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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심원(深苑)속으로..(주왕산)

by 풀꽃* 2012. 1. 6.

언제:2011년11월12일(토요일)  날씨:맑음  ♣11월11일 밤 12시30분 교회에서 무박으로 출발

어디:주왕산(가메봉883m)

위치:경북 청송

코스:주산지-절골-절골매표소-대문다리-가메봉-사창골-후리메기삼거리-후리메게입구-제3폭포-제2폭포-제1폭포-학소대-망월대-대전사-상의매표소-주차장

산행시간: 7시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41명

주산지로 향하는 걸음은 초입부터 호젓한 오솔길이 큰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상쾌하게 활보하는 아침공기와, 아침공기와 마주한 안개는 기분마져 상쾌하게 해준다.

건조해진 마음 아침숲에 물을 들이니 금세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어지럽고 속시끄런 세상 풍경을 외면이라도 하듯 세상과 뚝 떨어져 심원(深苑)고요한 산자락에 자리를 잡은 주산지...

호수에 몸을 담그고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단아한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는 주산지..

나무도 멈추지 않는 시간과 같기에 물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나무도 세월의 나이테가 겹겹이 쌓여 가지가 부러져 나가고 몸에 홈이 파였다.

 

속이 깊은 강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수령 150년 된 왕버들나무도 단 한 번도 뿌리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한다.

여전히 시간의 강은 흐르고 호수도 나무도 결결히 살아있다.

하늘빛과 물빛이 같은 주산지..자연이 베풀어주는 섭리를 통해 우리는 호사를 누린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주산지의 풍광은 바로 이런 풍광이었는데 늦가을의 주산지는 세 계절을 삼켜버리고 무채색으로 물 위를 수놓고 있었다.

늦가을 이른 아침 고즈넉한 수면 위로 춤추듯 피어오르는 하얀 물안개가 몽환적이다.

새벽 물안개의 군무는 물굽이 따라 소리 없이 펼져진다. 

 

뽀글뽀글 기포 위로 피어오르는 한 가닥 하얀 실마리에 넋을 뺏겨 바라보고 있는 사이 어느새 물안개는 한데 모여 일렁이며 산허리를 휘돌고 넓은 수면을 뒤덮어간다.

늦가을 은은한 호반의 아침 정취는 충분한 추억거리가 될것 같다.

가을이 떠나가는 자리 가을의 아름다운 잔회가 물든 청량한 숲길에는 맑은 기운의 만추의 빛이 드리워져 지친 영혼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아름답기로 소문난 전절의 문턱 숲 언저리에 서성이면서 늦가을의 정취에 푹 빠져있다.

물안개가 곱게 피어오르는 주산지의  실루엣 그림자가 나를 덮치고 숲에 안겨 때로는 나무가 되고, 때로는 바람이 되어 주산지 창공을 날러 본다.

그 속살을 타고 잔잔하게 물들고 있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혼을 다 빼앗기리 만큼 황홀하기만 하다.

 

병풍속에 둘러 쌓인 호반은 하늘과 안개와 물 속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한데 어우러져 동화속으로 안내한다.

보탤 것도~뺄 것도 없는 한폭의 그림 같은 주산지..

새벽녘 몽환적인 물빛 풍경은 늦가을의 서정을 더욱 빛나게 한다.

단풍, 억새, 낙엽..주왕산의 늦가을은 그 계절만큼이나 서정적 테마도 풍성하다. 

그중 운치로만 치자면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이 따로 없다.

늦가을 아침 고즈넉한 수면 위로 춤추듯 피어오르는 하얀 물안개는 몽환적이다.

하늘에 여명이 깃들고 물가에 환한 빛이 내려앉을 즈음  새벽 물안개의 군무는 물굽이 따라 소리 없이 펼쳐진다.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지금 살아있는 모든 것이 늦가을의 열병을 앓고 있다.

절골로 들어서자 늦가을 낙엽을 털어내고 한층 단아해진 모습이다.

지난밤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놀던 자리에 안개가 피어올라 늦가을의 운치를 더해 준다.

늦가을날 대지 위에 곱게 차려놓은 잔칫상에 군침을 흘리며 그 속으로 뛰어든다. 

어제의 하루가 지나 오늘이 되고 오늘 이 하루가 내일이 되듯 우리는 오늘이란 시간 속에 지나간 세월 그리움을 꺼내 뙤약볕 속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짧지만 아름다운 영상을 그려가며 마냥 행복에 젖어 천상의 하모니를 이루며 주왕산의 숨은 보물을 찾아 나선다.

