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2년 6월9일 (토요일)
어디:소백산 국망봉(1420m)
위치:충청북도 단양
코스:어의곡리-삼거리-비로봉-삼거리-국망봉-상월봉-늦은맥이재-어의곡리
산행시간:8시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25명
무엇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삶의 편린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기다림 속에 살고 기다림은 또한 영혼 속의 한 순간을 가슴 속에 담는 것이다
기다림과 그리움은 또 다시 셀렘으로 나타나고...
소백산과 첫만남의 설렘이 아직도 내 안에 있음은 그만큼 감동이 일어서 일 거다.
여름 소백산은 또 어떤 감동의 파문을 일으킬지 벌써 마음이 셀렘으로 가득하다.
소백산을 오르는 들머리 여러곳에 발을 딛었지만 오늘가는 어의곡리는 처음이다.
소문에 의하면 깍아지른 경사가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 들어서기도 전에 숨이 막히는 듯하다.
언제나처럼 큰 관문 앞에서 나만의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남들이라고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하랴.
오늘도 내가 늘 해왔던 생각대로 잘할 수 있을 거야 하며 힘을 불어넣는다.
개망초가 다 진 시기인데 이곳은 이제 제철을 맞은 듯 한창 싱그럽다.
들녘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이지만 개망초를 보면 돌아갈 수 없는 순수하고 소박했던 내 유년의 시절이 그리워 더 사랑스럽다.
전국적으로 긴 가뭄인데도 이곳은 전날 비가 내렸는지 산길 등로가 촉촉하다.
신록의 숲 그늘에 촉촉함이 더하니 싱그러움이 피부 깊숙이 촉촉하므로 스며든다.
산을 오르면 사방을 모두 바라봐야 보물을 발견할 수가 있다.
높은 가지에 산 목련이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다.
보물 중에 보물이다.
산 목련이 필 시기는 지났는데 늦게 찾은 이들에 대한 배려같다.
시간이 갈수록 들었던 대로 경사가 급해진다.
마음의 무장을 단단히 했으니 해낼 거란 확신은 들지만 그래도 긴장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산은 다 내 발아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긴장이 되는 건
아마도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조금은 염려가 된다.
깎아지른 된 오름길은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길은 끝이 있기에 가다 보면 끝이 보일 거라는 생각에 막연하지만은 않다.
여름으로 들어서는 계절에 아마 누가 시켜서 하는 거라면 힘들다고 투덜대기라도 하겠지만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달콤한 고생이다.
오르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땀 뻘뻘 흘리면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면
여기까지 올라온 내가 대견스러워 승리의 기쁨이 감돈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산길 등로 양옆으로 빽빽한 숲 속 길을 걸으며 갇혀있는 숨을 꺼내 놓는다.
산을 걷고 있다는 것은 자연에 물들어 간다는 것이다.
나무마다 다양하고 소박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깎아지는 저 위에 있는 길을 욕심 내지 않고 바로 앞만 바라보고 걷다 보니 어느새 질펀하게 깔아 놓은 나무계단도 끝을 보이는 것을 보니 정상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지루하게 긴 오름이었다.
땀 흘린 것조차도 소중하고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자작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자연의 풍광과 어우러져서 더 청아하게 들려온다.
드디어 넓은 평원지대가 그 시작을 연다
살랑이는 바람이 숲을 흔들고 바람따라 마음도 흔들린다.
아름다운 풍광이 사람들의 발길을~ 눈길을 묶어 놓는다
넓은 평원에 야생화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까지 많은 산에 발을 딛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은방울꽃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 연인산에서 은방울꽃을 보긴 했어도 이렇게 곱지는 않았기에 마치 보석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자연이 그려내는 한폭의 그림 안에 수만가지 표정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숲과 바람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이 아름다운 풍광이 사람의 마음을 불러들인 것 같다.
이 너른 평원에서 소백산 고원보다 더 넓은 마음 되어 내 안에도 넓은 정원이 세워진 듯하다.
자연이 만들어낸 시간에 비하면 우리가 보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다.
풍광에 욕심이 나니 걸음이 멈춰진다.
이런 풍광 앞에서는 걸음이 멈춰 서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트레커들만의 낙원이다.
평원의 초원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풍광 앞에서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산이 시샘이라도 하는 것일까?
회색빛 운무가 산을 감싼다.
