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2년 5월5일(토요일) 날씨:하늘 맑고 바람불어 좋은 날
어디:북한산(주능선.의상능선)
위치:서울 도봉,은평,경기,고양시
코스:독바위역-주능선(족두리봉-향로봉-비봉-문수봉)-의상능선(나한봉-나월봉-증취봉-용혈봉-용출봉-의상봉) 산행시간( 유유자적 9시간)
누구와:산의신비.나 그리고 산에서 만난 집사님
계절의 여왕 5월..
이름값을 할만치 온 세상이 꽃향기로 화려하다.
신비님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은 동동걸음을 치는데 길게 이어진 등산객의 행렬은 조급함을 갖게 한다.
지하 땅 속 깊숙히 내려 앉은 독바위역은 에스카레이트 계단이 무려 4번을 오르내려야 한다.
신비님과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우린 마치 이산가족의 만남처럼 주변의 의식도 개의치 않고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움의 해후를 갖았다.
신비님과 이렇게 함께 산 길을 걷고 있는게 얼마만인가?
지난해 11월5일 불암산 산행을 끝으로 딱 6개월만에 함께 하는 산행이다.
지금 산길을 오르고 있는 이 순간이 내겐 꿈인 듯 하다.지난해 가을 지리산 종주후 무릎에 무리가 와서 이제는 영원히 산을 오를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또다시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사람은 세월 속에 속고 속아 사는 것이 삶인 것 같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이야 말로 진정한 기쁨인 것 같다.
신비님께 주말 산행을 할 수 있냐고 문자를 보냈을 때 신비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역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산 빛..
유난히도 길었던 지난 겨울을
숲은 그 잿빛을 보상이라도 하듯 신록으로 옷을 입었다.신비님과는 취미가 같기에 우리는 말이 없어도 같은 느낌을 갖고 있고 산을 바라보는 눈빛조차도 같은 빛일게다.
한참만에 산을 오르는 걸음이기에 발치의 소소한 풍경에도 눈길이 주어진다.
산 바람에 여린 이파리들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에 마음도 흔들린다
산은 길 사이사이 숨겨진 보물을 내어 놓는다
산이 더 높아진 것일까?
아니면 몸이 시간을 먹은 것일까?
마음이 멀어져 있던 것은 아닌데 몸이 너무 멀어져 있던 것이다
그 앞에 낯설어진 나와 낯설어진 산이지만 금새 친해짐은 늘 익숙했던 모습이어서 그럴게다.
봄옷을 곱게 차려 입고 있는 산은 오랜 친구만큼이나 정겹다
산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묵언의 고요함 만으로도 족하다.
오월 초순의 날씨인데도 계절은 봄을 뛰어넘어 여름을 얘기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듯 하면서도 어느새 이리 높은 곳 까지 올랐을까?
머리 위까지 마중나온 족두리봉이 눈에 들어오니 행복을 향한 길이 열리는 듯 하다.
산에 오니 막혔던 세상이 열리는 듯 하다.
내게 환희의 기쁨을 알게 한 것도 산이고 나를 이만큼 성숙케 한 것도 산인 듯 하다.
그런 걸 보면 산은 삶의 스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산에서 삶을 배운다
햇살 좋고 바람불어 좋은 날..
이렇게 아름다운 산길을 거닐 수 있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자연만큼 아름답고 좋은게 없는 듯 하다.
그새 아랫세상은 어느새 장난감처럼 작아져 보인다.
멀게만 느껴졌던 산이 내가 산으로 다가가는 속도만큼 내게로 다가오는 산..
산은 언제 다가가도 거짓이 없고 포근하기만 하다.
신비님과의 지난날의 추억이 묻어있는 족두리봉에서 잠시 쉬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약속이라도 한듯 반가운 집사님이 나타는게 아닌가?..
아!!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가 있는 것일까?..
2주 전 집사님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산 빛이 예쁘게 물들면 함께 산행을 하자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런지가 불과 2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산 빛은 벌써 연둣빛에서 초록빛깔을 띄고 있다.
생각지도 않던 만남이라 예정된 만남보도 더 반가웠다.
뜻하지 않은 만남이 더 반갑고 예상치 않던 행복이 더 행복하 듯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일행이 둘에서 셋으로 늘어났다.
족두리봉에서 향로봉으로 향한다.
늘 이곳을 지날 때면 오르고 싶은 마음에 미련을 두던 곳인데 오늘은 집사님께서 가이드 역활을 해주셔서 생각지도 않은 행운을 얻게 되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수많은 연봉들이 눈앞에 펼처진다.향로봉은 북한산의 공룡능선이라 할 만큼 능선 전체가 바위암릉으로 되어 있다.
위험구간이라 통제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심리란 나부터가 갈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다.
마치 공룡의 등줄기 같은 능선길을 오랜만에 스릴을 느껴가며 오르내린다.
향로봉은 아주 오래전에 출입이 통제되기 전에 오르고 요 근래에는 향로봉이 끝나는 지점으로 들어가 살짝 발만 딛고 되돌아 오던 곳인데 오늘은 집사님께서 향로봉 시작부터 끝까지 가이드 역활을 해주셔서 스릴있게 미련이 없는 산행이었다.
북한산 주능선은 산의 규모가 큰만큼 능선의 길이 또한 길다.
양쪽으로 북한산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와서 언제 걸어도 좋은 곳이다.
서울 한 복판에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산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전국의 수많은 산을 다녀봤지만 북한산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이 없는 듯 하다.
오월의 연둣빛 산 빛을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산은 기다려 주질 않고 더 짙은 향기를 내려 놓고 여름으로 달음질친다.
