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 11월5일(토요일) 날씨:맑음(15년만에 이상기온으로 26도)
어디:불암산&수락산(도솔봉)
위치: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ㆍ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코스:태능 원자력병원 후문-삼육대갈림길- 깔딱고개-헬기장-불암산(정상)-쥐바위-수락산(도솔봉)-탱크바위-수락산역(7시간)
누구와:산의 신비& 들꽃향기
때론 모기도 이렇게 기쁨을 가져다 주고 행복을 가져다 줄 때가 있다.
신비님과 함께 모처럼의 산행을 하려고 했었는데 주말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있다고 메스컴에서 시간마다 흘나오는 비소식에 아예 그러려니 하고 날씨 검색도 안 해보고 신비님과의 산행은 전날 밤 연락을 해서 다음 기회에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말 이른 새벽 잠이 깨어 날씨 검색을 해보니까 비소식은 없고 흐림으로 나와 있다.
안 그래도 신비님은 왠만한 비엔 산행을 하기에 새벽 4시16분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혹시 산행계획이 있으면 이른 시간이라도 전화를 달라고"...
그리고는 혹시 연락이 올지 모르기에 냉동실에 얼려 놓은 옥수수를 꺼내 다시 한 번 삶으면서 이런 저런 잔삭다리 생각으로 머리를 굴린다.
신비님한테 연락이 오면 좋겠지만 만약 연락이 없으면 혼자라도 산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어느 산을 갈까 북한산도 떠올리고 관악산도 떠올리며 이쪽 저쪽을 견주어가며 결국에는 관악산을 택하고 있는데 5시16분 휴대폰이 울린다.
그러면 그렇지 신비님은 왠만한 비엔 산행을 하기에 그냥 있지 않을 신비님이다.
그런데 신비님도 비소식에 아예 산행 할 생각은 안 하고 주말 늦잠을 자려고 했었는데 때아닌 모기가 극성을 부려 잠에서 깨어 휴대폰을 보니까 문자가 와있기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신비님 " 언니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왠 전화를 했지?" 하니까 옆에서 남편이 하는 말이 "아마 어젯밤 일찍 주무셔서 일찍 잠에서 깨셨나 보지"..하셨단다...
우리 남편도 그렇고, 신비님 남편도 그렇고 부부가 취미는 다르지만 상대의 취미를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바로 이런게 작은 행복이 아닐런지...
이렇게 해서 갑자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신비님의 산행 열정은 얼마나 대단한지...
그 이른 시간에 냉동실에 얼려 놓은 쑥을 넣고 빠아 놓은 쌀가루를 꺼내 신비님표 떡을 만들고, 강화 속오란 고구마를 쪄서 더 맛있으라고 오븐에 살짝 구워 껍질까지 벗기고,과일도 어쩜 그렇게 예쁘게 깍았는지...어디 또 그것 뿐인가..
아들이 볶음밥을 좋아한다고 갖은 야채 곱게 썰어 신비님표 복음밥 만들어서 사랑이 가득 담긴 풍성한 식탁 차려 놓고 산행길에 나선 것이다.
누가 보면 그 이른 시간에 집안일 팽기치고 산에 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산에 가는 것 일등이면 집에서도 일등주부인 것을...ㅎ
사람이 각자 주어진 삶 속에서 서로가 시간 맞춘다는게 그리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신비님과는 지난 여름 관악산 산행을 끝으로 참 오랫만에 함께 하는 산행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모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또 무산 될뻔 했다.
신비님과 부평역에서 만나 북한산을 가려다가 새로운 산을 가보려고 수락산과 이어져 있는 불암산을 가기로 했다.
불암산을 가려면 동묘역까지 가야하기에 긴 시간이 소요 되는데도 차 안에서 조용히 담소를 나누다 보니 금새 목적지에 다달았다.
불암산은 서울시와 경기 남양주의 경계를 이루며 덕능고개를 사이에 두고 수락산과 이웃하고 있다.
서울시 경계에 위치한 5개 산 가운데 가장 낮은 산이다. 그러나 정상부분이 온통 바위산을 이루고 있어 규모를 뛰어넘는 기품을 자랑한다.
