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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연무 속의 대야산

by 풀꽃* 2012. 7. 27.

언제:2012년 7월14일(토요일) 날씨:흐리고 안개비

어디:대야산(930.7m)

위치:경상북도 문경

코스:농바위마을-곰바위-대슬랩-중대봉-대야산-월령대-용추계곡-주차장(산행시간 6시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16명

 

비 예보의 얘기를 실어 산을 오른다.

미지의 세계을 찾아나서는 길이 오래 기다린만큼 셀렘도 크다.

 

7월의 세상은 한여름이지만 기온은 장마철이라서 초여름을 얘기한다.

비밀의 숲으로 들어서는 들머리는 살랑이는 바람에 나뭇잎과 풀들의 부닥거림이 숲의 속삭임으로 들려 온다.

숲의 품으로 다가가는 길이 속속들이 푸르고 싱그럽다.

초입부터 호젓한 오솔길이 큰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건조해진 마음 숲과 함께 물드니 금새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크고 작은 나무들에게 눈길을 주며 걷는 길엔 희뿌연 안개가 마치 솜이불을 덮고 있는 듯 하다.

바람따라 살래살래 고개를 흔드는 나무 이파리에 눈을 맞추며 사랑의 교감을 나눈다.

 

가볍게 내려앉은 연무의 이끌림에 걸음을 옮긴다.

걸음 따라 가는 길엔 장맛비가 키워낸 버섯들이 키를 키워가고 있다.

자연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숲은  아늑하고 평온하기만 하다.

그 숲 속으로 들어서니 마음도 자연처럼 넉넉해진다.

 

대야산이 빚어 놓은 좁은 비탈길..

인간이 내어 놓은 조붓한 길이 사람 한 사람 겨우 걸어갈 수 있도록 야박하다

그런데 이 야박한 길에서 마음은 더 넓어진다.

산에오는 이유가 그래서다.

 

멀게만 느껴졌던 산이 내가 산으로 다가가는 속도 만큼 내게 다가온다.

산길을 혼자 걷고 있을 때면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길에 처음 발을 딛은 사람은 누구며 이 길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을까?

전국에 수백개의 산이 있지만 그 많은 곳의 산길이 어떻게 해서 누구의 의해 만들어졌는지

항상 그게 궁금증을 갖게 한다. 

그 길을 보면서 나는 이제까지 내가 얼마나 빚진 자의 길을 걸어왔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말없이 바위처럼 나무처럼 묵묵히 나 또한 그렇게 산을 오르고 있다.

유난히도 길고 지루했던 가뭄도 장맛비로 거친 숲이 되어 초록물이 흥건히 흐른다.

 

숲은 세월을 거스린다.

미지의 아기자기한 길을 알아가는 것도 솔솔한 재미다.

사람의 손길과 원시의 손길이 공존하는 운무가 가득한 숲길.

지금 이 순간은 태양조차도 드러나지 못하는 은밀한 공간에서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는 특혜라고 생각하니까 어깨가 으쓱해지는 게 오름길의 힘듬도 잊고 괜히 기분이 업된다.

 

 산길을 걷다 아생화를 만나면 보너스를 얻는 느낌이다.

보라빛 비비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푸른 숲에서 세상을 발아래 두고 초록 바람을 맞는 이 시간이야말로 달콤한 시간이다.

한 번 오르는 것도 녹록지 않은 곳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걸음이 비경 앞에 데려다 놓았다. 

내 안에 산의 대한 설렘과 고마음은 아마 자연이 먼저 알 것 같다.

 

희뿌옇게 가리운 대야산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대슬랩은 암벽등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워 왔을 것이다.

때로는 걸음보다 마음이 먼저 가는 풍경이기도 하다.

대야산이 만들어낸 대슬랩이다.

깍아지른 바의벽을 올려다 보는 것만도 짜릿한 스릴이 감돈다.

이제까지 많은 산에 발을 딛었지만 이렇게 웅장하고 긴 바위벽은 수락산 기차바위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노력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도 바로 이런 대슬랩 구간이다.

오르기도 전에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순간이다.

이 웅장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위 앞에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건 그만큼 암벽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사진 한장을 찍고나니  카메라가 작동이 안된다.ㅠ

전원을 눌러도 렌즈가 나왔다가 들어가질 않고 꼼짝을 안한다.ㅠ

다른 때는 만약을 대비해 보통 디카를 2개~3개까지 갖고 다니는데 오늘따라 새로 구입한 카메라는 비예보에 걱정이 돼서 안가져오고 먼저 쓰던 것 달랑 한개만 갖고 왔는데 이걸 어떡한담..ㅠ

그것도 이렇게 멋진 풍광 앞에서 그러니 정말 암담하기만 하다.

계속 카메라의 전원을 누르면서 시도를 해보지만 작동이 안 됀다.