그래도 산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모든 것을 채워주며 행복을 안겨준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풍경에 물이 들어 몸도 마음도 아름답게 되는 것 같다.
향로봉에서 볼 때는 비봉이 아득하기만 했었는데 걷다 보니 어느결에 눈 앞으로 다가왔다.
주능선에선 비봉이 가장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비봉 정상을 오르는데 신비님이 지난번에 왔을 땐 그렇게 힘들어 하더니 한 번 올라 봐서 인지 먼저보다는 가볍게 접수를 했다.
비봉에서 바라보는 향로봉은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섬같이 보여진다.
주능선 길은 언제 와도 편한하고 조망 또한 좋은 곳이다.
오늘도 풀코스로 주능선으로 해서 북한산의 백미인 의상능선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무릎에 무리가 안 가도록 가볍게 하려고 했었는데
산에만 오면 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욕심이 생긴다.
늘 오는 산이건만 신비님과 나는 생전 산 구경 못한 사람처럼 "좋다~ 너무 좋다"~ 이런 소리를 걸음을 뗄 때마다 한 것 같다.
이러고 싶어서 그동안 긴 시간을 어떻게 참아왔는지...
산 위에 너른 평지 위에 사모관을 닮은 바위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이게 하는 곳이다.
사모바위는 사랑하는 여인을 애틋하게 기다리다 바위가 된 남자이야기가 담겨있는 전설을 갖고 있는 곳이다(생략)
문수봉..
문수봉을 오르려면 두 손, 두 발 다 동원해야 오늘 수 있는 구간이다.
다행이 난간이 세워져 있어 손만 잘 붙잡으면 안전하게 오를 수가 있다.
힘들여서 오른만큼 스릴도 있고 위에서 내려보는 그 기쁨은 뭐러고 말할 수가 없다.
문수봉에 서서 걸어온 길을 내려다 보니 잠깐인 듯 한데 아득하게 들어온다.
오름길에 만난 진달래는 분홍 물감을 짜놓은 듯 마음도 분홍물이 들 것 같다.
의상능선..
이제 주능선을 끝내고 의상능선으로 들어선다.
이제까지는 의상능선을 왼쪽으로 두고 산행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역으로 주능선이 왼쪽 방향을 가르친다.
우리가 걸어왔던 주능선이 가깝게 있을 것만 같은데 멀리 아득하기만 하다.
주능선 길이 편안하다고 치면 의상능선은 오르락 내리락 묘미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잠시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측으로는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치 기싸움이라도 하는 듯 하다.
떠돌던 구름도 발이 묶이는 이곳..
의상능선 길이 북한산의 백미라고 하는 이유도 왼쪽으로는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우측으로는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와 인수봉,만경대와 노적봉의 조망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능선에서 여유있게 긴 시간을 보내 의상능선에선 꾸준히 걸음을 옮긴다.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길을 걷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의상능선은 산세도 아름다울뿐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스릴이 있어서 여러번 왔던 곳인데도 늘 새롭고 좋은것 같아 이 길을 택했다.
바람 따라 나무 이파리들의 속살거림이 들리고 그 찰랑거리는 소리가 산을 깨우고 나를 깨운다.
도심에서 눈만 돌리면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전국의 어느 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산이다.
산은 세상이 네모상자 안에 있지 않고 넓은 세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수봉과 백운대,노적봉,만장봉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의 지붕이 히말라야라면 한국의 지붕은 북한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참을 가다 인수봉을 바라보며 너른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대화 속에서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 보며 삶을 건지고 인생의 교훈도 배워 본다.
그곳에 앉아서 내려다 보니 나무가 키를 키워온 시간이 보인다
눈길 마주하는 곳마다 선물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바람이 숲을 깨우고 아름다운 풍경이 지나가는 바람도 잠시 여유를 부리게 한다.일상에서 물든 욕심들을 풍경 속으로 던지니 바람따라 흩어진다.
굽이굽이 산이 품은 보석 같은 풍경이 절경이다
지리산이 여인의 곡선미 같다면 이곳 북한산은 근육질의 남성미 같다.
소중한건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 그 여정이다
아름다운 숲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보다 더 좋은게 어디 있을까?
숲 속 고요 속에 앉아 있으니 절로 큰 숨이 쉬어진다
푸른 숲과 험준한 봉우리 앞에 내가 서 있다
북한산을 다 내 품에 안은 느낌이다.
한참동안 그곳에서 쉬고 일어나니 새로 산을 걷는 느낌이다.
가야할 길이 까마득 했는데 이제는 걸어온 길이 까마득 하다
아득하다
산 위에 아름다운 삶이 있다
그래서 삶을 위해 산길을 걷고 있다.
풍경 속을 채우는 건 구름이 수를 놓고 그 아래 펼처지는 아름다운 자연은 구름이 어루만지고발품을 판 이들에게는 그 모든게 선물이다.
오늘도 그 산 길에서 자연이 건네 준 선물을 한아름 안고 세상을 행해 내딛는 걸음이 가쁜하다.
자연도 함께 한 사람들도 아름다운 선물이다.
햇살 좋고 바람불어 좋은 날..
신비님과 함께한 산행이 좋은 수식어는 다 늘어 놓아도 부족하리만큼 행복한 산행이었다.
연초록으로 곱게 물든 숲은 지친 영혼을 일으켜 세워 주름진 마음까지도 초록으로 물들이고
산행 내내 눈길 머무는 곳마다 고운 물결로 자극해 그 맑은 향에 행복한 언어들을
걸어온 발자국만큼 즐비하게 산길에 흘리고 돌아왔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5월 5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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