단아한 계곡 풍경이 마치 고스란히 화폭에 담겨있는 것 같다.

어쩌면 아침 안개가 피어올라 주왕산의 늦가을이 더 운치있고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른다.

가을을 풀어낸 오색빛깔은 아닐지어도 늦가을의 서정을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다.

언젠가 부터 이런 늦가을의 서정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산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늦가을 풍경에 누군들 매혹되지 않으리..

단풍은 다 지고 없지만 아름다운 산세는 어느 산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

그땅, 그 하늘, 그 나무가 내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져 올려다 보는 그 여유로운 마음 한자락이면 족합니다

 

주왕산의 실루엣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지만 가을빛이 더 절경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조금은 철이 지난 감도 있지만 늦가을의 서정이 이렇게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줄은 미쳐 몰랐다.

 

짙어져가는 가을 아름답기로 소문난 전절의 문턱 비밀의 숲 언저리에서 가도 가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도 발조차 떼지를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주왕산 절골 계곡 실루엣 그림자가 나를 덮치고 비밀의 숲에 안겨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어 창공을 날러 본다.

병풍속에 둘러 쌓여 산맥을 이루고 그 속살을 타고 잔잔하게 물들고 있는 계곡은 찰라의 순간이지만 혼을 다 빼앗기리 만큼 황홀하기만 하다.

지나온 시간 밤새 잠 한잠도 못자고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지만 호젓한 산길을 걷고 있으니 그 안에서 얻어지는 기쁨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행복한 마음이다.

이렇게 운치있고 아름다운 산길을 거닐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큰 행운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산이 내가 산으로 다가가는 속도만큼 내게로 다가오는 산..

산은 언제 다가가도 거짓이 없고 포근하기만 하다.

그 산은 오래오래 눈을 맞추길 원하는데 예전 같지 않은 나의 무릎을 생각하면 자꾸만 서글퍼진다.

 

올려다 본 세상에 담기는 것은 하늘이었다.

그 산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묵묵히 오르는 것이다

어느새 주변산과 눈높이가 같아진 걸 보면 꽤 많이 올라온 것 같다. 

 

따스하게 내려 앉은 햇볕과 어깨를 마주하며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보면 지나온 길이 꿈결처럼 발아래 펼쳐진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가장 부러운게 있다면 하산객일게다.

땀 뻘뻘 흘리고 힘들어 하는 일행들..힘든 여정에서 위로의 말 한 마디는 보약과도 같기에 이제 조금만 가면 능선이니까 힘내라는 말을 건네며 힘을 실어 준다.

제 몫의 힘겨움은 누구에게 나눌 수 없는 것이기에 인내할 수 밖에 없다.

 

힘들게 올라 온 만큼 능선길은 순하고 부드러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아무런 표시기 하나 없는 소탈한 정상 가메봉..

그 흔한 표시기 하나 없는 가메봉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는 너울춤이 실려있다.

사방에서 막힘없이 내리 달리는 능선의 파노라마.. 계절과 마주서서 아름다운 마루금을 이어가는 능선길을 따라 구름이 흘러가 듯이 나도 산에 한 점이 되어 띠를 잇듯 주왕산의 한 점이 되어 본다.

 

계절의 끝자락 내려다보는 풍경은 화려함은 아니지만 늦가을의 정취로 수려함을 그려 놓았다.

돌아서면 그리워질 이 풍경이 못내 아쉬워 더딘 걸음을 내딛는다.

말가진 세상으로 거친 산마루에 올라서 그때서야 그 앞에서 사람은 다시 눈을 뜨니 산에서 많은 것을 알게 한다.

험하디 험한 바윗길도 지나와서 바라보면 고운 경치에 한 조각이 된다.

정상을 뒤로하고 심술궃은 바윗길이 얼굴을 바꿨다

멀리 주왕산의 또다른 풍경은 자연과 함께 소통하며 그 오랜 세월 한 순간도 푸르름을 멈추지 않은 소나무군락지도 한 몫을 한다.

한낯 햇살은 구름속에서 낮잠을 자는지 흐릿한 날씨가 몸을 움추리게 한다

사창골로 접어들자 조용한 계곡엔 바람만이 마실다니고 바람에 휘몰려 한쪽 귀퉁이에 소복히 쌓인 낙엽들은 몸을 부대끼며 서러움의 통곡이라도 하듯 서로 부등켜 안고 몸부림을 친다.

계절을 잊고 사는지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이끼는 청춘인양 초록의 노래를 부르며 늦가을을 예찬한다.

