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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남도기행(두륜산,땅끝 마을)

by 풀꽃* 2012. 3. 23.

언제:2012년 3월10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두륜산(703m)

위치:전라남도 해남

코스:오소재-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구름다리-진불암-대흥사-주차장-땅끝 마을

내가 오른코스:대흥사 -땅끝마을

누구와: 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36명

 

산 위에 아름다운 삶이 있다

삶을 위해 산을 오른다

내게 산은 어떤 달콤함보다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이번 두륜산 산행은 나에겐 산행이라기 보다 여행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일행들과 함께 산행은 못할지라도 함께 떠나는 것만으로도 내겐 행복이니까..

산은 이렇듯이 생각해도 좋고 바라만 봐도 좋고 오르면 더 좋은 우리들의 안식이기도 하다

 

함께 한다는 것은 곧 사랑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은 삶의 편린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그리움은 기다림 속에 사는 것이고 기다림은 또한 영혼 속의 한 순간을 가슴 속에 담는 것이다.

 

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푼 마음에서일게다.

숲속에 들어서면 내가 보이고 나무들의 속살거림이 들려온다

그러고 보면 바람도 저 숲의 시작이라는 것을..

 

두 달만에 발을 옮겨 본 산행길..

저만치 오고 있는 봄을 만나러 멀리 해남 두륜산으로 마음문을 활짝 열었다

일행들과 산행을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사랑하는 집사님, 권사님들과

긴 시간 오며 가며 차 안에서 담소를 나눈다는 것 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무박으로 떠났기에 오소재에 도착하니 어둠이 토해 놓고간 뽀얀 안개가 산을 깨운다

그 뒤를 이어 발자국소리가 또 더 큰소리로 산을 깨운다

그보다 더 큰소리는 우리들이 토해내는 행복의 비명소리다

새벽 속에 찾아든 기온이 조금은 쌀쌀함을 가져다 주지만 두륜산의 기운이 있어서인지 상쾌하다

겨우네 얼었던 계곡도 쏴하는 소리로 하얀 웃음을 토해낸다

이렇게 남녘의 봄은 시작되고 있었다

밖에 넓은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아침기온에 차 안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잠깐의 휴식을 갖고 오소재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일행들은 오소재로 오르고 나는 차를 타고 일행들이 하산하는 반대 방향으로 출발을 했다.

 

좋은 풍경은 마음을 풀어 놓는 힘이 있다

고요한 산자락에 맞선 산길..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여느해 봄보다 향기가 짙음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봄의 화신들이 깨어나기 때문이다

일행들을 떠나보내고 대흥사 방향으로 몸을 돌렸을 때는 여기저기서 봄나물들이 옹아리를 풀어 놓는다.

멀리 산 위엔 산이 구름 속에 묻혔다

안개가 정상마저 탐을 낸다

작은 햇빛에도 살아남은 이끼들이 파릇하게 서식하고 있다

산 아래서 바라본 풍경은 나무들이 키를 키우고 있었다

수줍은 듯 입을 연 동백꽃이 나무의 키를 키워온 시간이 보인다

 

무심코 스쳐지나가던 길가의 가로수에게도 말을 걸어본다

숲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연과 인사를 나누며 교감하는 것이다

파릇한 이피리가 돋아나면 이 길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텐데 아직은 겨울의 때를 벗지 못하고 검으틱틱한 풍경이다

자연은 변하지 않는다

10년전 이곳을 찾았을 때와 전혀 변함이 없든 듯 하다

2002년 봄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었을 때 이곳을 칮았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안에는 환희의 기쁨이 일렁인다

그때는 대흥사로 들어가는 길도 푸르른 숲이 우거져서 잠시도 눈길을 띄지 못했는데 시기가 이르다 보니 조금은 아쉽다.

 

여인의 곡선미 같이 고운 길이 그래도 내 기억 속엔 영원히 아름다운 길로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자연은 늘 그대로이나 변한게 있다면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

고즈넉히 자리한 대흥사 뜨락은 아직 봄빛이 드러나지 않지만 수줍은 듯 동백꽃이 마치 환영이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대흥사 경내를 둘러보며 두륜산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두륜산의 명물인 바위로된 구름다리가 가장 먼저 스친다

자연은 참 묘하면서도 신비스럽다

하산길의 동백나무 숲도 눈길을 빼앗는 곳인데 마음은 어느새 그곳에서 초록을 노래하고 있다.

초입에서 봤던 씀바귀만 아니면 일행들이 하산하는 방향으로 일행들을 마중하러 가고 싶은데 자꾸만 씀바귀가 눈에 아른거려 전통찻집에 들어가 전통자기를 구경하고 오던길로 다시 내려선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

벌써 몇몇의 일행들이 앞서서 가고 있다

힘에 붙혀 정상도 못밟고 돌아선 것 같다.

이 먼곳까지 와서 두륜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 둘러보지도 못하고 간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땅끝마을 관람이 남아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차가 주차된 곳까지 내려와 본격적으로 씀바귀를 캐기 시작했다

얼마만에 캐보는 나물인지 봄햇살 받아가며 나물캐는 것 조차가 정겹다

씀바귀는 눈두렁 가득 빼곡한데 냉이는 아무리 둘러봐도 찾아볼래 찾아 볼 수가 없다

씀바귀 캐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마치 나물캐러 나온 봄처녀 같다.

한참 씀바귀를 캐다가 일행들이 하산할 무렵 주차장으로 향했다

 

일행들이 그새 하산을 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이른시간에 출발을 해서 산 위에는 안개가 자욱히 덮혀 조망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먼길까지 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다 열어보지 못하고 가는게 참 아쉽다

아마도 두륜산이 보여줄 것 다 보여주면 다시는 안 올 것 같아 다시 오라고 숙제를 안겨준 것 같다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땅끝 마을로 향한다

봄햇살이 따스한 날 딸끝 마을은 조용히 우리를 반긴다.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에 들어가 매생이국으로 늦은 점심겸 이른 저녁을 먹고 땅끝 마을 전망대 방향을 따라 걷는다

 

전망대까지는 이곳에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데 모노레일을 타지 않고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따스한 봄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이 전형적인 봄날이다.

해풍을 맞아가며 남도의 봄을 만끽하며 걷는 걸음이 가쁜하다

얼마전에 왔을 때는 이곳까지 안 오고 일부만 관람 했었는데 남도에 끝자락에 이렇게 아름다운 비경이 숨어있을 줄이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풍경를 보는 것만으로는 아쉬워 너 나 할 것 없이 사진 담기에 바쁘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풍경 앞에서 나 또한 작은 점이 되어 본다

언제나 돌아오는 길은 아쉬움이 자릴한다

풍경이 아름다워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는지 모른다

 

오늘도 나는 봄을 기다리다 지쳐 잠못자고 남녘으로 달려가 봄향기를 가득 안고 돌아왔다

 

 

봄은 내게 말한다

그토록 기다려주고 애찬해 줘서 고맙다고...

 

삶이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길이 되어주는 것 같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즐거워하고 행복해 한다면 그건 바로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내 생에 마지막 노을을 남겨 놓고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삶의 자투리 안에 아직은 꽃이 되고 싶은데 점점 무너져가는 생체리듬이 서럽기만하다.

그래도 담아온 풍경을 삶으로 내려 놓고 그 풍경으로 인해 내 삶이 조금은 풍요롭고 행복해 지겠지..

 

두륜산과 땅끝마을..

먼훗날 그 아름다운 모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속 책갈피에 곱게 새겨져 있을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선물로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3월10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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