넓은 고원지대에 드문드문 서 있는 고사목도 자연은 그 상처조차도 품어 그림을 만들어 낸다.
밀려온 구름이 다시 산을 넘는 사이 일행들도 산을 넘어 아름다운 그림 앞에 한 풍경을 이룬다.
그 산에서 피어난 꽃한테 누가 여리다 말할 수 있을까?
힘들게 올라 웃을 수 있는 것은 함께한 일행과 아름다운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산이 구름을 이고 있다.
안개에 가려 고원 끝이 보이지 않으니 바로 이 앞이 더 크게 보인다.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안개에 가려진 산아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신록의 초원은 지상의 색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빛으로 걸어와 말을 건다.
자연이 선사하는 것에 비하면 인간의 표출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자연만큼 경이로운 풍경이 또 있을까?
풍경은 바람을 부르고 바람은 풍경을 안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폭풍에 기세에도 당당히 서 있는 능선의 크고 작은 나무들도 고원을 바라보며 행복해 할 거다.
이 아름다운 풍경은 배낭을 멘 사람들만이 느끼는 행복일 거다.
이곳에선 삶의 고락도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바람한테 길을 내어주느라 키 한 번 커보지 못한 주목 또한 아름다움을 맛보기에 혹한 속에서도 참아내는지 모른다.
이곳에서는 자연만이 주인이고 사람은 그저 손님일 뿐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자연을 적당한 거리에 둘 때 자연은 더 아름다울 것이다.
안개가 신록의 바다에서 유희를 다 즐겼는지 유유히 산에서 내려간다.
세상 끝에서 풍경은 다시 시작되고 저 너머 끝에 선 산이 어서 오라고 또 부른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처음 소백산을 올랐을 때 넓게 펼쳐진 초원을 보면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내 가슴에서 콩닥거린다.
산을 오래 오른 사람일수록 험준한 곳을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다.
산에서는 바람조차도 달콤하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에 섰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운무가 걷히고 눈 부신 햇살이 펼쳐진다.
발아래 능선의 너울춤이 펼쳐진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오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 산!!
그건 산이 변하는 게 아니고 마음의 변화이다.
자연이 빚은 것과 사람이 빚은 것은 시간의 무게이다.
소백산은 계절마다 매력적인 풍광을 자랑하다.
봄엔 드넓은 평원을 지키고 있는 것은 수줍은 철쭉이 주인 행각을 하고, 여름에는 신록의 푸르름(푸름)이 물든 푸른 초원이 마음까지 초록으로 물들인다.
그렇다면 가을의 소백산은 어떤 모습으로 유혹을 할까?
사계가 모두 아름다움을 주지만 소백산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하얀 설경이다.
8년전 겨울 소백산 희방사에서 구인사로 12시간의 긴 종주를 했을 때 그때의 감동이 아직도 내 안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안개와 함께 걷는 길이 어쩜 안개가 드리워져 고원지대가 더 운치 있어 보이는지도 모른다.
이 넓은 평원지대에 안 그렇고 햇살이 내리쬔다면 꽃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얼마나 눈이 부시고 뜨거울까?
자연은 이렇듯이 우리에게 필요에 따라 베풂을 주는 듯하다.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점심상을 편다.
이런 곳에선 찬이 없어도 바라보는 모든 게 성찬이니 그 어떤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소백산의 기운과 함께하니 보약이나 다름없다.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은 넓은 평원 야생화한테 기운다.
좀 아쉬운 게 있다면 이 너른 평원에 야생화의 종류가 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 때는 야생화에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조금은 마음이 휑하다.
하지만 꼭 꽃이 아니면 어떠랴.
신록이 깔린 넓은 초원만 바라봐도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하다.
일행들은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사진 담을 욕심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망봉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에 한적한 숲 속 길을 여유롭게 발을 딛는다.
마음도 시선도 온통 야생화 찾기에만 급급하다.
5월에 피는 산 목련이 늦잠을 잤는지 인제야 수줍은 듯 꽃망울을 맺고 배시시 눈을 뜬다.
산철쭉은 기다리다 지쳐 분홍 눈물을 뚝뚝 흘리고 고별의 노래를 부른다.
눈물짓는 산철쭉이 가여운 게 아니라 그 아름다운 철쭉을 못 본 내가 가엽다.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꽃이 기다려 줄 때를 기다리지 말고 이제 앞으로는 내가 먼저 서둘러야 겠다.