나에게 산행에서 카메라가 없다면 앙고 없는 진빵과도 같은데 시간이 좀 흐른후 다시 시도해 보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때 그 기쁨이야말로 산을 다 내 품에 안은 느낌이었다.

그런 걸 보면 카메라는 주인을 닮지 않고 대슬랩 앞에서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끝가지 카메라가 작동이 안 됐더라면 아마 나는 그자리에서 두 다리 뻗고 엉엉 울었을지도 모른다. 

 

 

자연의 위용 앞에서 겁먹지 않은 사람 몇이나 될까만은 이런 것이 곧 악산의 묘미같다.

잿빛 속살이 드러나 있는 바위를 바라보는 이 순간이야 말로 온 몸에 긴장감이 밀려올 것이다.

나야 워낙 바위 암벽을 즐기기에 산행 중 이보다 행복한 순간은 없겠지만 마치 산고의 고통을 겪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대야산의 대 장정의 순간이었다. 

지나온 풍경이 멀어진 나를 올려다 본다.

발 아래서 초록의 산너울이 일렁인다.

눈앞에 금새 차려진 성찬이 꿀맛처럼 달콤한 시간이 흐른다. 

작렬하게 뜨거운 태양도 뿌연 연무가 가득한 이곳에선 빛을 잃었다.

대슬랩을 지나 중대봉 능선에 다달았다

아가자기하고 조붓한 길에 들어서니 푸루른 적송이 맞이한다.

연무가 가득한 회색빛 세상에 초록의 적송이 그림을 그려내니 멋진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드문드문 서있는 고사목도  자연은 그 상처조차도 품어 그림을 만들었다.

 

멈처진 걸음엔 크고 작은 바위와 소나무가 한 풍경을 이뤄 절경을 이룬다.

이런 풍광 앞에서는 걸음이 멈춰 서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연무가 드리어진 이곳에서 바위와 안개는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아래로 뻗어난 소나무처럼 그들에게 겸손을 배우며 내 자신도 겸손해 지기를 바래본다.

 

오래전부터 대야산을 오르고 싶었었는데 7월의 대야산은 뿌옇게 연무로 덮혀

많은 것을 감춰 놓고 다시 오란다.

그래도 산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채워주며 행복을 안겨둔다.

 

아슬아슬한 바윗길은 산객의 걸음을 채근한다.

산처럼 살고 싶다는 말은 고요와 강인함을 닮고 싶음에서 일거다.

산길을 걸으며 걸음걸음 소박한 웃음이 묻어나는 것은 인간도 숲의 일부분이기에 그럴것이다.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대야산이 살짝 야속하기도 하지만 험하디 험한 바윗길을 지나와서 바라보면 한 조각의 풍경이 언제 그랬냐듯이 가신다.

 

대야산으로 들어서는 숲은 인적과 고요가 적당히 섞여있다.

수천 수만가지 풍경도 올 때마다 다르고 풀 한 포기 바람마져도 어제와는 다르다.

안개에 가려 저 앞이 보이지 않으니 이 앞이 더 크게 보여진다.

뿌연 안개에 가려진 산이 아쉽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시야가 막히긴 했지만 이 풍경 또한 운치있고 낭만적인 풍경이다.

운무에 쌓인 그림처럼 나있는 길을 걸어간다.

산은 자연이 키우고 사람이 즐긴다.

 

바위벽을 지나가는 길은 아릿하고도 짜릿한 순간이다.

눈으로 봐서는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지만 용케 지나갈 수 있게 되어있다.

 

운무에 갇혀있긴 하지만 풍경은 슬라이드 영상이 돌아가 듯 쉼없이 달라진다.

깊고 아름다운 자연이 이 길 위에 있다.

시계가 맑아 멀리까지 조망이 내다 보였으면 더 좋겠지만 희뿌연 운무가 깔린 풍광도 그런대로 운치가 있는게 참 좋다.

대야산은 서너번 왔었지만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처음이다.

초행길이지만 한치도 오차 없는 이정표가 재치있게 길을 안내한다.

루트를 따라서 자연이 피어낸 야생화와 눈맞춤 하면서 걷는 걸음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변화무쌍한 날씨가 잠잠하기만을 기다려 보지만 일기예보에 비예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산행할 수 있는 것 만도 감사한데 그것은 내 욕심일 거다.

 

연무가 가득하니 어쩔 수 없다.

보고싶은 이가, 그리운 이가 한 발 더 다가설 수 밖에 없듯이 어느 곳 하나 놓칠세라 구석진 곳까지 찾아들어 속속들이 눈맞춤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일행들과도 뚝 떨어져 산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바위틈 화려하게 피어있는 돌양지꽃도 그곳에서는 한 가족이 되어 산행 동지가 되어 준다.

 

산이 시샘이라도 하는 것일까? 안개비기 내린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이곳 지역은 12시부터 비 예보가 있었는데 참 많이도 참아줬다.

