다는 게 내겐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수만번을 그 품에 안겨도 헤아리지 못할 것 같다.
언제쯤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그리움의 대상은 기다림을 낳고 희망으로 다가오기에 매일의 삶이 즐겁고 윤택한 것 같다.
한 옥타브 내려 앉은 풀벌레 소리들이 이제 마지막 남은 여름을 붙잡아 보겠다는 심성이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끊이지 않고 흐르는 물줄기와도 같다.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가을을 바라보는 시선이 농촌 들녘 만큼이나 풍요롭다.
일주일만에 보는 가을 서정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듯 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찻길 둔덕에 피어있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완연한 가을을 알린다.
꼭 산행길이 아니어도 스치는 차창 풍경속에서도 가을 낭만이 스며든다.
포항 내연산..
그러고 보면 참 먼거리다.
오늘도 각자 삶의 짐을 내려놓고 자연의 풍요로움 속에서 소박한 행복을 일구어 가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잠 못자고 너서는 발길이지만 모두의 얼굴에선 뿌듯한 미소가 번져 온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려면 일상에서 모든 것 제쳐 놓고 산행이란 두 글자를 우선 순위에 놓아야지 안 그러면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놓치기 십상이다.
오늘도 도시냄새가 나는 커피보다는 고향냄새가 나는 감잎차를 선택한 것이 제일 잘한일이다.
이젠 숙련된 조율사처럼 생의 음계를 언제나 소박하고 평범한 자연에 두고 낮은 음자리에서 소박하고 평범한 행복을 꿈꾸고 싶다.
내연산..
첫 만남의 도도함은 사라지고 기다림에 지친 외로움도 없다.그져 묵묵함으로 그윽한 얼굴이다.
하지만 온갖 세상의 아름다움이 그 길 위에 있었다.
하늘을 찌를듯한 쭉쭉뻗은 아름드리 나무와 보경사의 풍경 또한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파란 하늘과 감미로운 9월의 끝자락 태양 빛 만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그져 황홀할 뿐이다.
그 길 위에서 더 많은 것을 바란다면 아마 그것은 사치일게다.
잔잔한 청하골 계곡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자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초가을의 편지를 쓰고 있다.
가을이 타닥타닥 익어가는 소리가 갈바람에 실려 있다.
바람이 전하는 숲향기에 떠밀려 우리는 금새 숲의 일부가 된듯 숲향기에 잠긴다.
그 세상속 풍경들은 그야말로 한폭의 전원처럼 평화롭다.
이 시간 만큼은 내 안의 나를 위한 시간이기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이곳에서는 음악을 듣지 않아도 자연이 가져다주는 오케스트라의 음률과 영상이 펼쳐져 삶의 윤기가 흐를 것 같다.
이번 여름은 잦은 비로 더위도 모른채 여름을 보낸 것 같다.
그 여름도 이제 세월의 뒤안으로 살며시 꼬리를 감추고 어느새 옅은 색지처럼 번져나가는 가을의 물들임이다.
지난 가을 꿈결처럼 누볐던 서정적인 가을정서가 기억의 언저리에서 발끈 고개를 든다.
삶의 텃밭에서 따낸 풋풋한 향기같은 것들이...
언제나처럼 들꽃들의 유혹에 벗님들이 사라지는지도 모르게 들꽃들과 사랑놀음에 푹 빠져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유유자적 여유를 즐긴다.
많은 종류의 꽃들도 아니고 본 것 또보고 또보는 꽃들인데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아마 산행길에 들꽃들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하고 썰렁할까?..
완만한 오름길에 하늘을 찌를 듯한 쭉쭉뻗은 참나무의 모습에 눈길이 떠나지 않는다.
나무 사이 사이로 스미는 맑은 햇살의 찬란함은 마치 보석처럼 영롱하다.
조붓한 산길 고요함에 젖어 내 마음도 차분함으로 구절초가 전해주는 가을향에 젖어 흐른다.
그렇다..
내게 산은 언제나 설레임이고 그리움이다.
산에 대한 열정은 마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내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산길에서 만나는 한적함과 고요함 그곳에서 만나는 소슬바람과 숲향과 들꽃들과 새들의 지저귐..
이런 낭만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많은 것을 원했던 시절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산길을 거니는 것 하나 만으로도 만족하고 행복하다.
사람은 이렇듯 무엇이든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시간들을 생각하니 벌써 기쁨이 가득하다.