초록의 이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마져 온통 초록물이 들것 같이 느껴진다.

 

 곱게 물든 낙엽들이 물속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며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 듯 하다.

수많은 낙엽들 중에는 사그락 사그락 말라 비틀어지는게 싫어서 물속으로 낙하를 했는지도 모르고 더러는 바람에 밀려 날아 들었는지도 모른다.

저들의 아픔이 내 아픔인 것처럼 오색단풍길 밟으며 내딛는 걸음이 가쁜하지만은 않다.

마음 같아서는 땅 위에 나뒹구는 낙엽이 안스러워 돌아가고 싶은데 낙엽이 길을 덮어 내딛을 길이 없다.

아직 몇몇 그루의 나무들은 할 말이 남았는지 가을옷을 벗지 못하고 서성인다.

어쩜 게으름뱅이 산객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즈넉한 오솔길은 산행 내내 지루한 길이 하나도 없다.

가을향이 물씬 피어나는 산길을 따라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힘껏 달려간 만큼 돌아오는 길은 마음속에 행복통장 하나 받아들고 오는 기분이다.

 

점심 식탁 차릴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데 적당곳이 없어 한참을 내려와 사창골 한켠에 걸팡진 점심상을 차렸다

메인 메뉴로 홍어와 볶음 셀러드가 곁들어진 이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성찬이 될듯 싶다.

많이 먹고 나서는 언제나 후회를 하면서도 오늘도 절제가 안 될듯 싶다.

이웃하고 있는 식탁도 주왕산 넓이 만큼이나 풍성한데 먹는데 급급해 인증샷도 못하고 오늘도 목이 차오도록 오버를 한듯 하다.

풍성한 식탁에 햇살 한 조각 덤으로 언져졌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데 흐릿한 날씨 햇살대신 한기가 곁들어진 식탁이라 동동거리며 식사를 마쳤다.

몸을 뎁힐려면 움직여야 하기에  잠시의 휴식도 없이 바로 하산길로 들어 선다.

 

지금까지의 산행이 가을정취가 묻어있는 산행이었다면 이제부터 펼쳐지는 풍경은 주왕산의 산세를 말해주 듯 경이롭고 신비할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태고적 신비를 갖춘 절경이기에 이곳부터는 산행코스라기 보다 관광명소라고 하는게 맞을 듯 싶다.

제 3폭포로 시작해서 절경이 펼쳐진다

2주 전만해도 주왕산은 심한 가을 가뭄으로 물이 말라 폭포에 수량이 극심히 적었었는데 다행이도 그간의 비가 내려 폭포의 수량이 풍부해 제대로 된 풍경을 즐길 수가 있었다.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마치 폭포가 많은 광광객을 구경하는 것 같다...

제2폭포는 두 개의 폭포가 띠를 잇듯 나란히 줄을 잇고 있다.

그래서인지 폭포의 이름도 제 2폭포로 이름을 지은 듯 하다.

2폭포도 유명세를 하고 있어선지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이 그곳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길게 띠를 잇고있다.

주왕산의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주왕산에서 가장 절경이 뛰어난 1폭포의 비경이다.

거대한 바위가 어우러진 협곡사이로 물이 흐르고 그 사이에 1폭포가 광음한 폭포음을 쏟아내고 있다.

높은 바위벽을 보면 볼 수록 신비스롭고 경이롭다

그래서 그런지 이 구간은 발딛을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시루봉

 급수대

연화봉

기암

장군봉

주왕산 대전사 부근에는 이렇게 크고 운장한 바위들이 자리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끓고 있다.

천지창조의 위대함과 신비함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랜 세월 바람에 깍이고 비에 파져있을만도 한데 묵묵히 그들만이 갖춘 모양을 하고 눈길을 끈다.

 

 

오늘이라는 시간속에 각자 삶의 짐을 내려 놓고 힘껏 달려간 만큼 되돌아오는 길은 자연과 하나 되어 마음속에 꿈이라는 기둥과 행복의 보금자리를 넓게 자리하고 세상을 저어 갈 노를 손에들고 까만밤 집을 떠나왔던 그 자리로 다시 들어선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11월 12일................산소녀

 

 

 주왕산 산행한지가 일주일만 있으면 두 달이 되어 가네요.ㅎ

후기글 써놓은지도 한참 됐는데 기회를 자꾸만 놓치게 되다 보니 또 이렇게 지각을..

아마도 앞으로는 산행 할 기회가 아주 미비하기에 아껴 먹는 달콤한 사탕처럼 아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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