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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산책삼아 오른 계방산

by 풀꽃* 2012. 2. 17.

언제:2012년 1월7일 (토요일) 날씨:파란하늘에 구름 한 점 없던 날

어디:계방산(1577.4m)

위치:강원도 평창

코스:운두령-1166봉-안부-깔딱고개-1492봉-계방산(정상)-주목군락지-이승복생가-야영장-아랫삼거리(5시간 30분)

내가 오른 코스:아랫삼거리-야영장-이승복 생가-주목군락지(유유자적 왕복  2시간 30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35명

 

계방산 하면 눈꽃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아주 오래 전 환상적인 눈꽃이 아직도 가슴 속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오늘도 그런 눈꽃을 기대하고 왔지만 들머리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계방산은 눈꽃은 커녕 휑한 겨울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부모의 마음이 이러할까?

비록 나는 산을 못오른다 해도 오늘도 그런 환상적인 눈꽃이 피어 일행들이 기쁨을 가득 안고 산행하기를 그렇게 바랬었는데 계방산 정상이 갈색모자를 쓴 것처럼 내 마음 또한 갈색이다.

요즘 눈소식이 뜸해 눈꽃은 없어도 상고대라도 피었으면 하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왔건만 그건 나의 바램이었다

 

추운 겨울날 눈꽃을 보기 위해 잠못자고 이 먼곳까지 달려왔는데 이렇게 허무할 수가?..

일행들을 떠나보내고 나는 일행들이 하산하는 방향으로 혼자 산책하 듯 하얀 설원 위를 걷는다

추운 겨울날 이렇게 혼자 산을 오른다는 것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푼 마음이고 사랑하는 집사님과 권사님들과 함께 하고푼 마음에서다.

 

반대 방향으로 오르는 산길은 초입부터 호젓한 겨울숲이  큰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실오라기 같은 잔가지에도 이슬이 내려 앉아 서리꽃을 피워낸다.

햇살 받은 나뭇가지는 햇볕에 반사돼 눈이 부시게 은빛 찬란한 아침을 맞고 있다.

밤사이 삭풍과 이슬이 만들어낸 서리꽃이 실눈썹처럼 살짝 피어있다

산을 못오른 나를 위로함에서일까?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하얀 춤사위가 그져 감사하다.

사계절 내내 초록의 노래만 부르는 전나무는 이 겨울에도 초록 웃음을 짓고 있다.

내 마음도 그래서인가? 나이는 들어가도 마음은 늘 동심이다.

계곡도 하얀 이불을 덮어쓰고 겨울잠을 자고 있다.

이제 머지 않아 계곡에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봄날의 파릇파릇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겠지...

 

가슴 속에 잡념들이 발자국을 따라 저 뒤로 떨어져 간다

비록 산은 못오른다 해도 이렇게 눈쌓인 길을 걸을 수 있는 것 만도 얼마나 감사한지..

마음을 비우고 생각의 크기를  줄이면 이렇게 행복이 가까히 있는 것을 왜 그렇게 마음을 조이고 괜한 부채질을 했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산길에 펼쳐진 평원이 긴 거리여서 그것 또한 나에게는 얼마나 감사한지..

이 추운 겨울에 이곳에 자리한 캠핑장이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주변에 놀이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함 같다

그래도 그렇지 암만 생각해도 이건 사서하는 고생같다.

너른 평지에 자리한 이승복 생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하며 외치다가 목숨을 잃은 이승복 생가가 한 겨울의 삭풍을 맞고 허허 벌판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에 왔을 때만 해도 잘 보존이 되었더니 시간이 갈 수록 허름해져 가고 있다.

이런 곳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자료로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 오래오래 보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참의 시간을 이곳에서 사진을 담으며 둘러 보았다

 

이제 너른 평지를 벗어나 임도로 된 산길을 따라 접어든다

경사가 없고 평탄한 길이어서 걷는데는 아무 무리가 없어 임도가 끝나는 지점까지 눈길을 따라 걷는다

쭉쭉 뻗은 침엽수들이 키를 키워온 시간이 보인다

칼바람은 맞은 나무는 어디까지 뻗어가고 싶었을까?..