내연산의 특별함이 있다면 능선길인데도 하늘을 찌를듯한 참나무와 소나무들의 사열들이다.
이제까지 많은 산에 발을 딛었지만 흔치 않은 모습이다.
대부분의 산들이 능선길엔 나무들이 자그마한데 아마도 기후의 영향인 것 같다.
내연산은 유난히도 꼬리표들이 많이 매달려있다.
내가 처음 산에 입문했을 때는 이런 모습들이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았었는데 이제는 이런 모습조차도 정겹게 보여지니 그만큼 산이 내 안에 깊숙히 들어와서 그런 것 같다.
왠 산중에 아랫마을의 개가 산책 중이다.
아마 이 개도 나를 닮아서 산을 좋아하는가 보다.ㅎ
꽤 높은 고도인데 산행 실력으로 봐선 중급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순한 오름길도 문수암을 지나서는 된 비알길을 깔아 놓는다.
천천히 숨고르기를 하면서 오르니 가파른 오름길도 힘 안 들이고 편안하게 오를 수가 있다.
숲속은 짙은 솔향기로 가득하고 산길은 폭신폭신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폭신하다.
이처럼 가끔 산길을 걷다 보면 폭신폭신한 길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런 길은 언제 걸어도 기분 좋은 길이다.
난 이런 조붓한 산길이 참 좋다.
길게 이어진 조붓한 산길을 혼자 걸으며 산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 안에 산을 품고 있는 한 산도 나를 잊지 않을 것이다.
길이 있는 곳에 길은 이어지고 그 길로 들어서면 색지처럼 번지는 산그리움도 번저나가 내 안을 산 그리움으로 가득 메운다.
내연산엔 유난히도 꼬리표가 많은 듯 하다.
어제 매단 듯 그제 매단 듯 낡은 것과 새것의 조화속에 산꾼들이 이끄는 길라잡이가 빨강,노랑,파랑...리본들의 표시기가 나뭇가지 끝에 나폴나폴 춤을 추고 있다.
연인산 정상..
먼저온 일행들이 터를 잡고 걸팡진 점심상을 차렸다.
터가 넓으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먹으면 좋겠지만 두 곳에 터를 잡아 마치 이웃집 같은 분위기다.맛있는 것은 서로 나누면서 이웃의 정을 나눈다.
먹는 즐거움 속에서도 삶의 향기를 느끼며 소박한 행복이 널려 있다.
이젠 하산길로 들어선다.
이곳까지 오면서 참 편안한 육산길이었다.
그러고 보면 연인산은 바위 하나 없는 육산이다.
평탄한 길인데도 이제는 오름보다는 내림길이 더 신경이 쓰인다.
내림길의 풍광도 쭉죽뻗은 참나무들로 숲을 이룬다.
어떻게 이렇게 고르고 고른 풍경인지 참 신비스럽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름길을 오를 땐 게속 혼자 오르면서 초가을날의 낭만을 즐겼는데~하산길에서는 벗님들과 함께 호호~깔깔 즐기는 산행이 이어진다.
오름길의 홀로 걷는 산행도~그리고 내림길의 함께하는 산행도 모두가 각각 나름대로의 산행의 맛이 있는 것 같다.
물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계곡이 멀지 않은 듯 하다.
청하골 계곡이 눈앞에 그려지며 벌써부터 환희의 기쁨이 샘솟는다.
하늘에서 물을 퍼붓듯 지난날의 연산폭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파 걸음이 서둘러진다.
계곡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물소리가 숨소리 보다도 작게 들려온다.
이제까지는 육산이었는데 계곡을 한참 내려오니 바위가 어우러진 걸로 봐서 폭포가 멀지 않은 듯 하다.
청하골 계곡에 12개의 목포 중에 연산폭포가 하일라이트 인데 이번에는 어떤 감동을 줄지 기대가 된다.
오래전에 왔을 때는 물의 수량이 많아 하늘에서 물을 쏟아 붓듯 장관이었는데~
가뭄으로 인해 그보다는 못할 것 같다.
얼마쯤 가니 커다란 바위 너머로 물소리가 들려온다.
폭포의 줄기가 길어선지 물소리도 조금은 센듯하게...
층층의 계곡 살낫같이 계곡도 나무도 결결히 살아 있다.