불암산 주봉은 해발 507m이고 그 형상이 마치 송낙(소나무 겨우 살이로 만든 여승이 쓰는 모자)을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불암산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천보산(天寶山), 필암산(筆岩山) 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동묘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환승해서 태능 원자력병원 후문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둘레길이 잘 되어 있다.
불암산이 바로 수락산과 이웃하고 있고 불암산이 수락산에 비해 유명세는 덜하지만
건조해진 마음 숲과 함께 물을 들이니 금새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불암산 둘레길로 산행을 시작으로 한참의 시간을 거쳐 불암산 입구에 도착했다.초입부터 호젓한 오솔길이 큰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렇게 곱게 물든 단풍도 언제 그랬냐 듯이 흔적 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그 오랜 세월 한 순간도 푸르름을 멈추지 않은 늘푸른 소나무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아름다운 산세는 어느 산에 비해 모자람이 없고 숲길은 산에선 호사나 다름이 없다.
고즈넉한 숲속 풍경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다 보면 걷는 시간 보다 멈추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숲길에 머물다 보면 몸도 마음도 숲을 닮아 여유로워 진다.
동네 뒷산 같은 조붓한 오솔길이 끝나고 불암산의 바위봉이 올려다 보인다.
그 산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오르는 것이다.
정상을 향하면서 거북바위가 까탈스런 험로를 깔아 놓는다.정상까지 오르려면 끝까지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빛과 속살까지 다 들여다 보이는 산빛이 오늘도 높아진 가을 하늘처럼 커진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
각자 삶의 짐을 내려 놓고 자연과 하나 되어 멀게만 느껴졌던 산이 내가 산으로 다가가는 속도만큼 내게로 다가오는 산..산은 언제 다가가도 거짓이 없고 포근하기만 하다.
그 산은 오래오래 눈을 맞추길 원하고 있다.
마음은 늘 동심이기에 젊음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예전 같지 않은 무릎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자신의 인생시계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신호인 듯 하다.
가장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철학의 미학이 이제는 남의 말 같지가 않다.
마음은 한도 끝도 없이 산에서 노래하고 싶은데 이제 서서히 마음 수련을 해야할 때가 온듯 하다.
사실은 그런 마음 조차도 떠올리기 싫지만 내 앞에 다가온 현실인 것을 부정정인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고...ㅠㅠ
훗날 아픔을 덜기 위해서는 아무리 달콤한 놀이라도 절제를 해야 할것 같다.
내게 산행은 그리움을 풀어주는 열쇠이기도 한데 이 또한 내려 놓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에 오래전부터 하다 만 숙제처럼 늘 신경이 쓰이곤 한다.산은 그렇다 치고 산을 통해 만난 인연의 고리를 생각하면 산 만큼이나 그리움으로 자리할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바위만 보면 기가 팍팍 솟아나는 나에 비하면 신비님은 산메니아가 신비님 답지 않게 바위에선 맥을 못춘다.
처음에는 그런 신비님이 살짝 약한척 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신비님과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바위 앞에선 정말 겁쟁이 신비님이다.ㅎㅎ
집채만한 바위봉은 정상을 다오르도록 이어진다.
창조주의 거대한 위용이 놀랍기만 하다.
바위벽이 마치 본인의 놀아터인 것처럼 반복해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등산객을 보고 있노라니 바위에 겁없는 나도 오금이 저려온다.
정상에 우뚝서니 지나온 바윗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윗길을 지나오면서 짜릿하고 스릴있었던 그 감동이 다시 한 번 스치는 것 같다.
일기예보에 흐림으로 나와 있던 날씨는 파아란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마치 한여름 날씨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신비님은 속에다 반팔을 입어 반팔차림으로 산행을 해도 덥다고 한다.
불암산 정상 최고봉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어느 한 곳 막힘이 없이 동서 남북의 시야가 일망무제로 탁 트인다.
저 멀리 눈을 돌리면, 북한산에서 도봉산으로 굽이치는 험준한 능선들이 수도 서울의 서북쪽 하늘금을 이룬다.
남쪽 끝자락에 시작해서 삼각산 정상부인 백운대와 인수봉을 거치고, 북으로 장쾌하게 뻗어가서 도봉산 만장봉까지 다다르는 북한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석 뒤 바위 위에 앉아 바라보니 우리가 가야 할 수락산이 한 눈에 펼쳐진다.