이정도의 비라면 숲이 막아줘서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기에 걱정은 안중에도 없다.

습도로 얼룩진 몸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자연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한 일행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위산이다 보니 조붓한 등로에 점심상을 차릴만한 곳이 적당치가 않다.

안개비가 약하게 내리는 경사진 사면에 잠시 앉아 점심을 먹고는 휴식 갖을 여유도 없이 동동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바위벽을 올라서니 아뿔사!!

점심 먹은지가 바로인데 곧바로 맞춤형 식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 이렇게 억울할 수가...

이렇게 좋은 곳을 나두고 경사진 비탈에 앉아 밥을 먹었으니 먹은게 체할것만 같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식사후 몸놀림은 무겁기 그지 없다.

그 무거움도  잠시 풍광이 가져다 주는 황홀함에 그런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대야산 정상..

어지러운 세상 속 풍경처럼, 속 시끄러운 세상 속 풍경처럼 시끌벅쩍 하더니 대야산 정상 정상석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대야산의 지붕에 내가 섰다.

 

대야산이 이러했던가?

정상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특별함이 없어도 최고봉이라는 이름 때문일거다.

모두가 한 마음이기에 어느 산이든 정상은 모두가 인증샷을 하기에 늘 북적이게 마련이다.

정상을 지나 내림길이 까탈스럽고 거친성격을 드러낸다.

실오라기 같은 가는줄을 잡고 내려오는 바위벽은 줄에 몸을 맞긴다는 것이 왠지 불안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이렇게 험준한 곳에 스릴을 느끼다 보니 흥미까지 갖게 된다

척박함과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 바로 이런 곳인 것 같다.

 

정상을 지나면서부터 계속 바위로 이어져 매력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이렇게 스릴이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불러 들이는지도 모른다.

자연이 만들어낸 시간에 비하면 우리가 보는 것은 찰나이다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다.

하산길로 들어선다.

마음같아선 조붓하고 포근한 길을 원했지만 자일이 길게 늘어진 깍아지른 내림길이다.

조금의 긴장도 늦쳐서는 안되는 구간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이런길이  편편한 길보다는 지루함은 없다.

연무와 안개비가 내려선지 길이 미끄러워 모두가 마치 유격훈련이라도 하는 것 같다.

카탈스런 성격의 길과 안개가 살짝 드리워저 더 달콤했는지 모른다.

감동했는지 모른다.

하산길에 비하면 오름길은 대슬랩만 빼고는 순한편이다.

그래도 긴장을 풀어주려고 산수국이 손사래를 흔든다.

산수국을 보면 지리산 종주 구간인 대원사 가는 길목에 산수국 군락이 떠오른다.

이 또한 그냥 무심히 지나치면 못볼 수도 있는데 보물은 찾는 자에게만 보여주는 듯 하다.

한참을 내려오니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계곡이 멀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길은 좀 험했지만 지루함은 없었다.

 

대야산을 동생과 세 번 정도 왔지만 능선이 시작되는 밀재까지 밖에 못 올랐었다.

동생의 한계가 늘 거기까지 밖에 안되서이다.

이제 가야할 길은 편편한 순한 길만 남았다.

 

대야산은 계곡도 좋고 비온 뒤라 물의 수량도 풍부해서 날씨가 좋았으면 여벌옷도 가져왔겠다  물놀이를 하면 좋을텐데 오늘 같은 날씨엔 물놀이 하고 싶은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명성 깊은 대야산 월령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계곡의 미를 펼친다.

계곡도 나무도 결결히 살아있다.

층층의 계곡이 갈증과 목마름을 풀어주는 열쇠같기도 하다.

대야산의 흘러온 시간들이 신선처럼 남아 있다.

일행들은 물속에 들어가 발담그기 바쁘고 나는 그 모습을 풍경으로 담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나의 습관도 블로그를 하면서 길들여진 것 같다.

속이 깊은 강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대야산 계곡도 묵묵히 오는 걸음만을 맞이하고 있다.

 

물빛이 거울 속같이 맑다.

물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

이 또한 장맛비가 풀어낸 선물이다.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대야산 산행이었다.

이런 걸 보고 안성맞춤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같다.

계곡을 내려서는 걸음은 온통 초록물이 들것 같이 느껴진다.

힘껏 달려간 만큼 되돌아오는 길은 마음속에 꿈이라는 기둥 하나를 세웠다.

오늘도 산에서 비운 마음 닮아가야 할 곳은 저아래 내려다 보이는 세상이라는 진리를 안고

그 세상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비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끝가지 마음을 나누며 안전산행을 하게 되어 더 큰 것을 안았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2012년7월14일..........산소녀.

 

 

 

 

 

 

 

 

 

산소녀표 시원한 팥빙수 드시면서 더위 식히세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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