여전히 계곡의 물은 흐르고 협곡을 이룬다
가을 가뭄으로 계곡의 물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창조주께서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
마치 화산이 폭발해서 빚어진 모습처럼 곳곳에 구멍이 뚤린 것이 참 신비롭다.
두 줄기의 쌍폭포와 하늘다리를 연상케한 모습이 경이롭다.
하늘다리를 지나면 12폭포의 하일라트인 연산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늘다리를 지나 연산폭포 쪽으로 가자 아니라 다를까 가뭄으로 물의 수량이 적어 하늘에서 쏟아지던 물이 바위벽을 타고 흘러 내린다.
대자연의 장엄함에 한동안 넋을 잃고 가슴 속 일렁이는 감동이 환이의 기쁨으로 다가온다.
마치 화폭에 산수화를 그린 것처럼 경이롭고 신비롭다.
그래도 이런 가뭄에 그 높은 곳에서 이정도의 물이 흐른다는 것이 신비스롭다.
깍아지른 기암절벽과 병풍처럼 세워 놓은 바위벽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하며 모두가 신비로 가득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전율을 느낀다.
이 폭포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연산 청하골을 찾고 있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선 천천히 걷는 것이 최상의 값진 보물과도 같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참 아름다운 자연이다.
자연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는 듯 하다.
자연에서 얻은 마음 자연으로 돌려줄 수 있는 너그러움과 여유로움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을 없겠지..
이곳서부터는 청하골의 12개 폭포의 이음줄은 간격을 두고 줄을 있듯이 나열되어 있다.
긴 계곡이 폭포가 없으면 지루 하겠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산수화를 보는 듯 풍경 또한 아름답다
바위틈에 곱게 뿌리를 내린 구절초는 초가을을 알리며 하얀 웃음을 짓는다.
구절초도 청하골의 12폭포를 구경 나온듯 여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흘러간 세월을 되돌리게 하는 건 나무뿌리에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흔적이 반질반질하게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억새도 아니고 갈대도 아닌 억새와 갈대 중간쯤 되어 보이는 가을 풀이 바람결에 일렁이며 춤을 추고 있다.
눈으로 담은 추억의 유효기간은 10년이고 가슴속에 머문 추억의 유효기간은 죽을 때가지...그리고 사진으로 남긴 추억은 영원하기 때문에 사진을 담아도 담아도 또 담게 된다.
내연산의 오후 풍경은 나즉하게 내려 앉은 초가을 빛과 소슬하게 불어오는 갈바람이 영혼을 살찌우게 할 만큼 상큼하다.
두 계절이 자리다툼하는 내연산에서 지나가는 여름을 배웅하고 저만치서 아기 걸음으로 걸어오는 가을을 맞이하고 가쁜한 걸음으로 다시 온 길을 따라 내려 선다.
내연산 청하골은 아직은 가을빛 보다는 초록의 빛이 더 강하지만 서슬 푸른 초목의 푸르름도 어느 정도 그 강렬한 빛을 잃어가며 부드러운 다갈색의 가을 색조로 바뀌어 간다.
물은 멈추지 않는 시간과 같다.
과거,현제,미래를 연결해주는 시간의 통로 같이 계곡의 물은 쉼없이 흐르면서 나약하지만 진실과 순리를 추구한다.
속이 깊은 계곡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유유히 흐르는 물은 그 자체가 마음의 고향입니다.
걷고 또 걷는 걸음 뒤로 옮겨지는 산줄기...
그곳에서 나는 한낱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타는 배일뿐이다...순간순간 난 허망을 비우고 평온을 채운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저어갈 힘을 얻는다.
각자 삶의 짐을 내려 놓고 자연과 하나 되어 힘껏 달려간 만큼 되돌아오는 길은..
마음속에 꿈이라는 기둥 하나를 세웠다.
한 발 한 발 포개어 걷다 보니 청아골계곡의 긴 이음줄도 끝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금강소나무의 사열 속에 보경사 사찰이 걸음을 잡는다.
종교는 다르지만 사찰 경내를 잠시 둘러보고 다시 바깥세상으로 향한다.
먼훗날 오늘을 생각하며 인생을 연주하는 음악을 후회 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산행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지금 이 앞에 서 있는 자체가 행복임을 느낀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9월 24일...........산소녀.
시간이 없다 보니 9월 끝자락에 한 산행을후기를 이제서야 올려 봅니다.
그것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 듯 써서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어요
할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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