야생화가 많을 법도 한데 사방을 두리번대도 별로 없다.
그사이 일행들이 오고 있다.
야생화를 찍으면서 여유롭게 가려고 했던건데 마음이 급해진다.
숲 속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촉촉한 게 참 좋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극심한데 이곳은 전날 비가 내려선지 산행 내내 촉촉한 길이 이어진다.
길도 끝이 있듯이 숲 속 터널도 끝을 보인다.
국망봉 정상이 멀지 않았다.
터널 속을 빠져나오니 또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한 보름 정도만 일찍 왔더라도 이 아름다운 철쭉을 봤을텐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꽃은 저가고 있지만 쩔쭉나무의 군무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광활한 철쭉평원 꽃진자리 바라보는 것만도 마음이 평온해 진다.
산은 그래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 같다.
국망봉..
국망봉 정상석 바로 뒤에 있는 바위 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소백산의 웅장함이 광활하게 들어온다.
넓은 평원 확 트인 조망에 마음도 그 넓이만큼이나 넓어지는 것 같다.
경쾌한 발 딛음이 좋고 푸른 산 내음이 좋다.
바람에 여린 꽃잎들이 흔들리고 꽃잎 물에 보는 이의 마음도 흔들린다
능선길에서의 평화로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부드럽고 순해서
이런 길은 하루 온종일 걸어도 질리지 않고 좋을 것 같다.
매일 좁은 길만 봐와서인지 확 트인 평원이 너무나 좋다.
길이 끝난다고 길이 없는 게 아닌데 이런 길이 오래 이어지면 좋겠다.
나는 그곳에서 산 보다 더 큰마음을 가슴에 품었다.
그 넓고 광활한 평원을 뒤로하고 하산길로 들어선다.
깎아지른 내리막길 또한 녹녹지가 않다.
하산길이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가슴에 담고 싶어 느린 걸음을 하고 싶은데 앞에 가는 일행들의 걸음은 옆도 뒤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질주한다.
자연은 눈길 주는 자에게만 베풂을 허락하는 것 같다.
등로 옆 함초롬히 피어있는 큰앵초가 사랑의 눈길로 눈인사를 건넨다.
지난해 여름 남덕유산 능선에서 처음으로 눈 맞춤을 하고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그런 내 맘을 알았는지 살랑이는 바람에 손사래를 전한다.
일행들이 가건 말건 큰앵초와 사랑의 교감을 나누며 한참의 시간을 보내며 렌즈 속으로 모습을 들여 놓는다.
산길에서 야생화만 만나면 일행들은 아랑곳없이 야생화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랑놀이를 즐긴다.
그만큼 야생화에 대한 사랑이 커서일 거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일행들은 얼마나 앞서 갔는지 고요함에 정적만이 감돈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산 품에 안겨 산을 다 안은 느낌이다.
길을 알고 있으니 조급할 것도 무서워할 것도 없다.
혼자 유유자적 걷고 있는데 갈림길에서 집사님 한 분이 기다리고 계시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니 하산길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하산길이 아무리 길다해도 걷다 보면 끝이 보이겠지만 이젠 오름길 보다 내림길이 힘들다.
갈길이 멀다고 조급함 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즐기고 싶다.
이렇게 유유자적 자연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끝이 보일것이다.
자연은 끝없이 베풀기만을 원한다.
가져갈 만치 가져가고 이고갈만치 이고가라고 계속 아름다움을 내어 놓는다.
얼마만큼 가야 끝이 보일까?
오르막길이 높으면 하산길도 길다.
다리가 그만 갔으면 하고 내게 말을 걸어 온다.
다리가 주인을 잘 만나건지 아니면 잘못 만난건지 고달풀거란 생각이 든다.
한참을 내려오니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적은 햇빛에도 이끼들이 파릇하게 서식하고 천혜의 비경을 이루고 있다.
작은 바위에다 융단 같은 비단결의 파릇한 자연의 옷을 입혔다.
사람의 솜씨로는 흉내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런 걸 보면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연인 듯 싶다.
오늘도 자연이 베푼 숲 속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세상을 저어 갈 행복이라는 기둥을 마음 속에 세우고 집으로 향한다.
세상을 저어 갈 행복이라는 기둥을...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6월 9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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