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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3시간의 행복(월출산)

by 풀꽃* 2012. 2. 7.

언제:2011년12월 10일(토요일)  날씨:할 짓 다한 날씨(햇살,눈,흐림)

어디:월출산(810m)

위치:전라남도 영암

코스: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미왕재-억새밭-도갑사(7시간)

내가 오른코스:도갑사-억새밭(원점산행)2.7km(왕복 5.4km) 3시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22명

 산!!

어느 만큼 올라야 산을 닮은 마음일까?

이제 산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하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 감사해야 할 때가 나에게 찾아 온것 같다

이제 와서 산행의 맞침표를 찍으려니 많은 아쉬움과 그리움이 가슴을 메우고 있지만

산보다 더 큰 그리움은 산을 통해 맺어진 인연의 고리들과 함께 할 수 없음이 더 슬픔으로 다가 온다 

산과 함께 보낸 시간 속에는 산보다 더 큰 사랑과 아름다운 추억이 담겨있기에 산행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이번 아픔을 통해 나의 인생 시계가 어느 만큼 가고 있는 것을 실감케 한다.

중요한 건 인생의 시계가 어디 만큼 가고 있느냐가 아니라 마음의 밭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에..

내가 사는 동안에 늘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사는 한 내 안의 행복은 떠나지 않을테니까....

 

강은 멈추지 않는 시간과도 같다

강은 과거,현제,미래를 연결해주는 시간의 통로이다.

강은 쉼없이 흐르면서 나약하지만 "진실과 순리를"추구한다.

속이 깊은 강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유유히 흐르는 강은 그 자체가 마음의 고향이다. 

 

행복은 꼭 산을 올라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를 가든간에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면 행복한 게 아닐까?..

 

산행을 할 때도 어느 한 계절의 한 면만 보고 산행을 한 것이 아니라 사계의 모습을 떠올려가며 산행을 했듯이 이번 월출산 산행에서도 비록 함께 산행은 못했을지라도 마음은 일행들과 함께 하면서 기쁨을 갖었기에 분명 행복한 산행임에 틀림이 없다.

 

그 아름다운 월출산을 다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감사한 마음이 있다는게 또한 감사하다

마음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니까 행복의 높이도 낮은자리에 있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커다란 위기에 도달했을 때는 마음이 낮아지는 게 자연적인 법칙인 듯 하다.

처음에는 산을 못오른다고 생각하니까 죽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이렇게 아파보니 마음이 낮아진다.

산행은 그만큼 했으니까 내려놔도 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날까지 운동 만큼만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해진다.

 

도갑사 들머리..

촉박함이 아닌 여유로움이 있어서 좋고, 고즈넉한 겨울산을 이렇게 혼자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른다는게 평온하고 참 좋은 것 같다.

월출산 도갑사 들머리로 들어서자 초입부터 호젓한 겨울숲의 오솔길이 큰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면 쓸쓸하기 그지 없지만 조금만 깊은 마음으로 들여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게 다 자연이 주는 보석으로 보여진다.

겨울산에서 파릇파릇한 산죽과 동백나무가 전해주는 파릇한 기운을 받으면서 오르는 길이 마음까지 푸르러 지는 듯 하다.

초록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동백나무 이파리는 마치 기름을 발라 놓은 듯 만지면 온통 초록물이 묻어날 것만 같다.

자연이 베풀어주는 섭리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늘 꿈꾸던 초록이기에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공식처럼 하는 말 중에 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가까이 있다더니 정말 마음을 비우고 나니 사소하고 잔잔한 것이지만 이렇게 가볍게 하는 산행마져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잎을 모두 떨군 나목에게서도 우리는 교훈을 배우는 것 같다.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때가 되니 마음을 비우 듯 모든 걸 내려 놓는 것을 보면서 비움의 미학을 배워 본다.

 

12월의 월출산은 하얀 이불을 덮어 쓰고 긴 동면 속에서 파릇파릇한 꿈을 꾸면서 더 성숙한 모습으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침묵은 성숙함의 단계인 것 같다

하얀 침묵 속에 잠들어 있는 산이 시끄러울 까봐 발딛는 것 조차 조심스럽다.

 

더디간다고 누가 뭐라할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앞선 사람이 있어 따라가야 하는 부담도 없으니 유유자적 나만의 여유를 갖고 한적한 오솔길로 접어드는 또다른 기쁨을 맞본다.

그냥 지나치노라면 별 의미가 없는 것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눈길 한 번 더 주면 더 사랑스럽게 보여지고 평소에는 못느꼈던 산행의 맛이 또다른 모습으로 보여진다.

겨울숲에서 초록의 유희는 음률의 소리가 없을지라도 싱그럽고 기분 좋은 만남이 아닐 수 없다.

남쪽이라서인지 계곡의 물은 아직 낙엽을 띄우며 가을을 붙잡고 졸졸졸 노래하고 있다

이제 이곳에도 하얀 겨울이 오면 꽁꽁 얼어붙을텐데 한가롭게 늦가을날의 여유를 부리고 있다.

겨울숲이 죽어있는 듯해 보이지만  계곡도 나무도 결결이 살아 숨쉬고 있다.