바위들이 여기 툭~ 저기 툭 ~던져 놓은 듯한 수락산의 풍광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감동이 밀려 온다.
정상을 뒤로하고 내려와 올려다 보니 불암산 정상이 바위 덩어리로 뭉쳐있는 듯 하다.
산행의 묘미는 그래도 바윗길 넘나드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육산으로 이어졌기에 별다른 풍광없이 지루함을 깔아 놓는다.
수락산과 불암산을 연계해서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은 대부분이 수락산을 거쳐 불암산으로 산행을 하지 우리와 같이 불암산에서 수락산으로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곳이 불암산과 수락산을 이어주는 육교이다.
이 다리만 건너면 수락산이다.
이곳까지 오도록 계속 능선과 내림이 이어졌었는데 이제는 오름길을 깔아 놓는다.
이 오름도 혼자이면 더 지루 하겠지만 신비님과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걸으니까 힘듬도 잊고 어느 결에 탱크바위가 있는 도솔봉에 다달았다.
바위만 오르려고 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생긋 웃는 신비님이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도솔봉에 올라 바라보니 수락산의 바위군들이 여기 툭~저기 툭 던져 놓은 듯 하다.
마음 같아서는 수락산 정상까지 가고 싶었지만 오늘의 마침표는 도솔봉까지만 하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해 본다.
도솔봉 정상에 올라 뒤를 내려다 보니 빌딩크기의 탱크바위가 시선을 모으게 한다.
탱크바위 위엔 그 높은 곳에 신선이라도 된듯 등산객이 자리를 하고 있다.
도솔봉에서 탱크바위를 가려면 커다란 바위사면을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는 것이 수월치가 않다.
커다란 집채만한 바위를 감싸 안듯이 해서 돌아섰는데 신비님은 여기서도 애를 먹었다.ㅎ
마음 같아서는 탱크바위 위까지 오르고 싶었지만 생략하고 하산길로 들어섰다.
바위에선 침착한데 나도 이곳에선 한참 손에 땀을 쥐었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이어진 조붓한 고랑 같은 내림길은 길이는 또 얼마나 긴지 거기다가 낙엽까지 쌓여 있어 젓먹던 힘까지 토해내게 한다
신비님은 내려오기도 전에 겁을 먹어 홍조띤 얼굴을 하면서도 언제나 처럼 카메라 앞에서는 마치 미소짓는게 예의인 것처럼 생긋 웃는다.
결국에는 길지나던 등산객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접수했다.
이젠 산행을 하면 오름보다는 하산길이 힘들게 느껴지는데 오늘은 계곡을 벗어나 능선으로 하산을 하게 되어 우려했던 걱정이 사라져 얼마나 마음이 가쁜한지...
산에서 만나는 등산객들 하고는 대화를 해도 소통이 잘돼서 금새 친근감이 생긴다
연세 지긋한 등산객 한 분과 함께 하산을 하시면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년 퇴직을 하시고는 70을 바라보는 연세에 일주일에 3번씩 원예 조경사 수업을 받고 계시다고 하신다.
꼭 돈이 목적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배움의 정신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존경 스러운지 21세기의 희망을 보는 듯 해서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마도 본받아야 할것 같다.
힘껏 달려간 만큼 돌아오는 길은 커다란 행복통장 하나를 배낭에 짊어지고 대딛는 걸음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마음이다.이 하루도 모기가 아니었으면 하루 왠종일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 했을텐데 모기로 인해 산행이 이뤄졌으니 이럴 땐 모기가 얼마나 예쁘게 보이는지 모른다...
모기야 고마워...ㅎㅎ
또 하루의 행복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행복이란 언제나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 행복을 차지하는 건 각자 마음줄기에 달려있기에 오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 하느냐에 달려있다
얼마남지 않은 12월 뜻깊게 보내시고 하얀 겨울 행복하세요.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2011년 11월5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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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한지가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났네요.ㅎ
그러고 보면 후기글 써 놓은지도 꽤 오래 됐는데 그동안 블로그 휴식도 갖고
게시글 올리는 과정에서 그때 그때 일어난 일들이 끼어들기를 하다보니
글이 이렇게 지연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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