숲속에 들어서면 바람 따라 나무들의 속살거림이 들려온다

그러고 보면 바람도 저 숲의 시작인 것을 알 수가 있다.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도 눈이 그리운지 떠나지를 못하고 삭풍을 맞아가며 겨울을 맞고 있다.

 

계곡이 꽁꽁 얼어 붙을 쯤이면 겨울은 하얗게 익어간다.

산 새들도 겨울몰이에 나서 높은 창공을 비상하며 겨울을 즐긴다.

 

굳이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좋은 곳이 산이다

바람 따라 흔들려주는 나무가 있고 그리고 나처럼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아줘서 산은 덜 외로운지도 모른다

 

산이 화려한 색을 벗고 맨얼굴을 한 겨울산 !!

겨울산은 겨울산대로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내어줄 것 다 내어주는 빈 마음이어서 좋은 것 같다

 

나의 오늘과 맛닿는 시간은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오름이 시작되어 되돌아 가야한다.

오늘도 나는 태고의 자연 속에서 산 새 소리와 하얀 바람소리를 들으며 산이 숨쉬는 소리까지 들으며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늘도 땅도 그리고 사람도 삭풍과 마주하며 겨울을 노래한다

 

시간의 강이 흘러 고운색으로 머물렀던 시간도 잠시 나무의 잎은 빛을 잃고 낙엽이 되어 하얀 이불을 덮고있다

아름답고 아련하여 못내 아쉬움을 남기는 계절을 하얀 눈 속에 잠재운다

푸르던 잎도 그리고 곱게 물든 단풍도 모두 떨구고 없지만   나목은 모든 것을 다 털고 나서도 한 마디 불평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우뚝, 고요히 서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걸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고 여기지 않는다.

풍성한 생애와 무욕의 생애가 하나로 겹쳐 있는 나무는 겨울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강조차 얼게 하는 삭풍이 부는 날에도  나무는 속으로 자신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땅 속에서 뽑아 올리는 흙색 진액이 나무의 혈관을 타고 흐르고 신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어간다.

끈질긴 생명의 윤회는 우리에게 희망의 숨소리를 들려준다.

삭막해 보이지만 겨울은 그래서 우리에게 축복이고 인생의 계절도 매 순간 축복이다.

겨울이 지나는 길목은 그래서 쓸쓸하지 않으며 겨울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또한 봄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 비운 마음이 닮아가야 할 곳은 저아래 내려다 보이는 복잡하고 들끓는 세상이다.

.

산이 거기 있어서 산을 오른다고 했었다

산이 거기 있기에 멈출줄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해 달콤한 유혹도 냉정히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깊이 새기며 그 푸르던 녹음도 오색빛깔의  단풍도 모두 내려 놓은 나목에게 비움의 미학을 배운다

 

일행들이 올 시간이 되어서 갔던길로 다시 마중을 가는데 단 몇발자국도 안 띄어서 일행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일찍 서둘러 일행들과 함께  눈길을 걷고 싶었는데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마치 산행을 함께 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하얀 설원에서 함께 모습을 담으며 한겨울의 정취에 흠뻑 빠져 본다

 

 

그리고 하나.. 연어 친구 송어회로 계방산 산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오늘도 나는 내 나름대로의 기쁨과 행복을 한아름 안고 이른 아침 내가 나섰던 행복의 보금자리로 향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2012년 1월 7일...............산소녀.

 

 

 

 

 

 

 

 

자투리 산행..지난 1월에 한 것인데  추억 속에서 꺼내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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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무릎이 기도로 회복 됐지만 이제는 앞으로 살아 갈 날들을 위하여

무릎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산 아래 평지에서만 산책하 듯 살짝만 하려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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