산이 내주는 풍경 속에 심신이 평온해지고 가슴 속 잡념들이 발자국을 따라 저 뒤로 떨어져 간다.

 

억새밭까지는 산행시간이 짧아 배낭을 안 가지고 가도 되지만 산행의 맛을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가췄다.

아까 천황사 방향에서  정상을 올려다 볼 땐 상고대가 하얗게 피었는데 도갑사 방향에는

어제인 듯 그제인 듯 하얗게 내린 눈이 옅게 깔려 있다.

두 얼굴을 가진 월출산이다.

눈꽃은 볼 수 없지만 산이 화려한 가을옷을 벗고 맨 얼굴을 한 겨울산은 나처럼 소박해서 좋은 것 같다.

산죽나무가 이고 있는 눈을 보니 고개가 아플 듯 하다.

소복히 쌓인 눈을 떠받들고 있는 산죽나무 이파리에서 인내를 배운다.

더러는 힘에 겨운지 고개를 떨군 것도 있다. 

겨울숲에서 산죽이든 동백나무든 초록의 잎만 보면 싱그러움으로 마음마져 푸르러지는 듯 하다.

 

한 겨울인데도 단풍나무의 단풍은 할말이 남았는지 눈이 내리도록 떠나지를 못하고 가을을 노래한다.

초록과 다홍색의 조화가 마치 갓 시집 온 새악시의 옷차림 같다.

 

산행인지 산책인지 모를 정도로 참견할 것 다 참견하고 볼 것 다 보면서 여유롭게 올랐는데도 억새밭까지 1시간30분 밖에 안 걸렸다.

순한 길은 힘이 안 들어서 좋고~계단길은 하늘과 가까워져서 좋다.

월출산의 억새는 갈바람에 비단결 같은 꽃 다 날려보내고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맞고 있다.

억새밭에 도착하니 어둑하면서 눈발이 내리기 시작한다

날이 좋을 것 같아 고어텍스자켓도 안 가지고 왔는데 마음이 조급해 진다.

뒤에 오르던 일행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월출산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한참의 시간을 보내며 저멀리 올려다 보이는 월출산 정상의 몸짓을 바라보며 이곳 저곳 마음여행을 즐긴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가서 일행들과 만나 함께 하산하고 싶지만 무릎에 무리가 올까봐서 이곳까지만 오르고 마침표를 찍는다

 

일행들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을까?..

아마 지금쯤은 구정봉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언제나 되짚어 오는 길은 아쉬움이 따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구석진 마음을 토닥인다.

적은 양의 눈이지만 발딛는 길이 제법 미끄럽다.

하산길은 늘 오름보다 더 힘들어 했는데 천천히 내려오니 산책길 같아 큰 무리가 없다.

짧은 산행이기에 같은 길인데도 오름과 내림의 풍경이 달라보이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겨울의 초입인데 뭐가 그리도 급한지 동백꽃이 뽀죽히 입을 내밀었다

저러다가 한파에 밀려 다치는 건 아난지 내심 걱정스럽다

긴 산행 같으면 급한 마음에 이리 아름다운 동백꽃을 못보고 그냥 스쳤을지도 모른다.

이런 행운은 느린 자 만이 볼 수 있는 특권인 듯 싶다.

죽음을 맞이한 그루터기에도 겨울은 비켜가지 않는다.

죽음을 안스럽게 여겼는지 하얀 소복을 입은 듯이 눈이 얹혀있다.

이렇게 물맑고 맑은 공기인데도 나무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악성 종양같다.

그래도 이렇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의 혜택같다.

도토리의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여섯가지나 있는 줄은 미쳐 몰랐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 중에서 갸름한 졸참나무 도토리로 묵을쑤면 가장 찰지고 맛있다고 알고 있다.

 

긴 산행은 아니지만 이렇게 볼 것 다 보고 참견할 것 다 참견하고 유유자적 즐기면서 산을 오를 수 있는 게 참 감사하다

아니.. 산을 오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하면서 산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과

사랑하는 집사님 권사님들과 긴 거리 차 안에서 담소로 함께한 시간 조차도 행복하다.

행복은 이렇듯이 꼭 산에만 올라야 만이 행복이 아닌 것 같다

내 안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행복도 그리고 불행도 따르는 것 같다.

 

일행들의 산행이 끝날 무렵 일행들을 배웅하러 도갑사 입구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단 7시간 후의  만남인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조금은 어둑어둑한 시간이지만 몇년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움의 해후를 갖고 함께 산행을 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도갑사 보호수를 풍경으로 기념사진을 담는다.

 

오늘 이 하루의 선물을 받아들고 월출산이 안겨 준 행복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끼워 넣고 가끔은 꺼내서 접었다 폈다 하면서 그때는 참 행복했노라고 큰 소리로 외칠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12월 10일...........산소녀.

 

 

 

 

    

 

 

이때만해도 무릎이 안 좋아 매일하던 운동도 못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무릎이 회복되어 중단했던 운동도 다시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다시 산행을해도 되지만 이제는 앞으로 살아 갈 날을 위해  절제 하려구요.

어쩜 월출산 후기로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기면서 

마침표를 찍게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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